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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51화 (5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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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그때 포수가 타임을 외치고 마운드로 향했다.

“뭐 하러 올라 와?”

오지석이 글러브로 입 주위를 가린 채 날카롭게 말했다. 그러자 포수가 엉뚱한 소릴 내뱉었다.

“이따 점심 때 햄버거나 먹읍시다.”

새해 첫날이다. 떡국이면 모를까 햄버거라니? 오지석이 피식거리자 그제야 포수가 말했다.

“긴장 풀어요. 형의 슬라이더는 최고라고요.”

그 말 후 오지석의 어깨를 토닥거려 준 뒤 포수는 자신의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그런 포수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던 오지석은 어느 새 긴장이 풀려 있었다. 포수는 이번에도 슬라이더 사인을 냈고 오지석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흐으읍!”

깊게 숨을 들이마신 오지석이 와인드업 후 공을 뿌렸다. 앞서 와 같은 바깥쪽으로 빠져 나가는 슬라이더였다.

투 볼에서 무조건 스트라이크를 잡아야 하는 투수였다. 놀림수가 있는 타자라면 배트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오지석의 공이 앞서와 다른 점은 이번엔 제대로 제구가 됐다는 점이었다. 공은 스트라이크 존을 아슬아슬하게 타며 밖으로 빠져 나갔다.

‘좋았어.’

오지석도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만족했다. 제대로 긁힌 것이다. 베스트 슬라이더가 포수의 미트로 향했다.

아쉬운 점은 지금이 투 볼이 아니라 투 스트라이크였다면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 세울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오지석은 이 공을 통해 앞서 던진 두 개의 실투를 머릿속에서 지울 수 있었다. 이제 다음 투구 때에는 최민혁을 상대로 제대로 된 직구도 던질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러나 그의 그런 생각과 동시에 날카로운 타격 음이 울려왔다.

딱!

휙!

타구는 빠르게 그의 우측 공간을 갈랐다.

“어?”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어떻게 바깥으로 빠지는 공이 배트에 맞고 우측 라인을 타고 날아가더니 펜스를 때렸다. 하지만 오지석의 뒤쪽에서 부산스런 소리가 들렸고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어느 새 최민혁이 2루를 돌고 있었다.

펜스 플레이에 실수가 있었던지 공은 아직 2루로 오지 못했고 되레 최민혁이 3루로 냅다 뛰었다.

“3루! 3루!”

유격수가 악을 쓰며 소리를 치자 우익수가 던진 공을 받은 2루수가 3루로 공을 던졌다.

촤아아아!

최민혁이 능숙하게 슬라이딩을 했고 그의 발이 먼저 3루 베이스를 밟았다. 그 뒤 공을 받은 3루수가 뒤늦은 태그를 하는 걸 보고 오지석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하아!”

최민혁은 3루심에게 타임을 요구하고 잠시 베이스에서 벗어나서 크로노스 주루 코치와 히히거리는 걸 보고 오지석의 배알이 뒤틀렸다.

홈런에 이어서 3루타!

이러면 오지석도 상대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불어 자신에게 천적 타자가 생겨 난 거 같아 기분이 나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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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이 타자로서 능력치를 끌어 올렸다고는 하지만 아직 타자로서 미숙했다. 특히 변화구의 경우 많이 접해 보지 않다보니 공략해 낼 자신감이 없었고 타격 시 임팩트 타이밍과 지점을 잡기가 까다로웠다. 하지만 그가 괜히 포인트를 써가며 구입한 능력치가 아니었다. 타석에 서는 순간 그 능력치가 제 값을 했다.

슬라이더를 손쉽게 감별해 냈고 당연히 빠지는 슬라이더는 그냥 두었다. 그런데 투수가 3구까지 슬라이더를 던졌다.

2구까지면 모를까. 이미 최민혁의 눈에 다 익은 슬라이더를 3구까지 던지다니. 스트라이크 존에서 빠지는 슬라이더지만 배트를 내면 충분히 때릴 수 있는 공이었다.

스윙!

최민혁의 배트가 물 흐르듯 휘둘러 정확히 배트에 공을 맞췄다. 빠지는 공이다보니 배트 중심에 맞추진 못했지만 그 보다 약간 밑에 맞아도 제대로 맞은 공은 우측 라인을 타고 쭉 뻗어 나갔다.

최민혁은 때리고 나서 바로 배트를 버리고 냅다 뛰었다. 그렇게 그가 1루 베이스에 거의 다다랐을 때 펜스를 때린 공이 불규칙하게 튀면서 타이탄스의 우익수가 더듬거렸다. 순간 최민혁은 1루 베이스를 밟고 돌면서 타자의 보유 능력 중 하나인 전력 질주를 사용했다.

파파파파팟!

그러자 최민혁의 발이 더 빨리 움직였다.

파앗!

순식간에 2루를 돌아서 3루로 내달리는 최민혁을 보고 타이탄스 2루수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나왔다.

“어엇!”

최민혁은 3루 베이스만 보고 죽어라 뛰었고 적당한 타이밍에 슬라이딩을 했다. 그리고 그가 3루 베이스를 밟고 나서야 중계된 공이 3루수의 글러브에 들어왔다. 한참 뒤늦게 3루스가 최민혁을 태그 했는데 본척만척도 하지 않는 3루심이었다.

“우와아아아!”

“역시 믿을 맨 최민혁!”

“그걸 3루타로 만들어 내다니.”

“주루 플레이 끝판 왕이다.”

크로노스 덕 아웃에서 그를 칭찬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자 최민혁이 쑥스러워 하자 3루 근처 크로노스의 주루코치가 걱정스런 얼굴로 말했다.

“최 선수. 살살 좀 해요. 그러다 다치기라도 하면...... 무슨 말인지 아시죠?”

자신을 걱정해 주는 주루코치의 말에 최민혁이 환하게 웃었다.

“네. 그럴게요. 너무 흥이 나서 저도 그만.......하하하하.”

크로노스의 주루 코치도 실제 코치는 아니다. 사회인 야구단에 감독 외에 투수, 타격 코치도 없는 데 주루 코치가 가당키나 한가? 주루코치 역시 사회인 야구단 소속 선수일 뿐이었다. 실력이 좀 떨어져서 매 경기 뛰지는 못하고 결원이 생기면 간간히 뛰는 그였지만 천생 야구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대한민국 국보급 투수 최민혁과 나란히 서서 얘기를 나누고 있으니 이 얼마나 영광스런 일이란 말인가? 두 사람 다 공통분모인 야구가 있었기에 대화는 시종 화기애애했다.

주루코치가 슬라이딩 할 때 묻은 최민혁의 유니폼의 먼지도 털어주고 분위기 좋게 몇 마디 더 주고받을 때 3루심이 끼어들었다.

“경기 합시다.”

그러자 최민혁이 죄송하다며 3루 베이스로 돌아갔고 주루코치도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자신의 원래 자리로 돌아가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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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스 감독 윤동준은 최민혁이 첫 타석에 이어서 두 번째 타석에서도 완벽에 가까운 타격을 선보이자 혀를 내둘렀다.

“허어. 이거 참......”

투수에 이어서 타자로서 최민혁이 천재란 사실을 이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때 마침 불펜에서 잠시 나온 유명철과 윤동준의 눈이 마주쳤다. 유명철은 그 보란 듯 웃었고 윤동준은 그런 유명철을 보고 허탈하게 웃음만 지어 보였다.

따악!

그때였다. 크로노스의 4번 타자가 시원하게 외야로 공을 날렸고 최민혁이 태그업 (tag up)하려 3루 베이스를 밟고 뛸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타이탄스의 중견수가 그 공을 잡자 최민혁이 뛰기 시작했고 중계 된 공은 끝내 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최민혁이 먼저 홈 플레이트를 밟을 걸 알았기에 2루수가 중간에 끊은 것이다.

“나이스! 2점째다.”

“오늘도 펄펄 나네. 날아.”

“그 기운 좀 우리한테 나눠줘요. 최 선수.”

“정길아. 너도 잘했다.”

“맞아. 잘 받아쳤어.”

득점을 올리고 귀환하는 최민혁과 희생타로 타점을 올리며 돌아 온 이정길을 덕 아웃의 크로노스 선수들이 열렬히 환영했다.

스코어 2대 0!

하지만 그 점수는 큰 의미가 없었다. 막강 타이탄스의 타선 앞에서 말이다. 타이탄스 타자들은 감독의 지시에 따라 크게 방망이를 휘둘렀고 대부분의 타구가 센터로 향했지만 그 이외의 곳으로 날아가는 공도 있었다.

“어어!”

그리고 그 중에는 아예 펜스를 넘기는 타구도 있었고 말이다. 5회 초에 타이탄스는 2루타 하나, 3루타 하나에 홈런 두 개를 묶어 4득점을 하면서 단숨에 역전을 시켰다.

촤아아아!

그런 가운데 최민혁은 악착같이 뛰어서 슬라이딩까지 해 가며 안타 성 타구를 잡아냈다. 동시에 그의 눈앞에 간결한 상태창이 떴다.

[획득 포인트 +10. 타자 총 포인트: 190]

앞선 타석에서 3루타로 +30에 수비에서 파인플레이로 +30을 획득한 최민혁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덕 아웃으로 향했다.

5회 말 6번 하위 타선부터 시작 된 크로노스의 공격은 맥없이 삼자범퇴로 끝났다. 최민혁은 겨우 숨 좀 돌리고 나자 다시 수비에 나서야만 했다. 하지만 힘든 만큼 포인트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기에 그의 얼굴에는 힘든 티가 전혀 나지 않았다. 최민혁이 센터의 자기 자리에 섰을 때 6회 초 타이탄스의 공격이 시작 됐다.

따악!

초구부터 노렸던지 타이탄스 타자의 방망이가 매섭게 돌아갔고 맞는 순간 최민혁도 알 수 있었다.

‘이건 넘어갔다.’

그래서 최민혁도 일부러 움직이지 않았다. 크게 호선을 그린 타구는 최민혁의 머리 위를 훌쩍 넘어 전광판을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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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에 4실점 이후 크로노스의 선발투수 김선학의 투구 폼이 급격히 무너졌다. 타이탄스 타자들은 작심을 한 듯 김선학의 공에 크게 배트를 휘둘러댔고 맞을 때마다 타구가 쭉쭉 뒤로 뻗어 나가니 김선학으로서도 멘탈이 붕괴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자신이 배팅 볼 투수가 된 기분이랄까?

그런 김선학을 달래러 배터리 이정길이 마운드를 올라갔지만 소용없었다. 6회 초구를 통타당한 김선학은 타구가 전광판을 때리는 대형 홈런으로 이어지자 그대로 마운드에 주저앉았다.

그걸 본 크로노스의 감독이 곧장 주심에게로 가서 몇 마디 말을 했고 불펜에서 투수가 나오자 김선학이 고개를 푹 숙인 체 마운드를 내려왔다. 하지만 투수가 바뀌었다고 달라 질 건 없었다.

따악!

타이탄스의 타자들은 바뀐 투수도 여지없이 두들겼다. 그 결과 6회 초에 2루타 2개, 3루타 하나, 홈런 3개를 묶어서 6득점을 올렸다.

최민혁은 6회 초에도 2개의 파인 플레이를 선보이며 센터에서 그물망 수비의 진면목을 선보였다.

[획득 포인트 +10. 타자 총 포인트: 210]

어제와 차이라면 어제는 수비에서 파인 플레이시 +20을 획득했는데 오늘은 +10밖에 주지 않았다. 대신 타석에서의 포인트는 어제와 동일 한 거 같았다.

최민혁은 포수 파울 플라이로 이닝이 종료 되자 덕 아웃으로 뛰어갔다. 6회 말은 9번부터 타순이 시작하는데 혹시 몰랐기에 최민혁은 배트를 챙겨 뒀다.

타이탄스의 선발 투수 오지석은 최민혁에게 홈런와 3루타를 허용한 거 이외에 크로노스 타자를 단 한 명도 루상에 내보내지 않고 있었다.

그런 호투는 6회 말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9번 타자를 루킹 삼진으로 잡고 1번 타자를 땅볼로 돌려 세운 오지석은 이번에도 삼자범퇴를 확신했다.

틱!

그런데 볼카운트 1-2 상황에서 오지석이 던진 포크볼을 크로노스 2번 타자가 배트에 억지로 맞췄는데 그 공이 3루 라인을 따라 흘렀다.

“놔둬!”

3루수가 잡는다고 해도 1루로 송구해서 타자를 잡기엔 늦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오지석이 3루수에게 공을 잡지 말고 그냥 두라고 소리쳤다. 저러다 라인 밖으로 나가면 파울이니 말이다. 그런데 그 타구는 라인을 물고 멈춰 섰다.

“젠장.....”

그 사이 크로노스의 2번 타자는 여유 있게 1루 베이스를 밟고 지나갔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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