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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집안의 막내인 최다혜는 부모님께는 어리광도 부리고 애교도 피웠다. 하지만 오빠인 최민혁과는 대면 대면했다. 그러니 그녀가 최민혁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 건 그녀 기억에 없었다. 그러니까 좀 전 그녀가 뱉은 말이 그녀 기억에 있어서 최초란 소리였다. 그렇다는 건 최민혁도 최다혜에게 그 소리는 처음 들었을 텐데 그는 의외로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 마치 자신이 여동생에게 그런 말을 자주 들어 온 사람처럼 말이다.
‘뭐지?’
고개를 갸웃거리던 최다혜는 이것도 교통사고 후유증인가 싶었다.
“다 왔다.”
그 사이 차가 지하철 역 근처에 도착했다.
“고마워.”
“일찍 들어와.”
“응!”
최다혜는 웃는 얼굴로 최민혁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곧장 지하철 역 계단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최민혁은 그런 그녀를 잠시 지켜보다 이내 신호를 넣고 차도 안으로 끼어들어갔다. 점심시간에 걸리며 차가 조금 막히긴 했지만 최민혁은 12시 30분에 딱 맞춰서 강남 터미널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앞에서 기다리길 몇 분 뒤 조재익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어. 어. 도착했어?”
-그래. 니 지금 어딨노?
“입구 앞이야. 나와.”
-알았데이.
잠시 뒤 전에 봤던 큼직한 배낭을 멘 조재익이 바로 보였다. 워낙 체구가 크다보니 눈에 안 띠려야 안 띨 수가 없었다.
최민혁이 곧장 운전석에서 내려서 그를 향해 손을 흔들자 그가 쪼르르 차로 달려왔다. 최민혁은 바로 뒤 트렁크를 열었다. 그러자 조재익이 메고 있던 배낭을 벗어 트렁크로 내던지며 말했다.
“무거버 주글뻔 했네.”
그 말 후 조재익은 최민혁의 차에 탔다.
“우와. 차 쥑이네. 얼마 좃노?”
“왜? 너도 사려고?”
“미칫나? 내가 돈이 어딨노. 2군 연봉으로 어림도 없데이.”
조재익도 남자 아니랄까봐 부러운 눈으로 최민혁의 차를 구석구석 살폈다. 그런 조재익을 보고 피식 웃으며 최민혁이 차를 출발 시켰다.
“이야. 소리도 하나도 안 나고 미동도 없네에. 쥑인다.”
조재익이 차의 승차감에 감동 받고 있을 때 최민혁이 그에게 물었다.
“점심은?”
“당연히 안 뭇지. 니가 불렀응께 맛있는 거 사도.”
“그래야지.”
최민혁은 조재익을 데리고 한우 전문점으로 데려갔다. 한 시간 뒤 계산하고 나올 때 최민혁은 깊게 후회를 했다.
“돼지고기 집에 데려갈 것을.....”
하지만 후회한다고 카드 영수증에 찍힌 금액이 바뀌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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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 후 최민혁은 조재익을 데리고 근처 커피 전문점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그와 제대로 된 얘기를 좀 나눠야 겠다 싶어서 말이다.
“캬아. 커피 맛 한 번 쥑이네. 서울 커피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이.”
조재익은 덩치답게 리필까지 해서 커피를 마셔댔다. 그런 그에게 최민혁이 물었다.
“그래서 언제까지 도와 줄 수 있는데?”
“30일까지 괘안타. 31일엔 내깡 중요한 약속이 있고 신정은 가족과 보내야 되지 않컷나?”
“30일이라.....”
오늘이 28일이니 딱 사흘 동안 조재익이 자신을 도와 줄 수 있단 소리였다. 포수인 조재익이 최민혁을 돕는단 건 그의 투구를 그때까지 받아줄 수 있단 말이었다.
“커피 다마싯다. 그만 일일나자. 니 공 빨리 받아 봐야제.”
조재익은 당장이라도 최민혁의 공을 받아 줄 기세였다.
“금방 왔는데 괜찮겠어?”
“당연하제. 내가 놀라고 여기 왔나?”
“알았다. 가자. 근데 지낼 곳은.....”
“당연히 니 집에 있어야 제. 내가 서울에 지낼 때가 어딨노?”
“그래. 일단 우리 집에 가서 짐부터 풀자.”
최민혁은 곧장 조재익을 데리고 커피 전문점을 나와서 차를 몰아 집으로 향했다.
“오랜 만이네. 아버지, 어머니는?”
조재익에게 최민혁의 집은 낯선 곳은 아닌 모양이었다.
“두 분 해외여행 가셨다.”
“그래? 하긴...... 쉬실 때도 되셨지.”
조재익은 알아서 2층으로 올라가서는 최민혁의 방 맞은 편 객방에 자기 짐을 풀었다. 그리고 간편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방에서 나와 최민혁에게 물었다.
“집 뒤 마운드는 그대로가?”
“어. 뭐.....”
“그라모 거기서 공 던지라. 내 받아 줄게.”
“안 춥겠어?”
“뭐 해가 아직 남아 있다 아이가. 해 떨어지면 어디 실내에라도 들 가던가.”
“그래. 가자. 가.”
최민혁은 조재익과 같이 집 뒤에 투구장으로 향했다.
“여긴 그대로네.”
조재익이 투구장을 보고 감회 섞인 얼굴로 말했다. 그리곤 그물망과 표적지를 치우고 그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자. 패스트볼부터 몇 개 던지 봐아라.”
조재익이 미트를 오른손으로 팡팡 치며 자세를 잡았다. 그걸 보고 마운드 위에 선 최민혁이 마른 침을 삼키며 생각했다.
‘이왕 야구하기로 한 거 제대로 해 보자.’
그 생각 뒤 최민혁은 능력 빙의을 사용했다. 그러자 최민혁의 기억이 나면서 그가 어떻게 공을 던졌는지 세세히 기억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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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을 던지기 전 최민혁은 가볍게 흥분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확실히 매력은 있어.’
그 동안 해 온 어떤 운동도 그에게 공 던지는 것만큼의 짜릿한 쾌감을 주진 못했다.
슥!
최민혁의 오른쪽 다리가 올라가고 공을 포심 그립으로 쥔 왼손이 글러브에서 빠져 나왔다. 왼쪽 어깨가 열리고 뻗어나간 오른쪽 다리가 축이 되어 몸을 지탱하고. 힘차게 최민혁의 팔이 휘둘러졌다.
퍼엉!
최민혁의 포심이 강렬한 소리를 내며 조재익의 미트에 꽂혔다. 그러자 조재익의 입에서 걸쭉한 욕지거리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씨발! 완전 쥑이삐네. 초구부터 150킬로 넘게 던지고. 컨디션 좋은가베?”
“야! 욕 좀 하지 마라.”
“아! 내가 또 욕했나? 미안하데이.”
그래 놓고 조재익은 이번에 야한 소릴 내 뱉었다.
“자. 여기 팍팍 쑤셔삐라.”
포수 미트에 접었다 폈다 하며 말이다.
“하아!”
최민혁은 그런 그를 보고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은 뒤 자세를 고쳐 잡고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퍼엉!
펑!
.........
최민혁은 포심 다섯에 투심 다섯 개를 던졌고 전부 조재익이 벌리고 있던 미트에 정확히 꽂혔다.
“패스트 볼은 됐고 이자 변화구 함 던져 봐라.”
조재익의 요구에 최민혁은 그의 명품 슬라이더와 각도 크게 휘는 체인지업을 각각 다섯 개씩 던졌다.
“마. 기가 막힌다. 이 정도만 해도 내년 20승은 따논당상 아이가.”
조재익의 칭찬에 최민혁의 어깨가 다 으슥해졌다. 그때 조재익이 심각한 얼굴로 최민혁에게 말했다.
“이자 그것 좀 보여 도. 니가 던질 줄 안다는 커브하고 커터 말이다.”
조재익의 그 말에 최민혁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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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브와 커트의 경우는 사실 최민혁도 처음 던지는 구종이었다. 때문에 최민혁의 몸도 그 구종은 익숙하지가 않았다. 하지만 오히려 모르는 게 약이라고 최민혁은 세나를 믿고 커브와 커트를 던져 보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던지려니 최민혁의 몸이 살짝 긴장을 했다. 정신과 몸이 따로 놀자 최민혁은 일단 투구판에서 발을 뗐다. 그리고 에이스 상태창의 상세 창을 열었다.
-야구선수(투수)
주 포지션: 선발 투수
유형: 좌완 에이스
제구력: 77
구위: 85
수비력: 55
구종1: 포심 - 75
구종2: 투심 - 78
구종3: 슬라이더 - 88
구종4: 체인지업 - 74
구종5: 커브 - 70
구종6: 커터 - 70
보유 능력: 무쇠팔(1단계), 강심장(1단계), 타구안(1단계)
아이템: 아이싱 붕대
커브와 커터 모두 능력치가 70이었다. 앞서 최민혁이 봐도 멋지게 홈플레이트 앞에서 가라앉는 체인지업의 능력치가 74였다. 그걸로 미뤄 최민혁의 커브와 커터 역시 충분히 위력적인 구위를 보여 줄 터였다. 하지만 그건 최민혁의 생각일 뿐 그의 몸은 점점 더 굳어갔다.
‘어쩔 수 없군.’
그래서 최민혁은 에이스의 보유 능력 중 강심장을 사용했다. 그러자 굳었던 그의 몸이 사르르 풀리면서 긴장감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 사이 기다리다 지친 조재익이 자신의 미트에 주먹을 내리꽂으며 외쳤다.
“빨리 던지라마!”
“알았어.”
큰소리로 외친 최민혁은 크게 심호흡하며 긴장감을 완전히 떨쳐 낸 뒤 왼손을 글러브에 넣었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 있던 공을 손으로 쥐었다. 최민혁은 모르고 있었지만 그의 손은 커브 그립으로 공을 잡았다. 손가락을 모아 실밥에 걸치고 엄지손가락은 위의 손가락 반대편 실밥에 걸쳐졌다.
슥!
공이 글러브에서 빠져 나오고 패스트볼 릴리스 포인트와 달리 손가락 끝이 3시 방향을 향했다.
휙!
최민혁의 팔이 쓸어내리듯 가볍게 휘둘러졌다. 그러자 공이 12시 방향에서 6시 방향으로 크게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졌다.
퍼엉!
그리곤 조재익이 벌리고 있던 미트 속에 정확히 꽂혔다.
“우와아아!”
공을 받은 조재익이 경악하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최민혁을 향해 외쳤다.
“씨발. 이게 뭐꼬? 폭포수 아이가. 폭포수!”
커브는 종적인 변화를 주는 변화구다. 공의 낙폭의 크기가 클수록 타자들은 치기 힘들고.
직구가 좋은 투수는 변화구로 커브 하나만 장착해도 에이스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당장 메이저리그의 베리 지토만 해도 커브와 직구 투 피치만으로 리그를 점령했다. 낙폭이 큰 커브를 자유자재로 던졌기 때문인데, 타자들은 커브인 줄 알고도 헛스윙을 했지만, 커브를 노리고 스윙을 했다가 자신의 머리 높이로 들어오는 직구에 어이없는 헛스윙으로 물러나는 경우가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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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자신이 던지는 커브가 명품 커브란 걸 조재익의 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그 명품 커브를 자유자재로 던질 수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공 세 개를 더 던졌다.
펑!
펑!
펑!
최민혁의 커브는 좌우로 볼 컨트롤이 되어 꽂혔고 조재익은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몰랐다.
“민혁아. 이번엔 커터 함 보자. 커트까지 완벽하모 우리 내년엔 개 고생할 필요도 없다.”
‘이건 뭔 소리야?’
얼핏 조재익이 하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최민혁은 커터 그립을 쥐었다. 참고로 커터의 정식 명칭은 컷패스트볼이지만 타자의 배트를 워낙 많이 부러뜨렸기에 ‘커터’라고 줄여 부른다. 이건 최민혁으로 능력 빙의했을 때 기억해 둔 커터에 대한 정보였다. 10분이 지난 지 오래라 지금 최민혁은 그 10분의 기억 중에 자신이 최대한 기억해 둔 그 기억에 의존해서 투구를 하고 있었다.
최민혁은 실밥을 검지와 중지로 걸쳐서 잡고 포심 그립보다는 엄지를 위로 이동시킨 상태에서 공을 던질 때 손목과 팔꿈치를 이용해 가로로 힘을 가했다.
쐐애애액!
패스트볼과 같이 직선으로 홈플레이트로 날아온 볼이 스트라이크 존 부근에서 날카롭게 횡 방향으로 휘었다.
펑!
조재익은 그 공을 정확히 포구해 냈다.
“...........”
그런데 앞서와 달리 공을 잡고도 조용했다. 아니 움직임도 전혀 없었다. 공을 잡은 그 상태로 마치 몸이 굳기라도 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