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3화 고제인(叩帝印)
"흥분하지 말고 자세히 살펴보거라.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
청궁의 주인은 말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체력을 회복하면서 신념으로 살펴보았다.
옥간은 처음에 시커멨고 그 뒤로 빛이 하나둘 나타났다. 색깔은 서로 달랐다.
빛은 모여서 선이 되었고 선들은 다시 와룡도(臥龍圖)를 이루었다.
다만, 와룡도는 용안 부분이 빠져있었는데 그게 바로 지도의 부족한 사 분의 일이었다.
지도를 자세히 살펴보느라 어느새 한 시진이 지났다.
진남은 시선을 거두고 헛숨을 들이켰다.
운절선궁의 핵심지는 기연이 있는 곳이 아니라 절세흉지 같았다.
지도의 사분의 삼 조각 안에만 해도 몇천 개의 살국이 있었다.
하나의 살국에 하나의 금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몇천만 개의 금제가 있었다.
금제들은 바둑판처럼 사람을 유인하여 안으로 들이고 마지막에는 궁지에 몰아 죽게 만들었다.
진남은 살국들의 위력이 어느 정도로 대단한지 몰랐다.
하지만 청궁의 주인이 서른세 개 살국에 위험하다고 표시했고 열 개의 살국에 아주 위험하다고 표시했다.
진남은 그것들을 보자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선천무체를 각성하는 것은 너무 어려웠다.
청궁의 주인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진남은 현재 실력으로 살국에 들어서자마자 탈락할 것이었다.
운절선제는 그리 잔인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모든 곳을 흉한 곳이나 사지로 만들지 않았다.
그는 위험한 곳에 기연이 있다는 원칙을 지켰다.
서른세 개의 위험지역이라고 표시한 곳에 커다란 기연이 하나씩 있었다.
열 개의 엄청 위험한 살국은 세 개의 커다란 기연을 둘러싸고 있었다.
첫 번째 기연은 운골총(雲骨塚)이라고 부르는 운절선제의 좌화지(坐化地)였는데 다섯 개의 살국이 서로 엮여있었다.
두 번째 기연은 운절선제의 전승이었다.
그곳에는 세 개의 살국이 둘러싸고 있었고 가운데에 무자선궁(無字仙宮)이 있었다.
세 번째 기연은 운절선제가 관리하던 제병인 일월천비(日月天碑)였으며 남은 두 개의 살국이 지키고 있었다.
살국들의 배치를 살펴보면 운절선제는 전승을 한 사람에게 남겨줄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세 개의 전승은 그의 의지에 속했다.
계기가 있는 곳은 지도의 남은 사 분의 일 조각에 있는 게 분명했다.
처음 도착했던 금빛 초원을 중심으로 보면 남쪽, 즉 그들이 있는 반대쪽에 있었다.
운절선제의 좌화지, 전승지는 모두 동쪽에 있었고 그들이 온 북쪽에는 운절선제의 제병이 있었다.
"살국의 위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진남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청궁의 주인의 두 눈에 이상한 빛이 스쳤다.
'그것도 못 알아보는 거야?'
"살국들은 법선대회의 무인들이 적어도 절반은 죽을 정도로 강하다. 내가 위험하다고 표시한 살국은 천재들에게 타격을 입히겠지만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위협이 되지 않는다. 아주 위험하다고 표시한 살국은 천재들도 죽을 수 있다."
청궁의 주인은 대답했다.
진남은 강홍수가 떠올라서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실력이면 생명에 위험은 없을 것이었다.
다만, 기연을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 문제였다.
"왜 일월천비를 먼저 선택하셨습니까?"
진남은 의아했다.
청궁의 주인은 지도를 가지고 있고 수단도 많으니 천재들을 제치고 운절선제의 제신이나 전승을 얻을 수도 있었다.
제신이나 전승은 어떻게 따져보나 일월천비보다 더 가치가 있었다.
머리 아픈 일이 하나 더 있었다.
진남은 아직까지 환상의 세계에서 어떻게 선천무체를 각성해야 할지 알아내지 못했다.
진남은 원래 목표가 두 개였다.
하나는 운절선제의 기연을 얻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계기였다.
하지만 운절선제는 기연을 세 개로 나눴다.
'설마 세 곳을 전부 다녀야 하는 거야?'
진남은 손에 지도가 있어 살국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세 곳을 다 방문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었다.
계기도 다른 곳에 있었다.
게다가 법선대회도 진행 중이었다.
진남은 생각할수록 머리가 아팠다.
진남은 주천만계의 많은 사람들이 선천무체를 각성하다가 영원히 환상의 세계에 갇혀 죽을 때까지 못 나왔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일월천비는 내가 이곳에 온 목적과 연관이 있다."
청궁의 주인의 말에 진남은 호기심이 생겼다.
청궁의 주인은 아직 무상천존이었지만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는 성격상 운절선제의 전승과 계기 때문에 이곳에 올 사람이 아니었다.
진남은 청궁의 주인이 이곳에 온 이유는 더 대단한 것 때문일 거라고 추측했다.
"다른 선제들과 달리 일월천비는 운절선제가 무상천존일 때 만든 병기이다. 선제가 된 운절선제는 일월천비를 제병으로 만들었다."
청궁의 주인은 말했다.
제병은 보통 선제로 진급한 다음 다시 만들었다.
선제가 되기 전에 그들은 안목이나 힘, 경험 등이 부족했기에 만들었던 병기들도 '미래'가 없었다.
운절선제처럼 원래의 병기를 제병으로 만드는 경우 더 많은 대가를 치러야 했다.
"운절선제는 무상천존일 때 증광계(證光界)의 무은공금지(無垠空禁地)에서 대기연을 얻었고 그곳에서 나온 후 일월천비를 만들었다."
청궁의 주인은 전음으로 말했다.
"이 역사에 대해 사람들은 거의 다 알고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운절선제가 무은공에서 어떤 선제의 전승을 얻었고 일월천비는 그 선제의 의지로 만든 것이라고 추측한다. 즉, 일월천비는 준제기(准帝器)이기에 운절선제가 제병으로 만들었다."
진남의 두 눈에 빛이 스쳤다.
그는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
"운절선제가 무은공에서 얻은 기연은 선제의 전승뿐이 아닙니까?"
청궁의 주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두 눈에 흥분한 기색이 드러났다.
"고제인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겠구나……."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얼른 청궁 주인의 말을 끊었다.
"고제인은 대체 무엇입니까?"
제신과 광음도도 고제인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진남이 고제인을 가지러 왔다고 생각했다.
진남이 물어보자 그들은 진남이 인정하기 싫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다.
"뭐? 고제인도 모르느냐?"
청궁의 주인은 욕설을 퍼붓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너 대체 아는 게 뭐냐? 아무것도 모르느냐? 대체 뭐 하러 왔는지 모르겠다."
그러더니 청궁의 주인은 갑자기 흥미가 생겨서 말했다.
"나의 목표를 말해주면 너도 목표를 말해줘야 공평하지 않느냐? 나의 목표는 말이다. 엄청 대단한 것이라 소문나면 오 계의 준제들도 열광할 것이다."
진남은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그럽시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실마리가 잡히지 않아서 정리가 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청궁의 주인은 진남을 노려보더니 오만한 말투로 말했다.
"너에게 배짱을 두둑이 줘도 나를 속이지는 못할 거다.
고제인은 여러 대세력들에게 비밀이 아니다. 여러 대세력의 거물들은 운절선궁의 핵심지에 고제인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거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건드릴 엄두를 내지 못한다.
어떤 사람들은 고제인을 네모난 각인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공법이라고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의지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고제인을 얻었던 사람들이 아무것도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제인은 나타날 때마다 피바람을 몰고 다녔고 고제인 때문에 죽는 준제가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고제인을 얻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왜냐하면 고제인을 얻은 여섯 거물들 중에서 세 명은 선제가 되었고 다른 셋은 준제 정상이 되었으며 일방의 계주가 되었기 때문이다.
모든 세력들은 고제인에 선제가 될 수 있는 비밀이 있고 그것을 얻으면 선제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일 할이나 이 할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남은 그 말을 듣더니 헛숨을 들이켰다.
일 할이나 이 할은 많아 보이지 않지만 주천만계에서 수많은 준제 거물들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고제인이 나타날 때마다 준제가 죽지만 않았다면 아마 법선대회도 열지 않고 준제들은 어떤 방법을 대서라도 고제인을 손에 넣었을 것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내가 또 엄청난 비밀을 알아냈다!"
청궁의 주인은 흥분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했다.
중요한 대목에서 그는 제신이나 광음도가 듣지 못하게 신념으로 교류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고제인을 얻으면 선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고제인은 상고시대에 선제 경제를 초월한 환천도존(換天道尊)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고제인은 환천도존의 손에서 흘러나온 것이고 환천도존의 비밀이 담겨 있을 수도 있다."
청궁의 주인은 흥분해서 엄청난 소식을 쏟아내며 진남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는 시공간을 초월한 후배가 이 소식을 들으면 엄청난 충격을 받을 거라고 확신했다.
진남은 심호흡을 했다. 그의 마음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청궁의 주인의 말을 들은 진남은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선제의 경지를 초월한 자는 환천도존이었구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청궁의 주인이 말한 경지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었다.
방금 쉬체경지를 돌파한 무인에게 선제가 된 느낌을 이야기하면 쉬체경지의 무인은 기분이 어떨까?
"세상에나!"
청궁의 주인은 그 모습을 잘못 이해하고 깜짝 놀랐다.
"너 왜 이렇게 무덤덤한 거야? 미래의 너는 경지가 높지 않지만 많은 일을 겪은 모양이구나?"
진남은 얼굴이 상기되어 말했다.
"우리 본론으로 돌아갑시다. 선배님의 목표는 고제인이라면서 왜 먼저 일월천비를 찾으러 가는 겁니까? 설마……."
진남은 갑자기 무언가 깨달았다.
"너의 추측이 맞다."
청궁의 주인은 신비롭게 말했다.
"우연한 기회에 운절선제는 무은공금지에서 얻은 전승이 사실 환천도존과 연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일월천비를 만든 것이다.
그러니 나는 먼저 일월천비를 얻어야 한다. 고제인은 매우 비범해서 많은 천재들이 그것을 노리고 있지만 당분간은 가지지 못할 거다.
게다가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운절선제의 제신, 전승, 계기에 집중되었다. 지금 일월천비를 가져오려면 어려움과 저항이 별로 없다. 일월천비를 얻으면 의외로 좋은 점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진남이 곰곰이 생각해보니 청궁의 주인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환천도존은 상고시대에 혼자 힘으로 주천만계를 흔든 사람이다. 환천도존은 엄청 신비한 존재인데 평생 도려가 없었고 후손도 없다. 제자나 후계자는 더더욱 없이 홀로 인생을 보냈다. 그가 유명세를 떨친 것도 이상했다. 삼천 년 동안 잠잠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쭉쭉 치고 올라왔다…….
환천도존이 강해진 비밀을 십 분의 일, 아니 백 분의 일이라도 알 수 있으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좋은 점을 얻을 수 있을 거다."
청궁의 주인은 중얼거리다가 진남을 힐끗 쳐다보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어떠냐? 내가 하는 일이 원래 네가 하고 싶었던 일보다 더 매력적이지 않느냐? 먼저 나를 도와주는 게 어떠냐?"
진남은 깊이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저는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청궁의 주인의 눈빛을 반짝거리며 웃었다.
"나는 네가 하려는 일에 점점 관심이 생기는구나. 환천도존의 비밀에도 흔들리지 않다니! 도대체 무슨 큰일을 하려는 것이냐?"
"큰일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저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삼 개월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환천도존의 비밀이 유혹적이지만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합니다."
청궁의 주인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의심 가득한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