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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29화 (29/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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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바로 캣츠 (CATS)!

오페라의 유령, 미스사이공, 레미제라블과 함께 카메론 메킨토시 연출의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뮤지컬이다.

“캣츠의 캐치프레이드는 'Now And Forever'로 작품을 본 감동이 영원히 지속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 실제로도 그만큼 장기공연을 기록한 작품이기도 하고.”

캣츠는 고양이의 세계를 창조한 무대, 화려한 군무, 게다가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까지 3박자를 고루 갖춘 작품으로 T.S 엘리엇의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 라는 여러 고양이를 소개한 우화 시집이 모티브가 되어 만들어진 뮤지컬로 배우들의 섬세한 고양이 연기와 익숙하면서도 낯선 소품들로 고양이 세계라는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며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는 공연이었다.

최민혁은 생각 같아선 한세정에게 두 뮤지컬 모두를 다 보여 주고 싶었지만 올해 고2인 그녀는 며칠 후 새해에는 고3이 될 터였다.

최민혁의 기억에 따르면 한세정은 공부를 꽤 잘했다. 작년의 경우도 영화만 보고 공부하러 간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뮤지컬 공연을 두 편이나 보려 할 리 없었다.

“맞다. 사모님 선물도 챙겨야지.”

한상수 감독의 부인이자 한세정의 모친인 윤해숙 여사의 경우 현실적인 선물을 좋아했다. 그래서 최민혁은 주로 마트 상품권 선물로 드렸다. 이번에도 그들이 사는 집 근처 마트 상품권을 5만 원 권으로 한 20장 정도를 준비하면 될 터였다.

“다 된 거 같은데 이만 가 볼까.”

최민혁은 그가 새로 구입한 옷으로 쌈박하게 옷을 챙겨 입고 머리도 나름 멋스럽게 손질을 했다. 그러자 여느 남자 연예인 못지않은 필이 그에게서 났다. 옷걸이가 워낙 좋은데다 옷까지 제대로 잘 갖춰 입었고 거기다 헤어스타일까지 그의 얼굴에 맞게 구색이 갖춰지자 모델이나 배우 포스가 그에게서 절로 풍겨졌다. 거울 속에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 흡족해 하며 최민혁은 마지막으로 지갑과 자동차 키를 챙겨서 자기 방을 나섰다.

그렇게 최민혁이 현관문을 나섰을 때 최다혜의 방문이 열렸다.

“아아아아함!”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고 방문을 나선 최다혜는 멍한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코를 벌름거렸다.

“킁킁! 이건......밥 냄새다.”

그녀의 발걸음은 곧장 부엌으로 향했고 식탁에 차려져 있는 반찬들과 맛김 위에 메모지를 발견했다. 최다혜는 곧장 메모지를 펼쳐 읽고는 손으로 계란말이를 하나 집어 먹었다. 우유가 들어간 계란말이는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거기다 살짝 설탕이 들어가선지 달콤하기까지 했다.

“으음. 맛있어.”

최다혜는 행복에 겨운 얼굴 표정을 지으며 곧장 가스레인지로 향했다. 거기 냄비가 올려 진 칸의 가스레인지 불을 켠 최다혜는 전기밥솥을 열고 양껏 밥을 펐다.

가스레인지 위에 국이 끓으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거 같자 최다혜는 밥그릇을 들고 식탁으로 갔다. 그리곤 맛김의 포장을 뜯고선 김 한 장을 모락모락 연기가 나는 하얀 쌀밥 위에 올리고 젓가락으로 밥을 감싼 뒤 입에 넣었다. 그렇게 오물오물 맛있게 밥을 먹는 최다혜는 국이 끊자 곧장 가스레인지 쪽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국이 들어 있는 냄비 뚜껑을 열고 그 안을 확인했다.

“무국이네.”

최다혜는 국그릇에 무국을 떠서 쪼르르 식탁으로 갔다.

“츠르릅!”

그리곤 숟가락으로 무국을 한 숟가락 떠먹었다.

“카아! 시원하다.”

오빠가 끓인 무국은 엄마가 끓인 무국보다 훨씬 맛있었다. 최다혜는 정신없이 숟가락과 젓가락을 놀렸고 어느 새 식탁 위의 그릇들이 다 비었다. 최다혜는 마지막으로 국그릇으로 원 샷을 때린 뒤 식사를 마쳤다.

“아아. 배불러.”

최다혜는 식탁 위의 빈 그릇들을 전부 싱크대로 옮겨 놓고 곧장 자기 방으로 향했다. 설거지는 한 숨 더 자고 나서 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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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정에 있어 가장의 부재가 끼치는 파급은 클 수밖에 없었다. 윤해숙은 남편인 한상수가 급사하면서 딸과 둘이서 팍팍한 삶을 살아야 했다.

처음에 남편의 지인들은 그들이 막 다 도와 줄 거처럼 떠벌렸다. 하지만 일년이 지나자 그들과 연락이 뚝 끊겼다. 세상인심이란 원래 그런 것이었다. 윤해숙은 보험설계사로 일하며 딸인 한세정을 키웠다. 그런 엄마의 고생을 아는지 한세정은 열심히 공부를 했고 늘 내신 1등급을 유지했다.

그런 그녀들에게 친척 외에 의지가 될 만한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그게 바로 오성 라이온즈의 에이스 최민혁이었다.

최민혁은 다른 지인들과 달리 한상수 감독을 평생의 은사라 말하며 매년 그의 기일과 생일, 그리고 그의 가족들의 생일과 명절, 크리스마스를 챙겼다.

당연히 올해 크리스마스에도 최민혁이 올 거라 윤해숙은 나름 솜씨를 발휘해서 음식을 준비했다.

“안 오네.”

그런데 평소 그가 오던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그가 나타나지 않았다. 최민혁은 크리스마스 때 정오 쯤 나타나서 두 모녀와 같이 점심을 먹고 한세정을 데리고 외출을 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벌써 1시가 넘었는데도 그는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됐어. 나 배고프니까 이제 그만 기다리고 밥 먹자고.”

딸인 한세정이 신경질을 부렸다.

“세정아. 그래도.....조금 만 더 기다려 보자.”

“뭘 더 기다려? 보면 몰라? 그놈도 이제 안 오겠단 거잖아.”

짝!

그런 한세정의 등짝을 윤해숙이 오지게도 때렸다.

“아야! 왜 때려?”

“오빠한데 그 놈이 뭐니?”

“오빠는 누가 누구 오빠란 거야? 에이. 씨.”

한세정은 들고 있던 숟가락을 상에 내려놓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곤 씩씩거리며 자기 방으로 향했다. 그때 모친의 말이 그녀 귀에 들려왔다.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혹시 오다가 사고 같은 거라도 당한 거 아냐?”

한세정은 그 말에 콧방귀를 뀌며 생각했다.

‘사고는 개뿔....... 뭐? 자기가 아빠 대신이라고? 이럴 거면서 그런 말은 왜 한 거야!’

하지만 한세정의 화는 이내 사그라졌고 다른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진짜 무슨 사고라도 난 건 아니겠지?’

결국 걱정이 된 한세정은 오랜만에 인터넷에 접속했다. 그리고 최민혁을 검색 창에 쳤다.

“어?”

그리고 20일 새벽에 최민혁이 교통사고를 당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 엄마!”

한세정은 그 사실을 엄마인 윤해숙에게 알렸다.

“민혁이 입원한 병원이 어디라고?”

윤해숙은 당장 최민혁이 입원한 병원으로 달려갈 기세였다.

“엄마. 잠깐만. 사고가 난지 벌써 닷새가 지났어. 그리고 오빤 무사하대잖아. 상태도 경미하고. 지금쯤 퇴원 했을 수도 있어.”

“그, 그럼 그 병원에 전화 해 봐.”

“알았어.”

한세정은 인터넷을 더 뒤져서 최민혁이 강원대학병원에 입원 한 걸 알아내고는 그쪽으로 전화를 걸었다.

“네? 오늘 퇴원했다고요? 네. 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전화를 끊은 한세정이 여전히 질려 있는 얼굴의 모친을 보고 말했다.

“거 봐. 내 말이 맞잖아. 오빠. 오늘 오전에 퇴원했데.”

“아아. 다행이다.”

윤해숙은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다. 남편을 잃었을 때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몰라도 윤해숙은 누가 병원에 실려 갔다면 저렇게 하얗게 얼굴이 질렸다.

“엄마 좀 쉬어. 상은 내가 치울 게.”

“그래. 그래야겠다. 미안해 딸. 공부해야 하는데.”

“괜찮아.”

한세정은 윤해숙을 부축해서 안방으로 모시고 나서 한 상 가득 차려진 밥상을 치웠다. 하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최민혁이 그녀를 버린 게 아니란 사실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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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의 사고 소식에 많이 놀란 듯 윤해숙은 이틀 뒤 몸져누웠다.

“거 봐. 내가 어제 내가 피곤해 보인다고 그냥 쉬라고 했잖아.”

“어떻게 그러니. 고객과 약속인데 지켜야지. 그나저나 너 공부해야 하는데.....”

“공부야 집에서 해도 돼. 그러니까 걱정 마.”

그런 그녀를 간호한답시고 한세정도 독서실에 가지 않고 그녀 곁을 지켰다.

“근데 병원 안 가도 되겠어?”

“병원은 무슨.... 좀 쉬면 괜찮아 질 거야.”

그때 밖에 초인종이 울렸다.

“누구지?”

한세정은 인터폰을 확인했다.

“어? 오빠다!”

한세정이 의아함 반 반가움 반의 얼굴로 문을 열어 주었다. 그러자 아파트 문이 열리고 웬 키 크고 잘 생긴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

그를 본 순간 한세정은 갑자기 할 말을 잃었다. 그럴 것이 여태 보아 온 최민혁과는 완전 딴 판의 최민혁이 그녀 눈앞에 나타나서 말이다. 그때 반쯤 넋이 나간 한세정의 귀로 최민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모님은?”

“네?”

깜짝 놀라는 한세정을 보고 최민혁이 큰 두 눈을 깜빡 거릴 때 안방에서 윤해숙이 나왔다.

“민혁이니?”

그런 그녀를 보고 최민혁은 인사를, 한세정은 역정을 냈다.

“사모님. 안녕하셨.....”

“엄마! 아픈데 왜 나와.”

한세정의 아프단 말에 최민혁이 놀란 얼굴로 말했다.

“사모님. 어디가 편찮으십니까?”

그 뒤 윤해숙은 괜찮다고 했지만 최민혁이 억지로 그녀를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병원의 검사 결과 윤해숙은 건강상 큰 이상은 없다고 했다. 단지 무리를 해서 그러니 충분히 쉬면 괜찮아 질 거라나.

“거 보게. 난 괜찮다니까.”

“네. 정말 다행입니다.”

최민혁은 이것이 한바탕 해프닝으로 끝나서 진짜 천만다행이다 생각하며 두 모녀를 다시 그들의 집으로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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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정은 작년 까지만 해도 최민혁을 어벙한 오빠 정도로 여겼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과 달리 자신과 모친을 끝까지 챙겨 주는 고마운 사람이긴 했다. 그런데 오늘 확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난 최민혁을 보고 그녀의 멘탈이 무너졌다.

그녀도 아직 감수성이 예민한 십대였다. 특히 이성에 호기심이 강할 때였지만 공부를 해야 했기에 그 감정을 억눌러왔다. 그런 그녀 앞에 외형적으로 완전 이상형에 가까운 남자가 나타났으니 그녀가 넋이 나가는 건 당연했다.

근데 거기다 최민혁은 한세정의 유일한 약점인 모친을 친 어머니 대하듯 했다. 모친이 아픈단 말에 당장 그녀를 업고 병원으로 향한 것이다. 그걸 보고 어떻게 한세정이 최민혁에게 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 그가 집에 가는 길에 그녀에게 물었다.

“세정아. 나랑 이따 저녁에 뮤지컬 보러 갈래?”

“뮤지컬요?”

“응. 시카고 랑 캣츠 중 하나 골라.”

“설마 두 개 다 예매 해 놓은 건 아니죠?”

“..........”

최민혁은 대답대신 웃었다. 그 웃음에 한세정은 철컹 가슴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무슨 남자의 웃음이 저래? 아아. 미치겠다. 진짜.’

결국 한세정은 최민혁과 밤에 캣츠를 보러 가기로 했다.

“미안. 일 보고 나면 바로 올게. 사모님. 쉬시고 계세요.”

최민혁은 급한 볼일이 있다며 윤해숙과 한세정을 그녀들이 사는 주공 아파트 앞에 내려 주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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