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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41화 (4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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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보통 사회인 야구단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의 구속은 120Km/h 언저리였다. 그런데 그보다 20Km/h가 빠른 투수의 공을 타석에서 직접 상대하는 타자는 죽을 맛일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자신이 없었다. 도무지 저 공을 배트에 맞춰 낼.

퍼엉!

2번째 속구가 이번에는 홈 플레이트에 살짝 걸치며 들어왔다.

“스트라이크!”

주심은 바로 콜을 하며 손가락 두 개를 펼쳤다. 크로노스의 타자는 잠깐 배터 박스에서 나가서 방망이를 휘둘러보고 깊게 심호흡을 했다. 그때 크로노스 덕 아웃에서 감독이 외쳤다.

“배트 짧게 잡고 맞추려고 노력 해 봐.”

크로노스의 감독도 유명철의 공을 크로노스 타자들이 공략하기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저 그가 아는 야구 지식 선에서 조언을 한 것이다. 그 말에 크로노스의 타자가 배트를 짧게 잡고 타석에 섰다.

그걸 보고 유명철은 피식 웃었다. 타자가 저렇게 배트를 짧게 잡아 주면 그로서는 고마운 일이었으니까.

유명철이 직접 사인을 내려 했는데 포수가 알아서 그 사인을 냈다.

‘역시........’

유명철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고 와인드업 후 공을 던졌다.

휘잉!

펑!

크로노스 타자의 배터가 허공을 가른 동시에 포수의 미트로 공이 빨려 들어갔다. 유명철의 홈플레이트에서 빠져나가는 슬라이더에 크로노스 타자의 방망이가 헛돈 것이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타자를 삼진 잡고 난 유명철이 보란 듯 그라운드 위에서 파이팅을 외쳤다.

“데스페라도 파이팅!”

“파이팅!”

그런 그의 외침에 데스페라도의 내 외야의 수비수들이 전부 호응하며 파이팅을 외쳐 댔다. 순간 만루포를 맞고 가라앉았던 데스페라도 팀의 사기가 확 치솟았다.

이제 6회 말 투 아웃 상황!

크로노스의 다음 타자는 타순 1번의 톱타자 배덕성이었다. 배덕성도 오늘 4타수 2안타에 볼 넷 두 개로 전 타석 진루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배덕성도 유명철처럼 선수출신이었다.

그는 프로 무대에서 뛰기까지 했지만 부상으로 부득이 선수생활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야구를 잊지 못한 그는 사회인 야구단에서 잃어버린 자신의 꿈에 대해 나름 대리만족을 하고 있었다.

배덕성도 유명철 못지않게 진심으로 야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명철의 빠른 공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배트를 내밀었다.

그 결과 배덕성은 유명철에게 10구를 던지게 만들었다. 배덕성은 유명철의 패스트볼을 초구와 2구 모두 걷어 내면서 먼저 유명철을 긴장케 만들었다.

그 뒤 포심 3개와 슬라이더 2개, 체인지업 2개를 더 던지게 만든 배덕성은 그를 잡기 위해 유명철이 던진 회심의 싱커에 방망이가 헛돌았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유명철의 싱커는 패스트볼과 유사했기에 배덕성도 속을 수밖에 없었다.

“휴우!”

만루 홈런 후 내리 두 명을 삼진으로 돌려 세운 유명철은 긴 한숨과 함께 마운드를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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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노스는 선발진 보다 불펜이 강했다. 때문에 6회부터 앞서가자 크로노스 감독은 불펜을 총 동원했다. 그래서 7회 초, 8회 초 데스페라도의 타선을 0점으로 꽁꽁 틀어막았다. 그리고 8회 말 공격만이 남았다. 9회 초에서 2점 차 리더만 지킨다면 말이다.

그렇다는 얘기는 크로노스도 7회 말에 중심타선에서 점수를 더 내지 못했단 말이었다. 유명철은 2번부터 시작하는 크로노스의 타자들을 상대로 내야 안타 하나를 내어 주었지만 2삼진과 유격수 앞 땅볼로 깔끔하게 이닝을 끝냈다. 그리고 6번 하위 타선부터 시작하는 크로노스 타자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마운드에 올랐다.

이번 이닝에서 유명철은 6회에 만루 홈런을 내 준 최민혁에게 복수를 꿈꿨다. 그런데 이때까지도 유명철은 자신이 홈런을 내어 준 타자가 오성 라이온즈의 에이스 최민혁인 줄 몰랐다.

유명철은 스파이크로 마운드를 슥슥 긁으며 배터 박스 밖의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길 기다렸다. 그리고 그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자 포수가 사인을 냈다.

슬라이더!

최승민은 바로 고개를 끄덕인 뒤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빠르게 포수 미트를 향해 공을 던졌다. 그런데 공이 좀 밋밋하게 가운데로 들어갔다. 초구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라면 하위 타선의 타자라도 충분히 공략이 가능한 공이었다.

부웅!

하지만 크로노스의 6번 타자는 방망이를 제대로 휘돌리지 못했다. 유명철의 빠른 공만 의식하고 있다 보니 배트가 더 빨리 나왔던 것이다. 그래서 한 가운데로 들어 온 공보다 먼저 배트가 허공을 가른 것이다.

그 뒤 유명철은 2구에 크로노스의 6번 타자가 칠만한 포심 패스트 볼을 몸 쪽으로 붙였다.

따악!

크로노스의 6번 타자는 그 공을 쳤지만 어차피 파울 라인으로 넘어갈 공이었다. 그리고 3구째에 유명철은 크로노스의 6번 타자가 칠 수 없는 빠르기의 포심 패스트 볼을 던졌다.

파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그렇게 6번 타자가 유명철이 던진 공 세 개에 삼진을 먹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덕 아웃으로 향했고 바로 7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런데 7번 타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크로노스의 7번 타자는 유명철이 앞선 6번 타자를 패스트 볼로 결국 윽박질러 삼진을 잡는 걸 보고 빠른 공을 노리고 타석에 들어섰다. 하지만 그런 타자의 의중을 간파한 데스페라도 배터리가 슬라이더, 체인지업, 슬라이더 순서로 변화구 위주의 투구를 하면서 크로노스의 7번 타자는 제대로 스윙도 못해보고 스텐딩, 루킹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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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 말이 끝나고 7회 초가 시작 되면서 최민혁은 다시 3루수로 그라운드에 섰다. 그 뒤 크로노스는 투수 2명을 동원해서 데스페라도의 타선을 막아냈다.

크로노스 감독은 교체한 투수가 안타를 맞자 바로 투수를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고 그것이 먹혀들었다. 투 아웃에 볼카운트 투 볼 투 스트라이크(2-2)! 투수의 유인볼이 조급한 데스페라도의 타자에게 먹혀들었다.

틱!

빗맞은 공이 3루수 앞으로 굴러왔고 최민혁은 쉬운 땅볼인지라 글러브에 공을 캐치해서 가볍게 1루로 던졌다.

펑!

그런데 최민혁에게 가벼운 송구가 사회인 야구단에선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워낙 정확히 1루수에게 날아간 공이라 크로노스의 1루수도 그 공을 잡긴 했지만 두 눈이 휘둥그레져 있었다.

“자자. 공수교대다.”

그렇게 이닝을 끝낸 크로노스의 투수가 제일 먼저 마운드에서 내려오면서 크로노스 내 외야 진들 수비수들도 덕 아웃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 중에는 최민혁도 섞여 있었는데 그는 어차피 다음 타석에 설 일이 없어서 느긋하게 화장실로 향했다.

최민혁이 보기에 자신은 운 좋게 홈런을 쳤지만 데스페라도의 투수 유명철의 공은 크로노스의 타자들이 쉽게 공략할 수 있는 그런 볼이 아니었다. 아마도 3-4타선 안에 이닝이 종료 될 터였다.

조용히 생각 할 것도 있고 해서 최민혁은 화장실 칸막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변기에 앉아 세나와 생각으로 대화를 시도하고 있을 때였다.

“최민혁이 진짜 대박 아냐?”

“역시 프로는 프로다 싶더라.”

“근데 명철이 형한테 얘기는 했어?”

“뭘?”

“그 형이 만루포 맞은 상대가 오성 라이온즈의 에이스 최민혁이란 거 말이야.”

“뭐 하러 그런 얘기를 해. 그 형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단단히 화나 있던데. 그 얘기까지 들으면 완전 뚜껑 열려 버릴 거야. 아무리 최민혁이라지만 투수한테 홈런 맞은 거잖아.”

“하긴 다음 타석에 보자고 단단히 벼르고 있던데.”

“야! 빨리 나와! 감독님이 불펜 몸 안 풀고 뭐하냐 신다.”

“에이 씨. 어차피 명철이 형이 다 던질 건데 우린 왜.....”

“그래도 모르잖아. 만약이란 게 있으니까. 가자.”

“어.”

가만히 듣다보니 상대 팀 데스페라도의 불펜 진 투수들인 모양이었다. 그들의 대화에서 최민혁은 상대 투수 유명철이 다음 타석에서 자신에게 복수라도 할 심산인 거 같았다. 그들이 나가고 나서 화장실 안이 조용해지자 최민혁이 세나에게 물었다.

“타자로서 이렇게 포인트에 후한 건 내가 역시 타자 초심자라서 그런 건가?”

앞서 최민혁이 땅볼을 처리 했을 때 그의 눈앞에 간결한 상태창이 떴었다.

[획득 포인트 +10, 타자 총 포인트: +150]

그때 최민혁은 생각했었다. 이렇게 수비수와 타자로 한 경기를 다 소화하면 대략 어느 정도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그의 타자로서 보유 능력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한 경기당 안타 하나 둘 정도는 칠 수 있을 테고 수비도 아마 수준에서는 보통 정도는 해 낼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봤을 때 최민혁은 한 경기당 최소 +100포인트는 획득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아무튼 최민혁의 질문에 세나가 대답을 했다.

[맞아요. 무슨 일이든 초보자에겐 관대한 법이죠. 그러니 초보자 일 때 부지런히 노력해서 포인트를 획득하세요.]

최민혁은 세나의 충고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왜 물들어 올 때 노저 으란 말도 있지 않은가? 지금 최민혁에게 물이 들어오고 있었다. 남은 건 힘차게 노를 젓는 것 뿐. 최민혁의 눈에 살짝 비장함이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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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의 예상대로 데스페라도의 투수 유명철은 크로노스 타자를 상대로 호투를 이어 나갔다. 운 좋게 내야 땅볼이 안타가 되었지만 그 외 크로노스의 타자들은 유명철을 제대로 공략해 내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7회 말이 끝나고 8회 초 데스페라도는 어떡하든 진루해서 득점을 만들어 내려 했다. 하지만 크로노스도 악착같았다. 2점을 지키기 위해서 또 다시 한 이닝에 투수를 두 명이나 교체 하며 기어코 점수를 내어주지 않았다.

그 중에 하이라이트는 역시 3루수 최민혁이었다. 1사 1, 2루에서 데스페라도의 타자가 친 땅볼이 3루 라인을 타고 흘렀는데 그걸 다이빙 캐치해서는 앉은 자세로 3루를 밟고 또 앉아 쏴로 1루에 공을 뿌린 것이다.

타자도 최민혁이 다이빙 캐치하는 걸 보고 그야말로 죽기 살기로 뛰었지만 빨랫줄처럼 쭉 뻗어나간 공이 먼저 1루수 글러브에 박혔다.

“아웃!”

1루 부심은 고민할 것도 없이 콜을 했다.

“우와아아아!”

“진짜 수비 잘한다.”

“누가 구멍이랬어? 완전 촘촘한 그물망이구만.”

그런 최민혁의 환상적인 플레이에 크로노스 덕 아웃은 난리가 났고 반대로 데스페라도의 덕 아웃은 원성의 목소리가 슬슬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게 최민혁을 왜 뛰게 해 줘서는.....”

“맞아. 그래도 프로잖아.”

데스페라도의 감독은 뒤에서 구시렁대는 몇 몇 선수들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들도 동의해서 최민혁을 크로노스에게 뛰게 했는데 이제 와서 딴소리를 늘어놓고 있으니 짜증이 치민 것이다. 하지만 데스페라도 감독도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최민혁이 저렇게 야구를 골고루 잘 했었나?”

그가 아는 국내 국보급 투수 최민혁과 지금의 최민혁은 그 괴리감이 너무나도 컸던 것이다.

최민혁 하면 에이스였다. 류현수에 이어서 메이저 리그의 마운드에 오를 것이 가장 유력한 국내파 최고 에이스 말이다. 그런 그에게 유일한 약점이 있다면 유연성 부족과 수비력 부족이었다. 그런데 지금 최민혁에게서 그런 단점은 전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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