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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11화 (1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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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강하나가 제법 드라마와 영화에 얼굴을 내 민 건 맞지만 그녀는 아직 신인이었다. 신인이 자기 마음대로 스케줄을 조절할 순 없었다.

특히 크리스마스나 명절 같은 특집 편성 방송에는 신인 급 연예인들과 무명 연예인들이 얼굴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강하나는 얼굴을 알리기 위해서 방송을 나갈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때 소속사에선 이런 어느 정도 인기 있는 신인들이 더 바빴다.

이유는 바로 소속사의 톱 연예인들의 대타, 땜빵을 그들이 맡아줘야 했기 때문에 말이다.

강하나 역시 SQ엔터테이먼트의 몇몇 톱 배우 대신 크리스마스 때 땜빵으로 방송 출연하기로 스케줄이 잡혀 있었다. 그렇게 크리스마스 날 밤에만 잡혀 있는 스케줄이 세 개였다. 그걸 취소시키란 건 매니저보고 옷을 벗으란 소리와 같았다.

“하나야. 그건 안 돼! 너 지금...........”

하지만 강하나는 그의 말은 듣지도 않았다.

“오호호호호! 오빠가 크리스마스 날 밤에 나와 같이 놀아주겠다니. 이게 꿈이야 생시야.”

강하나는 오늘 보여 준 최민혁의 확 바뀐 모습에서 희망을 보았다. 최민혁이 이제야 자신에게 마음의 문을 확실히 연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그와 제대로 된 연애를 시작하는 것뿐이었다.

“어머. 나 어떡해!”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얼굴이 시뻘게 진 강하나가 동동거리며 발을 굴렀다. 그런 강하나를 잠시 넋 놓고 바라보던 강하나의 매니저는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이건 내가 어쩔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강하나의 매니저는 곧장 차에 시동을 걸었다. 강하나의 반응을 보아하니 자기로는 더 이상 그녀를 통제하는 게 불가능 하단 판단을 내린 것이다.

강하나의 매니저는 이 사태의 책임을 질 생각을 했다. 이 골치 아픈 문제로부터 벗어 날 수만 있다면 당장 회사를 때려 치워도 상관없었다.

강하나를 실은 카니발 차는 이내 강원대학병원을 나와서 서울로 향했다. 들뜬 강하나는 한 시간 넘게 혼자서 핑크빛 상상의 나래를 펴다가 차창을 쳐다보고 어리둥절한 얼굴 표정을 지었다.

“오빠. 화보 촬영하러 안가?”

오늘 화보 촬영장은 강북에 있었다. 그런데 지금 차는 강남을 향해 질주 중이었다. 곧 출퇴근 시간이 시작 될 테니 이대 강남에 들어갔다간 강북으로 나오긴 힘 들 터였다.

“...........”

하지만 매니저는 그녀의 말을 씹고 계속 강남으로 향했다. 그제야 강하나도 매니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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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SQ엔터테이먼트 본사 배우 1팀의 분위기는 서늘하다 못해 살벌했다. 이게 다 강하나 때문이었다.

“너 정말이야?”

강하나의 매니저의 바로 위 사수인 배우 1팀장이 진지한 어조로 강하나에게 물었다. 그러자 강하나가 질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네. 사정이 있어서 그래요. 크리스마스 밤에만 스케줄 빼주세요. 그럼 연말과 신정 연휴 스케줄은 제가 다 뛸게요.”

“무슨 사정?”

“그, 그건......”

강하나도 눈치는 있었다. 여기서 크리스마스 밤에 남자랑 같이 지내려고 그런다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그때 SQ엔터테이먼트의 배우들을 전부 관리하는 김 실장이 나타났다. 벌써 무슨 얘기를 들은 듯 그의 표정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강하나. 너 배우 그만 둔다고 했다지?”

“네? 그, 그게.....”

“너 회사랑 계약이 장난 같지?”

김 실장은 처음부터 강경하게 나왔다. 하지만 그게 실수란 건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계약이 뭐요?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요? 계약서에 크리스마스 밤에 꼭 일해야 한다는 조항이라도 있어요?”

강하나는 SQ엔터 소속 연예인 중에서 계약에 관한 가장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걸 뒤늦게 깨달은 김 실장은 바로 말을 돌렸다. 그렇지 않고 계속 계약 문제로 강하나와 언쟁을 벌이다간 자칫 법정에서 만날 수 있었다.

“회사랑 계약이란 게 워낙 포괄적이지 않니. 네가 빼 달란 그날 스케줄이 세 개나 잡혔다며? 그걸 째면 그 일은 또 누군가 대신 맡아야 하는데 그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 안 그래?”

김 실장은 조심스럽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이성적으로 강하나를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강하나는 강경했다.

“그러니까 그 날 만 빼 주면 나머지 연말과 신정 연휴기간은 제가 집에 안 들어가는 일이 있어도 스케줄을 뛰어 주겠다잖아요. 그 정도 편의도 못 봐줘요?”

결국 두 쪽 모두 양보 없이 평행선을 달리다 보니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화보 장에서 난리다. 일단 화보 촬영부터 하고 와.”

김 실장은 일단 그 일의 결정을 뒤로 미뤘고 강하나와 그녀의 매니저는 일단 오늘 소화해야 할 스케줄을 위해 움직여야 했다.

“..............”

화보 촬영장으로 이동 중에 강하나와 강하나 매니저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이 일로 인해 둘 사이의 돈독한 관계는 이미 깨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강하나의 매니저는 이 일을 해결하지 못하면 그만 둘 각오까지 하고 있었기에 따로 강하나에게 사과의 말은 하지 않았다.

강하나 역시 자신이 믿고 의지했던 매니저가 자신보다 회사 편을 들었단 사실에 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 사이 시간은 흘렀고 그들은 강북의 모 화보 촬영장에 도착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늦게 온 탓에 강하나는 허리를 굽실 거렸고 그런 그녀의 뒤를 강하나의 매니저는 무표정한 얼굴로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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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삐졌는지 그 이유를 도통 말해주지 않은 채 최다혜는 최민혁과 말도 하지 않으려 했다. 그렇다고 딱히 아쉬울 거 없었던 최민혁은 오히려 조용해서 좋았다. 덕분에 그날 자기 전까지 노트북에 그의 일기를 전부 읽을 수 있었다.

“흥!”

최다혜는 최민혁은 꼴도 보기 싫은 지 소파에서 잘 때도 그에게 등을 돌리고 잤다. 그런 최다혜가 최민혁은 귀여웠다.

낮부터 계속 노트북을 잡고 있어서 그런지 피곤했던 최민혁은 10시쯤 넘어가자 잠을 청했고 오랜 만에 길고 달게 잘 잤다. 최민혁이 아침 식사를 마치고 쉴 때 담당의가 회진을 왔다.

“내일 퇴원이시죠?”

“네.”

“뭐 몸에는 타박상 이외에 별 이상은 없습니다. 어디 불편 한데 없으시죠?”

“네. 멀쩡합니다.”

최민혁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던 담당의가 힐끗 그의 머리를 쳐다보았지만 거기까지는 그의 영역이 아니었기에 이내 시선을 거두고 말했다.

“그럼 약물과 주사 치료도 이쯤에서 끝내겠습니다.”

담당의가 근처 수련의에게 뭐라 말을 하고는 막 돌아서서 병실을 나가자 남은 수련의가 최민혁의 팔에 꽂혀 있던 수액 바늘을 빼내고 수액을 수거해서 갔다. 이로써 최민혁은 거추장스런 걸 떼어내고 자유의 몸이 되었다. 그때 최다혜가 그런 그를 보고 말했다.

“나 누구 좀 만나고 올게.”

최민혁은 그게 누군지 물으려다 그만 두었다. 그의 여동생도 이제 20살을 훌쩍 넘긴 성인이었다. 그렇게 최다혜가 외출을 하고 혼자 병실에 남게 된 나이롱환자 최민혁은 TV를 켜고 경제TV에서 증권시세를 살폈다.

그렇게 며칠 사이 그가 아는 증권시세와 별반 차이가 없음을 확인 한 후 최민혁은 자신의 노트북을 켜고 그 안에 그가 알아 둬야 할 정보가 더 있는지 살피다가 게임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걸 한 번 해봤다.

“이거 재미있네.”

그렇게 노트북 게임에 빠진 최민혁은 점심을 먹고 계속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똑똑!

그때 노크 소리가 일었고 최민혁이 자동으로 외쳤다.

“들어오세요.”

촤르르르!

문 여는 소리에 최민혁은 노트북 화면에서 눈을 떼서 문 쪽을 쳐다보았다. 그때 그의 시야에 웬 곰 같은 덩치 큰 남자와 살벌한 인상의 중년 남자가 보였다. 딱 보기에 두 사람의 조합은 경찰이거나 아니면 조폭이었다.

최민혁이 막 누구냐고 물으려 할 때 곰팅이 남자가 먼저 반응을 보였다.

“민혁아! 내 왔다.”

곰팅이 남자가 안 그래도 큰 키에 손까지 들어 올리자 그 손에 천장에 닿을 거 같았다. 최민혁은 그 곰팅이 남자의 반응을 보고 그가 자신과 잘 아는 사이임을 알 수 있었다. 문제는 그 옆의 살벌한 인상의 중년 남자였다. 그는 병실에 들어 선 순간부터 뭔가 못마땅한 얼굴로 병상 위의 나이롱환자 최민혁을 쏘아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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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그 살벌한 인상의 중년 남자가 누군지 몰랐기에 멀뚱히 그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게 더 그를 화나게 만든 모양이었다.

“너 이 새끼 당장 못 일어나!”

살벌한 인상의 중년 남자의 입에서 호통이 터져 나왔다.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병상의 최민혁의 귀가 다 찌릿했다. 그런데 놀랍게 그 소리에 최민혁의 몸이 알아서 반응을 보였다.

벌떡 병원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최민혁이 침대 밑으로 뛰어내려서 선 것이다. 그것도 제대로 차렷 자세를 취하며.

‘뭐, 뭐야? 무슨 군대도 아니고.....’

지금 상황이 누구보다 당혹스러운 건 최민혁 자신이었다. 상대가 누군 지라도 알고 이러면 이해라도 되겠는데 미칠 노릇이었다. 그때 최민혁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바로 그의 보유능력 중 하나인 능력빙의였다. 어제처럼 자신이 최민혁으로 빙의하면 눈앞의 살벌한 아저씨가 누군지 알 수 있을 터였다.

최민혁은 바로 상태창을 열고 능력빙의를 사용했다. 그러자 그의 뇌리로 최민혁의 기억이 떠올랐다. 최민혁은 당장 눈앞의 두 불청객을 생각했다.

‘오성 라이온즈 2군 투수코치 한상현과 2군 포수 조재익!’

그러자 둘이 누군지 최민혁은 바로 생각났다. 그리고 그 두 사람과 자신이 무슨 관계인지도 떠올랐고 말이다.

‘이런 빌어먹을......’

그들에 대해 알게 된 최민혁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랬다. 이들 둘은 바로 투수 최민혁이 가장 꺼려하는 인간들이었던 것이다.

최민혁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걸 본 오성 라이온즈 2군 투수코치 한상현의 살벌한 얼굴에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최민혁은 그걸 보고 갑자기 몸에 소름이 돋았다.

‘좋지 않아.’

그의 그런 불길한 예감은 어째 틀린 적이 없었다.

“새끼 멀쩡하네. 따라 와라.”

최민혁에게서 몸을 돌린 한상현이 병실 문을 열고 나가자 커다란 배낭을 메고 있던 조재익이 곧장 그 뒤를 따라 나가며 뒤돌아 최민혁에게 말했다.

“뭐하노. 빨리 안 나오고.”

“알았다. 간다. 가. 아휴!”

조재익을 따라 가는 최민혁의 입에서 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들이 그동안 최민혁에게 자행해 온 갖은 만행들이 생각 난 탓이었다. 그렇게 병실을 나선 세 사람은 병동 밖으로 나갔다.

“저기면 되겠네.”

병동 뒤편에 정자가 있는 곳 옆에 드문드문 잔디가 심어져 있는 빈터가 있었다. 그 옆에 바로 높다란 담이 서 있었고 말이다.

한상현은 곧장 그쪽으로 걸어갔고 그 뒤를 사람도 작정하면 한 사람쯤 집어넣을 수 있을 정도의 큰 배낭을 진 조재익이 뒤따랐다. 그리고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마냥 겁에 질린 최민혁이 겨우겨우 발을 떼고 그들을 따라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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