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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강하나가 일으킨 사태는 결국 그 날 해결 하지 못하고 다음 날로 미뤄졌다. 그리고 오늘 이 문제를 해결 하지 못한다면 당장 내일 중요 TV프로그램 3개가 펑크 날 판이었다.
이는 국내 최대 연예 기획사인 SQ엔터테이먼트라도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그 사실이 윗선까지 올라갔고 결국 강하나는 SQ엔터테이먼트 대표 이사실로 불려 올라갔다.
“꼴깍!”
아무리 강하나가 강단이 있다지만 그래도 회사 수장(현 SQ엔터테이먼트의 실세)과 독대를 하게 되었으니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근데 그게 좋지 않은 일로 만나게 됐다는 게 문제지만.
‘그래. 까짓 그만 두자. 어차피 오빠랑 결혼하면 때려 치려고 했었잖아.’
스스로에게 용기를 불어 넣으며 강하나가 크게 숨을 고를 때였다.
“들어가세요.”
비서가 대기 중인 강하나에게 말했다. 강하나는 손바닥에 땀을 바지춤에 닦고 대표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널찍한 사무실이 나왔다. 하지만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그런 스타일의 사장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서 와요.”
밝은 화이트 톤의 노출 천장 컨셉의 트랜드 한 사무실 한쪽에 고풍스럽고 모던한 중역 책상에 앉아 있던 젊은 여자가 강하나는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앉아요.”
역시나 책상의 서류에 시선을 둔 체 강하나는 보지도 않고 젊은 여자가 손짓으로 사장실 소파를 가리켰다.
강하나는 잠시 쭈뼛거리다가 사장실 소파에 앉았고 그 사이 젊은 여자는 서류에 사인을 하고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끼고 있던 안경을 벗고 책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볼룸 넘치는 젊은 여자의 육감적인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젊은 여자는 검은 톤의 타이트 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몸매 중 도드라지거나 처지는 부위는 찾아 볼 수 없었다.
또각또각!
안 그래도 큰 키에 하이힐까지 신은 젊은 여자는 강하나가 한참 고개를 들어야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하나씨. 오랜 만이네요.”
그 젊은 여자가 환하게 웃으며 강하나 맞은 편 소파로 다가왔다.
“네. 대표님.”
강하나가 앉은 상태에서 살짝 고개를 숙여 나름 예의를 갖췄다. 그랬다. 지금 강하나를 보고 마주 앉고 있는 육감적인 몸매의 젊은 여자가 바로 SQ엔터테이먼트의 대표이사인 이주하 였던 것이다.
이주하는 SQ엔터테이먼트를 창업한 이준만 회장의 장녀로 탁월한 수완을 발휘 SQ엔터테이먼트를 글로벌 경영체제로 전환에 성공 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 덕인지 몰라도 이주하는 국내에 있을 때보다 외국에 있을 때가 더 많았다.
“얘기 들었어요.”
이주하가 강하나 맞은 편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으며 말했다. 그런 그녀를 강하나가 똑바로 쳐다보았다. 이주나는 강하나도 부러워 할 만 한 핫 바디의 소유자였다. 그렇다고 얼굴이 못났단 건 아니다. 얼굴도 예뻤지만 그녀 스스로가 장점인 몸매를 더 부각시키다보니 그녀의 핫 바디가 더 부각 됐을 뿐이었다. 이주하는 강하나가 빤히 자신을 쳐다보자 싱긋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 솔직해 져 볼까요? 내일 저녁에 왜 시간이 필요한 건가요?”
“그건......”
강하나는 배우 1팀장과 실장과도 평형선을 달렸던 그 대답을 하려다가 눈앞의 이주하에겐 그런 말보다는 사실대로 얘기하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알았어요. 솔직하게 말할게요. 저 내일 저녁에.................”
강하나는 내일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와 크리스마스 밤을 같이 보내기 위해서 꼭 시간이 필요하다고 사실대로 이주하에게 말했다. 그 얘기를 듣고 난 이주하가 묘한 얼굴로 강하나를 쳐다보았다
“지금 남자 때문에 연기 인생을 접을 생각이었단 건가요?”
이주하가 살짝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강하나에게 물었다.
“그냥 남자가 아니죠. 제가 사랑하는 남자라고요. 전 제가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서라면 연기 인생이 아니라 목숨도 바칠 수 있어요.”
단호한 강하나의 말에 이주하가 재빨리 두 손을 내밀며 말했다.
“워워. 진정해요. 당신의 사랑을 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 좋아요. 그럼 그렇게 해요. 대신 연말과 신정 연휴 동안 빡세게 스케줄 돌릴 거예요.”
“정, 정말요? 진짜 내일 저녁에 스케줄 소화 안 해도 되는 거죠?”
“그래요. 근데 그 남자 진짜 부럽네요. 자신을 위해 목숨 까지 바칠 수 있는 애인을 두다니.”
이주하의 애인이란 말에 강하나가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배배 몸을 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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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저 진짜 열심히 활동 할게요.”
강하나가 거듭 허리를 굽히며 사장실을 나서는 걸 지켜보며 이주나가 흐뭇하게 웃었다.
“좋을 때다.”
자신도 저럴 때가 있었다. 뜨겁게 사랑했다. 강하나처럼 그 남자를 위해 죽어도 좋다 싶을 만큼. 하지만 그 남자는..........
“하아!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강하나에게 쉽게 얘기했지만 그 뒤처리는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물론 SQ엔터테이먼트 대표라면 이 정도 처리하는 건 그리 어려운 범주에 속한 일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집무 책상으로 돌아간 이주하는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네. 국장님. 호호호호. 죄송해요. 자주 연락도 못 드리고..............”
그리고 십 여 통 전화를 걸었다.
“.............네. 고마워요. 이 신세 꼭 갚을 게요. 네. 들어가세요. 휴우. 됐다.”
이주나는 내일 강하나가 저녁에 소화해야 할 3개 프로그램이 그녀가 없더라도 지장 없게끔 깔끔하게 처리를 했다. 그로 인해 그녀가 소비한 시간은 30분 정도.
“오늘은 뉴욕 가는 비행기에서 일을 좀 해야겠네.”
그녀의 스케줄 역시 소속 연예인들에 비해 적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삐익!
-대표님. 공항 가실 시간입니다.
“알았어요.”
이주나는 서둘러 준비를 했다. 그 중엔 오늘 다 처리하지 못한 결재 서류도 챙겨 서류 가방에 넣어야 했다. 그렇게 채비를 다 갖춘 그녀가 사장실을 나서자 그녀를 수행할 사람들이 벌써 사장실 밖에 대기 중이었다.
“가요.”
이주나는 그들과 같이 SQ엔터테이먼트 본사 건물을 나섰다. 그리고 대기 중이던 차에 올라서 곧장 인천 공항으로 향했다. 그렇게 그녀를 태운 차가 인천국제 고속도로에 올랐을 때였다.
“저기 민 비서?”
차 안에서도 서류를 살피던 이주나가 불쑥 자신의 비서를 불렀다.
“네. 대표님.”
“그 사람 기일이 모레던가? 아마 그날 오전에 카네기홀에서 제임스와 미팅이 잡혀 있을 거야. 점심은 안 먹어도 되니까 잠깐 거길 좀 들렀으면 해.”
“알겠습니다. 스케줄 조정을 할게요. 그리고...... 꽃도 준비해 두죠.”
“고마워.”
이주나는 그 말 후 쓰게 한 번 웃더니 이내 시선을 다시 서류로 가져갔다. 그런 그녀를 보는 비서의 시선에 안쓰러움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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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실을 나선 강하나는 너무 기뻐 폴짝 뛰었다.
“오예! 호호호호!”
그리곤 대 놓고 경박하게 웃었다. 그런 그녀를 대표실 비서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지만 강하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히히. 내일 뭐하지? 아! 오빠랑 오빠 집에 있을 거지. 가만 그럼 저녁은? 시켜 먹....아니야. 오빠에게 잘 보이려면......이럴 때가 아니라.....”
강하나는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으로 어딘가 전화를 걸었다.
-왜?
“다혜야. 우리 내일 저녁에 뭐 해 먹을까?”
-뭐라고?
“너 요리 할 줄 몰라?”
-얘가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요리는 무슨..... 가만 너......“
“다혜야. 우리 내일 저녁에 같이 장 봐서 요리하자.”
뚜뚜뚜뚜......
언급할 가치도 없다는 듯 최다혜가 전화를 끊어 버렸다.
“이잉! 매정한 것 같으니라고. 좀 도와주면 어때서.... 벌써 시누이 행세를 하시겠다 이건가? 쳇! 어쩔 수 없지. 나 혼자 할 수밖에. 내가 내일 깜짝 놀라게 해 줘야지.”
강하나는 투지에 불탔다. 하지만 그날 밤 늦은 시간 까지 스케줄을 소화하고 난 그녀는 물 먹은 솜처럼 축 처진 채 집에 들어가자마자 곧장 침대로 기어들어갔다.
“야! 씻고 자야지.”
동생 강두나가 용을 썼지만 시체처럼 축 늘어진 강하나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강하나는 매니저가 집 앞에 도착했단 연락을 받고 좀비처럼 집을 나섰다. 그리곤 정신없이 스케줄을 소화하고 마지막 라디오 방송을 끝내자 오후 4시였다.
“오빠. 저 K마트에 내려 주세요.”
“K마트? 지금 거길 가겠다고?”
“네.”
강하나는 대충 대답하고는 핸드폰으로 인터넷 검색하기 바빴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요리 레시피를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강하나는 저녁에 해 먹을 요리 세 가지를 정하고 그 요리에 쓰일 재료를 메모지에 적었다.
그 사이 그녀를 태운 카니발 차가 K마트 앞에 도착했다.
“오빠. 크리스마스 잘 보내고 내일 봐요.”
강하나는 매니저와 바로 작별하고 잰걸음으로 K마트 안으로 들어갔다. 마트의 식품매장은 1층에 있었고 강하나는 카트를 끌고 필요한 식자재들을 카트 안에 담기 시작했다.
쑥덕쑥덕!
그때 강하나를 알아 본 고객들이 그녀를 힐끗거렸는데 그녀는 손에 들린 메모지에 적힌 식재료 중 빠진 것이 없는 지 살피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런 줄도 몰랐다. 다행이라면 크리스마스라 마트를 찾은 사람들도 다들 각자 일정에 바빴던 터라 그녀를 귀찮게 하진 않았단 점이었다.
강하나는 그렇게 잔뜩 식재료를 사들고 마트를 나섰고 마트 앞에서 택시를 타고 최다혜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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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이브. 성탄절 전날이지만 최민혁에게는 퇴원 전날에 불과했다.
“눈이다.”
설상가상 눈까지 온다니 최민혁은 내일 서울 집에 갈 일이 걱정이었다. 그에 비해 병원 사람들은 화이트크리스마스 운운하며 다들 행복해 하는 표정들이었다.
병원 내에서도 특별한 행사가 있는지 병동도 그 여파로 들썩였고 병동 복도와 트리와 병실 입구에도 장식이 화려했다. 하지만 최민혁은 그들과 같이 마음 편히 성탄절을 즐기지 못했다.
오성 그룹에서 억지로 입사 당해 주요부서를 돌며 10년 넘게 일에 치여 살아 온 그였다. 특히 연말이 더 바빴기에 크리스마스에 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니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즐겨야 할지 몰랐다. 단지 어릴 때 받았던 크리스마스카드나 이미 돌아가신 모친과 같이 교회를 찾아갔던 추억만이 그의 기억 속에 남아있을 뿐이었다.
“성탄절이 뭐라고 이 난리들인지.....”
최민혁은 사람들의 반응이 이해가 되지 않은 듯 병상에 누워 TV를 시청했다. 그가 보는 채널이야 이미 정해져 있었기에 그가 TV를 켜자 경제 방송이 바로 나왔다. 최민혁은 주식의 흐름을 차분히 살폈다. 그때 2주일 연속 하락 중인 주식이 최민혁의 눈에 들어왔다.
“으음. 대정정밀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