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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22화 (2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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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병원에서야 그럴 수 없었지만 여긴 그가 일상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집이다. 그가 누릴 건 당연히 누리고 살아야 했다.

“있으려나? 뭐 있겠지.”

결국 최민혁은 신문을 찾아 현관으로 향했다. 이 집이 신문을 받아보는지 확실하진 않지만 이런 부자 동네에 살면서 신문 하나 안 볼까 싶었다.

“어?”

그런데 밖에 나가려 현관에서 신을 찾아 신을 때였다. 지금쯤 없어야 할 신발이 그의 눈에 띠었다.

“얘 아직 안 간 거야?”

최민혁의 시선이 여동생 최다혜의 방으로 향했고 곧장 그의 몸도 그쪽으로 움직였다.

최민혁은 그렇게 강하나를 깨웠다. 그런데 그녀를 그냥 이대로 보내자니 마음이 좀 그랬다. 그래서 자신이 먹고 마시려고 마련한 토스트와 커피를 기꺼이 그녀에게 양보했다. 또 어제 그녀가 한 말이 생각났다.

최다혜와 둘이 나눈 대화를 최민혁이 주워들은 건데 그녀는 여기서 아침에 혼자 청담동 미용실에 가야 한다고 했다. 미용실에서 매니저를 만나기로 했다나 뭐래나.

암튼 이른 아침에 여기서 차 없이 움직였다간 1시간 안에 청담동 미용실에 가긴 어려웠다. 그래서 최민혁이 돕고 싶었지만 문제는 그도 당장 자기 차가 없단 점이었다.

그때 어제 방을 치우며 짐들을 지하 창고로 옮길 때 본 차가 생각났다. 최다혜에게 물었더니 부모님 차라고 했다.

최민혁은 그 차를 잠깐 쓰기로 하고 강하나에게 아침을 먹고 나오라고 했다. 자신은 그 사이 차를 빼 놓을 테니.

차 키는 부모님들의 안방에서 쉽게 찾았다. 어머니의 화장대 위에 그냥 올려 져 있었으니까.

그 키를 들고 차고지로 향한 최민혁은 곧장 운전석에 올랐다. 이런 부자 동네에 사는 분들치고 부모님의 차는 수수했다. 물론 차는 좋았다. 국내 최고급 세단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런 동네 사는 사람들은 다들 외제차를 선호하는데 국산차를 타시는 걸 보면 나름 인생철학이 있는 분들인 모양이었다.

최민혁은 차에 시동을 걸어두고 차고지 문을 열었다. 그리고 차를 빼낸 최민혁이 집 대문 앞에 막 차를 대자 대문 밖으로 강하나가 나왔다. 그녀는 곧장 앞쪽 최민혁의 옆 보조석에 올라탔다.

“오빠. 죄송해요. 아침부터 귀찮게 해드려서.”

“귀찮긴. 괜찮아. 청담동으로 가면 되지?”

“네. 청담동 애브뉴 주노요. 네비에 청담동 64-16 치면 되요.”

강하나의 말에 최민혁은 내비게이션에 그 주소를 찍었다. 그리고 차를 출발 시켰다. 차안은 조용했다. 하지만 이태원을 벗어날 때쯤 강하나가 떠들기 시작했다.

“....잖아요. 그때 알았죠. 다혜와 제가 잘 맞다는 걸.”

강하나는 최다혜와 자신의 얘기를 미주알고주알 떠들었다. 아침부터 재잘재잘 잘도 말하는 강하나의 말은 대부분 최민혁의 한 귀로 들어갔다가 한 귀로 흘러나갔다. 그러던 그녀가 불쑥 대화의 주제를 바꿔서 최민혁에게 말했다.

“오빠. 어제 들어 보니까 노래 정말 잘하시던데. 가수 하실 생각 없으세요?”

뜬금없이 가수를 하라니. 당황한 최민혁이 어색하게 웃으며 힐끗 강하나를 보고 말했다.

“그, 그건 좀......”

“아. 맞다. 오빤 야구 선수였지. 오빠는 좋아하는 야구 계속하세요. 사람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능률도 오르고 욕구도 충족이 되서...............”

강하나의 수다가 또 시작 되었고 최민혁은 그 말을 흘려들으며 계속 운전을 했다. 그리고 마침 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고마워요. 이 신세 꼭 갚을게요.”

“그래. 다음에 보자.”

최민혁은 강하나를 먼저 미용실에 들어가게 하고는 그 다음 차를 몰아서 집으로 향했다. 그때 미용실에 들어간 강하나는 최민혁이 그녀가 미용실에 들어가는 걸 확인한 수 떠나는 걸 보고 그의 매너에 다시 한 번 감복했다. 그 만큼 그가 자신에게 관심이 있으니 그런 거라 부풀려 확대 해석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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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이 집에 돌아와서 보니 자신이 먹으려고 만들어 놓은 계란후라이와 베이컨이 사라지고 없었다. 보아하니 최다혜가 그걸 먹고 다시 자기 방에 들어가서 계속 자는 모양이었다.

어차피 여동생에게 블랙퍼스트로 계란후라이와 베이컨을 구워 줄 생각이었던 터라 최민혁은 요리대 위와 식탁 위의 접시와 잔을 치우고 다시 프라이팬을 사용했다.

다행히 이 집에선 신문을 받아 보았다. 최민혁이 보는 바른 신문으로 말이다. 그렇게 최민혁은 일상의 아침 식사를 했다.

식사 후 자기 방으로 간 최민혁은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오늘은 오전부터 그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빨리 돈을 벌자. 그래야 포인트도 획득할 수 있을 거고.”

근데 준비를 끝내고 그가 막 방을 나서려 할 때였다.

“크윽!”

머리에 살짝 두통이 일었다. 최민혁도 왜 갑자기 이런 두통이 생기는지 이젠 알았다. 바로 그놈의 야구 때문이다.

“쳇!”

투덜거리던 최민혁이 책상 위에 올려 져 있던 야구공을 잡았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두통이 사라졌다. 야구공은 악몽 뿐 아니라 그의 신병(神病)과 비슷한 증상에도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부적과도 같았다.

최민혁은 그 부적인 공을 들고 집을 나섰다. 부모님 차도 그냥 두고 걸어서 큰길로 나간 최민혁은 택시를 잡아탔다.

최민혁이 부모님의 차를 끌고 나오지 않은 건 오늘 바로 자신의 차를 뽑을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미래로 증권사로 가주세요.”

택시 기사에게 목적지를 말하자 택시 기사가 인근에서 가장 가까운 미래로 증권 앞에 그를 내려 주었다.

크리스마스 연휴가 지난 오전 증권사 객장은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최민혁은 신규창고로 가서 앉았다.

“어서 오십시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증권사 여직원이 환하게 웃으며 그를 반겼다.

“증권계좌를 개설하고 싶습니다.”

“네. 증권계좌 말씀이시군요. 고객님. 주민등록증 좀 주시겠습니까?”

그 귀 최민혁은 여직원이 시킨 대로 서류를 작성해서 증권계좌를 만든 뒤 증권사를 나섰다. 그리고 근처 자신의 주 거래 은행으로 가서 15억을 전부 증권계좌로 이채 시켰다.

그 과정에서 그가 오성 라이온즈의 에이스 최민혁이란 게 밝혀지면서 은행 직원들과 고객들의 사인 공세에 좀 시달렸지만 무사히 이채를 끝낸 최민혁은 다시 미래로 증권에 갔다.

그리고 증시전광판 앞에 섰다. 이미 그가 살 종목은 정해져 있었다.

대정정밀!

크리스마스 연후이후에도 계속 약세장을 유지하고 있는 종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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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정정밀의 주가는 24,500원. 하락세가 계속 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하락세는 내일이나 모레 쯤 끝날 터였다. 작전 세력의 배후 쪽에서 서서히 주식을 사들일 테니까. 최민혁은 그 전에 15억 원어치 대정정밀 주식을 취득할 터였다.

대정정밀 주가는 며칠 내로 급등해서 12만원 가까이 오를 터였다. 새해가 시작 되면서 대정정밀이 중국의 훙하이 정밀 공업에 인수합병 된다는 소식과 함께 말이다. 최민혁은 주식주문을 받는 직원에게로 갔다.

그 직원은 그도 아는 사람이었다. 강주형 과장으로 30대 후반의 나이에 벌써 과장의 자리에 오를 정도로 그는 유능한 증권 맨 이었다.

“매수 주문할게요.”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차, 아니 최민혁입니다.”

최민혁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자 그 옆 직원이 깜작 놀라며 말했다.

“혹시 오성 라이온즈 최민혁 선수 아니세요?”

“맞습니다.”

“반갑습니다. 최 선수. 팬입니다.”

옆 직원이 악수를 청해오자 최민혁은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사고 당하셨다더니 멀쩡하시네요? 역시 언론은 믿을 게 못 돼.”

“아닙니다. 제게 사고가 생긴 건 맞는데 크게 다치지 않았을 뿐입니다.”

최민혁이 옆 창고 직원과 연예인과 팬으로서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주고 받는 걸 멀뚱히 쳐다보던 강주형 과장이 둘 사이의 대화가 끝나자 멋쩍게 웃으며 최민혁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사람을 잘 못 알아봐서. 하하하하.”

강주형의 말에 최민혁은 속으로 생각했다.

‘못 알아 본 게 아니라 아예 모르겠지.’

최민혁이 아는 강주형이란 사람은 일 밖에 몰랐다. 바로 예전의 그처럼 말이다. 유유상종이라고 서로 비슷한 성향의 두 사람은 나름 돈독한 사이를 이어왔었다. 물론 이제 차성국이 죽었으니 그 사이도 끊어졌지만.

“제 소개를 드리죠. 저는............”

강주형 과장은 자신을 최민혁에게 소개한 뒤 컴퓨터에 최민혁의 이름을 입력했다. 그리곤 모니터에서 뭘 봤는지 놀란 얼굴로 최민혁을 보며 말했다.

“투자금액이 많군요. 설마 이걸 다 투자 하실 생각이십니까?”

“네. 그러니 계좌에 넣은 거겠죠.”

“아네.”

강주형은 눈앞의 새로운 고객이 대박 고객임을 한 눈에 알아보았다.

“그러면 어떤 종목에 투자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 물음에 최민혁이 거침없이 대답했다.

“대정정밀요.”

“대정정밀이라......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

강주형은 시스템 트레이딩 프로그램(FX)를 통해 대정정밀을 살피곤 얼굴을 찌푸렸다.

“단기간에 주가가 20%나 떨어졌네요. 이 종목에 투자하는 건...... 주식거래는 좀 하셨습니까?”

“아뇨.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러시다면 전문가의 조언을 얻은 뒤에 매수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만.”

역시 강주형 과장이었다. 회사에 실적에 대한 압박이 있을 텐데도 초보 투자가에게 합당한 조언을 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최민혁에게 강주형이 아니라 그 누구의 조언은 필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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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이 웃으며 강주형에게 말했다.

“후후후후. 그냥 제 계좌의 돈 전부 장에 나와 있는 대정정밀 주식을 매입해 주십시오.”

“네? 고, 고객님. 이런 식의 충동적인......”

강주형이 강력하게 최민혁의 결정에 대해 만류를 했지만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러자 결국 강주형이 두 손을 들었다.

“하아. 알겠습니다. 고객님이 원하신다면 그렇게 해드려야지요. 그럼 15억 치를 장이 끝날 때까지 분할 매수하겠습니다. 그러는 게 뭉텅이로 들어가서 다른 매수세를 끌어 들여 상한가를 치는 걸 방지할 수 있으니까요.”

“네. 그렇게 해 주십시오.”

최민혁은 뒤로 다른 고객들이 주문을 넣기 위해 대기 중이었기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미래로 증권을 빠져 나왔다.

“응?”

그때 도로 맞은 편 은행 쪽에서 웬 아주머니가 고래고래 소리를 치고 있었다.

“날치기다. 저 놈 잡아라.”

그 소리에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아니나 다를까? 아주머니의 백을 든 모자 쓴 남자가 냅다 보도 위를 달리고 있었다.

“좀 잡아줘요!”

아주머니의 외마디 외침 때문인지 그 날치기를 잡으러 보행자 중 몇 명이 뛰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최민혁은 날치기가 잡힐 거라 보았다. 보도의 다른 사람들의 도움으로. 하지만 날치기는 혼자가 아니었다.

“어?”

도망치던 날치기 앞으로 오토바이 한 대가 나타난 것이다. 날치기의 공범이 근처에 대기 하고 있다가 날치기가 아주머니 가방을 뺏어 도망치자 차도를 달려 단숨에 그를 앞지른 뒤 보도로 넘어 들어 온 것이다.

날치기가 그 오토바이에 올라타고 달아나면 이대로 놈들을 놓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쐐애애액!

퍽!

뭔가 반대편 도로에서 날아왔고 그것이 막 오토바이에 올라타려던 날치기의 관자놀이를 정확히 때렸다.

털썩!

맞는 순간 날치기는 의식을 잃고 픽 쓰러졌다.

“에이. 씨발.....”

날치기가 쓰러지자 일행인 오토바이 운전자는 별 수 없이 혼자 달아났다. 뒤쫓아 오고 있는 사람들이 오토바이에 거의 다다랐기 때문에 동료 날치기의 손에 쥔 가방을 챙길 틈도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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