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재벌에이스
공은 그물망 한가운데 피칭존이 그려진 표적지에 똑같은 코스 없이 날아왔다. 때문에 최민혁은 매순간 날아오는 공에 신경을 집중해야만 했다.
따악!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민혁이 때려낸 타구가 스크린을 향해 쭉 뻗어 나갔다.
퍼억!
그런데 타구에 실린 힘이 상당했다. 마치 스크린을 찢기라도 할 듯 말이다. 확실히 최민혁이 포인트로 능력치를 구입하기 전과 후의 격차는 컸다. 이전이 초보 타자였다면 이후는 거의 프로급 타자의 타격이 나오고 있었다. 단지 아쉬운 건 스크린의 투수는 기계란 점이었다.
볼은 빨라도 구질은 볼품없었다. 볼 끝도 마찬가지고. 때문에 때리는 맛은 확실히 진짜 투수가 던지는 만 못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따악!
철퍽!
제대로 맞은 공이 스크린을 때리고 튕겨 나와 그 공이 최민혁 발치로 굴러왔을 때였다.
[50개의 공을 전부 안타 코스로 때려냈습니다. 마스터의 정교한 타격에 감복하며 보상 포인트를 지급합니다.]
“보상 포인트라고?”
세나가 왜 스크린 야구장에 가자고 했는지 알거 같았다. 세나의 주목적은 최민혁의 성장. 타자로 최민혁이 성장하자 아낌없이 보상 포인트를 지급한 것이다.
최민혁이 세나가 지급한 보상 포인트가 얼마인지 궁금해 하자 바로 그의 눈앞에 간결한 상태창이 떴다.
[획득 포인트 +50. 타자 총 포인트: 50]
그러니까 최민혁이 여기서 공을 때려도 포인트가 쌓인단 얘기였다. 하지만 그 뒤 세나는 조용했고 최민혁은 열심히 타격에 매진했다. 그 결과 그의 손목이 뻐근해질 때까지 배트를 휘둘렀는데 세나는 감감무소식이었다.
“젠장......”
역시 쉬운 일, 거저는 없었다. 녹초가 된 최민혁이 철퍼덕 연습장 바닥에 주저앉았을 때 그제야 세나가 반응을 했다.
[한계치까지 타격 훈련을 하셨습니다. 그 노고를 치하하면서 보상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완전 체력이 방전 되어 버린 최민혁은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 싫었다. 하지만 이 정도 녹초를 만들어 놨으면 세나가 대체 얼마의 보상 포인트를 지급했는지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그의 생각을 읽은 듯 간결한 상태창이 최민혁 눈앞에 떴다.
[획득 포인트 +50. 타자 총 포인트: 100]
스크린 야구장에서 100포인트나 획득한 건 상당한 성과로 볼 수 있었다. 문제는 최민혁이 너무 무리하게 타격 훈련을 한 탓에 체력이 완전 다 빠져 버렸단 점이었다. 좀 쉬면 괜찮아 질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때 세일(Sale)의 여왕 세나가 말했다.
[체력을 원상태로 한 번에 회복 시켜 주는 약이 있는 데 하나 구입 하실래요?]
최민혁이 스크린 야구장에서 체력을 모두 소진하며 획득한 100포인트를 그냥 두고 보지 못하는 세나였다.
-----------------------------------------------
자신에게 약을 팔려는 세나 때문에 최민혁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아까운 포인트를 체력 회복하는 데 쓸 생각은 전혀 없었다. 빠진 체력이야 쉬고 기다리면 어차피 돌아오게 되어 있었으니까.
최민혁은 겨우 몸을 일으킬 수 있자 스크린 방을 나가 휴게실로 갔다. 거기 자판기에서 이온 음료 하나를 뽑아 마시자 빠르게 체력이 회복 되어갔다.
“후우. 이제야 살겠네.”
그때 최민혁의 눈에 시계가 보였다. 오후 4시 50분!
“이제 곧 5시네. 31일 오후 5시......”
순간 최민혁의 눈이 번뜩였다.
“그 해 마지막 날 오후 5시면......”
바로 박규철 회장이 그 해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의 사업을 구상하는 시간이었다. 그러니까 지금쯤 박규철 회장은 자신의 서재에서 계열사 사장들과의 비밀회의를 거의 끝마쳐 가고 있을 터였다.
“오성 그룹 박규철 회장의 신년 계획을 읽을 수 있다면......”
최민혁이 시간을 체크하며 냉철한 사업가의 상태창을 열었다.
-기본 정보
이름: 최민혁(男)
나이: 27세
신장: 185cm
몸무게: 87kg
직업: 냉철한 사업가
직장: 무직
직위: 없음
포인트: +1,250
기본 창이 열렸다가 사라지고 곧 최민혁이 원하는 상세 창이 열렸다.
-냉철한 사업가
총 자산: 530,678,565,340원
투자처: 대정정밀
보유 능력: 선견지명(1단계), 능력빙의(1단계), 매력 덩어리(1단계)
아이템: 저용량 아공간 주머니(1m X 1m X 10m)
최민혁이 대정정밀 주식을 15억원 매수한 것 때문인지 총 자산이 그 만큼 줄고 투자처에 대정정밀이 올라있었다.
오늘 최민혁은 냉철한 사업가의 보유 능력 중 능력빙의를 아직까지 사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최민혁은 바로 그 능력빙의를 조금 이따 시간을 봐서 박규철 회장에게 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가 그해를 마무지 짓고 새해에 어떻게 오성 그룹을 이끌어 나갈지 큰 그림을 그리는 그 순간 말이다. 분명 중요한, 돈 될 만한 정보들을 박규철 회장을 생각 중일 터였다. 그것들만 최민혁이 자기 것으로 만들어도 내년에 그가 하고자 하는 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내가 아는 한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아. 5시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서재에 박 회장이 혼자 있는 시간은 딱 30분. 그 이후 박 회장은 가족들과 저녁을 먹은 뒤 자신이 가장 아끼는 여자들과 그 해 마지막 밤을 즐기러 그곳에 가지.”
그곳은 박 회장만의 안가, 혹은 아방궁으로 불리는 모처로 거기서 박 회장은 여자들을 불러서 즐겼다. 그러니까 5시 30분 이후 박회장에게 능력빙의를 써 봐야 얻을 건 골치 아픈 박회장 일가에 대한 정보나 여성편력이 심한 박 회장의 변태적이 취향만 알 수 있을 뿐이었다.
“타이밍이 중요해.”
최민혁의 능력빙의의 사용 시간은 딱 10분이었다. 최민혁은 시간이 딱 5시가 되자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하지만 아직 능력빙의를 사용하지 않았다.
-------------------------------------------------
최민혁은 누구보다 박회장을 잘 안다고 자부했다. 그런 그의 자신감에는 자신과 그가 비슷한 성격이란 점도 작용했다. 자신이라면 어떻게 했을 거라 생각하면 박 회장도 여지없이 그가 생각한 행보를 취했었다. 핏줄, 혹은 유전적인 것이 어디 가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런 근거로 최민혁은 집중해서 생각했다.
‘지금쯤이면 박회장은 로얄석의 주인들을 다 서재 밖으로 내 보내고 혼자 서재에 있을 테지. 그들에게 잔소리 꽤나 했을 테니 목이 마를 테고....... 가볍게 와인 한 잔. 그리곤 자신의 책상으로 가서 의자에 편하게 기대앉아서 눈을 감고........ 바로 지금이다.’
최민혁이 박회장에게 능력빙의를 사용할 것을 암시하자 세나가 바로 그 요구를 받아들였다.
최민혁의 머릿속으로 박 회장의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오오!”
순간 최민혁의 입이 벌어지고 그 입은 10분이 지날 때까지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로부터 정확히 10분 뒤 최민혁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10분 동안 소기의 목적을 충실히 달성한 것이다. 마지막 10여초 때 박 회장은 오늘 밤에 데려 놀 여자들을 생각했다. 그런데 그 여자들 중에 전혀 예상 밖의 여자가 한 명 섞여 있었다.
‘그녀가 왜.....’
최민혁은 의아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최민혁은 박 회장의 내년 계획을 머릿속에 다시 한 번 정리를 했다. 워낙 기억력이 좋은 그다 보니 박 회장의 기억들을 날짜별로 잘 구분해서 머릿속에 하나 빠짐없이 전부 다 기억을 시켰다.
물론 박 회장의 정보 중에는 최민혁이 활용하기 어려운 게 많았다. 최민혁이 국내 굴지 그룹인 오성 그룹의 회장 박규철은 아니었으니까. 박 회장의 신년 구상 중 절반은 오직 그 이기에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하지만 최민혁이라면 그런 일에서도 이익이 될 만한 걸 찾아내서 자신의 사업이 성장 하는 데 이용해 먹을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좋았어. 이걸로 내년 내 사업은........ 절반은 성공인 셈이야.”
최민혁은 박 회장의 내년 사업 구상들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환하게 웃었다. 그때 스크린 야구장의 직원이 최민혁에게 다가왔다.
“손님. 시간 다 됐는데요.”
“네? 벌써요?”
최민혁이 여기 온지 벌써 3시간이 흐른 것이다. 최민혁은 스크린 야구장 직원이 자기가 썼던 방을 치우러 그 방에 들어가는 걸 보고 그곳을 나왔다. 그곳 전용 주차장에 세워 둔 자신의 차에 오른 최민혁은 곧장 집으로 향했다.
출퇴근 시간에다 연말의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도로가 꽉 막혔다. 답답한 상황이지만 최민혁은 느긋했다. 박규철 회장의 기억 중 빼낸 정보들을 다시 한 번 되새김질도 하고 머릿속으로 세나와 야구에 대한 얘기도 나누며 말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란 말이 있듯이 최민혁은 급박한 상황이나 위기의 순간 더 냉철하게 생각하고 판단했다. 그래서 젊은 나이에 대기업 임원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고 말이다. 그런데 세일의 여왕 세나는 그 상황에 교묘하게 말을 돌리면서 끈질기게 최민혁에게 포인트를 쓰게 만들려고 했다. 그게 어찌나 집요한지 최민혁은 결국 세나의 설득에 넘어가고 말았다.
“알았어. 그럼 그렇게 해.”
[호호호호. 잘 생각 하셨어요. 좌투 상대 컨택과 파워와 우투 상대 컨택과 파워의 능력치가 각각 +2씩 상승하면서 포인트는 2x5x4=40, 타자로 보유 중인 포인트 중 40포인트를 쓰셨습니다.]
세나의 설명 뒤 역시나 간결한 상태창이 바로 떴다.
[소비 포인트 +40. 타자 총 포인트: 60]
최민혁이 스크린 야구장에서 획득한 포인트 중 40포인트를 썼음을 확인하자 바로 세나가 타자 상태창을 띄웠다.
-야구선수(타자)
수비포지션: 없음
유형: 좌타 클러치 히터
좌 투 상대 컨택: 70
좌 투 상대 파워: 70
우 투 상대 컨택: 70
우 투 상대 파워: 70
번트: 50
배팅 클러치: 50
스피드: 50
송구 정확도: 50
스틸: 50
수비 범위: 50
보유 능력: 한방 스윙(1단계), 전력 질주(1단계), 선구안(1단계)
아이템: 손목 보호대
좌투 상대 컨택과 파워와 우투 상대 컨택과 파워의 능력치는 70이후 10포인트 당 능력치 1이 상승함으로 남은 60포인트로 각 능력치를 +1씩 더 올릴 수 있었다. 세나는 또 그걸 하라고 최민혁을 설득하기 시작했는데 그가 막 그녀에게 넘어가기 직전 그의 차가 집에 도착했다.
----------------------------------------------
최민혁은 아쉬워하는 머릿속 세나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곧장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집은 썰렁했다. 최민혁은 일단 보일러를 켜서 집안을 훈훈하고 만들곤 부엌에서 들어가 밥을 안쳤다.
최민혁의 모친, 그러니까 돌아가신 차성국의 모친은 늘 밥심이 중요하다시며 그에게 꼭 밥을 해 주셨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차성국은 혼자 있더라도 꼭 밥을 해먹었다. 그가 요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알고 보면 이 밥과 연관이 깊었다.
“뭘 해 먹나?”
여동생도 정동진에 가고 없는 마당에 혼자 끼니를 해결해야 했기에 뭘 거창하게 차려 먹긴 좀 그랬다. 냉장고를 열고 그 안을 살피던 최민혁의 눈에 순두부가 보였다. 최민혁은 뚝배기를 꺼내서 그 혼자 먹을 만큼의 순두부찌개를 끓였다.
“캬아. 시원하다.”
순두부찌개 간을 본 최민혁의 입에서 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순두부찌개가 칼칼하고 얼큰하게 잘 끊여졌다. 최민혁은 마지막으로 다진 파와 함께 계란 한 개를 순두부찌개 위에 톡 떨어트린 뒤 요리를 마무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