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8화 익숙한 얼굴을 보다
강홍수, 강성, 강곡 등 인재들이 잇달아 도신주에서 나왔고 준제들을 바라봤다.
"저 여인이 강홍수야? 진짜 예쁘구나!"
"나는 처음 강홍수를 본다. 절선계의 삼 대 선자라는 이름은 명실상부하구나."
"에잇, 진환은 진짜 운이 좋구나. 이렇게 예쁜 여인과 혼인을 하다니!"
"누가 진환이야?"
"누구긴 누구야? 경지가 가장 낮은 자지!"
"어, 주재 정상이네? 저자는 주경 정상이라고 하지 않았어?"
"허허, 진씨 가문의 사람이자 유일한 후손이고 어릴 때부터 엄청난 자원을 얻었는데 이제 겨우 주재 정상의 경지라니 진환은 진짜 폐물이구나!"
"강홍수가 저자와 혼인한 건 진짜 낭비다!"
커다란 법선도장이 혼란스러웠다.
여러 가지 목소리가 들렸다.
강홍수와 진환은 명성이 컸고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었다.
강성, 강곡 등 강씨 가문의 젊은 인재들은 기분이 나빴다.
진환은 명성이 좋지 않지만, 주변 관심의 대부분을 끌었고 그들은 존재감이 전혀 없었다.
진남은 이런 일이 익숙해서 안색이 변하지 않았고 놀라지도 않았다.
반대로 강명과 강소성은 긴장했고 표정이 굳었으며 불안했다.
진남과 거리가 가까운 이유로 사람들의 눈길과 신념들이 그들까지 덮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잘 아는 많은 명성이 자자한 젊은 인재들의 눈길과 신념에 한기가 가득한 걸 발견했다.
그들은 온 세상 사람들이 적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법선도장에서는 누구든 공격을 하면 안 된다는 규칙만 없었다면 그들은 망설임 없이 진남을 떠났을 것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가주의 말에 동의하지 말았어야 했어!"
강명과 강소성은 후회되었다.
지금의 상황은 그들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
가주가 어떤 위험에 부딪히든 진환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그들과 약속했다.
하지만 진환과 싸우던 중에 인재들이 그들도 공격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을까?
둘은 저도 모르게 폭풍 속에 서 있는 진환을 힐끗 보았다.
진환은 자신의 상황을 모르는 것처럼 매우 평온했다.
"진환!"
우레 같은 외침이 울려 퍼졌다.
동시에, 날카로운 검광이 도장 다른 편에서 빠르게 날아왔다.
검광은 진남 등과 멀지 않은 곳에 떨어졌고 형상으로 변했다.
형상은 단발머리 청년이었다.
청년은 파란색 긴 두루마기를 입었고, 허리춤에 몇 개의 고옥으로 만든 옥패를 걸었으며, 등에 세 개의 고검을 멨다.
청년은 잘생긴 편은 아니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그를 보면 그림 속의 사람을 본 것처럼 고개를 갸웃거렸다.
"소검왕 육조다!"
"육조는 강홍수를 엄청 좋아했다. 육조는 강홍수와 혼인하기 위해 자신의 본명검의까지 내놓았다. 또 스승더러 세 개의 반보제기와 준제 전승을 내놓게 했다."
"소문에 육조는 진족제기도 내놓으려 했대. 다만 아쉽게도 족중의 사람들과 그의 스승이 동의하지 않았고 마지막에 강회명은 진환을 선택했대!"
"하하, 육조는 진환을 엄청 미워할 거다!"
사람들은 볼거리가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명과 강소성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강성과 강곡 등은 희롱하는 표정으로 고소해했다.
그들은 진작에 이런 상황을 예상했었지만 이렇게 빠를 줄 몰랐다.
"진환, 자신을 남자이고 진씨 가문의 가주라고 생각한다면 나와 싸우자! 걱정하지 말거라. 네가 손해 보지 않게 해주마. 내 경지를 주제 초급단계로 낮추겠다!"
육조는 진남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등 뒤의 세 개의 고검이 웅웅하고 소리를 냈다.
"어떠냐?"
육조의 말을 들은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진남이 대답하기 전에 호탕한 웃음소리가 멀리에서 들렸다.
"육조, 진 가주가 동의할 것 같으냐? 진 가주는 남자이기를 포기하더라도 바보가 되고 싶지 않을 거다!"
단발머리 청년이었다.
그는 태고의 요수 가죽으로 만든 외투를 입었고 상처가 가득한 가슴을 드러냈다.
청년은 웃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으스스했고 마음속에 한기가 솟구쳤다.
그는 육조보다 약하지 않은 인재였다.
청년은 천현계 삼 대 가문인 동방 가문의 동방패(東方破)였다.
동방패는 경지가 식지 경지의 신왕에 도달했고 백 대 신체 중 만요신체(萬妖神體)를 각성했다.
동방패의 말에 주위에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하하, 맞는 말이다!"
"육조 선배님, 그럴 리 없습니다! 선배님이 경지를 주재 초기로 낮춘다 해도 진환이 어찌 감히 선배님과 싸우겠습니까?"
"내 생각에 육조 선배가 경지를 패주의 경지로 낮추고 제왕 등급의 공법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해야 진환은 용기가 조금 생길 것입니다."
"체, 패주의 경지로 낮추면 진환이 용기가 생긴다고? 저는 천선 경지나 천선 경지 초기로 낮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인들은 멸시를 감추지 않았다.
심지어 어떤 무인들은 일부러 비아냥거렸다.
그들은 진환의 자존심을 건드려 그가 얼떨결에 대답하기를 바랐다.
무인들의 말을 들은 소검왕 육조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고 콧방귀를 뀌었다.
"진환! 다들 이렇게 말하니 내가 조금 양보하고 경지를 주경 초기로 낮추겠다! 어떠냐?"
주위가 소란스러워졌고 여러 가지 목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은 진환이 바보가 아니라면 절대 육조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진환은 매우 방탕했다.
진씨 가문의 대대로 전해 내려온 비서들을 그는 제대로 수련하지 못했고 고작 평범한 주재 정상이었다.
주재 정상은 주경 초기보다 두 경지가 더 높았다.
그러나 소검왕 육조는 백 대 신체 중 종검신체를 각성했고 최고의 인재였다.
두 경지를 넘어 진환을 격파하는 건 매우 쉬웠다.
"육조가 너무 하네!"
분노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누가 진환을 대신해 나서려나?'
한 청년이 허공에서 날아왔다.
청년은 인물이 훤칠했다. 그는 흰 두루마기를 입었으며 기질이 비범했다.
청년은 손에 죽선을 들어서 예의가 바르다는 느낌을 주었고 첫인상에 호감을 주었다.
"여씨 가문의 소주 여화일(黎華一)이다!"
"여화일이 왜 나타나지 않나 했다! 여화일도 전에는 강홍수를 무척 좋아했다!"
"하하하, 여화일은 육조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육조가 혼담을 꺼냈을 때 여화일도 혼담을 꺼냈다. 여화일이 내놓은 예물은 육조가 내놓은 것보다 적지 않았다!"
또 한 명의 인재였다.
여화일의 배경은 육조보다 더 컸다.
여씨 가문의 가주는 자손이 여화일 한 명뿐이기 때문이었다.
여화일은 스무 살쯤에 신체를 각성했고 성장이 대단했다.
여화일은 이미 소주가 되었고, 이제 선황 경지에 도달하면 여씨 가문을 물려받을 수 있었다.
"여화일! 뭐 하려는 거냐!"
육조는 눈빛이 싸늘해졌다.
마지막에는 진환이 강홍수와 혼인했지만, 그와 여화일은 사이가 좋아지지 않았다.
육조는 마음속 깊이 여화일을 싫어했고 여화일도 마찬가지였다.
"네가 진환과 싸우겠다고?"
여화일은 평소의 부드러움은 사라졌고 냉소를 지었다.
"진환과 싸우더라도 내가 싸울 것이다!
진환, 싸우겠느냐? 나는 경지를 구천지존 정상으로 낮추었다. 나야말로 너에게 양보를 했다."
육조 등 뒤의 고검은 웅웅 소리를 냈다. 마치 커다란 검의가 그의 체내에서 폭발할 것 같았다.
육조는 망설이지 않고 소리쳤다.
"여화일, 강한 척하지 말거라! 진환, 나는 경지를 구천지존 초기로 낮추겠다!"
여화일은 반격했다.
"구천지존 초기라고? 나는 패주 초기로 낮추겠다! 싸우겠느냐?"
"허허, 패주 초기? 나는 천선경지 초기로 낮추겠다!"
무인들은 모두 어리둥절했다.
그들은 진환에게 시비를 걸기 전에 육조와 여화일이 싸우게 될 줄은 생각지 못했다.
강명과 강소성은 이마에 난 식은땀을 닦으며 다행이라고 중얼거렸다.
많은 젊은 인재들이 진환을 비웃었고 육조 같은 인재까지 진환과 싸우려고 하자 그들은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리고 여화일을 본 순간 그들은 안색이 새하얘졌다.
"진환, 기회입니다. 어서 다른 곳으로 피합시다."
강명은 신념을 전했다.
말을 마친 강명은 아차 싶었다.
'어디로 피하지? 법선도장은 크기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데 어디로 간들 소용없겠는데?
……나와 아버지는 피할 수 있겠다. 우리는 진환과 함께 고생할 필요 없잖아.'
강명은 조금 망설였다.
'우리만 피한다면 너무 의리 없는 거 아닌가?'
강명이 고민하고 있을 때 진남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작고 평범한 한 걸음이었지만 마치 육조나 여화일 그리고 오 계에서 온 젊은 인재들과 정면으로 맞선 것 같았다.
"응?"
육조와 여화일은 느꼈다.
명성이 자자한 방탕한 자인 진환에게 상상할 수 없는 변화가 생긴 것 같았다. 마치 이제 곧 절세의 빛을 드러낼 신 같았다.
그들에 비하면 빛은 너무 약했다.
하지만 진환은 고작 주재 정상의 경지였다.
그들과는 차이가 매우 컸다.
"진환……?"
강명은 어리둥절했다.
'격장지계라는 걸 모르는 거 아니겠지?'
진남은 육조와 여화일을 바라보았고 전의가 타올랐다.
그는 진작부터 주천만계의 인재들의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 싸워보고 싶었다.
진남은 잘 알았다.
다른 수단이 없이 진짜 싸운다면 육조와 여화일은 한 방에 그를 죽일 수 있었다.
하지만 경지가 같다면 결과는 알 수 없었다.
이때, 먼 곳에서 소란이 일었다.
"도망가려고? 어림없다!"
외침이 들렸고 세 개의 희미한 혈색 문이 하늘에서 내려와 상고의 대진을 이루더니 엄청난 기세를 풍겼다.
진남은 거리가 엄청 멀었지만, 마음이 서늘해졌다.
엄청난 신통법이었다.
대진에서 뿜어져 나온 기세만으로도 그를 죽이기 충분했다.
법선도장은 우레가 터진 것 같았다.
모두들 대진을 바라보았다.
법선도장에는 명시되지 않은 규칙이 있었다.
법선대회가 열리기 전에는 싸움을 하면 안 되었다.
쌍방이 모두 원한 거라 해도 법선도장을 떠나 싸워야 했다.
그런데 누군가 규칙을 깼다.
"축씨 가문의 인재 축원비(祝遠非) 아니야?"
"어떻게 된 거지? 축원비는 왜 이렇게 화를 내는 거지? 무상천존에게 화를 냈어!"
"저 무인은 물건을 팔고 있었다. 축원비가 그에게 물건을 사더니 화를 냈다!"
"와, 저자는 대단하구나. 감히 축원비를 속이려 했어?"
무인들은 모두 한마디씩 했다.
진남도 먼 곳을 바라봤다.
축원비는 선광을 번쩍거리는 전갑을 입었고 손에 용 모양의 상고 전극을 들었다.
그는 원래 패기가 있었다. 그런데 화를 내니 패기가 더 강해졌다. 마치 온 세상을 휩쓰는 절대 왕자 같았다.
진남은 축원비가 화를 낸 무인을 바라봤다.
무인의 얼굴을 본 순간 그는 머릿속에 번개가 친 것 같았다. 얼굴을 그는 몇 번 본 적 없었지만, 기억이 생생했다.
무인은 그가 전에 시공지광에 들어갔을 때 대연세계산에서 찾은 청궁의 주인이었다.
'이 자식이 어떻게 여기 나타났지?'
"원비, 뭐 하는 거냐!"
외침이 울려 퍼졌다.
축씨 가문의 준제가 나타났다. 정기가 왕성하고 얼굴에 윤기가 도는 노인이었다.
노인은 엄숙한 표정으로 손가락으로 눌러 대단한 세 개의 혈색 문을 부쉈다.
"할아버지, 신경 쓰지 마십시오. 오늘 저자를 제대로 혼내주겠습니다."
축원비는 얼굴색이 어두웠다.
그도 지금 손을 쓰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그는 염치 없는 자식 때문에 화가 치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