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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차성국이 숨겨 놓은 현금과 무기명 채권, 그리고 금괴 등 16억 쯤 되는 재산이 있었지만 최민혁은 그건 아예 건드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안 그래도 오성그룹에서 차성국의 숨겨 놓은 재산을 찾느라 혈안이 되어 있는데 거기에 섶을 지고 불 속을 뛰어들 최민혁이 아니었다. 주식 투자는 최민혁의 돈으로 하면 됐다. 냉철한 사업가의 상태창에 합산 된 최민혁의 자산만 얼추 15억이 넘었지 않던가? 그 중 부동산이 얼마일지 모르지만 적어도 통장에 수억의 돈은 일을 터였다. 이번 투자는 그 정도로 충분했다.
“후웁!”
열린 창을 통해 들어 온 냉기를 깊게 폐부로 흡입하자 갑자기 담배가 당겼다. 최민혁은 원래부터 담배를 피우지 않았고 차성국도 5년 전에 담배를 끊었다. 당시 극심한 스트레스를 담배로 풀다보니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고 결국 입원까지 하게 되면서 차성국도 건강 차원에서 담배를 끊었었다.
근데 지금 갑자기 담배가 댕겼다. 미치도록 간절하게. 하지만 그의 몸에 금단증상 같은 건 일어나지 않았다. 애초 최민혁의 몸은 니코틴이 전혀 없는 청정한 구역이었으니까.
최민혁은 열려 있던 창문을 닫고 병상으로 움직였다. 병상 옆 관물대 서랍을 열자 사탕이 있었다. 저녁 먹고 식판을 내 놓으려 병동 복도에 나섰을 때 얼굴에 솜으로 수염을 붙인 허접한 산타가 그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이랍시고 준 한줌의 사탕이었다.
최민혁은 그 중에 빨간 자두맛 사탕을 입에 넣고 단맛을 음미했다. 담배만큼은 즉각적으로 도파민을 생성 시켜 주진 못했지만 그래도 단 게 들어가니 기분은 좀 나아졌다. 최민혁은 사탕을 오물거리며 TV리모컨을 챙겨 들었다. 그리고 시간을 죽일 요량으로 뭐 볼만한 게 없는지 채널을 눌러댔다. 그때 스포츠 채널이 나왔는데 하필 야구다. 올해 메이저리그 우승을 가리는 월드시리즈를 전체 편집해서 그 하이라이트를 보여 주고 있었다.
시카고 컵스와 클리블랜드가 7차전 까지 가는 접전 끝에 결국 시카고 컵스가 우승을 차지했다. 최민혁은 거의 넋을 놓고 그걸 지켜보았고 그 프로그램이 끝나고 시간을 확인하니 11시 50분이었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해서 TV를 봤다. 덕분에 눈이 침침했다. 최민혁은 TV를 끄고 잠시 쉬었다가 12시가 넘자 자신의 보유 능력 중 능력 빙의를 사용했다. 역시나 최민혁 자신으로 말이다. 그러자 최민혁의 기억들이 그의 머릿속으로 밀려들어왔다. 그는 그 중 자신의 돈과 주식에 대해 생각했다.
“오오!”
순간 최민혁의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최민혁이 현금 신봉자였던 것이다. 그가 그 동안 번 돈 15억여 원은 고스란히 그의 은행 통장 속에 들어 있었다. 수억 투자만 할 생각이었던 최민혁은 투자액이 확 커지자 입 꼬리가 절로 위로 올라갔다.
이번 투자는 최소 투자금의 5배는 벌 수 있었다. 그러니까 15억이 75억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그건 그야말로 최소일 경우다. 최민혁은 잘하면 10배까지도 벌 걸 예상했다.
최민혁은 그 통장이 어디 있는지 비밀번호가 뭔지 다 기억해 뒀다. 이로써 수중에 실탄은 확보 된 셈이었다.
“으음....”
그런데 최민혁은 주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긴 현금 신봉자가 주식은 무슨......”
내일은 성탄절이니 어쩔 수 없고 모레 증권사를 찾아가서 증권 계좌부터 개설해야 할 거 같았다. 물론 그때 대정정밀 주식도 싹 쓸어 담을 거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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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병원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하고 퇴원 수속을 밟았다. 성탄절이다 보니 퇴원하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았지만 원무과에 일하는 사람 적어서 수속에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병원비를 계산하고 구단과 보험회사에 제출 할 서류까지 뗀 뒤 최민혁은 커리어를 끌고 병원 밖으로 나갔다.
여동생이 가져 온 커리어는 부피가 생각보다 커서 짐은 충분히 다 들어갔다. 그래서 최민혁은 수월하게 달랑 커리어 하나만 끌고 움직이면 됐다.
“가만.....”
그렇게 커리어를 끌고 막 병원 입구를 나서던 최민혁은 문득 어젯밤에 최다혜가 병원 출발하기 전에 전화하란 말이 생각났다. 근데 그의 수중에는 핸드폰이 없었다. 그때 그의 눈에 며칠 잠을 못 잔 듯 부은 얼굴에, 며칠 안 씻은 듯 추레한 의사 가운을 걸친 여의사 하나가 털레털레 병원 안으로 들어오는 게 보였다. 그런데 그런 그녀의 손에 핸드폰이 쥐어져 있었다. 그걸 보고 최민혁이 커리어를 그 자리에 세워 놓고 움직였다.
“저기요.”
최민혁이 그 여의사 앞을 막아서자 그 여의사가 빤히 최민혁을 올려다보았다. 여의사는 완전 피로에 절어 있었다. 그래선지 최민혁을 보고도 별 반응도 없이 오히려 살짝 짜증이 묻어나는 어조로 말했다.
“왜요?”
최민혁은 운동선수답게 탄탄한 몸에다 얼굴도 상당히 잘 생긴 축에 속했다. 그래서 매년 팬들의 인기투표에서 항상 10위 권 안에 들었고 특히 여자들이 좋아하는 선수로는 매년 1, 2위를 다퉜다. 그런 꽤 매력적인 이성을 눈앞에 두고도 여의사는 전혀 관심 없는 얼굴이었다. 이쯤 되면 보통 남자는 물러 서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최민혁은 오히려 신나하며 웃었다.
그럴 것이 드디어 자신의 보유 능력인 매력 덩어리를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 왔기 때문이었다.
어젯밤 최민혁은 매일 한 번 밖에 쓰지 못하는 자신의 보유 능력인 능력 빙의를 사용했다. 그 뒤 잠자기 전 최민혁은 생각했다.
냉정한 사업가로서 그의 보유 능력 중 두 가지는 써 봤는데 하나 남은 매력 덩어리는 아직 써보지 못했는데 그걸 어떤 식으로 써 볼까 하고 말이다.
매력 덩어리는 상대에게 호감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이었다. 이 능력은 사교적으로 이용하면 분명 사업하는 데 있어 크게 도움이 될 터였다. 하지만 병원에서 이 능력을 쓸 일은 없어 보였다. 만약 최민혁이 며칠 더 입원 해 있어야 할 상황이라면 그는 이 능력을 자신의 담당의사나 간호사에게 사용했을 터였다. 하지만 이제 자고 일어나면 퇴원할 마당에 굳이 그들에게 이 능력을 쓸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내일 퇴원 할 때나 하고 나서 이 능력은 한 번 시험 삼아 써 보자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퇴원하고 병원을 나설 때 써 먹게 되었다. 최민혁이 눈앞의 여의사를 상대로 보유 능력인 매력 덩어리를 쓰겠다고 하자 세나가 바로 반응을 했다.
[강원대학병원 레지던트 1년차 나미주에게 매력을 발산합니다. 나미주의 호감도가 급격히 올라갑니다.]
“안녕하세요. 제가 핸드폰이 없는데 급하게 전화 할 일이 생겨서요. 혹시 핸드폰 좀 빌려 쓸 수 있을까요?”
“네? 아아. 네. 여기.....”
좀 전까지 최민혁을 보고도 전혀 관심 없어 보이던 여의사가 얼굴이 불그스름해져는 허겁지겁 자신의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최민혁에게 건넸다. 최민혁은 그 핸드폰을 받으며 그녀에게 환하게 웃어 보였다. 그러자 여의사가 헤벌쭉 입을 벌린 채 넋 놓고 최민혁을 올려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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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여의사로부터 건네받은 핸드폰으로 여동생인 최다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나야. 지금 병원 나서는 길이다.”
-그래? 그럼 오는 데 두 시간 쯤 걸리겠네. 알았어.
최민혁은 그렇게 간단히 통화를 마친 뒤 여의사에게 다시 핸드폰을 건넸다.
“잘 썼습니다.”
“..........”
그런데 여의사는 최민혁이 돌려 준 핸드폰은 받을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계속 그의 얼굴만 넋을 놓고 쳐다보고 있었다.
주르르!
그러다 벌어진 여의사 입에서 침까지 흘러내렸다. 그걸 보고 최민혁은 생각했다.
‘이거 이성에겐 직방이네.’
최민혁은 속으로 지금 눈앞의 여의사에게 자신의 보유능력인 매력덩어리를 써 보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내일은 남자를 상대로 매력덩어리를 써 봐야겠다 싶었다.
최민혁은 여전히 넋이 나가 있던 여의사의 손에 핸드폰을 쥐어 주고는 커리어를 세워 둔 곳으로 갔다.
“안녕!”
그리곤 여의사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면서 커리어를 끌고 병원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여의사도 그를 따라 병원 밖으로 나왔다.
“저, 저기.....”
여의사가 나름 용기를 내서 최민혁을 불렀다. 하지만 그때 그는 택시 트렁크에 커리어 가방을 넣고 있어서 그 소릴 듣지 못했다.
“자, 잠깐만요!”
여의사가 뒤늦게 소리치며 움직였을 때 최민혁을 태운 택시가 출발 한 뒤였다. 여의사는 한 동안 넋 나간 얼굴로 최민혁을 태운 택시를 쳐다보았다. 그러다 택시가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녀 입에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하아아!”
그때 그녀 눈에 그녀 손에 쥐어져 있던 핸드폰이 보였다. 여의사는 순간 눈빛이 반짝 빛났다. 그녀는 곧바로 핸드폰의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맨 앞에 떠 있는 핸드폰 번호를 보고 그녀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그때였다. 핸드폰이 울렸고 의국이란 글자가 보이자 여의사는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네. 치프! 네. 지금 가는 중입니다. 네.”
그렇게 통화를 끝낸 여의사는 병원 안으로 뛰어 들어가면서 이제 의국 밑으로 내려간 전화번호를 ‘커리어 맨’으로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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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눈이 올 때까지만 해도 화이트크리스마스를 생각했던 사람들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 크리스마스 당일 날은 오히려 날씨가 포근했고 그 덕에 어제 내린 눈도 전부 녹았다. 때문에 최민혁이 서울로 가는 데 어려움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교통소통이 원활해서 최민혁은 30분을 단축해서 한 시간 반 만에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단독주택 앞에 도착했다.
“여기.....”
최민혁은 카드로 택시비 14만원을 계산한 뒤 택시 기사가 트렁크를 열어주자 커리어를 꺼냈다. 그렇게 춘천 택시가 떠나고 최민혁은 주택 초인종을 눌렀다. 전날 밤 능력 빙의를 썼을 때 최민혁은 내일 가게 될 서울 집에 대해 생각을 했다. 그래서 지금 눈앞의 집이 영 어색하지만은 않았다.
덜컹!
초인종을 누르고 잠시 뒤 대문이 열렸다. 최민혁의 집은 대지 약 200평에 지하 1층에서 지상 2층으로 구성 된 단독 주택이었다. 최민혁의 부모님의 사회적 지위를 생각하면 적당한 크기의 집이었다.
비록 재벌가의 사생아였지만 그 피가 흘러서 그런지 몰라도 그는 상류층은 상류층답게 살아야 한다는 주의였다. 돈을 많이 버는 만큼 써 준다면 경제는 알아서 잘 돌아가게 되어 있었다. 부자가 돈을 제대로 쓰지 않고 대물림 하려 축적하니 경제가 엉망인 거다.
최민혁이 커리어를 들고 막 현관문 앞에 들어섰을 때 안에서 최다혜가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비밀번호 모르지?”
“아니. 0718이잖아.”
전날 밤에 능력 빙의로 이 집에 관한 건 최민혁의 기억을 통해 전부 알아 둔 터였다. 현관비밀번호인 0718은 최다혜의 생일이었다.
“어. 알잖아. 이제 기억이 돌아 온 거야?”
“뭐 어느 정도. 다는 아니고.”
최민혁은 자연스럽게 커리어 가방을 들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은 최민혁이 능력 빙의로 알아 둔 그 모습 그대로였다.
“네 꺼 챙기고 나머진 내방으로 가져다 줘.”
최민혁이 들고 온 커리어의 주인은 최다혜였다. 그리고 그 안에 든 짐의 90%가 그녀 것이었고 말이다. 그래서 최민혁은 커리어를 최다혜에게 건네고 2층으로 올라갔다. 최민혁의 기억에 따르면 2층에 그의 방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