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4화 일단 일월천비를 얻자
진남은 곰곰이 생각한 뒤 말했다.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선배님도 알다시피 저는 시간이 얼마없습니다. 중요한 단서가 하나 있는데 아직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단서는 법선대회, 운절선제의 제신, 전승, 제병, 그리고 계기와 고제인이 몇 가지에 숨겨져 있다는 것만 확신할 수 있습니다."
진남은 허탈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하나씩 찾아본다면 늦을 수도 있습니다."
청궁의 주인은 눈썹을 추켜세우고 물었다.
"네가 직접 가야만 중요한 단서를 찾을 수 있느냐?"
진남이 고개를 끄덕이자 청궁의 주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다면 정말 곤란하다. 일단 생각해보자."
진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청궁의 주인은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방법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실행하려면 엄청 시끄럽다. 우선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네가 직접 그곳에 가거나 참여하면 중요한 단서를 찾을 수 있느냐?"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가 없을 거다. 만약 문제가 있다면 선천무체를 각성할 가망이 없다.'
"그렇다면 세 가지를 먼저 해결할 수 있다.
우리는 일월천비로 가는 한편 지도의 우세를 이용하여 천재들을 이기고 그들의 법선령(法仙令)을 얻을 수 있다. 네가 법선령을 수집하는 동안 중요한 단서가 법선대회에 있다면 너도 느낄 수 있을 거다.
둘째, 우리는 일월천비를 얻고 계기가 있는 곳으로 가면 된다. 계기와 고제인은 보통 같은 곳에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네가 정말 운이 나빠서 이 중요한 단서가 일월천비와 계기에 없다면 너는 빠른 시간 안에 운절선제의 전승이 있는 곳에 가야 한다."
진남은 의아했다.
"왜 운절선제의 전승이 있는 곳에 먼저 가야 합니까?"
청궁의 주인은 담담하게 말했다.
"운절선제가 남긴 세 가지 전승 중 운절선제의 제신을 가장 얻기 어렵고 천재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다.
너는 좀 늦게 가도 상관없다. 다른 사람도 삼 개월 안에 제신을 얻을 수 없을 거다."
"어떻게 운절선제의 전승지로 순식간에 갈 수 있습니까? 전승지가 아닌 곳에 있으면 또 어떻게 순식간에 운절선제의 제신이 있는 곳에 갈 수 있습니까?"
운절선제의 핵심지는 매우 넓고 전승들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었다.
게다가 전승지 주변은 끔찍한 흉지로 뒤덮여 있었고 지도가 손에 있어도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자칫하면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
"운절선제의 전승지로 가면 쉽게 해결된다."
청궁의 주인은 말했다.
"운절선제가 자신의 전승을 세 부분으로 나누었다. 하지만 제신, 전승, 제기가 서로 관계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일월천비를 얻게 되면 나는 수단을 사용하여 너를 순식간에 전승의 땅으로 보낼 수 있다."
청궁의 주인은 계속 말했다.
"하지만 다시 제신이 있는 곳으로 가려면 번거롭다.
내가 생각해낸 방법은 의공혈술(擬空血術)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 술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너도 금방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왕 경지에 이른 사람이 네 정혈을 가지고 제신이 있는 곳에 먼저 가 있어야 한다.
그다음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네가 이렇게 큰 거리를 초월한다면 너의 경지로 감당하기 힘들 수 있다. 때문에, 제신과 제기에게 한 번 더 도움을 받아야 한다."
진남은 머리가 아팠다.
제신과 제기의 도움을 한번 받기 위해 그는 이미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그들에게 한 번 더 도움을 받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방법을 알게 되니 갈피를 잡지 못했던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리고 이것은 운이 가장 나쁠 때 사용하는 마지막 수단이었다.
'어쩌면 앞에서 단서를 찾을 수도 있을 거야.'
"고맙습니다. 선배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진남은 진지하게 말했다.
"수작 부리지 말거라."
청궁의 주인은 흘겨보더니 무뚝뚝하게 말했다.
"내가 너를 돕는 것은 미래에 내 몸이 이용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는 최선을 다해 대처할 방법을 찾고 너를 그곳에 데려갈 것이다. 그러니 걱정 말거라. 내가 최선을 다해 그들을 막으마!
그건 둘째치고, 이번에 나는 너를 많이 도와줬다. 이제 남은 선검을 나에게 줄 수 있느냐?"
"허허. 조급해하지 마십시오. 때가 되면 드리겠습니다."
"네놈은 너무 비인간적이야!"
"저를 탓하시면 안됩니다. 전에 선배님이 저를 많이 속였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한참 동안 입씨름했고, 진남은 체력을 회복했다.
시간이 부족하니 그들은 최선을 다해 북쪽으로 올라갔다.
* * *
진남이 선천무체를 각성하는 환상의 세계에 들어갔을 때 현실의 대상계에 엄청난 폭풍이 휘몰아쳤다.
서른세 개의 소선역이 흔들리고 무인들이 들떴다.
계현의 예상대로 청궁에는 여전히 많은 보물들이 존재했고 칠대지보들은 백만년대계라는 철칙의 힘을 풀기 위해 대왕계의 무인들에게 문을 열어줬다.
칠대지보들은 사람들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그들은 몇천 개의 보물들과 기연들에 대한 정보를 대상계 전체에 전달했다.
그들은 동시에 모든 크고 작은 선역에 칠성성역(七聖聖域)을 세웠고 경지가 구천지존 이상이 되면 들여보냈으며 칠성부적을 주었다.
칠성 부적이 있으면 구천지존만 되어도 청궁의 하현경천과 중현경천에 들어갈 수 있었고, 위기에 처했을 때 이 부적으로 세 번의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이런 혜택은 반년 동안 지속되었다. 반년 후에는 모든 칠성성역이 폐쇄될 것이었다.
많은 세력들이 음모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유혹을 누가 이겨낼 수 있겠는가?
이번 기회를 놓치고 앞으로 만일 아무 일도 없으면 그들은 큰 손해를 보는 것이었다.
계현 등은 칠대지보를 완전히 막으려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칠대지보의 계획을 방해하고 그들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게 할 수는 있었다.
같은 시각 청궁의 상현경천.
칠대 지보들이 본성을 드러낸 후로 온갖 놀라운 변화가 끊임없이 상현경천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 * *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오래된 숲속에 커다란 나무 아래에 아름다운 여인이 서 있었다.
그녀는 차가운 분위기를 풍겼고 만년의 얼음처럼 누구도 녹일 수 없었다.
엄청난 기운들 속에서 그녀는 작게 느껴졌다.
그녀는 겨우 주재정상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믿지 않을 수도 있었다.
칠대 지보나 천존정상의 경지라고 해도 상현경천에 들어오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시골도 없이 사라졌다.
무상천존도 이곳에 오면 겨우 살아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인간의 힘으로 신들의 일을 해냈다.
"솔직히 말하면 의외다. 나는 네가 성공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성공했으니 나도 약속을 지키겠다."
그녀의 귓가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네 경지가 너무 낮다. 저들을 싸우려면 하찮은 실력이라 죽을 게 뻔하다. 기회가 없을 거다."
목소리는 점점 엄숙하게 변했다.
"죽을 거라면서 왜 나더러 해보라는 거냐?"
여인은 차갑게 말했다.
"시간이 너무 오래 흘러서 나도 바보가 됐나?"
그 목소리가 말했다.
"시작하자."
여인은 냉담하게 말했다.
"내가 죽는다는 것은 네 생각일 뿐이다."
"네 말도 일리가 있다."
목소리는 웃음기를 머금고 말했다.
"네 뜻대로 되기를 바란다."
신비롭고 보이지 않는 변화가 조용히 일어났다.
얼마나 지났을까?
여인은 앞으로 걸어갔고 그 캄캄한 길에는 한 줄기 빛이 서서히 나타났다.
금빛이었고 가까이 갈수록 더 현란하게 느껴졌다.
* * *
선천무체의 환상의 세계.
운절선궁의 핵심지.
진남과 청궁의 주인은 지도에 의지하여 위험한 곳을 잘 피해 갔다.
비록 한 사람은 주재정상이고 다른 한 사람은 무상천존이었지만, 그들의 속도는 신왕이나 평범한 신황 경지와 비슷했다.
진남은 법선선을옥 열다섯 개나 얻었다.
얻는 과정은 엄청 쉬웠다.
일부 무인들은 실수로 위험지에 발을 들여놓았고 온 힘을 다해 벗어났다.
진남은 그들을 찾아가 두어 마디 위협을 하면 그들은 얌전히 법선선옥을 내놓았다.
또 다섯 시진이 지났다.
진남과 청궁의 주인은 속도를 늦추었다.
앞쪽이 점점 환해졌고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마치 하늘의 끝에 아홉 개의 태양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일월천비 근처에는 두 개의 살국이 있었다.
만약 일월천비를 얻으려면 어느 곳에서 출발하든지 막론하고 반드시 두 개의 살국을 통과해야 했다.
진남과 청궁의 주인이 선택한 것은 양대 살국인 항룡국이었다.
청궁 주인은 항룡국이 거미줄과 같다고 했다.
더 깊이 들어갈수록 금제는 점점 강해지고 가장 깊은 곳에 가장 무서운 금제가 있었다.
진남과 청궁의 주인은 차라리 이런 상황이 편했다.
이러한 금제들은 눈에 잘 띄었고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순조롭게 피할 수 있었다.
다른 살국인 침연국(?淵局)은 깊은 곳에 가기 전까지 위험이 없었다.
그곳에선 길을 잘못 들어설 때마다 침연지력(?淵之力) 소리 없이 체내에 들어왔다.
그리고 가장 깊은 곳에 도착하면 침연지력이 폭발하여 다양한 살기 등으로 변했다.
몸에 들어온 침연지력이 많을수록 더 강한 살기가 폭발했다.
이 살국의 이름이 침연국이라 불린 것도 앞에서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사람을 속이고 소리 없이 살국이 시작되었으며 가장 깊은 곳에 이르면 심연처럼 빠져들어 나올 수 없기 때문이었다.
청궁의 주인이 가진 지도의 사 분의 삼에 여러 살국과 금제 등이 적혀있지만 금지에 들어선 후 자세한 상황은 없었다.
때문에 침연국을 피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다.
잠시 후, 진남과 청궁의 주인은 항룡국에 들어갔다.
진남이 사방을 둘러보니 각양각색의 큰 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풀들이 도처에 널려 있으며, 기이한 꽃이 만발했다.
많은 요괴들의 울음소리가 매우 우렁차고 조금 더 멀리 내다보면 선산들이 가득했으며 모든 것이 평범해 보였다.
하지만 진남은 이백 장 앞에서 검기 금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금제를 건드리면 만 개의 검기가 모두 날아올 것이었다.
오른쪽 이천 장 앞에는 환상 금제가 있었고 건드리면 삼라환경(森羅幻境)으로 끌려갔다.
그 안에서 요행으로 살아남더라도 적어도 열흘은 갇혀 있었다.
이런 금제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진남은 이곳에 들어오면서부터 줄곧 한기를 느꼈다.
"여기에는 무인이 별로 없습니다."
한참을 걷던 진남은 살짝 실망했다.
그는 법선선옥 열다섯 개가 너무 적다고 생각했다.
좀 더 얻고 싶었지만, 무인들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당연하지. 운절선제가 남긴 삼 대 전승이 대세력의 거물들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단지 계기가 어디에 있는지만 알고 있다."
청궁의 주인은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천재들은 이곳에 일월천비가 있다는 것을 알아도 관심이 없을 수 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런 상황은 그들에게 매우 유리했다.
적어도 그들이 일월천비를 손에 넣기 전까지는 방해를 받지 않을 것이었다.
아니면 두 사람의 실력으로 신왕과 신황 경지들을 만나면 대항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