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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31화 (3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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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그러니까 조재익의 말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았다. 새벽에 최민혁이 조재익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고 그때 부탁을 했단다. 조재익에게 자신의 공을 좀 받아 달라고 말이다.

뜬금없는 그 말에 조재익은 비록 자신이 2군 소속이지만 자기도 전지훈련을 가야하니 그 전에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만 한다. 그 때문에 최민혁의 부탁은 들어 줄 수 없다. 라고 정중히 얘기 했단다. 그런데 최민혁이 대놓고 억지를 부렸다고 했다. 허나 이게 강짜를 부린다고 될 일이던가? 그런데 결정적으로 최민혁이 한 말 때문에 조재익은 결국 서울로 상경을 결정하게 되었단다.

“뭐? 내가 너한테 그런 소릴 했단 말이야?”

-그래. 니 입으로 쳐 말해 놓고 이자 와 와그라는데. 아이 씨 진짜로.

최민혁이 어제 전화로 조재익에게 커브와 커터를 던질 수 있다고 했단다. 커브와 커터는 2군 투수코치 한상현이 네년에 최민혁에게 가르치기로 한 신 구종들이었다.

그걸 최민혁이 진짜 던질 수 있다면 그건 내년에 최민혁이나 조재익이 더 이상 한상현 투수코치로부터 괴롭힘을 받을 필요가 없단 소리와도 같았다.

-와? 커브랑 커터 못 던지나?

“아, 아니. 그건 아니고.”

최민혁은 생각 같아선 그렇다며 조재익에게 서울로 올 필요 없다는 말을 당장 내뱉고 싶었다. 하지만 그랬다간 문제가 더 심각해 질 거 같았다. 이는 조재익 때문이 아닌 자기 몸과 세나와 연관이 깊었다. 그러기에 앞서 일단 세나와 진지하게 얘기를 나눌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라모 12시 30분에 강남 터미널에서 보자.

“그, 그래.”

조재익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세나와 얘기해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그 대책이 강구 되고 나면 조재익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할 터였다.

조재익과 통화를 끝낸 최민혁은 곧장 2층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 방문까지 잠근 최민혁은 세나를 불렀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 물음에 세나가 바로 대답했다.

[최민혁의 몸은 신병(神病)말고도 다양하게 마스터를 괴롭힐 수 있습니다. 가령 몽유병이나 간질 등으로 말입니다. 그러니 제발 최민혁의 몸과 합의를 도출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러니까 어제 내가 잠들어 있을 때 최민혁의 몸이 몽유병으로 조재익에게 그런 소리들을 했단 말이로군?”

[그렇습니다.]

“근데 좀 이상해. 최민혁이 자신이 배우지도 않은 커브와 커터를 던질 줄 안다는 말을 왜 조재익에게 한 걸까?”

[그, 그건......]

“세나 너지? 네가 최민혁을 들쑤신 거잖아. 포인트를 쓰게 하려고.”

최민혁은 자신의 생각을 세나가 전부 다 읽을 수 있단 걸 알기에 머릿속에 자신이 그렇게 의심한 이유를 열심히 생각했다. 그러자 세나도 더는 말을 돌리거나 부정하지 않고 사실대로 얘기했다.

[크음. 부인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최민혁의 몸과 마스터의 정신은 하나란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즉 마스터가 아는 건 최민혁의 몸도 인지하고 있단 걸 말입니다.]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이럴 바에야 그냥 죽어 없어지게 내버려 둘 것이지. 이상한 놈의 몸에 날 집어넣어서는.....크으윽!”

최민혁은 자신을 이상한 놈이라고 했다가 끔찍한 두통이 일자 그대로 주저앉았다가 이내 방바닥을 나뒹굴었다.

“크아아아악...... 젠장...... 크흐흑......그래. 미안하게 됐다.......으으으윽.......이상한 놈이라고 해서......크으으윽.......”

최민혁은 두통은 참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 끔직한 고통에 최민혁은 서둘러 자기 자신에게 사과를 했다. 그 사과 덕분인지 최민혁의 두통이 서서히 잦아들면서 방바닥을 뒹굴던 그의 몸도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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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깨달았다. 왜 세나가 그에게 두 개의 시스템을 적용 중인지 말이다. 세나는 최민혁이 냉철한 사업가로써, 또한 야구 선수로써 둘 다 성장 시키려 하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 최민혁은 사업 뿐 아니라 야구도 반드시 해야 했다. 그런데 최민혁은 사업만 할 생각이고 앞으로 야구는 취미로만 하겠다고 작심을 했다. 그건 세나도 그에게 몸을 제공한 최민혁도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세나. 우리 솔직하게 얘기해 보자. 내가 야구를 하지 않을 수는 없는 거니?”

그 직설적인 물음에 세나의 대답은 신속하고 빨랐다.

[네. 맞습니다. 마스터는 사업가로써, 또 야구선수로써 모두 다 성공을 하셔야 합니다. 그게 세나 시스템이 존재하는 이유니까요.]

“그럼 진작 그렇게 얘기 할 것이지. 그랬으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거 아니야!”

[아뇨. 당시 마스터의 뜻은 워낙 확고부동했었기에 제가 말을 한다고 해도 들어 먹지 않았을 겁니다.]

“으음.....”

세나의 말에 최민혁은 자기도 모르게 입에서 침음 성이 흘러나왔다. 세나의 말처럼 그는 한 번 정한 걸 번복하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그러니 당시 그가 야구를 하지 않겠다고 정한 이상 세나가 아무리 잘 얘기를 한다고 해도 그 말을 들어주지 않았을 터였다. 세나는 최민혁의 모든 걸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세나를 상대로 반기를 든다? 그건 차성국이 오성그룹 박규철 회장에게 반기를 드는 것과 같았다.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치기.

최민혁은 바위에 계란이라도 묻힐 각오로 덤벼드는 그런 무모한 짓은 할 생각이 없었다.

최민혁으로 제대로 살려면 어차피 세나와의 공존은 어차피 불가피한 일. 그래서 최민혁은 심사숙고 끝에 결론을 내렸다.

“좋아. 야구를 할게.”

최민혁의 그 말에 세나가 기뻐하며 말했다.

[잘 생각하셨어요. 이제 최민혁의 몸이 마스터에게 위해가 가는 짓을 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사업하기도 바쁜 마당에 야구까지 병행해야 한다는 사실에 최민혁은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의 인생이 앞으로 꽤나 험난하고 스펙터클할 거 같아서 말이다. 결정을 내린 이상 최민혁은 야구하는 대로 사업 못지않게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근데 그건 어쩔 거야?”

[그거라뇨?]

“조재익에게 뻥친 거. 커브와 커터 던질 줄 안다고 한 거 말이야.”

[그건 마스터께서 포인트로 커브와 커터 구종을 구입하시면 될 일이잖아요.]

“뭐?”

최민혁은 세나의 무책임한 대답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

[뭐 어째든 저의 의도가 어느 정도 들어간 건 인정해요. 그래서 두 구종을 구입하는 데 50% 할인 혜택을 드리도록 할게요.]

세나는 최고의 협상가였다. 물론 그 앞에 최악의 협잡꾼이란 말이 첨가 되어야 할 테지만. 세나는 최민혁의 상태창에 포인트가 쌓이는 걸 그냥 지켜보지 못하는 성향을 가진 모양이었다. 어떡하든 최민혁으로 하여금 포인트를 쓰게 만들려 드니까.

이제 야구를 하려면 어째든 커브와 커터의 구종은 구입이 불가피했다. 그런데 세나가 그걸 절반 값으로 할인해 준다니 최민혁으로선 ‘아이고 고맙습니다.’ 고 당장 그 두 구종을 구입해야 할 상황이었다.

“알았어. 사도록 할게.”

최민혁이 못이기는 척 얘기하자 세나 시스템이 작동하며 그의 눈앞에 에이스의 상태창을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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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정보

이름: 최민혁(男)

나이: 27세

신장: 185cm

몸무게: 87kg

직업: 야구선수(좌투우타)

포지션: 투수

컨디션: 최상(완전 싱싱한 어깨와 팔꿈치)

포인트: 0

기본 정보창에서 세나의 치료를 받고 완치한 그의 어깨와 팔꿈치 때문인지 컨디션이 최상을 기록하고 있었고 포인트는 제대로 야구를 한 게 없으니 0포인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걸 확인하고 나자 상태창이 상세 능력 창으로 바뀌었다.

-야구선수(투수)

주 포지션: 선발 투수

유형: 좌완 에이스

제구력: 77

구위: 85

수비력: 55

구종1: 포심 - 75

구종2: 투심 - 78

구종3: 슬라이더 - 88

구종4: 체인지업 - 74

구종5: 커브 - 50

구종6: 커터 - 50

보유 능력: 무쇠팔(1단계), 강심장(1단계), 타구안(1단계)

아이템: 아이싱 붕대

상세 능력 창을 보니 구종이 두 개 더 늘어 있었다. 그걸 최민혁이 확인하자 세나의 설명이 있었다.

[냉철한 사업가에서 600포인트를 사용해서 새로운 구종 커브와 커터를 구입하셨습니다. 원래 두 구종을 구입하시려면 1,200포인트가 필요한데 제가 50% 할인해 드린 점을 꼭 밝혀둡니다. 기본적으로 두 구종 모두 구입 시 사용 능력치는 50입니다. 더 능력치를 올리고 싶으시면 포인트로 구입이 가능하십니다. 10포인트에 상승 능력치는 1입니다.]

세나의 말에 최민혁이 냉철한 사업가 상태창을 생각했고 그러자 에이스 상태창 옆에 냉철한 사업가 상태창이 떴다.

-기본 정보

이름: 최민혁(男)

나이: 27세

신장: 185cm

몸무게: 87kg

직업: 냉철한 사업가

직장: 무직

직위: 없음

포인트: +2,400

세나의 말처럼 그가 두 구종을 구입하면서 냉철한 사업가의 포인트가 600포인트 줄어 있었다. 최민혁은 냉철한 사업가 상태창을 지우고 에이스 상세 능력창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50이라.....”

막 구입해서 그런지 다른 구종에 비해 커브와 커터의 능력치가 많이 낮았다. 최민혁은 그래도 구색은 맞춰야 겠다. 샆어서 두 구종을 각각 20씩 능력을 올리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세나가 바로 말했다.

[커브와 커트의 능력치를 각각 20씩 올립니다. 이에 들어가는 포인트는 400포인트입니다.]

세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상태창의 포인트가 +2,400에서 +2,000으로 줄었다.

“이 돈 귀신, 아니 포인트 귀신 같으니라고. 너 자꾸 이 딴 식으로...........”

최민혁은 졸지에 야구를 하게 된 마당에 포인트까지 1,000이나 확 줄자 배알이 꼬였다. 그래서 세나에게 폭풍 잔소리를 늘어놓았지만 최민혁에게 볼일을 다 본 뒤의 세나는 그의 말을 완전히 개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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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익이 강남 터미널에 도착할 시간에 맞춰서 최민혁이 11시쯤 집을 나설 때였다.

“오빠. 나 좀 지하철역 근처까지 태워 줘.”

최민혁이 새 차를 산 걸 알게 된 최다혜가 쪼르르 나오며 말했다. 그런데 화장도 진했고 치마도 짧았다. 이 추운 날 말이다. 최민혁은 다 큰 성인인 최다혜에게 오빠랍시고 간섭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자기가 알아서 하겠지.’

최민혁이 파악한 최다혜란 그의 여동생은 강단이 있고 똑 부러지는 성격이었다. 단점이라면 생각이 짧다는 거. 그래서 언제고 대형 사고를 칠 소지가 다분하긴 했는데 그냥 학교생활만 열심히 하면 문제 될 건 없었다.

“타!”

최민혁의 허락이 떨어지자 최다혜가 후다닥 운전석 옆 보조석에 올라탔다. 집에서 지하철역까지는 걸어서 20분을 족히 가야 했다. 그런데 최다혜는 뚜벅이 였다. 집도 잘 살면서 말이다. 최민혁이 운전석에 올라 시동을 걸며 물었다.

“너 차 안 필요해?”

“왜 사주게?”

못 사줄 것도 없지만 부모님이 여태 그녀에게 차를 안 사 줬을 때는 그 만한 이유가 있을 터였다.

“아니. 나 전지훈련 가면 이 차 써도 된다고.”

“쳇! 됐어. 내 명로 된 차 아니면 안 타.”

“뭐 싫음 말고.”

사실 최민혁이 아쉬울 건 하나도 없었다. 그러자 최다혜가 힐끗 최민혁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아니 뭐 꼭 오빠가 차를 써 달라면 야 못 써 줄 것도 없긴 한데.....”

내숭 떠는 여동생이 귀여워서 최민혁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기름 꽉 채워 놓고 갈게.”

“오빠. 사랑해! 헙!”

그 말을 해 놓고 최다혜가 안절부절 못하는 가운데 정작 그 말을 들은 최민혁은 별 대수롭지 않게 계속 웃으며 앞만 보고 운전을 했다. 그런 그를 최다혜가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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