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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52화 (5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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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원래 오지석은 크로노스 2번 타자까지 잡고 6회초를 깔끔히 마무리 지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7회 초에 최민혁을 상대로 마지막 승부를 펼쳐 볼 여산 이었다. 그런데 빗맞은 내야 안타로 인해 최민혁을 6회 초에 만나게 되자 살짝 긴장한 기색을 보였다. 바로 그때 타이탄스의 감독 윤동준이 마운드로 올라왔다.

“자신 없으면 얘기 해.”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는 윤동준 감독에게 오지석이 질끈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아니지만 결과가 말해주고 있었다. 그의 공이 최민혁에게 먹히지 않는 단 사실을 말이다. 오지석이 말이 없자 윤동준 감독이 오지석의 글러브 속에 들어 있던 공을 빼내며 단호하게 말했다.

“내려 가.”

오지석은 그런 윤동준 감독을 빤히 쳐다보았다 이내 고개를 돌리곤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리고 윤동준 감독이 마운드에서 시간을 끄는 동안 불펜에서 몸 풀던 투수 중 한 명이 마운드로 올라왔다.

펑! 펑! 펑!

그 투수는 마치 시위라도 하듯 거의 150Km/h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연습 투구에서 뿌려댔다. 그걸 보고 당연히 크로노스 덕 아웃은 웅성거릴 수밖에 없었다.

“저 녀석은 원성우잖아?”

“원성우면 대화 이글스의 마무리 그 원성우?”

“교통사고로 은퇴했다더니 타이탄스에 있었어?”

올해로 33살이 된 원성우는 4년 전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그때 허리를 다친 그는 더 이상 마운드에 오를 수 없었다. 하지만 은퇴 후 원성우는 수술과 재활을 통해 몸을 만들었고 작년부터 타이탄스에서 투구를 시작하며 재기의 기회를 노렸다.

작년 그는 6경기에 클로저로 투입 되어서 6경기 모두 실점 없이 틀어막으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런데 새해 첫날 세이브 상황도 아닌 6회 말에 난데없이 윤동준 감독이 그를 불러 말했다.

“한 명만 잡아 줘.”

그 말은 지금 마무리 투수인 자신에게 원 포인트 릴리프가 되란 소리였다. 감독의 지시니 원성우는 바로 몸을 풀었지만 의아함을 감추진 못했다.

원성우는 현재 대화 이글스의 마무리 투수였을 때 기량의 90%를 회복한 상태였다. 다만 아쉬운 건 150Km/h을 훌쩍 넘었던 구속이 140Km/h 중후반으로 떨어졌단 건데 원성우는 그걸 제구와 변화구로 충분히 커버 해 낼 자신이 있었다.

원성우가 연습투구를 마치자 곧장 타석에 크로노스 타자가 들어섰다.

“오오!”

원성우도 덕 아웃에서 경기를 지켜 본 터라 크로노스에서 유일하게 2득점을 혼자 올린 타자를 알아보았다. 그를 보자 원성우는 왜 감독이 자신을 마운드에 올렸는지 알거 같았다.

크로노스에서 가장 위협적인 존재를 감독은 원성우로 하여금 제압해 주길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 타자는 현재 크로노스에게 있어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런 희망이 짓밟히면 크로노스는 스스로 붕괴 될 터였다.

‘하여튼 감독님도 은근히 잔인하다니까.’

원성우는 이미 연습투구에서 윽박을 질러 놓았다. 사회인 야구단 선수들이 140Km/h 중후반대 공을 언제 경험해 봤겠는가? 아마 타석의 타자는 원성우가 초구로 빠른 직구를 던질 거라 예상하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원성우는 직구를 던질 생각이 없었다.

‘체인지업!’

직구와 같은 투구 동작으로 던지지만 패스트볼에 비해 시속이 10~16km 정도 떨어져 움직임에 변화를 주는 변형 패스트볼인 이 체인지업에 상대 타자의 배트가 헛돌 수밖에 없을 터였다.

‘가라.’

포수와 사인 교환까지 끝낸 원성우는 키킹 후 스트라이드까지의 동작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리고 그의 손끝을 떠난 공이 포수의 미트를 향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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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도 바뀐 투수의 초구를 노리란 말 정도는 알았다. 그리고 아주 순수하게 그 말대로 초구를 때릴 생각을 했다. 문제는 구종인데 이미 타자로서 보유 능력인 선구안은 써 먹은 최민혁이었다. 그래서 혹시나 투수로써 보유 능력인 타구안을 바뀐 투수에게 사용해 봤는데 세나가 쓸 수 없다고 했다. 저 투수가 타석에 설 일은 없을 거라면서.

“쳇!”

그렇다면 순수하게 현재 자신의 능력만으로 바뀐 투수를 상대해야 한단 소린 데 뭐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살면 될 일이었다.

앞선 타석에서 3루타를 칠 때도 빠지는 공인데도 쳐 낸 자신이 아니던가? 문제는 지금 상대하는 투수의 공이 앞 서 상대한 투수보다 훨씬 빠르단 건데.

‘뭐 고민한다고 달라 질 것도 아니고 내 능력치를 믿자.’

이럴 때 쿨한 그의 성격이 타석에서 도움이 되고 있었다. 최민혁이 타석에서 자세를 고쳐 잡자 주심이 투수에게 콜을 보냈다. 그러자 투수가 바로 와인트 업 후 공을 던졌고 최민혁은 130Km/h 중후반의 느린공을 향해 냅다 배트를 돌렸다.

따악!

정타에 완벽한 스윙, 허리와 팔이 자연스럽게 돌아가며 제대로 된 팔로우 스윙이 이뤄졌다. 팔로우 스윙이 정확하면 타구에 힘이 실려 더 멀리까지 뻗어나간다.

맞는 순간 그라운드에 있는 사람들은 그 공이 펜스를 넘어 갈 거란 걸 다 알 수 있었다. 아름다운 아치를 그리며 공이 우측 단장을 훌쩍 넘어가는 걸 보고 최민혁이 느긋하게 배트플립 후 1루로 뛰기 시작했다.

“허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타이탄스 윤동준 감독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나정 히어로즈에서 잠깐 타격코치 생활을 한 윤동준 감독은 미국 메이저 리그 샌디에고 파드레스 구단의 초청으로 코치 연수를 다녀왔다. 그 후 그를 타격코치로 영입하려는 프로 구단은 많았지만 윤동준 감독은 코치보다는 감독이 되길 원했다. 그래서 사회인 야구단이지만 타이탄스를 맡았고 그 타이탄스는 올해 독립구단으로 거듭 나게 될 터였다.

타격에 관한 누구보다 보는 눈이 예리한 윤동준 감독이었다. 그의 눈에 베이스를 돌고 있는 최민혁의 튼튼한 하체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다리가 저 정도는 돼야지.”

이미 윤동준 감독의 타자 최민혁에 대한 분석은 끝나 있었다.

“타격의 정확성과 파워를 만들기 위해서는 원활한 체중이동과 순차적인 힘의 전달 그리고 몸통이 회전하는 시점에 확실하게 고정된 기준이 필요한데 최민혁은 왼손 타자이기 때문에 오른쪽 다리가 회전에 필요한 기준 축 역할을 하고 있고........”

타격은 직선 에너지를 회전에너지로 바꾸는 운동으로 준비자세에서 왼쪽다리로부터 만들어진 에너지를 오른쪽다리로 이동시켜 몸통이 회전 하며 파워를 가중시킬 때 회전의 중심축인 오른다리는 흔들림 없이 견고하게 버텨야 했다.

“타격자세를 학문적으로 분석할 때 와인드업- 프리스윙- 스윙(빠른,중간,늦은)- 팔로우 드로우 4구역으로 나누는데 와인드업 구간은 보통 준비자세로 앞다리를 움직이는 스트라이드 동작까지를 의미하는데 최민혁은 왼쪽 다리 안쪽(내전근)에 힘을 주어 투수 방향으로 힘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상하 체의 균형이 너무 좋아. 그뿐 아니라 최민혁의 정교함과 파워의 원천은 스윙구간에 있는데...........프리 스윙구간은 스트라이드 후 뒷다리에서 만들어 낸 에너지를 앞다리의 회전축을 발판 삼아 더 큰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그때 견고하고 힘 있는 회전축이 되어줄 오른발이 땅에 단단하게 지탱해 주어야 하지.”

타자는 앞발을 땅에 견고하게 디딘 후, 그 발을 회전축으로 삼아 몸을 돌리기 시작하는 데 땅에 견고하게 디딘 발의 비트는 힘을 통해 움직이는 몸의 근육에 의해 상당한 양의 에너지가 생긴다. 야구 물리학에 따르면 배트는 0.1초 동안 타자의 몸, 즉 엉덩이와 몸통, 어깨가 회전하면서 타격자세를 취한 후 0.2초 동안에 일어난 병진에너지와 회전에너지의 대부분을 배트로 보낸다.

스윙 구간에서 배트에 볼이 맞는 순간 오른발은 흔들림 없이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어야 볼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다. 또한 몸통을 비틀어 힘을 만들어 내는 동작이기도 하기 때문에 회전의 기준인 오른발은 컨텍의 핵심이 된다.

일반인이 배트를 가지고 스윙을 해보면 앞다리를 단단히 고정시키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는데 더군다나 프로 투수들의 빠르고 변화가 많은 볼에 대처하며 앞다리를 단단하게 고정 시키는 것은 더욱 쉬운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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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스 윤동준 감독이 최민혁의 타격에 반쯤 넋이 나가서 그를 분석하고 있을 때 최민혁 다음 타석에 들어선 이정길이 원성우의 패스트 볼에 3구 삼진을 당하면서 6회 말이 끝났다.

원래 원포인트 릴리프인 원성우를 윤동준 감독이 불펜의 다른 투수로 교체를 해야 했는데 최민혁 때문에 넋이 나가 있다 보니 깜빡했고 원성우는 최민혁에게 맞은 홈런의 분풀이를 그 다음 크로노스의 4번 타자인 이정길에게 했다. 공 3개로, 그것도 쳐 보란 듯 한 가운데에 던지면서 말이다.

“에이. 씨.....”

덕 아웃으로 돌아와서 포수 장비를 착용하는 이정길의 입에서 절로 욕이 튀어나왔다. 그도 알았던 것이다. 상대 투수가 최민혁에 대한 분풀이를 자기에게 한 걸 말이다. 하지만 그는 팀의 4번 타자였다. 4번 타자가 그런 모욕을 당했으니 이건 단순히 그 혼자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었다. 팀 전체의 수치였다.

그 때문일까? 10대 2에서 10대 4로 2점을 따라 붙은 크로노스였지만 선수들 얼굴에 그늘이 졌다. 불과 좀 전까지 지고 있더라도 밝았던 덕 아웃의 분위기도 갑자기 침울해졌고 말이다.

당연히 최민혁도 그런 팀 내 분위기를 읽었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글러브 챙겻 수비에 나서는 것뿐이었다.

따악!

7회 초가 시작 되자마자 타이탄스 타자들이 크로노스 투수를 두들겨댔다. 3루타에 연타석 홈런을 맞고 나자 크로노스의 감독은 투수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그때 마운드의 크로노스 감독은 최민혁을 보고 입맛을 다셨다.

최민혁이 마운드만 오른다면 미쳐 날 뛰는 타이탄스 선수들을 순한 양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나마 불펜에서 나온 크로노스의 투수는 언더핸드 스로(underhand throw) 였다. 크로노스 감독이 이 투수를 마운드에 올린 건 이어질 타이탄스의 타자들이 전부 우 타자들이었기 때문이었다.

크로노스 감독의 이 선택은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았다. 첫 타자를 상대로 언더핸드 스로 투수가 땅볼을 유도해 낸 것이다. 하지만 다음 타석에서 안타를 맞았다. 투수 옆을 스치며 중앙을 관통하는 깨끗한 적시타였다.

아무래도 우 타자가 언더핸드 스로 투수를 상대하기가 까다로운 건 사실인 모양이었다. 하긴 공이 워낙 낮게 제구 되어 들어오니 치기가 힘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선지 대놓고 배트를 휘둘러 대던 타이탄스 타자들이 정교하게 배트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우 타자지만 안타를 맞았고. 하지만 이 역시 땅볼 타구였기에 크로노스 감독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선택에 만족해하며 말이다. 하지만 타이탄스의 중심 타자는 강했다.

따악!

우타자지만 언더핸드 스로(underhand throw), 서브마린, 잠수함 투수든 가리지 않고 정타를 때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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