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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480화 (1,480/1,498)

1480화 환상 경지 - 절선계

"죽고 싶으냐?"

혈선기린은 입을 쩍 벌고 고함을 질렀다.

주변이 흔들렸다.

엄청난 강기가 뿜어져 나와 진남의 얼굴을 때렸고 진남의 머리카락과 두루마기가 펄럭거렸다.

하지만 이 정도에 흔들릴 진남이 아니었다.

그는 눈썹 하나 찡그리지 않았다.

"혈천, 침착하거라."

청년은 정신을 차리고 외쳤다.

혈선기린은 화를 겨우 누르고 기운을 거두었다.

다만, 커다란 두 눈은 진남을 죽어라 노려봤다.

혈선기린은 진남을 한입에 삼키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하하. 진 동생이 그리 말하니 내가 어찌 거절할 수 있겠느냐?"

청년은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비웃었다.

"동생, 혈천의 목을 베고 싶을 때 언제든지 오너라. 하지만 안 좋은 일이 있어도 나는 책임 못 진다."

다른 천존이 청년에게 그런 말을 했다면 청년은 살기를 드러냈을 것이었다.

하지만 앞에 있는 겁쟁이는 주경 경지일 뿐이었다.

그것도 억지로 진급시킨 주경 경지였다.

'그 실력으로 혈천을 죽이겠다고? 혈천의 재채기 한 번에 중상을 입을 놈이 허세 부리는구나!'

"진 동생, 나는 약속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겠다. 죽이고 싶을 때 언제든지 나를 찾아오너라."

청년은 손을 젓고 혈선기린에 올라타고 콧방귀를 뀌더니 자리를 떴다.

청년도 더 놀고 싶었다.

겁쟁이가 스스로 죽여달라고 찾아오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는 신분이 있는 사람이라 아직은 과한 행동을 할 수 없었다.

"나리, 이제 가셔야 합니다."

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남은 뒤에 청색 두루마기를 입은 중년 무인 둘이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경지가 주재 정상이었다.

'하인들인가?'

진남은 무뚝뚝하게 말했다.

"나는 아직 볼일이 좀 남았다. 너희들이 먼저 가거라."

왼쪽에 있던 중년 무인이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나리, 종천성(縱天城)에 많은 강자들이 모였습니다. 또 아까처럼 거리에 쓰러지면 어떻게 합니까? 나리는 체면을 신경 쓰지 않을지 몰라도 강(薑)씨 가문은 체면이 중요합니다."

두 중년 사내들은 줄곧 진남을 싫어했다.

출신은 대단했지만 무예 재능이 평범하고 게으르며 건방졌다.

가장 싫은 것은 큰 아가씨 강홍수(薑紅袖)의 남편이라는 것이었다.

"내가 나중에 너희들을 찾아가마."

진남은 그들과 입씨름을 하기 싫어서 한마디 던지고 앞으로 날아갔다.

"도망가시려고요?"

두 중년 사내는 콧방귀를 뀌더니 신법을 펼쳤다. 그들은 눈앞이 흐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다만 진남은 어느새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그들은 안색이 변해 신념으로 살폈다.

하지만 종천성에서는 신념이 제한을 받았기에 완전히 펼칠 수 없었고 한 개 거리만 살필 수 있었다.

진남은 이미 거리에 없었다.

그들은 거리를 벗어나 두 갈래로 흩어져 진남을 찾았다.

이내 그들은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고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방심했다, 방심했어! 세상 물정 모르는 도련님을 놓치다니!'

그들은 세상 물정 모르는 도련님을 싫어했고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강씨 가문에서 사위를 잃어버린 것을 알면, 그것도 강자들이 득실거리는 곳에서 잃어버린 것을 알면 큰일이었다.

* * *

진남은 다른 거리에서 사람들 틈에 섞여 거닐고 있었다.

두 하인을 따돌린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는 몸 주인의 정보를 아무것도 몰랐기에 정보를 얻고 사람들 앞에 나타나야 했다.

아니면 의심을 살 수 있었다.

"진씨 가문, 준제, 제신, 제기, 강씨 가문, 사위……."

진남은 들었던 단어들을 조합하며 대충 감을 잡았다.

이런 환상의 세계에 진남은 설렜다.

진남은 모퉁이로 걸어가 성숙하고 늙어 보이게 변신했다.

그는 대동천결과 시공성전을 움직였다. 그의 기운과 기질은 더 쉽게 변했다.

그는 완전히 달라졌고 예전의 모습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진남은 다시 거리로 돌아왔다.

그는 이제야 제대로 주위를 살폈다.

방금 그는 시종의 말에서 이 고성이 종천(縱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곳의 거리는 청색 선석으로 만들었는데, 선석마다 오랫동안 시련을 겪은 것처럼 여러 가지 흔적이 가득했다.

길 양옆에는 궁전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궁전들은 사오 층 정도 되고 높지 않았으며 서로 다른 장사를 했다.

오고 가는 무인들이 궁전에 들어가며 시끌벅적했다.

이 모든 것은 대상계의 고성과 별 차이가 없었다.

진남은 느낄 수 있었다.

종천성은 매우 비범하고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고 진남의 인식을 훨씬 초월했다.

무상천존이 전력을 다해 공격해도 성을 흔들 수 없었다.

성안에서 무형의 힘이 뿜어져 나와 진남의 식해를 막았다.

진남은 신념으로 한 개의 거리밖에 덮지 못했다.

이 거리에서 진남은 다섯 명의 무상천존의 거물과 몇십 명의 천존 경지의 거물을 느꼈다.

무인들 대부분은 주재이거나 주경이었다.

일부만 패자였다.

진남이 목청껏 소리치는 주재 경지의 중년 사내에게 전음했다.

"도우, 나를 따라오시오."

중년 사내는 진남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망설이지 않고 진남을 따라 은밀한 곳으로 왔다.

중년 사내는 빙그레 웃고 물었다.

"도우, 무슨 일이요? 미리 말하는데, 가격은 좀 전에 말한 대로요. 더 낮출 수 없소."

진남은 고개를 젓고 말했다.

"자네가 오해했소. 나는 자네의 물건을 사려는 것이 아니라 묻고 싶은 것이 있소."

"그렇소? 도우는 새로 왔소?"

중년 사내는 눈썹을 추켜세우고 말했다.

"사람을 제대로 찾았소. 절선계에서 발생한 일이라면 나는 다 어느 정도 알고 있소.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보시오. 열 개의 영선옥(靈仙玉)만 지불하면 되오!"

'절선계? 내가 들어온 환상의 경지가 주천만계의 한 계가 맞구나!'

진남은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도우, 미안하오. 나에게는 영선옥이 없소.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오. 나중에 사람을 시켜 스무 개를 자네에게 가져다주겠소."

그는 진남의 몸을 훑어보았다.

몸엔 저장주머니나 납계 같은 건 없었다. 빈털터리였다.

"에잇, 영선옥도 없다니, 나를 놀리는 거요? 장사를 방해하지 말고 썩 꺼지시오!"

중년 사내는 눈을 흘겼고 돌아서 떠나갔다.

그러자 진남은 위압을 드러냈다.

그가 들어온 몸은 주경밖에 안 되었다.

그러나 진남은 응천 경지의 무상천존이었고 특이한 위압이 있었다.

중년 사내는 몸을 떨더니 억지미소를 지었다.

"제가 눈이 삐어 선배님이 무상의 경지에 도달한 걸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선배님,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물으십시오. 제가 아는 것이라면 모두 말씀드리겠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위압을 거두고 말했다.

"절선계에 대해 말해보거라."

중년 사내는 앞에 있는 자가 경지를 넘었을 줄 몰랐다.

그는 존경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우리 절선계는 평범한 세상보다 엄청 큽니다. 전임 계주(界主)는 천 년 전에 의외로 죽었는데 아직도 새로운 계주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천 년 동안 절선계에는 정세가 흔들렸고 여러 세력들이 끊임없이 갈등이 생겼습니다.

절선계에는 강한 세력이 백여 개 있습니다. 그중에 가장 강한 건 강씨, 조씨, 임씨, 역씨, 맹씨 오 대 가문입니다. 그중에서 강씨 가문이 다른 가문들보다 저력이 더 강합니다."

진남은 마음이 흔들렸고 물었다.

"강씨 가문의 사위는 어떠냐? 방금 길에서 그를 만났는데 보통내기가 아닌 것 같다."

중년 사내는 고개를 저었다.

"보통내기가 아니지요. 진환(秦煥)은 요광계(搖光界)의 진씨 가문의 외동아들입니다. 요광계의 진씨 가문을 압니까? 요광계에서 명실상부한 제일 큰 가문입니다.

그들의 시조는 삼만 년 전의 절법선제입니다. 후에 진씨 가문에는 열 명의 준제가 나타났는데 주천만계에서 명성이 자자합니다."

준제는 준선제(准仙帝)를 말하는 것이었다.

진남은 살짝 놀랐고 눈에 의문이 드러났다.

"진씨 가문이 그렇게 강하냐? 좀 전에 진씨 가문이 이미 멸망되었고 진환 혼자 남았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된 거냐?"

중년 사내는 탄식했다.

"절법선제 때문입니다. 절법선제는 살신이었는데 사람을 얼마나 많이 죽였는지 모릅니다. 또 많은 대세력들의 미움도 샀습니다. 후에 절법선제는 작은 일 때문에 구인선제(九因仙帝)의 제자와 후손들을 전부 죽였습니다. 구인선제는 화가 나 절법선제와 죽기 살기로 싸웠습니다!

싸움은 천지를 흔들었습니다. 사람들은 방금 득도한 절법선제가 득도한 지 이만 년이 되는 구인선제의 상대가 안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절법선제는 상상할 수 없는 힘을 드러내 구인선제를 죽였습니다.

주술에 강한 구인선제는 죽기 전에 자신의 모든 것을 태워 절법선제에게 저주를 걸었습니다. 그때로부터 절법선제의 악몽이 시작되었습니다."

진남은 물었다.

"어떤 저주를 걸었느냐?"

중년 사내는 헤헤 웃고 말했다.

"절법선제는 작은 일로 구인선제의 제자들과 후손들을 죽이지 않았습니까? 때문에 구인선제는 절법선제의 제자들과 후손들이 천벌을 받아 죽고 후손이 끊기라고 저주를 내렸습니다.

절법선제는 방탕했고 아들들이 많았습니다. 그들은 자질이 매우 높았고 많은 이들은 신체를 각성했습니다. 하지만 구인선제가 저주를 내리자 그날로 절법선제의 모든 아들들과 제자들은 기이하게 죽었고 절법선제조차 막지 못했습니다."

진남은 헛숨을 들이켰다.

구인선제의 저주가 이렇게 대단할 줄 몰랐다.

"후에 절법선제는 갖은 방법을 찾아 저주를 풀려고 애썼습니다. 하지만 그가 죽을 때까지도 저주를 절반밖에 풀지 못했고 아들을 한 명밖에 남길 수 없었습니다. 한 명이 넘으면 어김없이 죽었습니다.

또한 사자는 선제의 경지를 돌파할 수 없고 수명도 길어야 삼천 년밖에 안 되었습니다. 진씨 가문의 열몇 명의 준제들 중에 몇 명이 살해를 당했고 나머지는 삼천 살이 되자 이유 없이 죽었습니다. 때문에 지금 진씨 가문은 후손이 한 명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중년 사내는 감동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진환은 진씨 가문의 외동이라 엄청 좋을 겁니다! 수명은 삼천 년밖에 안 되지만, 절법선제가 죽을 때 자신의 제신과 제기를 남겼습니다!

뿐만 아니라 진씨 가문의 준제들도 여러 가지 물건을 남겼고 진씨 가문의 저력이 강해졌습니다."

진남은 저도 모르게 흥분되었다.

'또 한 번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왔다. 이번에는 운이 엄청 좋구나!

나는 진환이다. 그럼 절법선제의 제신과 제기를 느끼고 진씨 가문의 여러 가지 저력을 느낄 수 있잖아?

이런 신분을 가졌으니 나는 다른 세력의 저력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또 강자들의 가르침을 받을 수도 있겠다.'

중년 사내는 진남의 표정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탄식했다.

"아니면 강씨 가문에서 어떻게 강홍수를 진환에게 시집 보내려 했겠습니까."

강홍수에 대해 말할 때 중년 사내의 눈의 질투심은 불꽃처럼 훨훨 타오를 것 같았다.

진남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물었다.

"강홍수는 강씨 가문의 사람이냐?"

중년 사내는 말했다.

"강홍수는 강씨 가문 주인의 딸이고 강씨 가문의 큰 아가씨입니다. 강홍수는 우리 절선계의 삼 대 선자 중 한 명입니다. 그녀는 예쁘게 생겼을 뿐만 아니라 천부가 매우 강하여 열 살 때 영롱신체를 각성했습니다!

강씨 가문에서는 진씨 가문의 제신과 제기 그리고 나머지 저력들을 얻기 위해 강홍수를 진환에게 시집 보냈습니다. 절법선제가 외부인이 빼앗지 못하도록 미리 준비를 했지만 강홍수는 이것들로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나중에 선제가 될 가능성도 더 커졌습니다."

진남은 살짝 놀랐다.

그는 이 몸의 도려가 이토록 강할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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