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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다음 날 아침 일찍 조재익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 강남의 모처에 있으니 데리러 오라고 말이다.
최민혁은 여동생인 최다혜가 먹을 수 있게 커피를 내리고 식빵과 계란 후라이, 베이컨을 구워 놓고 집을 나섰다.
최민혁이 조재익이 있는 곳에 도착했을 때 그는 초췌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최민혁은 조재익에게 일체 묻지 않고 그를 태우고 근처 뼈다귀 해장국 집으로 갔다.
“크으으. 이제 좀 살 거 같다. 이모. 여기 한 그릇 더요!”
조재익은 기름진 해장국 두 그릇을 비우고 한 그릇을 더 시켰다. 그런 그에게 최민혁이 말했다.
“사투리 안 쓰냐?”
“어? 내가 사투리 안 썼나?”
“지랄하네.”
“민혁아. 미안한데 옷은 좀 갈아입어야 쓰겄다.”
“알았어. 집에 가자.”
원래라면 오늘 조재익은 일찌감치 오전에 최민혁과 어제처럼 실내 야구장에서 투구 연습을 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 조재익의 상태로는 아무래도 무리 일 듯 했다. 그래서 최민혁은 오전에 조재익을 쉬게 하고 오후에 투구 연습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투구 연습이 끝나면 조재익은 바로 대구로 가야 하기 때문에 그의 짐도 다 챙겨서 가야 할 터였다.
최민혁은 조재익의 식사가 끝나자 그를 태우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그때 뒷좌석의 조재익은 꾸벅꾸벅 졸았다.
“쯧쯧. 밤 새 대체 뭘 했기에....”
최민혁은 조금 음탕한 상상을 했다.
“에이. 설마.....”
조재익이 어제 만난 여자 농구 선수 둘과 같이.......침대 위에서......욕실에서.......
“쿨럭! 콜록! 콜록! 콜록!”
너무 야한 상상을 한 탓인지 얼굴이 불그스름해진 최민혁은 사래가 들려 성마른 기침을 해댔다. 기침이 겨우 진정 되고 나서 최민혁은 들을 수 있었다. 뒷좌석의 조재익이 가위라도 눌린 듯 외쳐대는 소리를 말이다.
“.....으으으.......그, 그만.......더, 더는 못 해......저, 저리가.....”
뭘 더 못한다는 건지 최민혁은 궁금했지만 그러자 또 기침이 나오려 해서 바로 생각을 접었다. 그렇게 최민혁이 운전에 집중하고 십여 분이 더 흐르고 그의 차가 집에 도착했다.
“야. 일어나.”
최민혁이 깨우자 조재익은 겨우 몸을 움직였다. 최민혁은 거구의 좀비를 끌고 집으로 들어갔고 조재익은 거실 소파에 널브러져 그대로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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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2시쯤 깨어난 조재익은 최민혁이 끓여 준 라면 4개를 해치우고 짐을 챙겼다. 사실상 오늘이 그가 서울에 있는 마지막 날이었던 것이다. 내일 일찍 조재익은 중요한 약속이 있었고 그 때문에 오늘 밤까지는 무조건 대구에 가야 했다.
“다 챙겼으면 가자.”
최민혁의 독촉에 큰 배낭을 짊어 진 조재익이 객방을 나섰다.
“읏차!”
자신의 배낭을 최민혁의 트렁크에 던져 넣은 조재익이 운전석 옆 보조석에 앉았다. 그래도 몇 시간 잤다고 조재익은 이제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차는 곧장 일산 실내 야구장으로 갔고 그곳엔 어제 오전보다 사람이 좀 더 많았지만 두 사람은 신경 쓰지 않고 몸을 풀고 투구 연습을 시작했다. 이때 최민혁은 어제와는 달리 에이스 상태창의 상세 창을 열고 자신의 투구 능력치를 자세히 살폈다.
-야구선수(투수)
주 포지션: 선발 투수
유형: 좌완 에이스
제구력: 77
구위: 85
수비력: 55
구종1: 포심 - 75
구종2: 투심 - 78
구종3: 슬라이더 - 88
구종4: 체인지업 - 74
구종5: 커브 - 70
구종6: 커터 - 70
보유 능력: 무쇠팔(1단계), 강심장(1단계), 타구안(1단계)
아이템: 아이싱 붕대
그리고 눈앞의 상태창을 보면서 생각했다.
‘세나. 제구력과 구종의 능력치 말고 제구력과 구위 능력치도 포인트로 올릴 수 있는 거야?’
그런 최민혁의 생각을 읽은 세나가 바로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단 구종의 능력치를 올릴 때 필요한 포인트와 구위, 제구력을 끌어 올릴 때의 능력치는 다릅니다.]
‘달라?’
최민혁이 눈썹을 모았다. 그러던 말던 세나는 계속 설명을 이어나갔다.
[구종의 경우 10포인트에 상승 능력치는 1이었다면 구위와 제구력, 수비력의 경우 100포인트에 상승 능력치가 1입니다.]
구종의 능력치 보다 전체적인 그의 구위와 제구력, 수비능력을 향상 시키는 데에 10배의 포인트가 더 들어간단 소리였다. 현재 최민혁이 남아 있는 포인트는 2,000이었다. 그리고 년 초가 되면 그가 산 주가의 급등으로 꽤 많은 포인트가 적립 될 터였다. 그 기간은 불과 사흘 남짓.
그렇다면 포인트를 굳이 아낄 필요가 없었다. 최민혁은 우선 77인 제구력을 80에 맞췄다.
[300포인트가 차감 됩니다.]
그리고 구위도 85에서 87로 올렸다.
[200포인트가 차감 됩니다.]
수비력을 두고 잠시 고심을 했다.
‘야구에서 투수가 수비를 하면 얼마나 한다고.’
효용성에서 투수의 수비력을 능력치 1당 100포인트나 쓴다는 게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수비력은 그냥 패스했다. 그 다음 본격적으로 구종으로 들어간 최민혁은 포심과 투심을 각각 80에 맞췄다.
[80포인트가 차감 됩니다.]
88인 슬라이더도 90에 맞추려 했다. 그런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구종의 경우 90부터 포인트로 구입할 수 있는 능력치에 제약이 걸립니다. 따라서 90까지 능력치를 올리려면 포인트가 1,010이 필요합니다.]
한마디로 구종이 89에서 90으로 능력치 1이 오르는데 1,000포인트가 필요하단 소리였다. 지금의 최민혁으로는 구종의 능력치 1 올리자고 1,000포인트를 쓸 순 없었다. 그래서 최민혁은 슬라이더의 구종을 1 끌어 올리고 체인지업을 74에서 80으로 커브와 커터를 각각 5씩 끌어 올려 75로 만들었다.
[170포인트가 차감 됩니다.]
그 결과는 곧장 최민혁의 눈앞에 상태창의 변화로 보여 주었다.
-야구선수(투수)
주 포지션: 선발 투수
유형: 좌완 에이스
제구력: 80
구위: 87
수비력: 55
구종1: 포심 - 80
구종2: 투심 - 80
구종3: 슬라이더 - 89
구종4: 체인지업 - 80
구종5: 커브 - 75
구종6: 커터 - 75
보유 능력: 무쇠팔(1단계), 강심장(1단계), 타구안(1단계)
아이템: 아이싱 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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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곧장 자신이 얼마나 질렀는지 확인 차 냉철한 사업가의 상태창을 열었다.
-기본 정보
이름: 최민혁(男)
나이: 27세
신장: 185cm
몸무게: 87kg
직업: 냉철한 사업가
직장: 무직
직위: 없음
포인트: +1,250
2,000포인트였던 그의 포인트가 확 줄어 있었다. 최민혁은 750포인트를 한꺼번에 소비해 가며 투수로서 그의 능력을 한 단계 더 확실히 끌어 올렸다.
팡!
“오오! 최민혁!”
그걸 제일 빨리 체감하는 사람은 역시 최민혁의 공을 받는 조재익이었다.
“니 미칫나? 공이.....우와!”
조재익 뿐만 아니었다. 어느 새 최민혁이 투구하는 현장으로 실내 야구장 사람들이 다 모여들었다. 그 중에 대 놓고 동영상을 찍는 사람도 있었다. 그걸 보고 최민혁은 더 이상 공을 던지지 않고 그 사람을 째려보았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그 사람을 쳐다보았고 그 사람도 눈치는 있는 지 재빨리 핸드폰을 치웠다.
전체적으로 최민혁의 구위와 제구력이 항상 된데다가 패스트볼인 포심과 투심의 구속이 더 빨라지고 볼 끝이 더 살아 움직이자 조재익은 혀를 내둘렀다.
“씨발! 이제 직구도 못 치것네. 니 다 해 묵으라.”
조재익은 자신이 타석에 섰다고 생각하고 과연 지금 최민혁이 던지는 패스트 볼을 칠 수 있을 까 생각했는데 이내 머리를 내저었다.
최민혁의 직구 최고 구속은 157Km/h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설렁설렁 던지는 직구가 155Km/h는 나올 거 같았다. 그 말은 직구 최고 구속이 더 올라갔단 소리였다.
‘이거 잘하모 울 나라에도 내년부터 160Km/h의 공을 팡팡 던져대는 투수를 볼 수 있겠네.’
조재익은 그 생각을 하며 최민혁의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받았다. 역시나 두 구종 역시 진화해 있었고 커브와 커터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 커브와 커터의 경우 눈에 띠게 구질과 구위가 향상 되어 있었다.
최민혁도 공을 던지다 보니 자신의 성장을 직접 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그에게 사업적으로 성공했을 때의 성취감과는 또 다른 묘한 흥분을 그에게서 느끼게 만들었다. 그건 운동 후 느끼는 상쾌함과 성취감과도 분명 달랐다.
‘이 맛에 야구를 하는 건가?’
처음 공을 던졌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최민혁은 점점 더 공 던지는 매력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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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이것저것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구종의 공을 던지다 보니 어느 새 100구의 공을 다 던졌다. 원래는 100구를 던지고 나면 아이싱을 해야 하지만 세나가 어깨와 팔꿈치를 싱싱한 새것으로 만들어 놨기에 투구 후 근육을 풀어 주는 걸로 충분했다.
최민혁은 조재익과 같이 마무리 운동 후에 실내 야구장을 나섰다. 그때 최민혁을 알아 본 야구장의 사람 몇 명이 사인을 요구해 왔고 최민혁은 기꺼이 그들을 위해 사인을 해 주었다.
그걸 보고 조재익이 말했다.
“니 좀 다치더마 사람 마이 됐다. 전엔 귀찮다고 팬들을 뿌리치기 까지 하더만.”
“시끄럽고 빨리 타.”
최민혁은 조재익을 차에 태우고 곧장 강남 터미널로 향했다. 마침 5시 30분에 대구로 가는 버스가 있어서 최민혁은 그 표를 예매해서 조재익에게 건넸다.
“뭐꼬 이게? 저녁 먹고 가도 되는데....”
어떡하든 조재익에게 저녁을 안 사 먹이려고 보내려고 최민혁이 뛰어가서 끊은 표였다.
“빨리 가.”
“어어!”
최민혁은 조재익을 등 떠밀어서 버스에 태운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터미널을 빠져 나왔다.
“휴우! 속이 다 시원하네.”
최민혁은 실제로 조재익을 보내버리고 나자 앓는 이가 빠진 듯 후련했다. 사흘 동안 조재익의 식비로 들어간 돈만 기백만 원은 됐다.
최민혁은 곧장 집으로 차를 몰았고 집 안에 들어서자 최다혜가 집에 있었다.
“안 나갔어?”
“아니. 좀 빨리 들어왔어. 근데 돼지 오빠는 어디가고 혼자 와?”
“갔어.”
“갔어? 어딜가?”
“대구 자기 집에.”
“아아. 갔구나.”
근데 어째 최다혜가 시원섭섭해 했다. 일을 땐 서로 견원지간처럼 으르렁 거리더니 말이다.
“저녁 안 먹었지?”
“어. 오빠. 근데 오늘은 김치찌개 먹고 싶다.”
“김치찌개?”
“돼지고기 굵게 썰어 넣은 좀 매운 김치찌개.”
최민혁이 요리를 좀 할 줄 안다는 걸 알게 된 최다혜는 이제 구체적으로 자기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들어 줄 걸 요구하고 있었다.
가족이랍시고 최민혁이 호의와 배려 차원해서 해 준 걸 여동생 최다혜는 당연한 권리로 받아드리고 있었다. 그러니 최민혁도 살짝 짜증이 났다. 자신이 무슨 식모도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이제 이틀 뒤 2019년 새해가 밝는다. 그로부터 딱 보름 뒤 그는 괌으로 전지훈련을 떠날 것이고 말이다. 그럼 간혹 집에 들르긴 하겠지만 최다혜와 일 년에 몇 번이나 볼 줄 몰랐다.
‘그래. 있을 때 잘해주자.’
최민혁은 여동생이 먹고 싶다는 돼지고기가 들어간 김치찌개를 끓이기 위해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오빠. 어디가?”
그런 최민혁을 보고 최다혜가 물었다.
“돼지고기 사러.”
“냉장고에 없어? 아! 그 돼지 오빠가 다 먹었지 참.”
그 말 후 최다혜가 빨리 가라고 손짓하는 걸 보고 어이없어 하던 최민혁은 속으로 참을 인(忍)을 세 번 생각하며 집을 나와 근처 마트로 털레털레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