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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35화 (35/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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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운동 상해 예방과 운동 이후의 후유증을 줄이기 위해 운동 시작 전 워밍업과 운동 후 마무리 운동은 중요했다.

운동전 워밍업은 가동범위를 넓혀서 몸에 부상을 예방시켜 주며 운동 효과를 높여준다. 더불어 운동 역량도 같이. 마찬 가지로 마무리운동은 운동 후 급격한 휴식으로 인한 근육이 축소되며 근육통이 발생 하는 것을 막아 주고.

최민혁과 조재익은 전문 선수로 그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마무리운동으로 스트레칭, 가벼운 제자리 뛰기 등을 통해 천천히 근육을 이완시켜 주었다.

그렇게 마무리 운동까지 전부 끝내자 시간은 점심시간을 훌쩍 넘어 있었다.

“야아야! 배고파 뒤지겠다. 빨리 밥 묵자.”

조재익의 재촉에 최민혁은 집으로 가던 도중에 돼지 갈비 전문점에 들어가야 했다.

“우걱우걱.....쩝쩝쩝......”

조재익은 배고프다며 돼지 갈비 12인분을 해치웠다. 그래도 어제 한우 전문점에 비하면 밥값은 훨씬 적게 나왔다.

식사 후 최민혁은 조재익과 같이 용인에 있는 오성 트레이닝 센터를 찾아갔다. 그곳은 국내 최고 스포츠 시설을 자랑하는 곳답게 수영장도 당연히 있었다. 최민혁은 근육을 풀어 주는 운동으로 수영을 선택한 것이다.

“이야아. 물이다.”

조재익은 그렇게 안 생겼는데 물을 좋아했다.

“내가 부산 사나이 아이가.”

조재익이 중학교 때까지 부산에 산 건 맞았지만 그 뒤는 오성 라이온즈에 들어가기 전까지 서울에서 살았다. 그래서 사실 조재익은 사투리를 안 쓰고 말 할 줄 알았다.

“예쁘십니다. 그래서 말인데 저녁에 시간 되시면 같이 스테이크를 썰면서.........”

수영장에서 마음에 드는 여자라도 만난 듯 조재익은 여자 꼬시는데 열중했다. 하지만 그의 말 어디에서도 부산 사투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여튼.....”

최민혁은 수영엔 관심도 없이 여자 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니는 조재익을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곳 오성 트레이닝 센터와 최민혁은 사실 인연이 깊었다. 그러니까 차성국이 오성 자동차로 가기 전 오성 건설에 있을 때 이곳을 짓는 일을 직접 맡았었으니까.

오성 트레이닝 센터의 전체 규모는 태릉선수촌(31만 696㎡)의 10분의1 로 태백분촌보다도 작지만 약 800억 원의 공사비가 들었다.

선수들의 기량을 최고로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 과학적인 환경으로 채워진 이곳은 지상에 트랙이 딸린 운동장과 복합 체육관동을 비롯해 각종 종목별 체육관이 자리했다.

그 중 최민혁은 오후에 체력 단련실과 재활 실을 찾아 집중 훈련과 피로를 풀어 주는 마사지를 받았다. 그 사이 조재익과는 헤어져 있었는데 최민혁이 목욕탕을 나와서 자기 차로 향할 때 그를 만날 수 있었다.

“민혁아!”

누가 불러서 돌아보니 웬 곰팅이가 자기만 한 키의 장신 여자와 같이 서 있었다.

“너도 알지? 여자 농구 스타 김혜원.”

“아잉! 스타까진 아니라니까. 자기 왜 그래. 부끄럽게....”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재익과 오성 원더우먼 소속의 농구 선수 김혜원은 누가 봐도 연인 사이 같아 보였다.

“혜원씨하고 근사한데 가서 스테이크 먹기로 했는데 너도 같이 가자.”

그 말을 하면서 조재익이 한쪽 눈을 찡긋했다. 그걸 보고 최민혁은 설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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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설마가 맞았다.

“말도 안 돼!”

오늘 치 능력빙의를 사용해 최민혁의 기억을 통해 알게 된 조재익은 바람둥이였다. 장타력에다 준수한 수비능력, 즉 도루저지율과 포수 방어율에선 여느 프로팀 주전 못지않은 실력을 갖춘 그가 비록 쟁쟁한 주전 포수들이 즐비한 오성 라이온즈 지만 2군 무대에 계속 머무는 이유는 술과 여자 때문이었던 것이다.

덩치가 곰 만 한 조재익은 보기와는 달리 여자의 모성본능을 묘하게 자극할 줄 알았다. 그래서 그 보다 훨씬 잘생겼고 몸매도 좋고 능력도 좋은 최민혁보다 주위에 여자가 훨씬 더 많았고 말이다. 여자 꼬실 때 조재익은 머리가 기막히게 잘 돌아갔다. 얼마 전 최민혁을 호구로 여겼던 서동수란 사기꾼, 강간마, 약쟁이 만큼은 아니지만 겉만 멀끔한 최민혁을 이용해 먹을 줄 알 정도로 말이다.

농구선수 김혜원도 처음엔 조재익이 최민혁을 미끼로 접근했다가 어느 새 그에게 매료 되어서 이미 반쯤 그에게 넘어간 상태였다.

“저기 오네요.”

김혜원이 손짓으로 가리킨 곳에 키 큰 여자 한 명이 헐레벌떡 그들이 있는 쪽으로 뛰어왔다. 김혜원보다 좀 더 예쁘장하게 생긴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최민혁을 보고 말했다.

“팬이에요. 최민혁 선수.”

“아네.”

자신의 팬이라니 최민혁도 그 앞에서 싫은 티를 낼 수 없었다. 그때 김혜원이 그 여자를 소개했다.

“우리 팀 막내 윤지에요. 임윤지. 귀엽고 깜찍하죠?”

김혜원의 말에 최민혁은 속으로 웃었다.

‘행여나.’

김혜원도 그렇지만 윤지란 여자의 키도 190Cm 가까이 될 거 같았다. 둘 다 굽이 없는 신발을 신고 있었는데 눈높이가 최민혁보다 살짝 높았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여기서 내 키가 제일 작네.’

키가 187Cm인 자신이 고개를 들어서 상대를 봐야 하는 상황 속에서 최민혁은 일단 조재익의 의도대로 움직여 주기로 했다.

“가시죠. 제가 스테이크 기막히게 맛있는 델 압니다.”

최민혁이 앞장을 서자 조재익이 능숙하게 두 여자 농구 선수들을 데리고 그 뒤를 따랐다. 잠시 뒤 최민혁의 차에 그들이 다 타자 어째 국산 최고급 세단인 그의 차가 꽉 차는 느낌이 들었다. 운전석의 최민혁을 빼고 차에 탄 사람은 셋 뿐인데 말이다.

최민혁은 오랜 만에 거길 갔다. 민예린이 좋아하던 곳인데 그녀야 원래 비싸고 화려한 델 좋아했으니까.

최민혁의 차는 백제호텔 앞에 멈춰 섰다. 그러자 운동 선수들인 동행들은 다들 어리둥절한 얼굴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들에게 최민혁이 말했다.

“여기 레스토랑 스테이크가 정말 끝내 주거든요.”

그 말에 일행들이 차에서 내렸고 최민혁도 따라 차에서 내리며 차키를 자연스럽게 호텔 직원에게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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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이 앞장서서 호텔 안으로 들어가자 거구에 장신 남녀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평균키가 190Cm(조재익이 193Cm, 김혜원 191Cm, 임윤지 190.5Cm)를 넘는 흔치 않은 남녀 조합의 등장에 호텔 로비에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집중 되었다. 최민혁은 그런 시선 따윈 신경도 쓰지 않고 곧장 로비를 가로질러 엘리베이터 쪽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대기 중에 조재익이 슬쩍 그의 옆으로 다가와서 귓속말로 말했다.

“야아야. 니 여기 우찌 아는데?”

조재익은 여자들 앞에선 사투리를 쓰지 않다 최민혁에겐 또 사투리로 말했다.

“몇 번 식사하러 와봤다.”

“역시 에이스는 다르네.”

그 대답에 조재익이 최민혁을 다시 봤단 듯 그를 쳐다보며 엄지를 세워보였다. 백제호텔 하면 국내에서 제일 비싼 호텔로 알려져 있었다. 특급호텔답게 최고 시설과 최상의 서비스를 갖춘 백제 호텔에서 투숙하거나 식사를 한다는 거 자체가 돈 꽤나 있단 소리였다.

두 여자 농구선수들도 최민혁이 설마 그녀들을 백제호텔 레스토랑으로 데려 올 줄 몰랐던 터라 둘 다 얼굴이 상기 되어 있었다.

“예약 하셨습니까?”

무슨 코스 요리를 먹으러 온 것도 아니고 스테이크 먹으러 오면서 예약까지 할 필욘 없었다.

그걸 잘 아는 최민혁이 말했다.

“아뇨. 스테이크로 식사 하러 왔습니다만.”

“아네. 이쪽으로 오시지요.”

레스토랑 직원이 다행히 최민혁의 말을 바로 알아들었다. 최민혁과 일행들은 레스토랑 안쪽의 룸이 아닌 홀의 창가 자리로 안내를 받았다.

“다들 스테이크 먹을 거죠?”

“응. 뭐.”

“네. 스테이크 좋죠.”

“처음부터 그거 먹으러 여기 온 거 아니었어요?”

최민혁은 앉자마자 바로 레스토랑 직원에게 스테이크를 시켰다. 고기를 어떻게 구울 건지에 대해서는 직원이 일행들에게 직접 다 묻고 스프 종류도 물었다.

“와인은 뭐로 하시겠습니까?”

“피치 스톤 비앙코 있나요?”

“네. 있습니다.”

“그럼 그걸로 한 병 부탁드릴게요.”

“네. 손님.”

그렇게 주문을 받은 레스토랑 직원이 물러나자 김혜원이 최민혁에게 물었다.

“와인 잘 아시나 봐요?”

“아뇨. 잘 모릅니다. 하지만 소고기 스테이크와 어울리는 와인 정도는 알고 있거든요.”

그 말에 임윤지가 끼어들며 말했다.

“와인 비싼 거 아니에요?”

“피치 스톤 비앙코 아르헨티나 산으로 그리 비싸진 않습니다. 대신 소고기 스테이크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죠.”

간단한 스테이크 요리라 그런지 30분 쯤 지나자 요리가 나왔다. 같이 따라 나온 와인을 시음한 뒤 최민혁이 흡족한 얼굴로 일행들의 잔에 와인을 따라 주었다.

“오오! 진짜 맛있네요.”

“이거 왜 궁합이 좋다고 했는지 알거 같아요.”

두 여자는 흡족해 했고 조재익은 아무래도 스테이크 양이 작은 지 최대한 작게 고기를 썰어서 먹었다. 그런 조재익을 보고 최민혁이 피식 웃을 때였다. 젊은 남녀가 팔짱을 낀 체 그들이 앉은 테이블 옆을 지나갔다. 순간 최민혁의 웃고 있던 얼굴이 급격히 굳었다.

‘민예린!’

차성국의 여자였던 그녀가 다른 남자와 이곳 레스토랑 VIP룸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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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로 커피와 젤리, 마카롱, 초콜렛, 카라멜이 나왔고 그것까지 먹고 나자 이제 레스토랑에 들어 온지 한 시간 정도 시간이 지났다. 이게 다 최민혁과 그 일행들이 워낙 빨리 식사를 했기 때문이었다. 디저트까지 먹은 뒤고 최민혁과 일행들은 멀뚱히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나마 조재익이 분위기 메이커로 노력을 했지만 두 여자 농구 선수들이 너무 과묵했다.

그래도 호텔에서 나올 때 김혜원이 술 한 잔 하자는 제안을 했고 술이면 환장하는 조재익이 좋다며 그녀를 따라 나섰다. 하지만 최민혁은 술 생각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먼저 가겠다고 했고 결국 최민혁은 호텔에서 일행과 작별을 고했다.

일부러 최민혁을 보겠다고 일행에 낀 임윤지가 아쉬운 눈으로 최민혁을 쳐다봤지만 지금 그에게 여자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렇게 최민혁이 일행과 헤어져 집으로 가는 도중 조재익에게서 문자가 날아왔다. 내일 보자고 말이다. 아무래도 조재익은 외박을 할 모양이었다.

조재익도 피 끓는 나이니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최민혁만 아니었더라도 지금쯤 대구에서 불타는 밤을 보내고 있었을 그였으니까. 하지만 아쉬웠다.

조재익 정도 재능이면 조금만 더 절제해도 1군으로 콜 업 받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가 이런 식으로 술과 여자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는 한 그의 1군행은 아마 보기는 어려울 듯 했다. 그 뒤 집으로 향하는 길에 최민혁은 심심해서 라디오를 틀었다. 그런데 라디오에 나오는 음악이 하필 민예린이 좋아하는 노래였다.

민예린은 맨발의 디바로 불리는 가수 이정미를 좋아했다. 이정미의 곡들은 다 좋아했는데 그 중 ‘헤어지는 중이네요’를 특히 좋아했는데 그 노래가를 듣다보니 그녀와의 추억이 생각났다.

민예린은 좋은 여자였다. 돈과 권력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집착할 때를 빼고 나면 말이다.

‘헤어지는 중이네요’의 가사 맨 끝에는 정말 사랑하는 이를 지운 건 아닌지 덜컥 겁이 나 운다고 했다. 그리고 당신 없이 어떻게 살아갈지를 걱정하고. 하지만 최민혁이 민예린을 그 정도까지 사랑하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단지 그녀가 괜찮은 사람 만나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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