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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54화 (5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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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1루의 타이탄스 선수는 발이 꽤 빨랐다. 거기다가 타구가 3루수와 유격수를 뚫자 바로 스타트를 끊었기에 좌익수가 공을 잡을 때쯤이면 이미 2루와 3루 중간 쯤 달리고 있을 터였다. 즉 좌익수가 3루에 공을 송구해도 늦었단 소리였다.

“어어!”

그때 3루 주루코치가 오지말라며 손을 뻗었다. 하지만 타이탄스의 선수는 이미 3루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촤아아아!

타이탄스 선수의 선택을 슬라이딩이었다.

턱!

하지만 그의 손이 3루 베이스를 짚기 전에 3루수의 글러브가 먼저 그의 어깨를 터치했다. 이게 3루수의 허슬 플레이가 아니라면 그는 아웃이었다. 그때 3루심의 목소리가 타이탄스 선수의 귀에 울려왔다.

“아웃!”

타이탄스 선수가 황당해 하며 몸을 일으킬 때 크로노스의 3루수가 황급히 글러브에서 공을 꺼내서 2루로 던졌다. 그가 아웃 되는 사이 안타를 친 동료 선수가 2루로 뛴 것이다.

“세이프!”

다행히 3루수의 송구가 높아서 동료 선수는 살았다. 타이탄스의 선수는 그걸 보고 3루를 벗어났고 곧장 주루 코치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동철이 형. 어떻게 된 거예요?”

졸지에 무리한 주루 플레이로 아웃 된 게 된 타이탄스 선수가 억울한 얼굴로 묻자 타이탄스의 3루 주루코치를 맡고 있던 같은 타이탄스의 선수 이동철이 턱짓으로 그라운드를 가리키며 말했다.

“네 타구를 저 놈이 잡았거든.”

이동철이 턱짓한 그라운드를 쳐다 본 타이탄스의 선수의 눈에 센터 방면에 서 있는 최민혁이 보였다.

“저 놈 중견수 아니에요?”

“그런데 뛰어와서 잡는 걸 어쩔 수 있나.”

“하아!”

중견수는 수비수 중에서도 수비 폭이 가장 넓은 포지션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좌익수가 처리해야 할 타구까지 끼어들다니.

연이은 안타에 분위기 좋던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거 같아서 타이탄스 선수는 고개를 푹 숙이고 덕 아웃으로 들어갔다. 그때 감독이 말했다.

“잘했어. 네 잘못이 아니다.”

그 말이 타이탄스 선수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다른 동료들도 운이 없었다는 말로 그를 위로해 주었다. 그때 타이탄스 선수는 느낄 수 있었다. 감독 뿐 아니라 팀 동료들까지 한 선수를 인정하고 있단 걸 말이다.

‘최민혁!’

오성 라이온즈의 최고 에이스! 하지만 오늘 그는 중견수로서 맹활약을 펼치며 자신이 야구 천재임을 만천하에 과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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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준 감독은 7회 말을 마치고 크로노스 감독이 자신을 찾아와서 화를 내자 머리를 숙였다. 같은 야구인으로서 앞서 윤동준 감독이 투수 유명철에게 지시한 건 명백한 더티 플레이였다.

“죄송합니다. 제 욕심에 그만..........”

윤동준 감독은 크로노스 감독에게 정중히 사과하며 그 이유를 간략히 설명했다. 그 얘기를 다 듣고 난 크로노스 감독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그러니까 최 선수를 한 타석이라도 더 타석에 세워 보고 싶어서 그러셨단 말씀이시군요.”

“네. 이대로라면 그쪽 타선이 저희 불펜 투수에게 눌려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칠 텐데 그럼 최 선수가 9회 말에도 타석에 못 설 거 같아서 말입니다.”

윤동준 감독의 말은 충분히 상대 감독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크로노스 감독은 그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제도 그랬지만 오늘 타이탄스의 불펜 투수로 나온 유명철의 공은 선수 출신 몇 명의 타자를 제외하곤 현재 크로노스 선수들이 어째 볼 수 없는 언터처블이었으니 말이다.

크로노스 감독은 그제야 눈치를 차렸다. 이 시합이 왜 성사 되었는지 말이다. 그래서 좀 씁쓸했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라도 아마 야구의 최강팀 타이탄스와 시합을 할 수 있단 사실에 크로노스 감독은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그도 자존심은 있었다. 그래서 좋게 얘기를 끝내고 크로노스 덕 아웃으로 향하기 전 윤동준 감독에게 말했다.

“타석에선 몰라도 수비를 하는 최민혁은 충분히 확인하셨잖습니까? 그러니 이제 진짜 타이탄스의 모습을 보여 주십시오.”

크로노스 감독의 말에 윤동준이 멋쩍게 웃었다.

“하하하. 아셨군요.”

윤동준 감독은 자신이 시켜서 타아탄스 타자들이 일부러 센터에 집중적으로 공을 날려 보낸 사실을 크로노스 감독도 이미 눈치 채고 있음을 알고 사뭇 진지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알겠습니다. 이번 이닝부터 타이탄스의 타선의 무서움을 알려드리도록 하지요.”

“고맙습니다.”

윤동준 감독은 상대 덕 아웃으로 향하는 크로노스 감독을 흐뭇한 얼굴로 지켜보았다. 같은 야구인으로서 크로노스 감독은 그가 봐도 꽤나 훌륭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좋은 감독이군.”

윤동준 감독의 칭찬은 딱 거기까지였다.

“원한다면 알게 해 줘야지. 왜 다른 사회인 야구단이 우리 타이탄스를 두려워하는지 말이야.”

윤동준 감독은 8회 초 공격이 시작되기 전 선수들에게 말했다.

“이번 회에 10점을 내도록.”

타이탄스 선수들에게 있어 감독의 명령은 곧 신의 계시와도 같았다. 그가 10점을 내라고 한 이상 타이탄스 타자들은 어떤 수를 쓰던 반드시 루상에 살아나가야 했다. 아니면 다음 경기에서 선발 명단에 그들의 이름이 빠져 있을 테니 말이다.

타이탄스에는 뛰어난 선수들이 많았다. 그 만큼 경쟁은 치열했고 그 경쟁을 중심에 타이탄스의 감독인 윤동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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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 초가 시작 되고 타석에 타자가 좌타자로 바뀌는 걸 확인한 크로노스 감독은 윤동준 감독이 진짜 칼을 빼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젠장. 괜히 그런 소릴 한 거 아닌지 모르겠군.”

크로노스 감독은 후회가 되었지만 이미 늦었다. 대타가 안타를 치고 또 나온 좌타석의 대타가 연달아 안타를 치자 크로노스 감독의 한 손이 자연스럽게 그의 모자를 벗겨냈다. 그리고 다른 손이 그의 머리를 쓸어 내릴 때였다.

“어어!”

“최민혁이다.”

그때 최민혁이란 말을 듣고 크로노스 감독의 시선이 센터로 향했다.

‘없다!’

그런데 중견수로 센터에 있어야 할 최민혁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공이 3루로 날아갔고 2루를 돌아 충분히 3루까지 갈 수 있었던 타이탄스 타자가 아웃을 당했다. 그리고 그 아웃을 시킨 수비수는 다름 아닌 최민혁이었다.

최민혁이 어느 새 좌익수의 수비 범위까지 넘어와서 안타 뒤 잡은 공으로 앞서 보여준 보살 플레이처럼 주루 플레이를 한 타이탄스 선수를 잡아 낸 것이다.

“허어.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는군.”

크로노스를 상대로 이제 진짜 제대로 된 공격을 선보이려던 타이탄스에게 최민혁이 제대로 태클을 건 것이다. 하지만 야구는 최민혁 혼자 하는 경기가 아니었다.

따악!

다시 좌 타자가 대타로 타석에 들어섰고 그가 친 공이 우측 펜스를 훌쩍 넘겼다. 제 아무리 최민혁이라도 홈런을 막아 낼 순 없었다.

뒤이어서 다시 좌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자 크로노스 감독은 마운드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마운드의 언드핸드 스루 투수의 멘탈이 이미 타이탄스 타자들에게 탈탈 떨려 버렸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교체 된 투수의 초구를 대타가 통타해서 다시 2루타를 만들어 냈다. 그리곤 줄줄이 이어진 타이탄스의 우 타자들을 상대로 바뀐 투수는 홈런 하나와 안타 두 개를 내리 허용했다.

근데 재미있는 사실은 8회 초 타이탄스의 공격에서 타구가 센터로 한 번도 날아가지 않았단 점이었다.

그건 당연했다. 타이탄스 타자들은 이번 회에 무조건 10점을 내야 했다. 그런데 센터로 공을 날리면 괴물 같은 야구 천재 최민혁이 그 공을 다 잡아 냈다. 안타를 쳐도 잡아서 아웃시키는 그를 타이탄스 타자들은 경계 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타이탄스 타자들도 최민혁을 의식해서 배트를 휘둘렀던 것이다. 그렇다보니 센터로 날아가는 공이 없게 된 것이고 말이다. 덕분에 센터 방면의 최민혁은 개점휴업 상태로 전광판의 계속 늘어나는 스코어만 지켜보고 있어야 했다.

따악!

그때 잘 맞은 타구가 센터로 날아왔다. 딱 봐도 펜스를 넘어 갈 홈런성 타구였다.

파파파팟!

그런데 최민혁이 뛰기 시작했다. 그것도 전력을 다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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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 초 수비에서 최민혁은 안타를 치고 1루에 나가 있는 타이탄 선수에게 타구안을 사용했다. 그 결과 발 빠른 그가 다음 타자가 안타를 치면 3루로 뛸 생각을 읽어냈다. 거기다 더해서 다음 타자가 밀어 치는 데 능해서 크로노스의 언더핸드 스루 투수가 바깥쪽으로 공을 던지면 3루수와 3루 베이스를 뚫거나 3루수와 유격수 사이로 빠지는 안타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까지 읽어 낸 최민혁은 크로노스의 언더핸드 스루 투수가 바깥쪽으로 공을 던지는 걸 보고 냅다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타구안을 사용한 타자의 생각처럼 타구는 3루수와 유격수를 꿰뚫었다. 그런데 그 공을 달려 온 좌익수가 잡는 게 아니라 옆으로 치고 들어 온 중견수가 잡았다. 그리곤 3루로 공을 뿌렸고 2루를 돌아 3루로 달리던 타이탄스 타자를 잡아 낸 것이다.

“좋았어.”

그렇게 타구안을 사용한 타자를 3루에서 잡아내는 데 성공한 최민혁이 불끈 주먹을 쥐을 때 세나의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을 울려왔다.

[멋진 플레이에요. 당연히 포상 포인트가 지급 됩니다.]

이어 간결한 창이 그의 눈앞에 떴다.

[획득 포인트 +20. 타자 총 포인트: 300]

드디어 300포인트를 획득한 최민혁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하지만 그 뒤 최민혁이 다시 웃을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크로노스의 투수들은 계속 타이탄스 타자들에게 두들겨 맞았고 타구는 그가 있는 중앙으로 도통 날아오지 않았다. 간간히 오는 타구도 죄다 안타를 친 공뿐이었다. 최민혁의 송구 능력 때문인지 몰라도 그가 공을 잡으면 타이탄스 선수들의 주루 플레이도 소극적, 안정적으로 변했기에 최민혁이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러던 중 유격수의 몸을 날린 나이스 플레이로 겨우 투 아웃을 만든 가운데 전광판의 타이탄스 측 스코어가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벌써 6점이다.”

최민혁도 이 시합을 이길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포인트는 더 얻어야 했다. 그때 그가 있는 쪽으로 타구가 진짜 오랜 만에 날아왔다. 문제는 그 타구가 홈런성 타구란 점이었다.

고척돔은 펜스거리가 좌우 99m, 중앙 122m다. 즉 지금 날아오고 있는 타구가 122m 이상 날아와야 홈런이 된다는 얘기다. 거기다 펜스 높이가 3.8미터다.

최민혁이 확인한 홈런성 타구의 아치가 머릿속에 그려졌는데 최민혁은 그 타구가 아슬아슬하게 펜스를 넘길 거 같았다.

‘그렇다면.....’

최민혁은 일단 펜스까지 내달렸다. 그런데 펜스 앞에서도 최민혁은 달리던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최민혁은 그대로 펜스와 정면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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