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2화 이제 죽는 건가?
검기가 흩어지고 사람들은 육방의 죽음을 보게 되었다.
"육 도우……."
황운천존은 안색이 바뀌었다.
그녀는 이렇게 짧은 시간에 불도를 수련하는 천존이 육방천존을 죽일 줄 몰랐다.
"이제 네 차례다."
황보절은 콧방귀를 뀌고 성큼 앞으로 나섰다.
커다란 부처의 손이 나타나 황운천존을 내리쳤다.
* * *
어느덧 한 시진이 지났다.
굉음이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고 육제신원에 변화가 생겼다.
여섯 개의 형상은 움직이기 시작하고 법인을 만들었다.
사람들에게 주입되던 육제신원의 힘도 배로 늘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청궁의 이상에도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기원산을 중심으로 방원 구만 구천구백아흔아홉 리의 하늘이 시커멓게 변했다.
형언할 수 없는 기세가 퍼지고 기원산의 수많은 기이한 생령들이 몸을 파르르 떨며 포효했다.
그 소리에 천지가 흔들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헤엄치던 구채뇌룡들은 자극을 받은 것처럼 서로 물어뜯고 용발을 휘둘렀으며 꼬리를 흔드는 바람에 아홉 가지 색깔의 빛이 터졌다.
진남, 계현, 창 등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그들은 어둠 속에 있던, 흐릿하던 문이 점점 또렷해졌다.
이제 그들의 의지도 문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방대하고 현묘한 힘이 그들을 감쌌고 그들의 기운, 육신, 뼈, 피 그리고 신념과 영혼까지 탈바꿈을 했다.
문 안쪽에 하늘다리가 위쪽으로 곧게 뻗어있었다.
다리를 따라가면 진정한 대도에 이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진남 등에게는 익숙한 장면이었다.
그들의 의지가 다리 끝에 이르면 그들은 탈바꿈을 하고 천지대겁의 세례를 받아 무상천존이 될 수 있었다.
한 시진 또는 더 짧은 시간이면 다리 끝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산꼭대기의 엄청난 싸움은 한 시진이 지나면 반드시 끝날 것이었다.
한 시진 후에는 정신을 집중하여 도겁을 해야 하기에 서로 싸울 시간이 없었다.
진남은 계현과 마주 보았다.
만 년이 지났지만, 그들은 여전히 죽이 잘 맞았고 서로의 생각을 바로 알아차렸다.
계현은 창의 뒤에 있는 천지성혼을 무시하고 창에게 날아갔다.
"사방파멸진(四方破滅陣)! 구중천수(九重天水)!"
계현은 두 보물의 핵심진법을 사용했다.
눈부신 빛이 엄청난 위능을 드러내고 창에게 날아갔다.
천지성혼들이 휘두른 세 개의 주먹이 계현의 등 뒤로 사납게 날아왔다.
진남은 방향을 바꾸어 계현의 뒤쪽으로 가서 성마지광을 활짝 펼쳤다.
쿠쿠쿵-!
진남은 피를 토하더니 시위를 벗어난 화살처럼 날아갔다.
진남은 공격에 밀려나는 힘을 빌어 순식간에 창의 위쪽으로 날아왔고 칼을 휘둘렀다.
"혼원경(渾元鏡)!"
창은 온몸에 털이 곤두섰다.
그는 다른 것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숨겨두었던 다른 법보를 꺼냈다.
법보에서 물처럼 새파란 빛들이 뿜어져 나왔다.
쿠쿠쿵-!
법보는 공격을 받고 빛이 어두워졌으며 기영도 깊은 잠에 들어 당분간은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창도 남은 신위에 타격을 입고 피를 세 번 토했으며 얼굴이 창백해졌다.
하지만 창은 멈추지 않았다.
창은 말없이 금술을 펼쳤고 세 개의 천지성혼 가운데로 주입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진남과 계현은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창을 죽이려고 했다.
아무리 큰 대가를 치러도 그들은 달갑게 받아들일 것이었다.
"창!"
진남은 고함을 지르고 날카로운 도광으로 변했다.
도광은 천지성혼이 휘두른 주먹들을 박살 내고 창의 미간으로 날아갔다.
계현은 그 뒤를 바싹 쫓아갔다.
창은 천보신체를 사용하고 두 개의 보물까지 사용했다.
그는 마치 신왕이 된 것 같았다.
* * *
그 시각, 영야천존과 통천도수 등은 여러 살술들을 사용했다.
엽소선은 다급히 막으면서 여러 둔술들을 펼쳤다.
산꼭대기에서 이리저리 피하는 그의 모습은 도망치는 쥐 같았고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엽소선, 부끄럽구나. 도망칠 줄밖에 모르느냐? 네 오만함은 어디로 갔느냐?"
영아천존은 엽소선을 계속 비웃었다.
엽소선은 못 들은 척했다.
그는 부끄럽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고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다.
지금 그는 버텨야 했다.
'제길.'
영야천존의 표정이 점점 보기 싫게 일그러졌고 마음도 다급해졌다.
통천도수가 도와주고 있지만 통천도수의 상처가 다 회복된 것이 아니라 정상 실력의 삼 분의 일 밖에 힘을 쓰지 못했다.
이대로 가면 한 시진 안에 엽소선을 죽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막는 사람이 없으면 엽소선은 무상천존으로 진급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영야천존은 공들인 것이 물거품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엽소선에게 커다란 보복을 당할 수도 있었다.
"성구연소(聖軀燃燒)!"
엽소선은 이상한 법인을 만들었다.
엽소선의 몸에서 성광이 펼쳐지더니 불꽃처럼 활활 타올랐다. 미약해졌던 엽소선의 기운이 확 늘었다.
이것은 칠대 지보들이 엽소선에게 전수한 제왕 등급의 공법이었다.
위기의 순간에 공법을 역으로 돌리면 힘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었다.
"내가 다리 끝까지 가려면 한 시진도 필요하지 않다."
엽소선은 중얼거렸다.
죽을 위기에 처하자 그는 모든 잠재력을 폭발했다.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
"그 수단까지 사용하면 오늘 반드시……."
엽소선은 큰 결심을 내렸다.
뜻밖에도 엽소선은 찬란한 불광을 발견했다. 황운천존과 치열하게 싸우던 불문의 불조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 엽소선에게 날아왔다.
"감히 나를 공격해?"
엽소선은 놀라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영야천존과 통천도수의 공격을 받았을 때 엽소선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엽소선은 보제고찰종과 아무런 원한이 없었다.
"아미타불. 엽 시주의 속세 인연은 끝이 났으니 나를 따라 불교에 귀의하는 것이 어떠냐?"
황보절은 양손으로 합장을 하고 장엄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황보절은 사실 답답했다.
그는 엽소선을 공격하고 싶지 않았다. 엽소선을 공격했다가 못 죽이면 훗날 그에게 복수할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진남의 신념을 받은 그는 어쩔 수 없었다. 창과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신분을 들키는 것보다 차라리 엽소선을 공격하는 게 나았다.
"대사의 말이 맞습니다. 엽 선배님, 불교에 귀의하고 서천에 오르십시오."
황보절 뿐만이 아니라 황운천존도 선검을 휘둘렀다.
날카로운 검광이 엽소선의 미간을 찔렀다.
황운천존은 줄곧 가문 전체의 이익을 첫 자리에 두었기에 진남과 엽소선의 분쟁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방금 통천도수의 말에 그녀는 감동했다.
통천도수가 그녀에게 약속을 했고 대세도 진남 쪽으로 기울었으며 그녀도 곧 무상천존으로 진급할 예정이었다.
때문에 엽소선을 죽인다고 해도 창은 그녀를 원망하고 그녀에게 복수하지 않을 것이었다.
"좋구나, 좋아, 너무 좋다!"
영야천존은 얼굴에 희색이 가득했다.
오늘 엽소선은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너희들……."
엽소선은 두 눈에 불꽃이 튀고 한이 하늘에 사무쳤지만 할 말이 없었다.
그는 의지를 집중했고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쿠쿠쿵-!
산꼭대기에 살벌한 분위기가 점점 짙어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진남과 계현의 엄청난 공격에 창은 천지성혼의 가운데로 몸을 피했지만 결국 신통법에 맞았다.
창은 상처가 점점 늘어나고 옷깃이 피에 물들었으며 천제검의 빛도 어두워졌다.
엽소선은 더 비참했다.
그는 원래 중상을 입은 데다 공격을 받아 더 엄중해졌다.
통천도수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사이에 신통법을 사용하여 엽소선의 갈비뼈를 다섯 대 부러뜨렸다.
"엽소선, 애쓰지 말고 이만 죽어라!"
영야천존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살기를 드러냈다.
그는 손을 들어 수많은 어둠의 창을 던졌다.
통천도수, 황보절, 황운천존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신통법을 사용하여 엽소선을 포위 공격했다.
엽소선은 짙은 죽음의 기운을 느끼고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적당한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하여 비장의 수를 미루려고 했지만, 더 기다릴 수 없었다.
"성혼연소(聖魂燃燒)!"
엽소선은 고함을 지르고 신념을 전달했다.
창의 신변에 있던 세 천지성혼들 중 두 개가 공격을 멈추고 시커먼 불꽃을 뿜으며 활활 타올랐다.
그들은 순식간에 재가 되어 사라졌다.
슈욱-!
두 개의 엄청난 힘이 엽소선에게 주입되었다.
엽소선의 몸에서 두 개의 빛이 뿜어져 나와 그를 감쌌다.
칠대 지보들에게 엽소선과 창은 중요한 수단이었다.
창과 엽소선이 진남을 죽이려고 천지성혼을 연화할 때 칠대 지보들은 그들에게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수단도 주었다.
바로 천지성혼을 태워 힘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칠대 지보는 죽기 직전이 아니면 천지성혼을 불태워 힘으로 전환시키지 말라고 했다.
득보다 실이 더 많은 수법이기 때문이었다.
천지성혼은 무상천존 경지의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천지성혼을 힘으로 전환시키면 그렇게 큰 도움은 없었고 보호하는 힘만이 생겨 짧은 시간 동안 유지되었다.
쿠쿠쿵-!
폭발음이 울려 퍼지고 두 개의 빛은 어두워졌다.
하지만 넷의 공격을 막았고 엽소선은 아무런 충격도 받지 않았다.
"천지성혼을 저렇게 사용할 수도 있어?"
영야천존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죽이고야 말겠다!"
통천도수 등도 안색이 바뀌었다.
그들은 시간 낭비를 하지 않고 여러 금술들을 펼쳤다.
한편, 두 개의 천지성혼을 잃어버린 창은 위기감이 확 늘었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창은 진남과 계현이 공격 준비를 할 때 하나 남은 천지성혼을 불태워 힘으로 전환시켰다.
"천지보물을 아끼지 않다니! 용서할 수 없다!"
계현은 콧방귀를 뀌었다.
두 개의 보물이 허공에 날아오르더니 사방을 봉인했다.
그는 천보신체의 힘으로 신검을 만들고 절세검결을 펼쳐 두 개의 빛을 베었다.
진남은 성마대산을 만들어 진압했다.
"진남, 우리가 도와주마!"
천지성혼이 사라지자 명초노조 등은 여유가 생겼다.
그들은 사방에서 창을 공격했다.
창은 엽소선보다 상태가 좋았기에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지 않았다.
그는 빛으로 변해 산꼭대기에서 날아다니며 공격들을 피했다.
"도우들, 빛의 힘은 그리 강하지 않다. 우리 연합하여 부수자!"
영야천존은 고함을 질렀다.
쿠쿠쿵-!
산꼭대기에 살기가 더 짙어졌다.
무인들은 점점 강한 신통법을 사용했다.
엽소선의 몸을 감싼 첫 번째 빛이 부서지고 사라졌다.
창은 엽소선처럼 비참하지 않았고 첫 번째 빛이 어두워졌을 뿐이다.
"임 형, 시간이 다 되어 가오. 지금 창을 죽일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는 게 어떻소?"
계현은 진남에게 신념을 전했다.
계현의 눈빛이 차갑게 빛이 났다.
그는 청궁의 상황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다.
이번에 창을 죽이지 못하면 창은 그에게 엄청난 시끄러움을 가져다줄 것이었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창의 몸에 첫 번째 빛이 드디어 부서졌다.
진남, 계현, 창 등의 변화가 점점 많아지고 속도도 빨라졌다.
그들은 거의 다리의 반을 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끝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때, 엽소선을 감싼 두 번째 빛이 신통법들의 공격을 받더니 어두워지고 금이 가기 시작했다.
영야천존 등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두 번 더 공격하면 엽소선의 빛은 부서질 것 같았다.
"이제 죽는 건가?"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엽소선은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주변의 모든 것들이 늦어졌다.
그는 짙은 죽음의 기운이 그의 몸과 영혼을 감싼 것을 느꼈다.
그에게 다른 수단은 없었다.
빛이 부서지면 엽소선은 저항할 힘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