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에이스-50화 (5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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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타이탄스의 포수가 사인을 내자 오지석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지석이 타자를 잡을 때 가장 많이 쓰는 변화구 슬라이더! 이제는 마운드에 서서 눈 감고도 던질 수 있는 구종이었다.

와인드업 후 길게 왼 다리를 앞으로 내 뻗으면서 시원스럽게 오지석이 공을 던졌다. 공은 홈 플레이트 앞에서 타자 바깥쪽으로 흘렀다. 그런데 타자가 가만히 서 있었다. 마치 공이 빠질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어쭈?”

그걸 보고 오지석은 타자가 나름 배터리의 볼 배합을 눈치 챘음을 알 수 있었다. 보기와 달리 머리가 좀 돌아간단 얘기였다. 그렇다면 역으로 상대해 줄 필요가 있었다.

‘어디 칠 테면 쳐 봐라.’

오지석은 직접 포수에게 사인을 넣었다. 포심 패스트볼을 한 가운데 넣겠다고 말이다. 타이탄스의 포수도 상대 타자가 배터리의 볼 배합을 예측하고 기다렸단 사실을 눈치 챘기에 오지석의 결정을 받아드렸다.

퍽퍽!

주먹으로 미트를 쥐어박은 타이탄스의 파이팅 넘치는 포수가 스트라이크 존 한 가운데 미트를 내밀었다. 오지석은 그 미트를 보고 있는 힘껏 공을 던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의 공이 포수의 미트에 틀어박힐 걸 말이다.

따악!

하지만 그 보다 먼저 튀어 나온 배트가 그의 공을 때렸다. 상대 타자의 허리가 멋스럽게 돌아갔고 배트가 어깨 뒤로부터 아름다운 곡선을 그렸다. 그때 상대 타자의 시선은 공에 고정 되어 있었는데 잠시 그렇게 멍하니 타석에 서 있던 타자가 움찔하더니 뒤늦게 뛰기 시작했다.

제법 잘 맞은 타구였기에 오지석은 재수 없으면 안타, 아니면 외야에서 뜬공으로 처리될 거라 여기며 천천히 몸을 뒤로 돌렸다.

그때 타이탄스의 중견수가 공을 쫓아 뛰는 게 오지석의 눈에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중견수가 펜스 앞에서 멈춰 섰고 다이렉드로 뻗어 나간 타구는 그대로 펜스 밖 전광판 하단을 때렸다.

타앙!

그렇게 깨부술 듯 세차게 전광판을 때린 공은 다시 그라운드로 넘어 왔는데 그 공을 중견수가 집어서 신경질적으로 펜스 너머로 던져 버렸다.

“.................”

1회에 터진 홈런으로 인해 그라운드에 침묵이 흘렀다. 홈런을 때린 타자는 1루를 돌아서 천천히 2루로 뛰고 있었는데 그라운드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집중 되었다.

“와아아아아!”

뒤늦게 크로노스의 덕 아웃에서 환호성이 일었고 그들은 곧 홈런 타자를 맞이하기 위해 홈 플레이트 쪽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곤 홈을 밟는 타자를 격하게 반겼다.

“잘했습니다.”

“역시 최민혁!”

“이렇게 되면 3연타석 홈런인거지?”

최민혁과 크로노스 선수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덕 아웃으로 향할 때 그 장면을 보고 오지석은 바득 이를 갈았다.

“두고 보자.”

오지석은 다음 타석에서 복수를 다짐하며 크로노스의 4번 타자를 상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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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1회 초 투 아웃 상황에서 타석에 등장하는 타이탄스의 3번 타자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딱!

그러다 타석의 그 3번 타자가 크게 배트를 휘둘렀고 공은 센터로 쭉 뻗어왔다.

파파파파팟!

최민혁은 처음 날아오는 공의 궤적을 보고선 뒤돌아서 무작정 뛰었다. 그리고 그가 펜스 앞에서 멈춰 섰을 때 그의 오른 팔이 그의 머리 위로 올라갔다.

턱!

그리곤 떨어져 내리던 타구가 그가 뻗은 오른 팔의 오른 손에 끼고 있던 글러브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와우! 완전 빠지는 2루타 성 타구를 잡아 내셨네요. 훌륭한 플레이에 보상 포인트가 지급 됩니다.]

세나의 말 이후 바로 최민혁의 눈앞에 간결한 창이 떴다.

[획득 포인트 +20. 타자 총 포인트: 20]

최민혁은 마수걸이에 흡족해 하며 글러브 속 공을 빼내서 2루수에게 던졌다.

쐐애애액!

최민혁이 던진 공은 족히 50미터를 다이렉트로 쭉 날아가서 2루수 글러브에 꽂혔다. 과히 무시무시한 어깨가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이닝을 끝낸 최민혁은 덕 아웃에서 헬멧과 배트를 챙겼다. 3번 타자인 그는 무조건 1회 말에 타석에 서야 했으니까. 그런데 타이탄스의 투수의 실력이 상당했다.

“까다로운 스타일이로군.”

물론 빠른 공을 가지지 못했기에 프로 무대에 서기엔 무리가 있는 투수였다. 최민혁이 보기에도 저 정도 제구력과 변화구로는 프로 타자들을 압도하긴 어려워 보였달 까? 하지만 지금 크로노스 타자들이 상대하기에 타이탄스의 투수는 상성이 정말 나빴다. 그걸 증명하던 앞 선 두 타석의 타자들이 삼진과 뜬공으로 맥없이 물러났다.

최민혁은 곧장 타석에 섰고 어떻게 저 투수를 공략 할지 생각했다. 그러다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난 듯 최민혁이 피식 웃었다.

‘허허실실(虛虛實實)! 그래. 그거다.’

최민혁은 아무 생각 없이 초구에 대차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두 번째 공은 그냥 서서 지켜보았고. 그러자 상대 투수가 얼굴을 찡그렸다. 그걸 보고 최민혁은 생각했다.

‘허(虛)는 제대로 찌른 모양이네. 그렇다면 이제 실(實)을 취해 볼까’

최민혁은 세나에게 타자의 보유능력인 선구안을 쓰겠다고 알렸다. 그러자 세나가 바로 말했다.

[포심 패스트 볼이 한 가운데로 날아 올 거예요.]

세나의 말을 듣고 난 최민혁의 배트를 쥔 손에 힘이 불끈 들어갔다. 최민혁은 타자의 또 다른 보유능력인 한방 스윙을 쓰려다 말았다. 어제 오늘 나름 힘들게 획득한 포인트를 소진해 가며 끌어 올린 타자로서의 능력치들을 믿고 말이다.

최민혁은 가운데로 몰린 130Km/h 초반대의 직구를 통타 했다. 배트에 맞은 순간 아무 손맛도 없었다. 그저 허공을 가른 느낌?

타구는 완만한 아치를 그리지 않았다. 뭐든 꿰뚫어 버릴 듯 한 드라이브 성 타구였다. 그 타구를 멍하니 쳐다보던 최민혁은 뒤늦게 아차 싶어 뛰었다. 하지만 뛰던 그의 발이 이내 느려졌다. 타구가 거의 다이렉트로 전광판 하단을 때린 것이다. 최민혁은 1루를 밟고 돌면서 생각했다.

‘이래서 홈런, 홈런 하는구나.’

뛰는 와중에 최민혁의 척추를 타고 찌릿하니 흥분감이 일었다. 그 쾌감이 최민혁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 내며 그의 몸을 급속 충전 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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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에 터진 느닷없는 홈런!

그 여파는 컸다. 타이탄스의 윤동준 감독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고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던 유명철은 그 보란 듯 ‘씨익’ 웃었다. 역시 자신의 눈은 틀리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시합은 계속 이어졌다.

최민혁에 이어서 크로노스의 4번 타자가 타석에 섰다. 그는 포수 이정길이었다. 앞선 타석에서 최민혁이 뜬금 포를 날린 탓에 이정길은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부웅!

그래서 욕심을 냈고 그건 오지석 배터리에겐 좋은 먹잇감 밖에 될 수 없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바깥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에 배트가 나간 이정길은 신경질적으로 배트를 그라운드에 내려쳤다. 하지만 포수인 그는 다른 선수들보다 챙길 게 많았기에 서둘러서 움직여야 했다.

그렇게 1회가 끝나고 2회 초가 시작 될 때 타이탄스 감독이 이례적으로 타자들을 불러 모았다. 타이탄스는 자율 야구를 추구했다. 그래서 웬만해선 감독이 경기에 개입하는 일은 없었다. 특히 크로노스 같이 사회인 야구단에서도 수준이 떨어지는 팀의 경우 감독 없이도 경기를 치렀었다. 그런데 윤동준 감독이 개입했다는 건 뭔가 있단 얘기였다.

“자자. 상대가 약하다고 우습게보지는 말고. 호랑이는 토끼를 잡을 때에도 최선을 다한다. 뭐 그렇다고 아직 작전 같은 걸 구사할 생각은 없다. 쳐라. 가능한 크게. 그 타구가 센터로 날아가면 더 좋고.”

타자들을 불러 놓고선 윤동준 감독은 횡설수설했다. 하지만 그의 의도는 확실하게 선수들에게 전달되었다.

시원한 공격 야구! 그것도 자잘한 내야 안타 말고 굵직굵직한 장타로 승부를 내자는 얘기로 타자들에게 들렸다.

딱!

그 때문인지 몰라도 유독 뜬 볼이 많이 나오는 타이탄스였다. 그 덕에 그라운드에서 죽어나는 건 최민혁이었다.

“젠장! 또 야?”

센터로 날아오는 공을 보고 최민혁이 죽어라 뛰었다.

촤아아아!

멋지게 슬라이딩을 하면서 떨어지는 공을 캐치 한 최민혁이 공이 든 글러브를 위로 들어 올렸다.

“와아아아!”

그의 멋진 플레이에 환호성이 일었고 최민혁은 그 소리를 들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때 그의 머릿속에 세나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대단해요. 벌써 안타성 타구를 4개나 잡아냈네요. 보상 포인트가 지급 됩니다.]

곧바로 최민혁의 눈앞에 간결한 창이 떴다.

[획득 포인트 +20. 타자 총 포인트: 130]

앞서 홈런에 +50, 중견수로서 안타성 타구를 잡아 낸 게 4개로 각 +20해서 이제 최민혁의 타자로서 포인트가 130점이 된 것이다.

최민혁의 이 호수비로 4회 초가 끝났기에 최민혁은 곧장 덕 아웃으로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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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말에 최민혁의 솔로포로 1점을 낸 이후 크로노스 타선은 침묵을 이어갔다. 2회 말, 3회 말 공격에서 크로노스 타자들은 타이탄스의 에이스 오지석에게 농락당했다. 두 회 모두 삼자범퇴, 4삼진에 땅볼 2개. 타구는 좀 체 내야를 벗어나질 못했다. 그렇게 최민혁 이외에 이렇다 할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 가지 못하던 크로노스의 4회 말 공격이 시작 되었다.

2, 3, 4번으로 타순은 일단 좋았다. 하지만 크로노스의 2번 타자가 맥없이 선 채 삼구삼진을 당하면서 팀 분위기에 찬 물을 확 끼얹었다. 그런 가운데 오늘 두 팀을 통 틀어서 첫 타점이나 득점을 기록한 최민혁이 배터 박스에 들어섰다. 그런 최민혁을 보고 마운드 위의 오지석이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아직 그의 머릿속에는 1회의 그 뜬금포가 뿌리 깊게 각인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번엔.....내가 반드시 잡고 만다.’

나름 설욕을 하겠다고 별렀지만 혹시 이번에도 맞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일었다. 그런 불안감이 오지석을 더 긴장케 만들었다. 그때 타석에서 타격 자세를 취하는 최민혁을 보고 오지석은 묘한 압박감을 받았다.

타자로 그에게 이 정도 압박을 줄 수 있는 선수는 사회인 야구단에선 드물었다. 오지석은 결국 그 압박감에 못 이겨서 투구 판에서 살짝 발을 뗐다.

“후우웁!”

그렇게 로진백을 쥔 채 잠시 호흡을 고른 오지석은 들고 있던 로진백을 뒤로 던지고 다시 투구 판을 밟고 섰다. 그리곤 포수의 사인을 확인한 후 고개를 끄덕이고는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휙!

그가 팔을 휘두르고 공이 날아갔다. 구종은 슬라이더. 바깥쪽으로 많이 빠지는 공이었다. 타석의 최민혁은 타석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볼!”

두 번째 공도 마찬가지로 같은 슬라이더가 홈 플레이트에서 많이 빠진 채 포수 미트에 박혔다.

“볼!”

노 스트라이크 투 볼로 볼 카운트가 투수에게 많이 불리해 진 상황.

“젠장.....”

오지석이 짜증 섞인 목소리와 함께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는 원래 두 번째 던진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를 잡으려 했었다. 하지만 최민혁에게 위축 된 그의 몸이 그의 머리를 따라 주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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