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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42화 (4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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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허어. 참....”

데스페라도 감독은 크로노스 선수들과 글러브를 부딪쳐 가며 환하게 웃는 얼굴로 상대 덕 아웃으로 들어가는 최민혁을 한참 넋 놓고 바라보았다. 이때 최민혁은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눈앞에 뜬 간결한 상태창을 보고 웃음이 절로 났다.

[획득 포인트 +50, 타자 총 포인트: +200]

뒤이어 세나의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을 울려왔다.

[최초로 병살 수비에 성공하셨습니다. 잘하고 있어요. 이대로 쑥쑥 포인트를 뽑아내세요.]

세나의 격려의 말에 최민혁은 투지가 활활 불 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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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 초를 무사히 넘기고 8회 말 크로노스의 공격이 시작 되었다. 하지만 6번 하위 타선부터 시작하는 터라 크로노스 감독도 선수들도 8회에 더 득점을 올릴 수 있을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오히려 9회 초 데스페라도의 공격을 어떻게 틀어막을지 고심 중이었다. 그래서 크로노스의 감독은 타석에 나설 타자들 보다 불펜 투수들에게 더 신경을 쓰고 있었다. 어째든 불펜에서 2점 이상만 내어주지 않으면 크로노스가 이기는 경기였으니까. 이때 크로노스의 6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후욱! 후욱!”

그는 호흡을 고르며 공을 기다렸다. 그런 그의 얼굴은 잔뜩 상기 되어 있었고 꽉 다문 입에선 치고자 하는 투지가 팍팍 느껴졌다. 그때 마운드 위의 유명철이 온몸을 이용한 와인드업 후 공을 뿌렸다.

퍼엉!

속구에 미트가 터질 듯 울었다.

부웅!

허공을 가르는 크로노스 6번 타자의 배트. 그는 치고 싶었지만 칠 수가 없었다. 그 정도로 유명철의 공은 빨랐다. 거기다 직구 타이밍에 훅 들어오는 커브까지. 그야말로 언터처블이었다.

쐐애애액!

유명철이 온몸을 비틀었다가 풀면서 휘두른 채찍이 타자에게 날아들었고 타자는 자기도 모르게 겁에 질려 몸을 뒤로 뺐다

퍼엉!

타자 몸 쪽에 바짝 붙은 포심 패스트볼에 주심은 여지없이 스트라이크를 콜 했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유명철은 무슨 생각인지 8회 초에 마운드에 오르자 전력투구를 하고 있었다. 그 희생양이 된 크로노스의 6번 타자가 삼진으로 타석에서 물러나고 7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런데 마운드의 투수는 타자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의 시선은 온통 대기 타석에 서 있는 거구의 남자에게 쏠려 있었다. 6회 말 그에게 만루 홈런을 때려 낸 그 타자에게 말이다. 바득 이를 갈 던 유명철의 시선이 홈 플레이트 뒤 포수에게로 향했다. 이어 포수 사인이 나오자 유명철은 바로 투구 자세를 취했다. 이제 한 타자만 더 잡으면 그에게 쓰라진 만루포를 날린 타자를 상대할 수 있을 터였다.

퍼엉!

퍼엉!

퍼엉!

유명철은 직구 세 개로 크로노스의 7번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덕 아웃으로 향하는 타자가 유명철을 쏘아보았지만 유명철은 그런 타자에겐 관심도 없었다. 그의 시선은 오로지 대기 타석에 있는 타자에게 집중 되어 있었다. 유명철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타석에 들어서는 최민혁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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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타석에서 최민혁은 아까부터 자신을 쏘아보는 데스페라도의 투수 때문에 신경이 거슬렸다. 하지만 뜬금포가 만루포가 되면서 역전을 허용한 투수라면 저 정도로 자신을 째려 볼 만하단 생각이 들었다. 자기라도 그랬을 테니 말이다. 물론 대한민국 최고 에이스 최민혁이 만루포를 허용할 리도 없었을 테지만.

근데 문제가 있었다. 앞선 타석에서 최민혁은 타자의 보유 능력 중 두 개를 이미 써 먹었다. 한방 스윙이나 전력 질주는 매 경기 당 한 번 밖에 쓸 수 없었으니까. 선구안이 있다지만 그것도 지금 상황에서 쓰기에 좀 애매했다.

앞선 타석에서 최민혁은 데스페라도 투수의 3구를 선구안으로 알아봤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선구안의 경우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최민혁이 이번 타석에서도 데스페라도 투수의 3구를 선구안으로 알아본다고 치자. 그런데 데스페라도 투수가 3구째 공을 뺀다거나 유인구를 던질 경우 아직 초보 타자인 최민혁이 그 공에 대응하기가 어려웠다. 그때 허무하게 최민혁의 앞 타석의 타자가 데스페라도 투수의 삼구에 삼진을 먹었다. 그걸 보고 최민혁이 대기타석에서 타석으로 향했는데 그때 데스페라도 투수 유명철과 최민혁이 눈이 딱 마주쳤다.

“아아!”

순간 최민혁의 뇌리에 떠오른 게 있었다.

‘세나. 투수의 보유능력을 지금 쓸 수 있어?’

그 물음에 세나가 바로 대답했다.

[물론 가능합니다. 강심장은 바로 쓰실 수 있고 무쇠팔은 타격에 그다지 도움이 될 거 같지는 않군요. 타구안의 경우 타자에 한해서만 적용이 됩니다.]

세나의 그 말에 최민혁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그래. 타자에 한해서만 적용 된다 이거지?”

최민혁은 타구안을 마운드 위 데스페라도의 투수 유명철에게 사용했다. 앞선 8회 초 데스페라도의 공격에서 유명철은 타자로도 나왔었다. 그 점을 최민혁이 머릿속에 상기 시키자 세라가 기가 찬다는 듯 말했다.

[잔머리가 잘 돌아가시네요. 투수지만 타석에 섰기에 데스페라도의 투수 유명철에게 타구안이 사용 됩니다.]

그리고 최민혁의 머릿속에 10초 동안 유명철의 생각이 읽혀졌다.

-초구부터 노리고 들어올지 몰라. 그러니 초구는 빼고, 2구는 최대한 바깥쪽으로 붙여 스트라이크를 잡고, 3구는 좀 높게 던지자. 그 다음 상황을 볼 카운트를 봐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으로 투 스트라이크를 잡고....결정구는 싱커다.

최민혁은 타구안을 통해 마운드 위의 유명철의 생각을 읽었지만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유명철은 최민혁이 선구안을 쓸 수 있는 3구의 공 중 두 개의 공을 빼고 하나는 바깥쪽 꽉 찬 스트라이크를 던지겠다고 하고 있었다.

현재 최민혁의 타격 능력으로 제구 된 바깥쪽 꽉 찬 볼은 잘 쳐 봐야 파울 아니면 땅볼이었다. 이러면 최민혁의 선구안이 별 쓸모가 없게 되는 셈이었다.

‘어쩌지?’

주심에게 타임을 외치고 잠깐 배터 박스를 나온 최민혁은 가볍게 배트를 휘두르며 생각했다.

‘결정구로 싱커를 던진다고 했겠다? 그렇다면.....’

최민혁은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난 듯 ‘씨익’ 웃으며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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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철은 자신이 생각 한 바대로 공을 던졌다. 상대가 초구를 노릴 수 있기에 유인구를 던진 것이다.

부웅!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상대 타자의 배트가 힘차게 나왔다.

‘좋았어.’

유명철은 속으로 쾌재를 외치며 2구를 준비했다. 2구 역시 생각했던 대로 바깥쪽에 꽉 찬 포심을 던졌다.

퍼엉!

“스트라이크!”

이번에 상대 타자는 넋 놓고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마치 예상치 못했다는 듯 말이다. 그걸 보고 유명철은 그제야 웃었다.

“역시 별거 아니었어.”

6회 말의 만루포는 뜬금포 임이 확실했다. 순간 유명철은 욕심이 생겼다.

‘그래. 여기서 3구로 삼진을 잡으면.....’

확실한 복수가 될 터였다. 유명철은 포수에게 직접 사인을 넣었다. 결정구인 싱커를 던지기 위해서. 이때 타석의 최민혁은 3구째 선구안을 사용했다.

[싱커가 한 복판으로 들어오겠네요]

세나의 말을 듣고 최민혁은 쥐고 있던 배트를 더 꽉 잡았다. 그리고 그의 입술이 살짝 실룩 거릴 때 유명철이 와인드업 하는 게 최민혁의 눈에 보였다.

최민혁은 지금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앞서 초구에 배트를 휘둘렀다. 그리고 2구 스트라이크는 그냥 지켜만 보았고 말이다. 이러면 유명철이 3구째에 결정구인 싱커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그 예상은 딱 들어맞았다.

쐐애애액!

높게 형성 된 공이 빠르게 날아와서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급격히 떨어졌다. 투수로 싱커의 특성을 잘 아는 최민혁은 살짝 무릎을 굽혔다.

싱커는 스트라이크존 높이에서 그라운드와 수평을 이루어 때리기 좋은 직구처럼 보인다. 그래서 타자는 공이 자신의 무릎 높이에 올 것으로 생각하고 스윙을 하게 되지만, 배트가 홈플레이트에 이를 때쯤이면 공은 타자의 무릎보다 낮게 가라앉아 버린다. 빠르게 가라앉는 이 구질은 맞아도 땅볼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최민혁은 그 점을 알고 있었기에 아예 무릎을 굽힌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공을 보고 배트를 휘둘렀다.

최민혁은 고등학교 때 감독으로부터 타석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공을 보는 거란 얘기를 수없이 들었다. 그걸 상기하며 투수의 공에 집중한 최민혁은 공이 수박 만하게 보였다.

왜 타자들이 홈런 치는 날 공이 그렇게 보인다고 하지 않았던가? 최민혁은 그 수박을 향해 배트를 휘둘렀다.

따악!

경쾌한 타격음이 그라운드에 크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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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에 공이 맞은 거 같긴 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배트 스윙에서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때 그의 배트에 맞은 공이 까마득히 날아갔다. 쭉쭉! 그리고 고척돔의 좌측 펜스를 훌쩍 넘어 사라졌다.

“우와아아!”

“또 쳤어!”

“완전 대박! 최민혁 미쳤다.”

“투수 맞아? 이거 타자로 메이저 갈 기센데?”

양 덕 아웃이 환호성과 함께 시끌벅적했다. 최민혁은 타석에서 그걸 지켜보다 배트 플립을 했다. 메이저 리그 베이스볼(MLB)에서는 상대 투수를 자극한다는 이유로 금기시되고 있지만 한국 프로 야구(KBO)에서는 상관없었다.

최민혁이 배트 플립을 할 때 마운드 위 상대 투수는 계속 뒤돌아서 있었기에 그걸 보지도 못했다.

최민혁은 기분 좋게 그라운드를 돌았다. 그때 그의 머릿속에 또 다시 축포가 울리고 세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축하해요. 생애 첫 연타석 홈런! 시원하게 +100포인트가 쏩니다.]

세나의 말 후 간결한 상태창이 바로 이어서 떴다.

[획득 포인트 +100, 타자 총 포인트: +300]

최민혁은 지금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쉽게 300포인트나 획득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같은 팀이랍시고 홈플레이트 앞쪽에 크로노스 선수들이 줄을 서 있었다. 최민혁은 홈을 밟으며 그들과 기분 좋게 손뼉을 부딪쳤다. 홈런을 알리던 전광판에 스코어가 바뀌었다. 20대 23으로.

그때 데스페라도 감독이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투수를 바꾸진 않았다. 유명철은 최민혁 뒤 후속 타자를 상대로 화풀이를 했다.

펑!

펑!

펑!

어디 칠 테면 쳐 보란 듯 유명철이 한가운데 포심 패스트 볼을 3개박아 넣었고 크로노스의 타자는 억울하지만 자신의 기량으로 도저히 그 공을 쳐 내지 못했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구 삼진으로 크로노스의 타자가 타석에서 물러나면서 결국 8회 말 크로노스의 공격이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3점 차로 크로노스가 앞선 상황에서 9회 초 데스페라도의 마지막 공격이 시작 되었다.

여기서 데스페라도가 3점 이상 점수를 뽑지 못한다면 오늘 경기는 이대로 크로노스의 승리로 끝나게 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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