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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498화 (1,498/1,498)

1498화 길을 열어주니 편안하구나

청궁의 주인이 박수로 이목을 돌렸다.

"자, 이야기가 끝났으니 시간을 지체하지 말자. 여 소주, 첫 번째 조건은 최선을 다해 일월천비를 가져오는 것이다."

"일월천비? 운절선제의 제기를 말하는 겁니까? 설마 저기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여화일 등은 깜짝 놀랐다.

"응 맞다. 고룡구회수를 해결하면 볼 수 있다."

청궁의 주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화일 등은 크게 숨을 들이켰다.

여러 세력들은 운절선제의 모든 것에 대해 알아보았다.

하지만 계기가 있는 곳만 알아냈고 일월천비와 제신 등은 어디 있는지 몰랐다.

이번에 천재들이 핵심지에 들어오기 전에 여러 세력들은 다양한 수단을 사용하여 제기와 제신 등이 있는 곳을 찾아냈다.

하지만 아직까지 여화일은 어느 천재가 일월천비를 발견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그들도 우연히 이곳에 온 것이었다.

"이자의 금제에 대한 재능은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일 거다!"

여화일은 중얼거렸다.

"도우들, 이제부터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고룡팔회수에는 생문(生門)이 남아있어 잘못 가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구회수에는 생문이 없기에 잘못 가면 억지로 뚫고 나가야 한다.

청궁의 주인이 진지하게 당부했다.

그리고 구회수를 해결하는 방법을 여화일 등에게 전달했다.

"그렇게 간단합니까?"

여화일 등은 어이가 없었다.

그들은 이전에 칠회수와 팔회수를 해결할 때 많은 전력을 소모했다.

그런데 더 위험한 구회수를 특정한 보법대로 산책하듯이 지나가면 아무 일이 없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그나저나 우리는 아직 선배님께 제대로 감사 인사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들어주겠다고 했지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여화일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선배님, 저희가 우연히 좋은 물건을 얻었는데 그것을 드리겠습니다. 저희 마음을 담은 것이니 작다고 싫어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여근우는 얌전하게 백옥 상자 하나를 꺼내 청궁의 주인에게 건넸다.

진남은 힐끗 쳐다보고는 깜짝 놀랐다.

여씨 집안의 소주는 역시 재부가 대단했다.

백옥 상자 안에는 일곱 가지 색깔의 선초가 있었다.

비록 백옥 상자에 봉인하는 힘이 있어 기운을 차단했지만 진환은 여전히 그 선초에 담긴 웅장한 선력을 느낄 수 있었다.

선초의 유래는 알 수 없지만 귀중한 것이 분명했다.

'좋은 물건'이라는 말로 쉽게 판단할 물건이 아니었다.

외부로 가져가면 서로 빼앗으려고 치열한 다툼을 일으킬 정도의 물건이었다.

청궁의 주인은 흘끗 보더니 말했다.

"칠환상선초(七幻上仙草)는 나에게 소용이 없다."

청궁의 주인은 한마디 덧붙였다.

"정말 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으면 혈연선화를 하나 얻어오너라."

직접적으로 거절을 당했지만 여화일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기뻤다.

상대방이 명확한 요구가 있으면 그들은 들어주고 좋은 사이를 유지할 수 있었다.

"선배님, 죄송합니다. 우리에게 혈연선화가 없습니다. 하지만 찾아오라고 사람들에게 명령을 내리겠습니다. 반드시 혈연선화 두 개의 얻어오겠습니다."

여화일은 통쾌하게 말했다.

혈연선화 두 개는 가치가 어마어마했지만 여화일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천재와 사이가 좋아지면 그 사람의 생각도 바꿀 수 있었고 진환을 도와줄 필요도 없었다.

그때 가서 진환을 마음대로 할 수도 있었다.

'진환, 두고 보자.'

여화일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청궁의 주인은 만족한 듯 말했다.

"여 소주, 고맙다."

여화일은 웃었다.

"여 소주라니 천만의 말씀입니다. 화일이라 부르십시오. 아, 아직 선배님의 존함도 모릅니다. 말해줄 수 있습니까?"

"당연하다. 나는 조신진이다."

"조 형이군요. 이번 법선대회에서 조 형은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입니다."

옆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진남은 우스웠다.

여화일의 속내는 너무 뻔해서 바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패기와 수단이 있어 다른 사람이라면 그에게 호감이 생겼을 것이었다.

여화일이 생각지 못한 것이 있었다.

청궁의 주인이 혈연선화를 가지려는 건 그를 상대하기 위해서였다.

얼마 안 돼 진남 등은 고룡구회수의 금제에 들어갔다.

땅은 황폐했고 스산한 살기가 허공에 가득했으며 누구나 그 속에 있는 대단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청궁의 주인의 기이한 발걸음 때문에 대단한 금제는 마치 그들을 발견하지 못한 것처럼 전부 무시했다.

* * *

여섯 시진 후 진남 일행은 드디어 금제에서 나왔다.

그들의 눈앞의 광경도 완전히 변했다.

그들은 어느새 검은 섬에 올랐다.

섬에는 기화이초들이 가득 자랐고 요수들의 울음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

생기발랄한 광경이었지만 무엇 때문인지 사람들은 싸늘하고 황폐한 기운을 느꼈다.

섬 주위의 옅은 파란색 바다는 바람도 불지 않고 파도도 일지 않았으며 조용했다.

바다 위에는 안개가 덮였는데 마치 이곳을 외부와 갈라놓은 것 같았다.

진남 일행이 신념을 드러내기 전에 두 개의 엄청난 기운이 섬 깊은 곳에서 깨어나 위로 날아 올라갔다.

섬의 가장 꼭대기에 높이가 구십구 장 되는 비석이 나타났다.

비석에는 제문, 제자(帝字), 제화(帝畵)가 가득 새겨져 있었는데, 마치 비석에 큰 비밀이 숨어 있는 것 같았다.

비석의 왼쪽에서는 찬란한 검은 빛이 뿜어져 나왔고 오른쪽에서는 눈부신 붉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두 가지 빛은 한데 섞여 사방을 비추었다.

발아래의 땅을 포함하여 이곳의 모든 것이 신비해졌다.

이것이 바로 일월천비였다.

일월천비는 이름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일은 극양을 대표하고 월은 극음을 대표하며 일월천비는 이 두 가지의 최고의 힘을 완전히 장악했다.

"역시 운절선제의 병기답구나!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극음과 극양의 힘이 여전히 대단하구나!"

여화일 등은 넋을 잃었다.

'일월천비를 얻고 극양의 힘을 도움을 받으면 나는 등급이 크게 제고되겠다! 극음신체(極陰神體)를 각성한 인재를 찾아 함께 일월천비를 느끼면…….'

여화일은 한 가지 생각이 들었고 심장박동도 빨라졌다.

일월천비는 몇만 년이란 세월이 지나면서 힘이 최고의 시기의 십 분의 일도 안 되었지만, 제병이라 선왕지기나 선황지기는 비교되지 않았다.

일월천비가 그에게 줄 수 있는 좋은 점은 실로 너무 컸다.

"여 소주, 나와 한 약속을 잊지 말거라."

청궁의 주인의 담담한 한마디 말에 여화일은 상상에서 정신을 차렸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조 형, 저는 절대 약속을 어기지 않습니다!"

여화일은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무모한 사람이 아니었다.

"좋다!"

청궁의 주인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너희들도 발견했을 것이다. 일월천비는 매우 큰 극음과 극양의 힘이 있다. 일월천비를 얻는 과정에 능력이 되면 극음과 극양의 힘을 얼마든지 빨아들여도 된다."

여화일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조 형, 진짜입니까?"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조 형 고맙습니다. 솔직히 말해 저는 극양신체를 각성하여 극양의 힘이 필요합니다."

진남은 여화일을 힐끗 보았다.

전에 대연세계산에 있을 때 그는 우연히 고서를 한 권 얻었다.

고서에는 많은 신체에 대해 적혀 있었는데 그중에 극양신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있었다.

극양신체는 만만치 않았다.

만약 극양신체를 원만의 경지까지 수련한다면 몸이 태고극양으로 변해 넓은 세상을 비출 수 있고 엄청난 신위가 있었다.

"갑시다. 가봅시다."

청궁의 주인이 손을 젓자 다들 일월천비로 날아갔다.

일월천비는 무언가 느낀 것처럼 살짝 흔들렸다.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바닷물이 용솟음치더니 일월천비에서 뿜어져 나오던 흑홍지광(黑紅之光)에서 키가 몇십 장 되는 거인들이 나타났다.

거인들은 생김새가 희미했고 형상이 흐릿하여 진짜 같기도 하고 가짜 같기도 했다.

거인들은 오래된 선산처럼 방대한 기운을 풍겼다.

"시작하자!"

여화일은 몸을 날려 극양신체를 드러냈다.

그는 엄청난 기세를 풍겼는데, 마치 오래된 화왕(火王)이 나타난 것 같았다.

여무 등도 동시에 움직였다.

여씨 가문의 아홉 명의 아들 중 한 명인 그들의 힘은 여화일보다 조금 약했다.

그들은 절세의 환영으로 변해 거인들에게로 날아가며 술법들을 드러내어 엄청난 힘을 폭발했다.

섬 전체에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청궁의 주인은 고옥을 튕겼다.

고옥이 스스로 부서지더니 부드러운 빛을 뿜었다.

빛은 그와 진남을 덮더니 여러 가지 위압이나 파동으로부터 갈라놓았다.

여화일 등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조 형이 진환을 돌봐주는 거라고 생각했다.

넷은 강한 전력을 드러내어 엄청난 수단들을 펼치며 거인들을 하늘에서 떨어뜨리더니 곧장 일월천비로 날아갔다.

"이렇게 강한 자들이 앞에서 길을 열어주니 편안하구나."

진남은 중얼거렸다.

이번에 여화일 등을 만나다니 진짜 운이 좋았다.

시간이 조금씩 흘렀다.

하늘 가득 울려 퍼지는 폭발음 속에서 진남 일행은 일월천비와 점점 가까워졌다.

그들은 움직이는 속도가 매우 빨랐다.

그러나 일월천비는 그렇게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

그들이 일월천비에서 만 장 정도 떨어졌을 때 거인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거인들의 키는 몇십 장 밖에 안 되었지만 세 개의 머리와 여섯 개의 팔이 생겼고 신통법들을 장악했고 전력이 폭등했다.

여화일 등도 더 큰 압력을 느끼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금술과 중요한 보물들을 드러냈다.

여화일은 공격하면서 진남과 청궁의 주인을 힐끗 보았다.

자신들이 싸우는 것을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는 진남과 청궁의 주인을 보자 여화일은 입꼬리가 비틀렸다.

그는 깨달았다.

'조 형은 이 기회에 우리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려는 거구나.'

이것은 좋은 징조였다.

그들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면 이 천재는 그들의 편에 설 것이었다.

여화일은 순식간에 힘이 났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신체(神體)의 힘을 드러냈다.

"극양파멸법(極陽破滅法)!"

그에게서 마치 상고시대에서 온 것처럼 오묘하고 힘이 가득한 불꽃 부문들이 떠올랐다.

여화일은 칼을 뽑아 들고 날아오르더니 많은 신명의 도움을 받은 것처럼 강한 초식을 드러냈다.

여무 등은 소주의 속내를 알아차리고 최선을 다해 싸웠다.

"신체의 힘은 진짜 강하구나!"

진남은 감탄했다.

좀 전까지 여무 등은 여화일과 실력이 비슷했다면 지금의 여무 등의 빛은 어두워졌다.

잠시 후, 여화일 등은 일월천비에서 백 장 정도 되는 곳까지 날아갔다.

그들은 일월천비가 얼마나 오래됐고 얼마나 기개가 있으며, 얼마나 큰지 제대로 느꼈다.

그들은 곧 엄청난 위기에 부딪혔다.

신비한 제자들이 생명을 얻은 것처럼 눈부신 빛을 뿜으며 비석에서 빠져나와 그들에게로 날아왔다.

제자들은 대단한 기운을 풍겼다.

그 중 '전(戰)', '살(殺)', '벌(伐)' 등 제자들은 기운이 더 강했으며, 거인들을 초월했다.

여화일은 표정이 굳었다.

하늘 가득한 제자를 본 그는 뼈를 에는 듯한 한기를 느끼더니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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