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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김학철은 소매치기 전과 3범으로 출소한지 세 달째다. 하지만 범죄자인 그가 취직할 곳은 없었고 결국 그는 또 다시 범죄를 모의하게 됐다.
CCTV의 보급으로 소매치기는 이제 완전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거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동차 블랙박스로 인해 더 먹고 살기가 힘들어졌다. CCTV가 없는 골목에도 주차 되어 있는 차들이 있었으니까. CCTV나 블랙박스 동영상에 찍히면 빼도 박도 못하고 쇠고랑 찰 수밖에 없었다.
김학철도 그 때문에 전과 3범이 되었고 말이다.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먹고 살기 위해서 김학철은 감빵에서 인연을 맺은 날치기 전과자 육성준과 손을 잡았다.
육성준은 홀로 걷는 여성만 골라 오토바이 날치기를 해오다 잡혀 감방에 왔는지 전과는 김학철보다 두 개 많았다. 그래서 자기가 더 서열이 높다나 뭐래나?
육성준은 요즘 CCTV가 없는 한적한 골목만 골라 범행을 저질렀다. 하지만 그런 곳에서 가방을 날치기 해 봐야 들어 있는 돈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김학철이 왔고 둘은 좀 더 대범하고 돈이 될 만한 범죄를 모의했다.
그게 바로 은행에서 날치기였다. 김학철은 소매치기답게 눈썰미가 좋았다. 또 발이 빨랐고 말이다.
그래서 김학철이 은행의 먹잇감을 골라서 직접 날치기를 하면 밖에서 오토바이로 대기 중이던 육성준이 김학철을 싣고 달아나는 수법을 생각해 냈고, 몇 차례 연습 후 그들은 실행에 나섰다. 그리고 3차례 시도에 3차례 모두 성공을 하면서 둘의 수중에 돈이 두둑해졌다.
김학철이 먹잇감을 제대로 골랐기에 3번 날치기에 2억에 가까운 현찰이 손에 쥐어진 것이다.
“하하하하. 마셔. 마셔.”
“호호호호. 오빠. 나 옷 필요한데.”
“옷? 저번에 핸드백 사줬잖아?”
“그래서 싫어?”
“아, 아니. 당연히 사줘야지.”
하지만 흥청망청 써 댄 유흥비 덕에 2억은 금방 바닥을 보였고 둘은 다시 범행에 나섰다.
‘오케이. 목표는 정해졌고.....’
50대 중반의 명품으로 온몸을 도배하다시피 한 아줌마가 은행창고에서 가방에 5만 원 권 다발을 넣고 있는 게 김학철의 눈에 포착 되었다. 다발의 개수만 얼추 20개. 현금으로 1억이었다.
요즘은 은행 주위에도 날치기를 예방하기 위해 여러 조치들이 취해져 있었다. 그리고 대개 큰 돈을 현찰로 찾는 사람들은 은행 근처에 차를 대 두고 있다가 바로 차에 오르기 때문에 날치기 할 틈도 없었고 말이다. 그래서 김학철은 대범하게 은행 안에서 날치기를 했다.
은행 안의 고객은 당연히 방심하고 있다가 맥없이 김학철에게 돈이 든 가방을 빼앗겼다. 이번도 예외는 없었다.
팍!
“아악!”
김학철은 중년 아줌마를 밀쳐 버리고 그녀가 들고 있던 가방을 뺏어 들고 은행 밖으로 내달렸다. 마침 은행 보안 요원도 없었던 터라 그의 뒤를 쫓는 사람도 없었다. 김학철은 오늘도 성공이다 싶었다. 그때 그에게 가방을 빼앗긴 아줌마가 은행 밖으로 뛰쳐나와서 고래고래 소리를 쳤다. 하지만 그래봐야 이미 늦었다.
부우우웅!
대기 중이던 육성준의 오토바이가 차도를 따라 김학철을 앞서 앞으로 나가는 게 보였다. 이제 곧 김학철이 보도로 들어오면 그 오토바이에 올라타면 끝이었다. 그때까지도 포기하지 않은 듯 뒤에서 아줌마의 외침이 김학철에게도 들려왔다.
‘그 아줌마 기차 화통을 삶아 먹었나? 목청 하난 끝내 주네.’
그 때문인지 몰라도 보행자 중 남자 두 명이 그를 쫓아왔다. 하지만 김학철이 그들에게 잡힐 일은 없었다.
파파파파팟!
김학철이 다리를 더 빨리 움직이자 그들과 거리가 더 벌어졌다. 그리고 그 앞에 오토바이가 멈춰 서는 게 보였다.
이제 팔부능선을 넘은 상황. 김학철은 오히려 달리는 속도를 줄이며 더 안전하게 오토바이에 올라타려 했다. 그때 갑자기 눈앞이 번쩍했고 그는 정신을 잃었다.
“으으으으.....”
김학철이 깨어보니 그 앞에 경찰이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두 손에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그가 어리둥절해 할 때 경찰 중 하나가 야구공을 들고 왔다.
“이거에 맞아 쓰러진 모양입니다.”
“이야. 대단하네. 그러니까 저 건너편에서 야구공을 던져서 이놈을 잡았단 거잖아?”
“네. 어? 사인 볼인데요? 가만..... 이건 최민혁 선수 사인이잖아!”
“최민혁! 오성 라이온즈의 그 에이스 최민혁 말이야?”
“네.”
“야. 그 공 나주면 안 돼? 우리 아들 최민혁이라면 자다가고 벌떡 일어난다고.”
“에이. 그래도 안 되죠. 이건 증거물이잖아요.”
김학철은 기가 막혔다. 그러니까 길 건너편에서 누가 자신을 향해 공을 던졌고 그 공에 자신이 맞아 기절하면서 이 모양 이 꼴이 됐단 말이 아닌가?
다만 그래도 위안이 된다면 그건 그 공이 최민혁의 사인 볼이란 점이었다. 최민혁은 김학철과 그의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야구선수였으니까. 김학철은 입맛을 다시며 지금 경찰이 들고 있는 저 야구공을 자신에게 준다면 없는 죄도 자신이 저질렀다고 진술해 줄 수도 있을 거 같았다. 저 야구공을 주면 기뻐할 자신의 아들을 생각하며 말이다.
‘지금껏 아빠 노릇도 제대로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저, 저기.....”
김학철이 알아서 먼저 입을 열었다. 공범 육성준이 어디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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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치기에 이제는 날치기 전과범이 되게 생긴 김학철의 관자놀이에 야구공을 맞춘 사람은 바로 최민혁이었다.
미래로 증권사를 나온 그 앞에 날치기 범이 보였을 때 그는 도로 맞은편에 서 있었다. 때문에 그가 날치기를 어쩔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때 그의 손이 그의 호주머니에 닿았다.
불룩한 호주머니 속에는 야구공이 들어 있었고 최민혁은 그 공을 꺼냈다. 바로 그때 차도에서 오토바이가 보도로 넘어갔고 그 오토바이에 날치기 범이 타려 하고 있었다.
“에잇!”
최민혁은 자신도 모르게 그 날치기 범을 향해 공을 던졌다. 150Km/h가 넘는 붙 같은 광속구가 도로를 지나서 정확히 날치기 범을 맞췄다. 그것도 급소인 관자놀이를 맞춘 탓에 날치기 범은 맞자마자 픽 쓰러졌다. 그러자 공범 오토바이 맨은 그대로 달아났고 최민혁도 재빨리 몸을 돌려서 가던 길을 계속 갔다.
야구공은 아깝지만 그래도 범죄에 엮이는 건 딱 사절이었다. 왜냐? 경찰서에 불려 다니는 게 싫어서.
“택시!”
마친 빈 택시가 보였고 손을 들었더니 그 택시가 보도에 바짝 차를 붙이고 섰다. 최민혁은 재빨리 그 택시에 올라탔다.
“어디로 모실까요?”
“근처 자동차 대리점으로 가주세요.”
증권사에서 주식을 매수하고 난 뒤 최민혁은 다음으로 자동차를 사기 위해 움직였다. 그때였다.
[날치기 범을 잡았습니다. 범죄자를 잡음으로 해서 미래의 발생할 피해를 줄 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피해 금을 전부 환산해서 당신에게 포인트로 지급합니다.]
“뭐?”
화들짝 놀란 최민혁의 입에서 자기도 모르게 말이 튀어 나왔다.
“네?”
그 소리에 놀란 택시 기사가 뒤를 돌아보자 최민혁이 재빨리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제가 누굴 좀 잘 못 본 거 같습니다.”
최민혁이 웃으며 창가를 손짓으로 가리키자 택시 기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시선을 다시 앞으로 향했다. 최민혁은 속으로 생각했다.
‘세나. 이게 무슨 소리야?’
그러자 세나의 답변이 바로 최민혁의 머릿속에 울려왔다.
[말한 그대롭니다. 세나 시스템은 지구의 평화를 원합니다. 따라서 악을 응징하고 선행을 하면 그에 대한 특별 보상 포인트를 지급합니다. 그 지급 포인트는 마스터가 잡은 날치기 김학철이 앞으로 저질러서 끼칠 피해금으로 산정 됩니다. 어디 보자. 네. 막 나왔네요. 포인트 지급했으니 상태창 확인해 보세요.]
세나의 그 말에 최민혁은 바로 상태창을 열었다.
-기본 정보
이름: 최민혁(男)
나이: 27세
신장: 185cm
몸무게: 87kg
직업: 냉철한 사업가
직장: 무직
직위: 없음
포인트: +400
상태창에서 바뀐 포인트의 수치를 확인한 최민혁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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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날치기 하나 잡으면서 포인트를 +250이나 획득 하자 세나 시스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세나 시스템은 단순히 자신을 성장 시켜 주는 시스템만 아닌 거 같았던 것이다. 그래서 궁금한 걸 바로 세나에게 물었다. 물론 그걸 직접적인 말로 물어 보진 않았다. 안 그래도 택시 기사가 자신을 이상하게 보는 중인데 거기다 혼잣말로 중얼대면 아마 100% 그를 정신 이상자로 볼 테니.
‘세나. 악을 응징하고 선행을 하면 그에 대한 특별 보상 포인트를 지급한다고 했잖아?’
[네. 그렇습니다.]
‘그럼 내가 기부를 하면 어떻게 돼?’
[기부는 선행입니다. 당연히 특별 보상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설마 천만 원에 1포인트 주는 건 아니겠지?’
[네. 맞습니다.]
세나의 대답에 최민혁이 바로 낙담한 얼굴이 되었다. 그럴 것이 10억을 기부해 봐야 100포인트 밖에 받지 못하니 말이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기부로 포인트를 획득하는 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는 돈을 벌면 포인트를 획득한다. 그리고 그 번 돈을 다시 기부해서 세상에 환원 시키면서 또 포인트를 획득하고 말이다.
‘포인트 부자 되겠네.’
하지만 포인트 부자의 주머니는 텅텅 비어 있을 터였다. 버는 족족 다 포인트를 획득하느라 말이다. 최민혁이 상념에 빠져 있는 동안 택시는 자동차 대리점 앞에 도착했다.
“다 왔습니다. 손님.”
최민혁은 택시비를 계산하고 택시에서 내렸다. 그런데 그의 눈앞에 자동차 대리점을 보고 최민혁이 눈살을 찌푸렸다.
“하필 오성 자동차람.”
그가 전무이사로 있었던 오성 자동차였다. 최민혁으로 살게 되면서 그는 차성국의 잔재는 다 지우고 살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오성그룹과 엮이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었다.
그가 야구를 하지 않으려는 결정적인 이유도 최민혁이 오성 라이온즈의 선수였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오성의 선수로 뛰게 되면 오성 그룹 측 사람과 엮이는 일도 생길 테니까. 마침 도로를 사이에 두고 정강 자동차 대리점이 보였다. 최민혁은 귀찮지만 횡단보로로 가서 기다리다 신호가 바뀌자 도로를 건너 정강 자동차 대리점으로 들어갔다.
“그러니까 당일 출고 가능한 차 말씀이시지요?”
“네.”
최민혁이 원하는 차는 바로 오늘 구입해서 바로 탈 수 있는 차였다.
“그런 차가 있기는 한데...... J9이 풀 옵션에 차 값이 9천만 원이라서..... 대신 여기서 바로 타고 가실 수 있습니다.”
대개 차량 가격이 억대에 육박하면 사람들은 국산차가 아닌 외제차로 생각을 고쳐먹는다. 아마 그래서 정강의 최고급 세단 J9이 주문 됐다가 갑자기 취소되면서 이곳 대리점에 있는 모양이었다. 대리점에서야 안 그래도 골치 아팠던 물건을 처리할 수 있어 좋고. 최민혁은 당장 차를 쓸 수 있어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랄까?
“계약하죠.”
어차피 최민혁에게 차종은 상관없었다. 그저 뚜벅이 신세만 면하면 됐다.
“고맙습니다. 고객님.”
판매 사원의 허리가 직각으로 접혔다. 보아하니 판매 사원과 연루 된 차인 모양이었다.
자동차 계약은 일사천리로 이뤄졌고 곧 정강 자동차 대리점 앞으로 하얀 색 J9이 도착했다.
“여기....”
그 차키는 곧 최민혁에게 건네졌다. 찻값은 할부로 했다. 당장 15억을 다 주식에 털어 넣느라 돈도 없었고 무이자라니 굳이 일시불로 살 이유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