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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28화 (28/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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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이종석 검찰총장은 잠시 말을 끊었다. 안 봐도 알거 같았다. 그가 지금 치를 떨고 있단 걸 말이다.

-.....크흠. 아무튼 자네는 아무 걱정 할 거 없네. 내가 다 조치를 취해 놨으니까. 내일 경찰에서 부르면 가서 얼굴만 내밀어. 그리고 언제 시간 되면 부를 테니 같이 식사나 하세.

“네. 총장님.”

-최 차장 오는 대로 시간 잡도록 할 테니 그런 줄 알고. 그럼 이만.

이종석 검찰총장이 먼저 전화를 끊었다.

“최 차장?”

그건 또 누구란 말인가? 뭔가 느낌이 쎄하자 최민혁은 매일 한 번 쓸 수 있는 냉철한 사업가의 보유능력인 능력빙의를 사용했다. 그러자 이전 최민혁의 기억이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며 그가 궁금했던 최 차장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하아! 최민혁! 이 자식 금수저잖아.”

재벌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최민혁의 집안은 권력가였다. 아버지가 차장검사에 어머니는 경찰서장!

범상치 않은 두 분의 위치에 걸맞게 최민혁의 친가는 법률가 집안이었고 외가는 고위 공직자들을 두루 배출한 나름 명문가였다.

그런데 그런 두 분 사이에 태어난 아들인 최민혁과 딸 최다혜는 특별히 공부에 관심을 없었다. 최민혁은 초등학교 때부터 일찌감치 야구를 선택했고 딸인 최다혜는 그냥 그저 그런 성적으로 서울의 한 여대에 들어갔다.

그래선지 두 분 모두 친가와 외가에서 찬 밥 시세였다. 그러던 것이 최민혁이 야구 선수로 명성이 높아지고 두 분도 각자 위치에서 승승장구하면서 현 위치에 오르자 요즘 그 대우가 확 달라진 친가와 외가였다.

최민혁은 그에게 주어진 능력빙의 시간 동안 자신의 친가와 외가에 대해 전부 기억했고 그래도 시간이 좀 남자 그의 주변에 꼭 신경 써야할 중요한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자 최민혁의 기억 속에서 특별한 사람 세 사람이 생각났다.

한 명은 최민혁과 같은 야구 선수였다. 조명진이라고 최민혁이 가장 존경하는 선배였다. 2015년 월드베이스볼에 참가 했을 당시 최민혁은 조명진을 알게 되었다. 같은 좌(왼손) 투수였던 둘은 금방 친해졌고 형 동생 사이가 되었다.

당시 조명진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메이저 리그에 도전 중이었다. 그리고 월드베이스볼 참가 후 기량이 급격히 늘어난 그는 마침내 마이너에서 메이저로 콜 업이 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 날, 유난히 추웠던 바로 그 날, 세인트루이스 카디날스의 홈구장 부시 스타디움으로 가던 길에 그는 빙판길에 미끄러진 차가 덮치며 죽고 말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불운의 투수로 불렀고 최민혁도 그를 가슴에 묻었다. 최민혁은 그의 생일과 기일에 꼭 조명진의 집을 찾아가서 그 가족들과 같이 시간을 가졌다.

“이런......”

그 조명진의 기일이 바로 내일이었다. 오늘 조명진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면 그의 기일을 잊고 지나갈 뻔했다. 최민혁은 당연히 내일 조명진의 집을 찾아 갈 생각이었다. 이전 최민혁의 기억이 간절히 그걸 바랐으므로.

두 번째 최민혁에게 특별한 이는 바로 여자였다. 그녀 이름은 변은하. 최민혁과 중학교, 고등학교 동기였던 그녀는 그의 첫 사랑이었다. 최민혁의 끈질긴 구애 끝에 둘은 고1 때부터 사귀었다. 그러나 고2 때 갑자기 그녀가 전학을 가면서 둘은 헤어졌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비화가 있었다.

당시 최민혁의 모친인 민정숙 경정께서 변은하를 따로 불러 만났단 것이다. 그 이후 그녀는 최민혁을 멀리했고 전학을 계기로 둘은 완전 남남이 되었다. 후일 안 일이지만 최민혁의 모친이 변은하를 만났을 때 둘이 헤어질 걸 요구했다고 했다. 그 이유는 그녀의 부친 때문이었다.

당시 악질 사채업자였던 변은하의 아버지가 최민혁이 자신의 딸과 사귀는 걸 알고 모친을 찾아와서 뭔가 청탁을 한 모양이었다.

모친이 그 청탁을 받아줬는지는 최민혁도 몰랐다. 하지만 그랬으니 변은하가 최민혁과 헤어지고 전학을 가지 않았을까? 이전 최민혁은 그렇게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선지 몰라도 최민혁은 여전히 그녀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고 다시 그녀를 만나면 묻고 싶었다. 그때 자신이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했듯이 그녀도 자신을 사랑했었는지.

마지막 최민혁이 특별히 기억해야 할 사람은 지금 최민혁도 아는 사람이었다. 며칠 전 그의 형을 만나기도 했고 말이다.

그렇다. 그 사람은 최민혁의 사실상 야구 은사라고 할 수 있는 한상수 감독이었다. 최민혁은 그의 사후에 크리스마스와 그의 기일, 그리고 한상수 감독의 부인과 한상수 감독이 낳은 유일한 혈육인 한세정의 생일은 꼭 챙겼다.

“아이구야!”

그러고 보니 올해 크리스마스는 챙기지 못했다. 아마 한 감독 부인과 한세정이 그를 기다렸을 텐데 말이다. 아무래도 날이 밝으면 한상수 감독님 집과 조명진 선배의 집을 찾아가야 할 성 싶었다. 조명진과 마찬가지로 이전 최민혁이 기억이 그걸 간절히 바라고 있었기에 지금 최민혁은 그의 염원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으음.....”

한상수 감독과 조명진의 집이 어디 있는지 기억하고 나서 보유능력인 능력빙의가 그 효력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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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각자의 인생을 살아간다. 그건 차성국도 최민혁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최민혁은 차성국의 정신이 빙의되어 그의 자아가 된 상태였다. 때문에 차성국도 최민혁이 그 동안 살아 온 인생에 대해서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

당장 야구만 해도 마찬가지였다. 차성국이 야구를 하기 싫다니 최민혁의 몸이 신병(神病) 비슷한 증상으로 항의를 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최민혁은 이전 최민혁의 살아 온 27년 인생을 존중하는 의미로 그가 원하는 걸 들어 주기로 했다.

“뭐 내일 경찰서 가는 거 말고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최민혁은 더 이상 복잡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의 몸인 최민혁이 원하는 걸 들어주고 자신의 새로운 삶을 살아가면 됐다. 최민혁은 곧장 침대에 누웠고 잠을 청했다. 이럴 때 골치 아프게 생각해 봐야 제대로 된 답이 나올 리 없다. 그럴 바에는 내일을 위해서 잠을 자는 게 더 현명하단 판단 하에서 말이다.

잠은 생각보다 빨리 들었다. 금방 수마가 최민혁의 집어 삼킨 것이다.

“허억!”

하지만 오늘도 채 한 시간을 자지 못하고 잠에서 깼다. 악몽이 시작 된 것이다. 예외는 없었다.

“빌어먹을......”

매개물로 썼던 야구공도 없는 상황이었다. 최민혁이 속으로 세나에게 물었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그 질문에 세나가 바로 대답했다.

[야구를 하는 수밖에 다른 뾰족한 대안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이 시간에 밖에 나가 공을 던지라고?”

[아니면 어젯밤 썼던 야구공만큼 야구계와 마스터에게 동시에 의미 있는 매개물을 찾아내던가요.]

그 뒤 세나는 침묵했고 최민혁은 골머리를 싸맸다. 그리고 기어코 야구공만큼 그에게나 야구계에 의미 있는 매개물을 찾아냈다.

“이거면 되겠지?”

그의 물음에 세나도 괜찮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최민혁은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휴우. 다행이다.”

최민혁이 찾아낸 매개물은 바로 2015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서 쿠바를 상대로 완투승을 거뒀을 때 입었던 대한민국 대표팀 유니폼이었다. 그 경기 후 일본과 미국에서 최민혁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었다.

최민혁은 아예 그 유니폼 상의를 입고 잠을 청했다. 그러자 더 이상 악몽은 꾸지 않고 꿀잠을 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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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자 저절로 눈이 떠졌다.

“으아아아함!”

최민혁을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고 난 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핸드폰을 보고 시간부터 확인했다.

“7시 10분이라.....”

최민혁은 먼저 1층으로 내려갔다. 부엌으로 직행한 그는 쌀을 씻고 전기밥통에 밥부터 안쳤다. 그 다음 2층으로 다시 올라가서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다시 부엌으로 내려가서 가스레인지에 다시를 내기 위해 물을 올렸다. 요즘은 다시팩이 있어서 그것만 넣고 끌이면 다시물을 쉽게 우려 낼 수 있었다.

그렇게 우려 낸 다시물에 최민혁은 무를 잘라 넣었다. 그리고 고춧가루를 넣고 간을 보자 시원한 무국이 완성 되었다. 거기에 초등 입맛인 여동생을 위해서 최민혁은 두툼한 계란말이와 비엔나 햄을 구웠다. 그리고 냉장고의 밑반찬 두 어 가지에다 맛김을 꺼내 놓자 그럴싸한 아침상이 완성 되었다.

최민혁은 여동생인 최다혜가 언제 일어날지 몰랐기에 먼저 밥을 떠서 아침 식사를 했다. 그 뒤 최다혜가 쉽게 밥을 챙겨 먹을 수 있게 식탁에 한 끼 먹을 만큼의 반찬을 떨어 한 곳에 모아두었다. 거기다 맛김까지 하나 놓고 그 위에 메모지 한 장을 적어 올려 두었다.

메모지에는 ‘밥은 밥통에, 국은 가스레인지 위에, 다 먹고 설거지 꼭 해라.’라고 적혀 있었다.

식사 후 최민혁은 외출 준비를 했다. 오늘 그는 꽤나 바쁜 하루를 보내게 될 거 같았다. 우선 그는 서울에서 가까운 광명시에 사는 고(故) 한상수 감독의 집을 찾아가기로 했다.

한상수 감독은 크리스마스면 꼭 딸과 같이 스케이트를 타러 갔다. 최민혁은 그런 한상수 감독을 대신해서 그의 딸인 한세정과 매년 크리스마스에 스케이트를 탔었다. 하지만 작년 한세정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그녀가 더 이상 스케이트는 타고 싶지 않다며 같이 영화나 공연을 볼 가자고 했다. 그래서 그녀 요구대로 작년에 영화를 같이 봤던 최민혁은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그녀와 같이 뮤지컬을 보기로 했었다. 하지만 그가 사고를 당한 탓에 그 약속은 지킬 수 없었다. 물론 최민혁이 정신이 온전했다면 그는 다른 사람을 대신 보내더라도 그 약속을 지켰을 테지만.

“뮤지컬이라......”

뮤지컬 하니 최민혁은 감회가 새로웠다. 췌장암으로 돌아가신 그의 모친께서 뮤지컬을 워낙 좋아하셔서 최민혁도 영화보다 뮤지컬을 더 많이 봤었다. 당연히 뮤지컬에 대한 최민혁의 안목은 높았고 관심도 많았다. 그러니 적어도 어떤 뮤지컬이 여고생들이 보면 좋아할지 정도는 알았다.

“어디 보자.”

가능하면 한세정과 약속을 지키고 싶었던 최민혁은 인터넷으로 뮤지컬 티켓을 예매하기 위해 요즘 어떤 뮤지컬들이 공연 중 인지부터 살폈다. 연말이라 공연은 풍성했는데 그 중에서 최민혁은 두 가지 뮤지컬을 골라서 두 뮤지컬 모두 티켓을 예매했다. 둘 다 오리지널 내한 공연으로 최민혁은 그 둘 중 하나를 한세정에게 고르게 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우선 첫 번째로 최민혁이 고른 뮤지컬은 시카고(CHICAGO)였다. 뮤지컬 시카고는 1926년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쿡 카운티의 공판에서 영감을 얻은 '시카고 트리뷴' 지의 기자이자 희곡 작가였던 모린 달리스 왓킨스가 쓴 연극 '시카고'가 바탕이 되어 만들어진 뮤지컬로 시카고 브로드웨이 공연은 현재까지 거의 8천 회에 다랬다.

“브로드웨이 공연 역사상 오페라의 유령에 이어 2번째로 롱런하고 있는 공연이니 이걸 뺄 순 없지.”

하지만 시카고에 못지않은 뮤지컬이 하나 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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