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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495화 (1,495/1,498)

1495화 정복하고 뒤집어엎어라

"응? 선의를 흡수하는 속도가 왜 점점 느려지느냐?"

청궁의 주인이 무언가 발견하고 궁금해했다.

운절선제가 남긴 곳은 대단했다.

그는 이곳의 선의를 일부러 운절 선의로 바꾸지 않았기에 주천만계의 가장 순수하고 평범한 선의가 가득했다.

때문에 주천만계의 누구라도 흡수할 수 있었다.

청궁의 주인과 진남은 계속 길을 재촉했기 때문에 체내의 힘이 매우 빨리 소모되었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길을 재촉하면서 공법을 가동하여 선의를 흡수하였다.

"제가 수련하는 방법으로는 선의들을 흡수할 수 없습니다."

진남은 대답했다.

대동천결이라든가 불멸상마진결이라든가 하는 것들은 선의를 흡수할 수 없었다.

시공성전은 흡수할 수 있지만 선의를 시공지력으로 바꿔야 했다.

"응? 그래?"

청궁의 주인은 어안이 벙벙했다.

'가장 기본인 선의도 흡수하지 못하는데 뭘 흡수할 수 있겠어?'

"설마, 너 주천만계 바깥 세계에서 온 거냐? 아니지, 어디 주천만계에 속하지 않은 세상이 있느냐?"

청궁의 주인은 점점 더 궁금해졌다.

이것은 이미 그의 인식을 조금 넘어섰다.

"주천만계에 속한 세계가 맞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 때문에 제가 있는 세상은 주천만계와 단절이 되었습니다."

진남은 대답했다.

"단절되었다고?"

청궁의 주인은 두 눈에 빛이 스쳤다.

"네가 있던 세계는 보통이 아니구나. 주천만계와 떨어져 있을 수 있다니!"

청궁의 주인은 감탄했다.

"제가 있는 세상은 그리 대단하지 않습니다."

진남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 세계에서 가장 강한 무인도 무상천존 이상이 없습니다."

"그게 가능하다고?"

청궁의 주인은 믿을 수 없었다.

사실 그는 속으로 이미 반쯤 믿었다.

진환과 접촉하면서 그는 진환이 많은 상식들을 전혀 모른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고, 말투나 안목 등이 너무 평범했다.

그러나 진환은 직설적이고 거짓말을 하지 않아 청궁의 주인은 마음이 편했다.

진환이 거짓말을 한 것을 발견한다면 어떤 이유나 목적이 있건 간에 그는 협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을 것이었다.

"불가능할 게 있습니까? 저희 세계는 이유는 모르지만 주천만계의 최고 거물에게 찍혔습니다. 거물은 청궁이라는 곳을 만들어 우리 세계를 주천만계로부터 완전히 분리시켰습니다."

진남이 말했다.

"진짜? 어떤 바보가 그런 짓을 했느냐? 지금이 어느 때인데 그런 짓을 하다니!"

청궁의 주인은 멸시하는 기색을 드러냈다.

진남은 눈썹을 살짝 추켜세우며 말했다.

"그게 왜 바보입니까?"

청궁의 주인은 말했다.

"당연하지. 혼자 힘으로 한 세계를 주천만계와 끊어놓는 존재라면 보통 거물이 아닌 최고의 거물일 거다.

만약 그 세계의 특별한 곳에 끌린 거라면 시간 낭비를 하지 말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는 게 맞다. 무상천존이 최고 경지인 세계의 사람들이 어찌 거물을 이길 수 있겠느냐?

하지만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한가지 가능성이 있다. 그 세계에 엄청난 재난을 닥치게 될 것을 알게 된 거물이 중생을 생각해서 나섰을 것이다. 주천만계와 그 세계를 분리하여 재난을 없애려고 했을 거다.

하지만 정말 가치가 없는 일을 했다. 제 앞가림도 못하면서 다른 사람까지 신경 쓰다니? 음…… 그래서 그 바보가 누구냐?"

진남은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그 바보 같은 거물이 누군지 정말 알고 싶습니까?"

청궁의 주인은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무슨 의도로 그렇게 말하는 것이냐? 설마 이것도 못 알려주느냐? 네 놈도 참 속이 좁구나. 나는……."

진남은 그가 점점 쓸데없는 소리를 하자 얼른 그의 말을 끊었다.

"못 알려줄 게 없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선배님이십니다."

"그 사람이 바로 나였구나. 내가 왜 그렇게 바보 같은 짓을……. 어?"

청궁의 주인은 뒤늦게 반응했고 목소리가 몇 배나 높아졌다.

"마음에 창생을 품었고 천하를 구했으며 수많은 생령들을 도화(度化)했겠구나. 역시 주천의 성인군자다운 행동이다. 주천만계의 모범으로 삼아 세상에 널리 전하고 만고불멸해야 한다."

청궁의 주인은 진지하게 말했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존중한다."

진남은 눈을 흘기고 말했다.

"자화자찬하지 마십시오."

청궁의 주인은 한숨을 내쉬고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앞으로 내가 어떤 일을 겪기에 그런 일을 해내느냐? 지금의 나는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다."

진남은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청궁의 주인의 논리대로라면 대상계의 생령들은 청궁의 주인에게 고마워해야 했다.

그가 없었더라면 대상계는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이 화제는 그만 이야기하자."

청궁의 주인은 손을 젓고 말했다.

"네가 부딪힌 문제는 이제 알겠다. 왜 공법을 수정해보지 않느냐?"

"그리 쉽지 않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 어렵게 생각하지 마라. 내가 너라면 소세계에서 광활한 천지에 왔을 때 첫 번째로 이곳에 융합되고 정상에 설 수 있게 온갖 수단을 사용했을 것이다. 인간관계도 그렇고 공법도 마찬가지다."

청궁의 주인은 말했다.

뼛속 깊은 곳에서 자신감과 패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의 말은 진남의 마음에 박혔다.

진남은 주천만계의 선의를 흡수할 수 없었고 주천만계에서 대동천결의 힘을 발휘할 수도 없었다.

때문에 진남은 마음이 불편했고 주천만계에서 배척받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이 세계에 융합이 되고 정상에 서는 것에 대해 진남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하나만 기억하거라. 이 세계에 융합되는 방법을 모르겠으면 정복하거라. 심지어 뒤집어엎어도 된다."

청궁의 주인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정복하라고? 아니면 뒤집어엎으라고?

맞다! 나는 왜 융합할 생각만 했을까? 왜 정복하거나 뒤집어엎을 생각은 하지 않았을까?'

순간, 무언가 진남의 뇌리를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고 온갖 생각들이 밀려왔다.

'예전에 청궁에 있을 때 대동천결은 위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청궁이 낯설고 신비한 세계이었기 때문이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그때도 생각했다. 왜 청궁에서 대동천결을 사용하지 못할까? 왜 이곳에서 대동천결의 하편을 만들지 못하는 걸까? 왜 청궁에서는 대상계처럼 실력발휘를 못하는 걸까?

이제 돌이켜보니 그때 생각이 짧고 시야가 넓지 못했다. 내가 하려는 일은 대상계나 청궁, 혹은 절선계 심지어…… 주천만계에서 대동천결의 최대의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시작이 어려운 법이었다.

진남이 대동천결의 하편을 채 만들지 못한 것은 바로 첫걸음을 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진남은 전에 하편에 대해 생각했고 하편의 총강을 구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진남의 무예재능으로도 진전이 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진남은 구상한 것에 대해 만족하지 않았다.

이제 진남은 만족했다.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은 없었다.

'대동천결의 총강은 문제가 없지만 상편을 고쳐야 한다. 크게 고칠 필요 없이 약간의 조정을 하면 된다.'

진남은 청궁의 주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주천만계의 법문을 좀 주실 수 있습니까? 제왕 등급의 공법도 되고 기초 공법이어도 됩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대상계에서 만든 법문은 대상계의 모든 것에서 시작되었다.

진남은 주천만계의 술법들을 미친 듯이 배우고 이해하여 대상계의 술법들과 다른 점을 찾고 오묘함을 찾을 생각이었다.

"사람을 제대로 찾았다. 나는 다른 것은 많지 않지만, 공법은 많다."

청궁의 주인은 오만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빛을 만들었다.

이백여 가지의 법문이 진남의 식해로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법문들은 마치 한 폭의 성진지도처럼 서서히 펼쳐져 사람을 놀라게 했다.

"고맙습니다."

진남이 얼른 인사를 하고 신식을 주입했다.

공법들을 적은 문자가 너무 매력적이라 진남은 저도 몰래 빠져들었다.

"이 녀석은 정말 무예를 좋아하는구나."

청궁의 주인은 깜짝 놀랐고 어이가 없었다.

'너무 빠진 거 아니야? 지금 살국에 있는데 한 걸음이라도 잘못 가면 목숨을 잃는다고!'

"에잇!"

청궁의 주인은 이마를 만지더니 법력으로 진남을 자신에게 묶고 계속 앞으로 갔다.

* * *

시간이 조금씩 흘러갔다.

광활한 핵심지는 살기를 드러냈다.

무인들이 하나둘 죽어 나가고 천재들도 위험에 빠졌다.

그들은 시름을 놓을 수 없었고 최선을 다해 싸워야 했다.

그에 비해 진남과 청궁의 주인은 여유로웠다.

진남은 무도의 오묘함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다.

청궁의 주인은 그를 끌고 갔지만 가는 동안 즐거웠다.

운절선제는 생각보다 통이 컸다.

운절선제 같은 인물들이 후배들에게 남겨준 전승지들은 종종 위험과 기연이 함께 있었다.

운절선제는 대기연 외에도 살국에 작은 기연들을 많이 남겼는데 외부에서는 보기 드문 천재지보들이 많았다.

청궁의 주인은 살기를 지나칠 때마다 천재지보를 몇백 개씩이나 쉽게 손에 넣었다.

"이대로 가면 수천 그루의 천재와 지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 많은 검을 바꿀 수 있을 거다."

청궁의 주인은 흐뭇해서 중얼거렸다.

어느새 사흘이 지났다.

천지는 여전히 밝았고 주변의 빛은 점점 화려해졌으며 메아리가 점점 기괴하게 울려 퍼졌다.

진남과 청궁의 주인은 항룡국의 가장 깊은 곳에 도착했다.

이곳만 건너면 일월천비가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청궁의 주인은 진남을 힐끗 쳐다봤다.

여전히 그대로인 진남을 보자 그는 감탄했다.

"젊은이라 성격이 조급하구나. 비록 제왕 등급의 공법과 술법은 하나씩밖에 없지만 그 많은 공법들을 최소 열흘에서 보름도 들이지 않고 어찌 다 소화할 수 있겠느냐?"

살국의 가장 중요한 곳에 도착하면 진남을 계속 끌고 갈 수 없었다.

두 사람 모두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시끄러운 일이 벌어질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진남을 깨워야 했다.

'이 자식에게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이대로 계속 빠져들게 하면 안 돼.'

그가 전음하려고 할 때 진남은 눈을 번쩍 떴다.

진남의 두 눈에 신광이 돌았고 청궁의 주인은 깜짝 놀랐다.

"스스로 깨어날 줄도 아는구나?"

청궁의 주인은 정신을 차리고 툴툴거렸다.

"이곳에서 함부로 정신을 다른 데 빠지게 하면 안 된다.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이번에도 너 때문에 반나절이나 더 소모했다."

진남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틀이면 다 익힐 줄 알았는데 제왕 등급의 공법이 이렇게 현묘할 줄 몰랐습니다."

"당연한 거 아니냐? 그게 어디 제왕 등급 공법이냐? 그것은……."

청궁의 주인은 말하다 말고 깜짝 놀라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게 무슨 뜻이냐? 설마 사흘 만에 공법들을 다 익힌 거냐?"

진남은 잠깐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완벽하게 익힌 것은 아닙니다. 그저 그것들이 작동하는 방식, 핵심 의지는 이미 다 이해했습니다. 다만, 제왕 등급의 공법과 술법이 제 인지 범위를 넘어나서 일부만 익혔습니다."

제왕 등급 공법과 술법을 제외하고 청궁의 주인이 준 다른 공법들은 진남이 보기에 움직이는 방식이 특이하고 이념이 더 깊을 뿐 대상계에서 수련한 문도법보다 강한 것 같지 않았다.

게다가 진남은 그것들을 완전히 파악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청궁의 주인은 헛숨을 들이켰다.

'이 자식의 무예재능은 너무 대단하다. 그자보다 더 강한 것 같다!'

"훌륭하구나. 너의 무도 재능은 나보다 조금 못할 뿐이다."

청궁의 주인은 정신을 차리고 진남의 어깨를 두드리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진남은 청궁의 주인이 선천혼돈체이고 미래에 최고의 거물이 될 것이며 무예재능도 자신보다 강하다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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