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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최민혁은 오성 그룹에서 일하면서 꾸준히 주식을 해왔다. 그의 회사 내 위치가 올라갈수록 고급 정보를 들을 수 있었고 그 정보를 통해 최민혁은 수십억의 돈을 주식으로 벌었다. 하지만 최민혁도 3년 전 대기업 오너가 사람들과 권력자들이 낀 작전 세력에 당해 크게 손해를 보았다. 가진 돈의 80%를 날려 버렸으니 속이 쓰릴 만도 했다.
그 뒤 최민혁은 항상 조심스럽게 주식 동향을 살피고 거의 확실하다 싶을 때 주식에 투자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안정적인 종목의 주식으로는 예전처럼 큰돈을 벌 수 없었다. 그런 그의 눈에 지금 대박 주가 보였다.
현재 대정정밀의 주가는 25,300원. 최민혁이 사고를 당하기 전날에 전해들은 정보에 따르면 대정정밀은 내년에 중국의 훙하이 정밀 공업에 인수합병 될 거라고 했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대정정밀의 주가는 계속 하락세였다. 작전 세력이 개입 중인 게 확실했다. 이러다 연말, 그러니까 며칠 내 작전세력의 배후에서 대정정밀의 주식을 대량 매입하기 시작할 터였다. 그리고 연초에 인수합병 소식이 터지면 대정정밀의 주가는 폭등할 것이고 누군가는 돈방석에 앉게 될 터였다.
지금까지 분위기로 봐선 훙하이 정밀 공업의 대정정밀 인수합병은 사실인 거 같았다. 하지만 그 정보가 정확하단 확신이 최민혁에게는 없었다. 무엇보다 대정정밀에 작전 세력과 그 배후가 있다는 게 께름칙했다. 전에도 확실하다 싶어 투자를 했었다. 그 결과 제대로 말아 먹었고 말이다.
“가만.....”
그때 최민혁의 눈이 반짝 빛났다. 냉정한 사업가란 타이틀을 가진 자신을 재벌로 성장 시켜 줄 세나 시스템이 그에게 있지 않은가? 최민혁이 세나 시스템을 생각하자 그의 눈앞에 홀로그램 창이 떴다.
-기본 정보
이름: 최민혁(男)
나이: 27세
신장: 185cm
몸무게: 87kg
직업: 냉철한 사업가
직장: 무직
직위: 없음
포인트: +150
기본 정보 창에 변화가 있었다. 전엔 차성국이 최민혁으로 이름이 바뀔 때 직장과 직위는 그대로였는데 이번에 바뀌어 있었다. 오성그룹의 이미지가 다 지워진 것이다. 하긴 그가 더 이상 차성국이 아니니 오성그룹과 연관 지을 필요는 없었다. 최민혁이 기본 정보를 확인하자 창이 바로 바뀌었다.
-냉철한 사업가
총 자산: 532,178,565,340원
투자처: 없음
보유 능력: 선견지명(1단계), 능력빙의(1단계), 매력 덩어리(1단계)
아이템: 저용량 아공간 주머니(1m X 1m X 10m)
냉철한 사업가로써 최민혁은 5천억이 넘는 자산을 가진 부자다. 하지만 지금 그 5천억은 그림에 떡이었다.
생각 같아선 당장 버진아일랜드로 날아가서 5천억을 다 찾아 오고 싶지만 급할 건 없었다. 또 조심할 필요성도 있고 말이다.
오성그룹의 정보력은 국가 정보원 수준이었다. 뭔가 부자연스러운 게 포착 되면 조사에 들어 갈 것이고 그럼 자신의 비자금이 그들에게 노출 될 수 있었다.
때문에 최민혁은 자연스럽게 그의 전지훈련 때 해외로 나가서 그 돈을 챙길 생각이었다. 딱 3주 만 참으면 됐다.
그 동안 최민혁은 휴가 한 번 없이 10년 넘게 개처럼 일만 해 온 자신에게 휴가를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버릇이란 건 무시할 수 없었다.
매일 증시 상황만큼은 꼭 살피던 그의 버릇 때문에 결국 쉬기로 했던 그가 또 일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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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눈앞의 상세 능력 창을 보며 세나에게 물었다.
“보유 능력 중에 선견지명이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이라고 했지?”
[네. 일주일 앞의 미래를 10분 간 볼 수 있습니다.]
“그 미래란 게 내가 보고 싶어 하는 걸 볼 수 있게 해 준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단 보여 지는 시점을 옮겨 갈 순 없습니다. 예로 마스터가 일주일 후 누군가가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가 갑자기 다른 곳에 있는 또 다른 누군가도 알고 싶다고 해도 그 사람이 뭘 하는 지 보여주진 않는단 얘기죠.]
“그러니까 오롯이 내가 알고 싶어 한 그 상황의 그 미래만 보여 준단 소리군.”
[그렇습니다. 선견지명을 쓰시겠습니까?]
“응. 일주일 뒤 대정정밀에서 중국의 훙하이 정밀 공업과 인수합병 대해 비밀회의를 열거야 그 회의 모습을 보고 싶어.”
오늘이 24일이니 정확히 일주일 뒤가 12월 31일이었다. 신정 연휴가 끝나고 인수합병이 발표 될 테지만 그 전에 대정정밀에서 인수합병에 대해 최종적으로 중국의 훙하이 정밀 공업과 무슨 조율이 있을 터였다. 그리고 그걸 두고 대정정밀 측에서 마지막 점검 차 회의를 할 것이고 말이다. 최민혁은 바로 그 대정정밀의 사실상 마지막 회의를 볼 생각이었다. 그럼 모든 걸 명확히 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말씀하신 상황은 보실 수 없습니다.]
“뭐?”
[선견지명을 쓰기 위해선 반드시 안면이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대정정밀의 비밀 회의장에는 마스터와 안면이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쳇!”
예상치 못한 세나의 태클에 최민혁은 불만스러웠지만 바로 머리를 굴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대정정밀 박 사장이나 하다못해 임원 중에 한 명과 인사라도 해 두는 건데 말이야. 뭐 대정정밀 쪽에 아는 사람이 없으면..........”
순간 중국 출장 때 훙하이 정밀 공업 측 간부와 만난 기억이 났다.
“이름이 쉬자취였던가? 아무튼 그 자가 이 일에 대해 잘 알았으면 좋겠는데.....”
잠시 생각에 빠졌던 최민혁이 세나에게 말했다.
“세나. 일주일 뒤 중국의 훙하이 정밀 공업의 간부 쉬자취가 대정정밀에 대해 언급할 때가 있을 거야. 그때를 보여 줘.”
그러자 앞서 와 달리 세나에게서 긍정적이 답변이 나왔다.
[일주일 뒤 쉬자취 부장이 대정정밀에 대해 말한 부분이 있습니다. 보유능력인 선견지명이 발동 됩니다.]
세나의 말이 끝나자 최민혁의 시야가 확 바뀌었다. 병실의 모습 대신 그의 눈에는 왁자지껄한 사무실이 보였다.
그리 크지도 않는 사무실 안에 족히 50-60명의 직원들이 복작거리며 일을 하고 있었는데 중국의 특유의 센 억양이 최민혁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 중 한 명이 최민혁의 눈에 들어왔다. 그러자 그의 시선이 줌인 기능을 발휘해서 그 사람만 그의 시야에 들어오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의 말이 최민혁의 귀에 들려왔다. 역시나 중국어였는데 다행히도 북경어를 썼기에 최민혁은 그 자의 말을 알아 들을 수 있었다.
“......대정정밀 측과 좀 전에 얘기가 끝났다고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사흘 뒤 RD-123과 TX-386을 실은 배편을 인천으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네. 저희야 좋죠. 대정정밀이 우리 자회사가 된다니 말입니다. 그쪽 부품이야 확실하니까..........”
최민혁은 쉬자취 부장의 자회사란 말 다음에 다른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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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선견지명을 통해서 중국 훙하이 정밀 공업의 대정정밀 인수합병이 확실함을 확인하자 대놓고 쾌재를 외쳤다.
“좋았어. 이건 대박이다.”
지금 주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대정정밀이었다. 아마도 크리스마스를 지난 연말에 최저점을 찍을 것이고 그때 작전 세력의 배후에서 주식 매입이 시작 될 터였다.
“그렇다면 크리스마스 다음 날 오전이 피크로군.”
최민혁은 26일 날 대정정밀 주식을 살 생각이었다.
“가만.....”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우선 주식을 살 돈이 있어야 했다. 또 최민혁이 주식을 했는지도 몰랐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전 최민혁의 기억이 필요했다. 하지만 오늘 오후에 그를 찾아 온 두 불청객들 때문에 능력빙의는 이미 쓴 상태였다. 최민혁은 곧장 지금이 몇 시인지를 확인했다.
“9시 40분! 으음.....”
그 새 시간이 꽤 흘러 있었다. 앞으로 2시간 20분 뒤에 크리스마스고 최민혁은 능력빙의를 쓸 수 있을 것이고 그때 최민혁의 돈이 어디 있는지 그가 주식을 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을 터였다.
“근데......집에 잘 들어갔으면 잘 들어갔다고 연락이라도 해 줄 것이지.”
그래도 물보다 피가 진하다고 최민혁은 시간이 밤 10시가 다 되 가자 여동생 최다혜가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그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우습게도 예전 최민혁은 최다혜의 핸드폰 번호를 기억하지 못했다. 물론 그의 핸드폰에 여동생으로 전화번호야 저장 되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최민혁은 최다혜의 핸드폰 번호를 외우고 있었고 병원 전화기의 숫자버튼을 거침없이 눌렀다.
“그러고 보니 핸드폰도 필요하군.”
여동생의 말에 따르면 병원에서 받은 최민혁의 소지품에 핸드폰을 없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사고 때 핸드폰도 박살나 버린 모양이었다.
-여보세요?
최다혜가 전화를 받았다.
“집엔 잘 들어갔냐?”
-뭐래? 지금이 몇 신데 아직 집에 안 왔을까? 그리고 기억이 안 나는 모양인데 오빤 이런 자상한 캐릭터 아니었거든.
“저녁은 먹었고?”
-치이. 남이야 밥을 먹든 말든.
“네가 남은 아니지. 내 하나 뿐인 동생이잖아.”
-오우! 닭살! 그 딴 소리는 오빠가 사랑하는 그 년 한 테나 하셔!
최다혜가 말한 그 년은 아마 치어리더 한가연을 말하는 것일 터.
“그래도 너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그 년이 뭐냐?”
-흥. 그래. 애인 편들어야지.
최민혁은 어차피 다시 보지 않을 거라 자신의 결심을 여동생에게 얘기했다.
“그 여자 내 애인 아니다.”
-뭐?
“헤어졌다고.”
-진짜?
물론 쌍방 간에 합의에 의한 결별은 아니다. 하지만 최민혁은 그랬다. 걸레 한가연을 애인으로 둘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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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이 한가연과 헤어졌다고 하자 여동생은 아주 신이 났다.
-호호호호. 잘했어. 진즉 헤어졌어야지. 아냐. 애초에 사귀질 말았어야 했어. 그 년, 아니지 그 언니 순전히 오빠를 이용해 먹으려고 사귄 거야. 이제 와서 말하지만 그 언니 소문 정말 지저분하거든. 글쎄 저번에 회사 다니는 내 친구 오빠가 그러던데...................
최다혜는 20대 초반의 건강한 대한민국 여성이 맞았다. 한 번 수다를 떨기 시작하자 10분 넘게 혼자서 떠들어 댔다. 그나마 눈치라는 게 있어 다행이었다. 최민혁이 인내의 한계점에 도발할 무렵 최다혜의 수다도 끝이 난 것이다.
-...........지 뭐야. 아! 내가 너무 말이 많았네. 오빠 이제 자야지?
“어. 너도 잘 자고 내일 보다.”
최민혁은 여동생의 수다가 다시 폭발할 것을 우려해서 엔딩 멘트를 날렸다.
-그래. 근데 내일 집에 올 때 뭐 타고 올 거야?
“택시 타지 뭐.”
최민혁의 차는 어제 왔던 구단 법무팀 직원의 말에 따라면 폐차 처리 되었다고 했다. 핸드폰에 이어 차도 한 대 새로 뽑아야 할 거 같았다.
-알았어. 그럼 거기서 출발 할 때 전화 줘.
“그래. 잘 자라.
-오빠두.
최민혁은 그렇게 여동생과 통화를 끝내자 몸을 일으켜 병실 창가로 걸어갔다. 다행히 눈은 그쳤지만 쌓인 눈이 제법 되어 보였다. 미닫이 창문을 살짝 열자 밖의 냉기가 훅하니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밤공기가 참 시원하고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