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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데스페라도에선 첫 타자부터 대타를 냈다. 이에 크로노스도 금방 직장을 마치고 달려 온 싱싱한 어깨의 투수를 마운드에 올렸고 말이다. 그 결과는 크로노스의 승리였다. 바뀐 투수의 초구를 노린 데스페라도의 대타가 친 공이 3루 베이스를 맞고 튀어 올랐는데 그걸 최민혁이 왼손으로 잡아서 다이렉트로 송구한 것이다.
“아웃!”
데스페라도의 대타는 힘껏 뛰었지만 송구가 워낙 빠르고 정확하다보니 아웃이 될 수밖에 없었다.
[획득 포인트 +10, 타자 총 포인트: +310]
이때 최민혁의 눈앞에 어김없이 간결한 상태창이 떴다. 이렇게 되자 분위기가 급격히 크로노스 쪽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다음 타석의 데스페라도의 타자가 1, 2루 사이를 가르는 안타를 치고 1루 베이스를 밟으면서 다시 데스페라도의 기세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1-2점 차도 아니고 3점차를 뒤집는 건 쉽지 않았다.
다시 데스페라도에서 대타가 나왔고 다행히 안타를 쳐서 1사 1, 2루 상황. 여기서 데스페라도의 투수 유명철이 타석에 섰다.
유명철은 끈질기게 크로노스의 투수를 괴롭힌 끝에 포볼로 진루에 성공했다. 1사 만루 상황.
여기서 홈런 한 방이면 역전이었다. 하지만 최민혁이 만들어 낸 그랜드슬램은 그리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데스페라도의 타자가 노리고 쳤지만 그 공은 우익수 뜬공으로 끝났고 3루 주자가 택업 해서 홈으로 들어와 점수는 1점을 만회했다. 그러나 아직 2점 차 리드를 이어가고 있던 크로노스는 데스페라도에서 낸 대타에게 2루수 앞 땅볼을 유도해 내는 데 성공했다. 2루수가 그 공을 잡아서 1루로 던지면서 경기는 끝났다.
“우와아아. 우리가 이겼다.”
승리한 크로노스의 덕 아웃은 축제 분위기였고 그 속에 있던 최민혁도 그들과 같이 승리의 순간을 만끽했다. 그때 최민혁의 머릿속에 세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승리를 축하합니다. 승리 공헌도가 20%를 넘어섰음으로 승리 수당을 지급합니다.]
이어 눈앞에 간결한 상태창이 떴다.
[획득 포인트 +50, 타자 총 포인트: +360]
그러니까 고척돔 마운드에 한 번 서 보려고 여기 온 최민혁은 얼떨결에 사회인 야구단의 시합에 참가해서 360포인트나 획득하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불로소득이나 마찬가지였다.
“최 선수.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상호 인사를 나눈 뒤 크로노스 감독이 최민혁에게 말했다.
“아닙니다. 덕분에 좋은 경험 했습니다.”
사실 경기 중 크로노스 소속의 선수들이 더 합류 했지만 크로노스 감독은 최민혁을 계속 뛰게 했다. 왠지 그러면 이 경기를 잡을 수 있을 거 같아서 말이다. 그런 그의 예감은 적중했고 최민혁의 활약 덕에 사회인 야구단의 강팀 데스페라도를 상대로 승리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고맙네요. 이건 제 명함인데 혹시 선탠 할 일 있으시면 찾아 주십시오. 싸고 확실한 서비스 약속드립니다.”
그렇게 크로노스 감독의 명함을 받은 최민혁은 잠깐 생각하더니 덕 아웃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덕 아웃에 있던 크로노스 선수들의 가족 중 아이의 노트를 찢어서 거기다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적어서 그걸 크로노스 감독에게 건넸다.
“제 전화번홉니다. 혹시 오늘 같이 선수 필요하시면 찾아 주십시오.”
“네?”
최민혁의 전화번호를 받은 크로노스 감독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에게 최민혁이 웃으며 말했다.
“아시겠지만 전 투수로는 못 뜁니다.”
그 말 후 최민혁이 방망이 휘두르는 포즈를 취하며 말했다.
“쓸 만한 빳타 필요하시면 불러 주십시오. 하하하하.”
최민혁의 웃음에 크로노스 감독도 일단 따라 웃었다. 그리고 최민혁이 준 그의 전화번호가 적힌 노트 쪽지를 호주머니 속에 조심스럽게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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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이 크로노스 감독에게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알려 준 건 일종의 사전 포섭, 아니 약을 친 것이다. 오늘 같은 연말 중에서도 그 마지막 날인 31일에 야구를 할 정도면 내일 신년 1일에도 이들은 오늘처럼 야구를 할 공산이 컸다.
신정이라고 해 봐야 딱히 할 일도 없는 최민혁으로서는 야구를 해서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다면 내일도 얼마든지 여기 올 수 있었다. 경기가 끝나자 점심시간이 훌쩍 넘어 있었다. 최민혁은 크로노스 선수 가족들이 챙겨 온 도시락을 같이 먹었다. 하지만 크로노스의 뒤풀이 회식 자리에 끼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죄송하지만 제가 일이 좀 있어서.....”
크로노스 선수들이 최민혁을 잡았지만 그는 양해를 구하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야구를 할 때 그들은 팀 동료들이지만 사적인 자리에서는 그의 팬일 공산이 컸다. 그들에게 최민혁과 같이 회식을 하면 영광이겠지만 최민혁에겐 거북한 자리일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회식 자리에 술이 빠질 리 없을 터. 술이 들어가면 팬들도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위험한 자리에 최민혁이 꼭 낄 필요는 없었다.
어째든 최민혁은 고척돔의 그라운드는 실컷 밟아보았지만 마운드에 서보지는 못하고 그곳을 떠나야 했다.
그런데 고척돔을 막 지나 교차로에서 최민혁의 눈에 확 띠는 간판이 있었다.
“스크린 야구장?”
그때 세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2014년에 서울 방이동에 직영 1호점이 생긴 후 현재 1조원 규모로 성장한 스크린 야구를 모른다니 사업가 맞아요?]
“미안. 난 체인점은 관심 밖이라. 얘기는 들은 적이 있어. 스크린 골프처럼 야구장도 생겼다고 말이야.”
[야구는 전형적인 ‘관람형’ 스포츠로 ‘직접 즐기는’ 스포츠로서는 한계가 크죠. 날씨, 장비, 인원 등 환경 조건이 많아 쉽게 즐기기가 워낙 어렵고 사회인 야구단으로 활동한다고 해도 비용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 제약은 여전하니까요. 그래서 개발 된 것이 야구 배트의 호쾌한 ‘딱’소리를 즐길 수 있는 스크린야구장이죠. 시간도 많은데 한 번 가요.]
“그럴까?”
최민혁은 신호가 바뀌자 일단 직진 했다가 유턴해서 다시 교차로가 거기서 좌회전 한 후 근처 스크린 야구장의 전용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그곳에 차를 주차 시키고 스크린 야구장이 있는 5층 건물의 2층으로 올라갔다. 31일이지만 평일이라선지 스크린 야구장에 빈자리는 있었다.
최민혁은 넉넉히 세 시간을 끊고 스크린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기기에 다가가 130Km/h의 구속을 설정했다. 사회인 야구단의 투수들의 평균 구속이 120Km/h 정도란 얘기를 듣고 그 보다 좀 높게 정한 것이다.
최민혁은 유명철의 140Km/h 대의 공도 때린 만큼 더 빠른 공도 칠 수 있었지만 공을 칠 수 있는 것과 제대로 치는 건 차이가 있었다.
최민혁은 오늘 세나의 도움으로 타자로써의 맹활약을 했지만 그가 초보 타자란 건 변하지 않았다.
일단 내일 크로노스 감독이 최민혁을 불러 줄 경우를 대비해서 배팅 훈련을 해 놓을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공을 칠 준비를 끝낸 최민혁은 배트 끝으로 발판을 눌렀다. 그러자 스크린 화면 속 투수가 멋진 투구 폼으로 하얀 공을 냅다 던졌다.
파앗!
스크린을 뚫고 나온 공이 순식간에 홈 플레이트 한 복판을 지나 그물망으로 사라졌다.
“오오! 진짜 같네.”
최민혁은 신기해하며 스크린을 쳐다보았다. 확실히 구속을 130Km/h로 잡아서 그런지 유명철이 던진 패스트볼만큼은 빠르진 않았다. 하지만 스크린과 타석 간의 거리가 짧아서 속도감은 그에 못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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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이 살피기로 홈 플레이트에서 스크린까지 거리는 대략 8-9미터 정도. 그러니까 실제 투구거리(18.44m)의 절반이 조금 안 되는 거리였다.
이전 최민혁의 지식에 따르면 타자들은 보통 투수가 던진 공이 절반 정도 날아왔을 때 타격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그 거리가 절반으로 줄었으니 배트를 내는 타이밍이 배는 빨라질 필요가 있었다. 그러려면 스윙 궤적을 줄일 필요가 있었다.
‘그러면 왼팔을 옆구리에 바짝 붙이면 되는 건가?’
이어 오른발을 가볍게 들며 타이밍을 맞춰 보았다. 그 뒤 공이 날아왔고 최민혁은 간결하고 빠르게 배트를 휘둘렀다.
틱!
2구째 날아든 공은 배트 윗부분을 스치고 뒷 그물을 때렸다.
티악!
3구 역시 배트 윗부분에 맞았지만 2구째보다 제법 둔탁한 소리를 냈다.
따악!
그리고 4구부터 공이 최민혁의 배트에 정확히 맞기 시작했다.
따악! 따악! 따악! 따악!
그렇게 최민혁이 배트에 공을 정확히 맞추길 다섯 번 하자 세나가 반응했다.
[좋아요. 역시 배팅 감각이 뛰어나시네요. 하지만 이 정도 수준으로 프로에서 뛰긴 어렵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세나의 세일(Sale)이 또 시작 되었다. 세나는 최민혁이 포인트를 획득하면 그냥 두질 않았다.
“포인트로 타자의 능력치를 구입하란 얘기로군.”
[맞습니다. 투수와 달리 타자의 경우는 기대치가 워낙 낮기 때문에 포인트 당 상승 능력치가 대 5입니다.]
“그 말은 5포인트에 상승 능력치가 1이란 얘기야?”
[네. 역시 이해가 빠르시네요. 오늘 타자로 활약하면 획득하신 +360포인트로 무려 능력치 360을 끌어 올릴 수 있습니다. 단 이 수치로 구입은 능력치 70까지이며 70부터는 투수와 같이 10포인트에 1 능력치가 올라갑니다. 또한 90부터는 100포인트에 능력치 1이 올라가고 말입니다. 어떻게 당장 구입하시겠습니까?]
그 말 후 세나는 최민혁에게 타자의 상태창을 띄웠다.
-야구선수(타자)
수비포지션: 없음
유형: 좌타 클러치 히터
좌투 상대 컨택: 50
좌투 상대 파워: 50
우투 상대 컨택: 50
우투 상대 파워: 50
번트: 50
배팅 클러치: 50
스피드: 50
송구 정확도: 50
스틸: 50
수비 범위: 50
보유 능력: 한방 스윙(1단계), 전력 질주(1단계), 선구안(1단계)
아이템: 손목 보호대
역시 세나는 최고의 장사꾼이었다. 눈앞에 타자의 상태창을 보자니 최민혁은 능력치 구입 욕구가 확 치밀었다.
최민혁이 눈앞의 상태창을 자세히 살피니 당장 타자로서 필요한 능력치는 컨택과 파워 같았다.
상대하는 투수가 좌, 우완일 때로 나뉘는 이 능력은 모두 네 유형으로 최민혁은 각기 +18씩 능력치를 올려 네 개의 능력치를 모두 68까지 끌어 올렸다. 그러자 세나가 상큼한 목소리로 말했다.
[좌투 상대 컨택과 파워와 우투 상대 컨택과 파워의 능력치가 각각 +18씩 상승하면서 포인트는 18x5x4=360, 타자로 보유 중인 포인트를 전부 소진하셨습니다.]
세나의 친절한 설명 뒤 역시나 간결한 상태창이 바로 떴다.
[소비 포인트 +360. 타자 총 포인트: 0]
그렇게 최민혁이 오늘 획득한 포인트를 다 썼음을 확인하자 바로 세나가 타자 상태창을 띄웠다.
-야구선수(타자)
수비포지션: 없음
유형: 좌타 클러치 히터
좌 투 상대 컨택: 68
좌 투 상대 파워: 68
우 투 상대 컨택: 68
우 투 상대 파워: 68
번트: 50
배팅 클러치: 50
스피드: 50
송구 정확도: 50
스틸: 50
수비 범위: 50
보유 능력: 한방 스윙(1단계), 전력 질주(1단계), 선구안(1단계)
아이템: 손목 보호대
타자의 상태창에 좌 우 투 컨택과 파워를 모두 확인한 후 최민혁은 다시 기기 앞으로 가서 난이도를 조정했다. 세미프로, 즉 140Km/h이상의 패스트 볼을 던지게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