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7화 몇십 명의 준제 거물
우레처럼 우렁찬 목소리가 강씨 가문에 울려 퍼졌다.
"법선대회에 참가하는 강씨 가문의 제자들은 전부 빠르게 도신주(渡神舟)로 오거라.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 된다!"
진남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기력이 왕성했다.
진남은 닷새 동안 또 돌파했고 정상 주재의 경지를 회복했다.
그가 차지한 몸은 기초가 약하지만, 세상의 순수한 선의와 친밀감이 있는 것처럼 수련할 때 작은 노력을 하고도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진남이 정원을 나서니 강명과 강소성이 이미 와 있었다.
강명은 진남을 보자 바로 진남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갑시다. 저희가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셋은 하늘로 날아갔다.
잠시 후, 진남은 넓은 초원 위에 길이가 구만여 장 되고 넓이가 일만여 장 되는 낡은 배가 떠 있는 걸 발견했다.
배는 상고의 곤붕(鯤鵬)처럼 기세가 대단했다.
배에는 신비한 무늬들이 가득했고 신광들이 뿜어져 나왔다.
배에는 돛이 세 개 있었는데, 커다란 '강' 자가 쓰여 있었다.
뱃머리에는 칠팔십 명의 형상이 있었다.
진남은 대번에 강홍수를 발견했다.
그녀가 입은 붉은 두루마기는 매우 눈부셨다.
그녀의 앞에서 주위의 모든 것이 빛을 잃는 것 같았다.
진남은 강성과 강곡도 발견했다.
그들의 주위에는 강씨 가문의 젊은 인재들이 가득했는데, 두 개의 부류로 나뉘었다.
"진환이 진짜 왔다!"
"저 자식은 진짜 간이 부었구나!"
"체, 저자는 제 주제를 모른다. 이번에 우리 강씨 가문은 여러 세력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정신 차려라. 강씨 가문은 이미 오 계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사람들은 빠르게 진남 등에게 시선을 돌렸고 한마디씩 조롱했다.
목소리는 높지도 않았지만, 낮지도 않았기에 다들 제대로 들었다.
강성과 강곡도 싸늘한 눈빛으로 진남 등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긴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이따 운절선궁에 들어간 후 진환을 제대로 혼내주겠다고 생각했다.
강홍수는 먼 곳을 바라보았고 진남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이 모든 것들이 그녀와 상관없는 것 같았다.
"하하, 명 동생, 소성 형님, 두 분은 왜 이 자식을 따르겠다고 동의했습니까? 가주가 주는 좋은 점은 많겠지만, 이 자식을 따르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큰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에 대전에서 대놓고 진남을 조롱했던 강씨 가문의 천재 강관이었다.
강명은 코를 만졌고 난감한 듯 말했다.
"강관 형님, 비아냥거리지 마십시오."
강소성은 계속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무시했다.
강관은 다가와 강명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관심하듯 말했다.
"동생, 우리는 사이가 좋다. 나는 네가 위험해지는 걸 보고 싶지 않다. 너 진환더러 내 도전을 받아들이라고 하거라. 내가 그자를 불구로 만들면 가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
진남은 강명의 옆에 있었지만, 강관은 진남을 보지 못하는 척했다.
"어, 좋은 방법이구나!"
"하하, 맞다. 저 건방진 자식을 정신 차리게 할 수 있겠다!"
"법선대회에 가 창피를 당할 바에는 강씨 가문에서 창피를 당하는 것이 낫겠다!"
다른 젊은 인재들도 한마디씩 했고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강명은 더 말하지 않았다.
'강관의 제안은 좋다. 그러나 진환이 대답할까?'
사실 그는 강관의 비아냥거리고 조롱하는 말투가 기분이 나빴다.
어찌 됐든 그와 강소성은 이번에 진환을 보호하려고 왔고 진환의 편이었다.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고 뭔가 말하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그와 모든 젊은 인재들은 동시에 한기를 느꼈다.
엄청난 싸늘한 빛이 어디선가 강관의 앞으로 날아와 멈췄다. 그의 머리에서 일 촌밖에 남지 않았다.
강관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는 싸늘한 빛에서 그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엄청난 살기를 느꼈다.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공격을 한 사람은 강홍수였다.
"홍수…… 누님, 무슨 뜻입니까?"
강관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너의 매형이다."
강홍수는 무표정하고 차갑게 말했다.
"내가 여기 있을 때는 말조심하거라. 다음번에는 가만두지 않겠다."
이 말은 강관에게 한 것이기도 하고 다른 젊은 인재들에게 한 것이기도 했다.
진환이 아무리 방탕하고 아무리 쓸모없다고 해도 아직은 그녀의 도려였다.
그녀는 조롱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진환을 조롱해서는 안 되었다.
적어도 그녀 앞에서는 조롱해서는 안 되었다.
물론 그녀가 없을 때 어떻게 하든 그녀는 상관하고 싶지 않았다.
진남은 눈썹을 추켜 올렸다.
강홍수가 이러는 것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마음이 따뜻했다.
"……홍수 누님, 알겠습니다."
강관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강홍수가 손을 저었고 싸늘한 빛은 사라졌다.
뱃머리의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젊은 인재들은 모두 불쾌했다.
'강홍수는 진짜 너무 포악하구나!
진환은 외부인일 뿐만 아니라 그녀와 가문이 수모를 당하게 했다. 우리의 행동도 그녀를 위해 화풀이를 해준 셈이 아닌가?'
잠시 후, 강씨 가문의 제자들이 연거푸 날아왔고 백스물세 명이 되었다.
제자들은 경지가 가장 낮은 자라도 무상천존 정도였다.
진남만이 정상 주재 경지였다.
"다들 모인 것 같구나."
이때, 강회명과 강광 그리고 진남이 본 적 없는 젊은 무인이 허공에 나타났다.
무인은 강씨 가문의 준제 중 한 명인 강회의였다.
배에 있던 사람들은 인사를 했다.
강광과 강회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독실로 들어갔다.
강회명은 진남의 옆으로 다가와 진남을 훑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됐다. 출발하거라."
귀청을 찢는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도신주가 허공을 찢고 날아갔다.
도신주는 속도가 매우 빨랐다. 지도 경지의 무상천존을 훨씬 초월했다.
하지만 평온하게 날았고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젊은 인재들은 미소를 지은 채 오가며 낮은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장내는 시끌벅적하고 평온했다.
하지만 진남 등이 있는 곳은 금구(禁區)라도 되는 것처럼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다.
진남은 되려 만족했고, 속으로 법선대회에 대해 생각했다.
약 세 시진 후 도신주는 허공을 벗어나 파란 하늘에서 날았다. 속도는 느려졌다.
진남 등은 무언가 느끼고 앞을 바라보았다.
넓은 하늘 아래, 끝없는 바다 위에 태고의 선산 같은 커다란 궁궐이 조용히 서 있었으며, 선기를 품고 있었다.
궁궐은 기세를 풍기지 않았다.
그러나 진남, 혹은 강회명 같은 여러 번 온 적 있는 준제들은 궁궐을 보고선 태고의 기운을 느꼈다.
진남은 동력을 펼쳤다.
위엄 있는 궁궐의 벽에 그림들과 신비한 부문들이 새겨져 있었다.
부문들은 희미했다. 어떤 부문들은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 마치 세월이 무정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진남은 여러 가지 비행법보(飛行法寶)들이 빛을 뿜으며 사방에서 날아오는 걸 보았다.
도신주는 맑은 소리를 냈고 세 개의 돛에 쓴 '강' 자는 생명을 불어넣은 것처럼 전부 깨어났고 빛을 뿜으며 위압을 풍겼다.
"강씨 가문의 사람들이 왔다!"
중후한 목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고 이곳에 모인 오 계의 사람들에게 알렸다.
많은 신념들이 용솟음쳤다.
어떤 신념들은 외부에서 왔고 어떤 신념들은 운절선궁에서 왔다.
강회명, 강회의, 강광은 어느새 뱃머리로 와 앞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빛은 차가웠으며 준제의 풍채를 드러냈다.
강광은 사람들과 등을 지고 서 있었지만, 신념은 사람들의 식해 속에 주입되었다.
"잘 듣거라. 이번에 여러 세력들은 운절선궁의 깊은 곳인 법선도장(法仙道場)에 들어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다. 이번 법선대회에 참가하려고 결정했으면 절대 운절선궁의 다른 곳에 가면 안 된다. 어기는 자는 가문의 규칙으로 벌을 내리겠다!"
강광은 말투가 사납고 살기등등했다.
강명은 입을 삐죽거렸고 목소리를 낮추고 진남에게 전음했다.
"영감탱이들은 운절선궁의 핵심지를 내놓았지만, 여전히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영감탱이들은 운절선궁의 다른 곳을 전부 나누었습니다."
운절선궁은 운절선제가 앉아서 입적한 곳이었다.
핵심지의 전승 외에 다른 곳에도 놀라운 기연이 적지 않았다.
다만 지금까지 여러 세력들은 절반밖에 찾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준제 경지의 존재들에게 운절선제의 전승은 별 의미가 없었다.
왜냐하면 준제가 될 정도면 그들은 전승이 부족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기초를 이루었다.
강명은 또 불만을 토로했다.
"사실 저는 몰래 외부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영감탱이들이 발견한다고 해도 저 같은 애송이를 괴롭히지 않을 것입니다……."
진남은 입꼬리가 비틀렸다.
'이 자식, 말이 진짜 많구나.'
강회명이 화를 낼까 봐 걱정되지 않았다면 그는 진작에 강명을 돌려보내고 싶었다.
도신주는 신념 속에서 웅장한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의 눈에 아홉 가지 색깔 빛의 길이 나타났고 아홉 가지 색깔의 부문이 위아래로 움직였다.
운절선궁 안에 이런 길을 만든 건 여러 거물들이 힘을 모은 게 분명했다.
잠시 후, 도신주는 멈추었다.
넓은 아홉 가지 색깔의 빛 속에서 앞쪽 끝에 세 개의 시커먼 돌기둥이 서 있었다.
기둥들은 크지 않고 높이가 천 장 정도 되었다. 기둥에는 부문이 없고 얼룩덜룩한 자국들이 가득했다.
기둥을 본 사람들은 모두 엄청난 위협을 느꼈다.
준제 거물들도 기둥을 마주하면 작아진 것 같았다.
세 개의 돌기둥 앞에 커다란 도장이 떠 있었다.
도장은 여러 가지 색깔의 선석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선광을 뿜었다.
형상들이 도장에 서 있었는데, 마치 상고의 선인 같았다.
도장의 주위에 여러 가지 비행법보들이 떠 있었다.
그중에는 도신주 못지않은 법보들도 있었다.
진남은 도장을 힐끗 보았다.
그는 저도 모르게 영혼이 떨렸다.
도장에 모인 몇천 명의 무인들은 경지가 가장 낮은 자라고 해도 무상천존의 경지였다.
신왕경과 신황경의 존재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도장에는 준제 거물이 몇십 명이 되었다.
준제 거물들은 위압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어둠 속의 등불처럼 순식간에 발견할 수 있었다.
도장에 있는 준제 거물들이 위압을 드러낸다면 그들이 만든 아홉 가지 색깔의 공간지도는 바로 부서졌을 것이었다.
심지어 많은 무상천존들이 죽고 신왕경의 무인들이 중상을 입을 수 있었다.
"대연세계산이 열릴 때보다 더 성대하구나……."
진남은 중얼거렸고 가까스로 마음을 가라앉혔다.
"형님들, 왜 이제야 왔소? 오래 기다렸소."
"회명, 자네 사위도 계기지쟁에 참가하려고 한다며? 하하하, 아랫사람들에게 그자를 많이 도와주라고 말해줄까?"
"무슨 소리 하는 거요? 그자는 회명의 훌륭한 사위이고 요광계의 진씨 가문의 가주요. 자네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소?"
형상들은 멀리서 날아와 거리낌 없이 핀잔을 주었다.
이들은 모두 여러 세력들의 준제 거물이었다.
강회명은 안색이 변하지 않았다.
그는 강회의와 강광과 함께 도신주에서 내려 형상들에게로 걸어가며 말했다.
"여러분, 항렬대로라면 진환은 자네들을 숙부라고 불러야 하오. 지난번에 내 딸이 혼인할 때 자네들은 모두 오지 않았소? 너무한 거 아니오?
괜찮소. 지금이라도 내 딸과 사위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하면 되오."
준제 거물들은 부딪히기 시작했다.
그들은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다.
그러나 대놓고 싸울 수도 없으니 틈을 찾아 서로 비난을 했다.
주천만계에서는 등급이 명확했다.
준제들의 대화에 다른 사람들은 참견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