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8화 스승이기도, 벗이기도 하다
소세계 안의 한 곳.
시커먼 호수 위에 금색 무늬들이 일더니 진법을 이루었다.
얼마 안 돼 밀짚모자를 쓰고 도롱이를 걸친 신비한 형상이 진법에서 천천히 떠올랐다.
화르륵- 하고 물결이 일었다.
"영감탱이들 빨리도 닫았네. 겨우 들어왔잖아."
신비한 형상은 물 위에 서서 기지개를 켰다.
"허허, 빨리 오라고 했는데 오지 않고 꾸물대고선."
신비한 형상의 뒤쪽에서 괴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신비한 형상에게 불만이 많고 신비한 형상을 얕보는 것 같았다.
"영감탱이, 뭐라고? 말조심하시오."
"누구를 때리려는 거냐? 행동이 느리고 꾸물거리고 나도 네가 보기 싫다!"
"보기 싫으면 보지 마시오!"
"너희들 진짜 유치하구나."
여러 명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노인도 있고 젊은이도 있고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었다.
신비한 형상은 이미 익숙한 것처럼 눈을 흘기더니 호슷가로 걸어가 소매에서 석반(石盤, 돌접시)과 석조(石鳥, 돌로 만든 새)를 꺼냈다.
신비한 형상은 손가락으로 신비한 부호를 써 석조에 주입했다.
석조에서 희미한 빛이 반짝거렸다. 눈은 살아난 것처럼 생기가 돌았다.
"형님이 너에게 말해주라고 했다. 임효지는 방천고등에 갔다."
석조는 오만하게 말했다.
"제대로 선택했군!"
신비한 형상의 두 눈은 반짝거렸다.
신비한 형상은 바로 계현이었다.
"그런데 변화가 생겼다. 임효지의 가르침이 필요 없게 되었다. 뒤에 나타날 세 가지 물건은 네가 가서 챙기거라."
계현은 울상을 하고 말했다.
"나더러 하라고? 나는 이미……."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석조는 흘겨보더니 콧방귀를 뀌었고 이어 빛이 사라졌다.
"건방진 것, 조만간 구워 먹겠다!"
계현은 투덜거리며 석조를 몇 대 때리더니 석반을 거두고 길을 떠났다.
* * *
시간이 조금씩 흘렀다.
보름 후 신비한 금지 안.
창과 엽소선은 드디어 목표가 있는 곳인 신비한 금지의 가장 깊은 곳에 도착했다.
그들의 앞에는 능원이 나타났다.
안에는 무덤이 가득했는데 얼핏 보아도 오만 개는 되었다.
무덤들은 높이가 삼 장이나 오 장 정도 되었는데 암홍색 돌로 쌓은 것이었다.
무덤들은 거리가 매우 가까웠고 갑갑한 느낌을 주었으며 더는 묻을 자리가 없었다.
창과 엽소선은 마주 보더니, 체내의 공법을 몰래 움직이고 능원에 들어갔다.
그들은 첫발을 내디딘 후 바로 눈살을 찌푸렸고 소름이 돋았다.
그들은 능원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 천지를 삼키는 상고흉수의 소굴에 들어온 것 같았다.
"만정지법, 나를 보호하거라!"
창과 엽소선은 동시에 법인을 만들었다.
금색 부문이 나타나 그들의 몸에 가득 붙었다.
두려운 느낌이 그제야 사라졌다.
엽소선은 앞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좀 전에 보았던 그 능원이었다.
능원은 크지 않고 낡지 않았으며 혼잡했다.
그는 정신을 집중하고 말했다.
"시작한다."
창은 고개를 끄덕이고 마음을 움직였다.
다섯 손가락의 손끝에 금이 생기더니 옅은 금색의 피가 흘러나왔다.
그는 손자국을 만들어 앞쪽에 있는 허공을 잡으며 중얼거렸다.
엽소선은 낡은 경서, 암홍색 붓을 꺼내더니 경서를 보며 허공에 글을 썼다.
약 세 시진이 지난 후, 둘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엄청난 힘이 능원 전체를 덮었다.
오만여 개의 무덤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끝없는 시공을 넘은 것처럼 희미한 비명이 그들의 귀에 들어왔다.
그들은 체내의 기혈이 흔들리고 안색이 더 새하얘졌다.
슉-!
창의 손가락 끝과 엽소선의 암홍색 붓끝에서 금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십조금룡의 형상으로 변해 빠르게 무덤 사이를 날아다녔다.
우우웅-!
세찬 바람이 능원 전체를 휩쓸었다.
십조금룡들은 영향을 받고 휘청거렸다.
하지만 그것들은 쓰러지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날아갔다.
십조금룡들은 아홉 바퀴를 돌더니 두 갈래로 나뉘어 다시 능원의 왼쪽 아래에 있는 두 개의 무덤에 들어갔다.
"저 두 개다."
창과 엽소선은 빠른 걸음으로 바람을 가르며 두 개의 무덤 앞으로 갔다.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마주 보지도 않았다.
그들은 부적을 꺼내 무덤 앞에 붙였다.
흔들리던 무덤이 조용해졌고 높이가 반 장 되는 통로가 나타났다.
통로 안은 시커멓고 어디로 통하는지 알 수 없었다.
둘은 바로 통로에 들어갔다.
* * *
이틀 후.
진법이 한 무덤 앞에 나타났고 창이 걸어 나왔다.
"세 시진밖에 없다. 오래 지나면 엽소선이 의심할 것이다. 시간이 촉박하구나……."
창은 속도를 빨려 전장의 맨 앞으로 날아갔다.
엄청난 전장을 그는 이미 한 번 지났고 잘 알았다.
그는 한 시진 만에 고골(古骨)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저는 한 시진밖에 시간이 없습니다."
창은 주위를 둘러보고 담담하게 말했다.
"하하하, 너 조심성이 강하구나. 나는 의지가 한 개밖에 남지 않았다. 너희 식해에 들어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계창, 식해를 열어주겠느냐?"
쉰 목소리가 계창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안 될 거 있습니까? 선배님이 저의 식해에 들어오면 영광입니다."
창은 옅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선배님, 식해를 열었습니다. 들어오십시오."
그의 말이 끝나자 회색 기운들이 사방에서 모여와 검은빛으로 변해 창의 식해 속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시원하게 대답한 이유가 있었구나. 너의 식해에 이렇게 많은 비밀이 있을 줄 몰랐다."
검은빛은 말했다.
창은 능원으로 가면서 전음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제 선배님의 존함을 말해주실 수 있습니까?"
검은빛은 흔들리더니 흐릿한 노인 형상으로 변했고 웃으며 말했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계창 도우, 나를 기억하느냐?"
창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무언가가 생각난 듯 크게 놀랐다.
"선배님은 어떻게 살아남았습니까?"
검은빛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는 너와 상관없다. 너와 거래를 하려고 너를 찾았다. 내가 환생하는 걸 도와주고 한 가지 약속을 하면 너에게 청궁의 가장 놀라운 비밀을 말해주겠다."
창은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선배님,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왜 엽소선이 아니라 저를 찾았습니까? 혹은 저희들을 동시에 찾지 않았습니까? 그러면 얻을 수 있는 좋은 점이 더 많지 않습니까?"
검은빛은 담담하게 말했다.
"네 말대로 하면 좋은 점은 많다. 하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다.
나를 아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많으면 폭로될 위험이 더 크다. 그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너를 찾은 건 비밀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창은 머리를 굴리며 말했다.
"선배님은 의지가 한 개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환생하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검은빛은 잠깐 침묵하더니 이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계창, 네가 동의해야만 나는 비밀을 말해줄 수 있다. 동의하지 않으면 한 글자도 알려고 하지 말거라.
나는 너를 잘 안다. 너의 성격에 칠대 지보들의 시중을 들고 싶지 않을 거다. 칠대 지보들이 너에게 기회를 주겠느냐? 그것들이 너에게 그렇게 많은 좋은 점을 주려고 하겠느냐?
진짜 머리를 숙일 수 있느냐? 노예나 하인이 되고 싶으냐? 아니다. 너는 내키지 않을 것이다. 너는 시기를 기다려 상황을 뒤집으려고 참고 있는 것이다!
네가 강해져 상황을 뒤집을 능력이 되었다 해도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나야 하겠느냐?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 비밀만 알게 되면 너는 바로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
* * *
삼 개월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동안 소세계에는 엄청난 싸움들이 폭발했다.
이곳에 끌려온 여러 가지 생령들은 양이 엄청 많았다.
그것들은 지보를 연화할 수 없고 기원옥을 빼앗을 수 없지만 다른 기연들이 그것들에 끌렸다.
황보절, 통천도수, 영야천존, 황운천존, 명초노조 등 거물들은 모두 보물을 한 개씩 가졌다.
그들도 멈추지 않고 다른 금지로 가 계속 싸웠다.
남은 보물을 빼앗으려고 싸움은 더 치열해졌고 천존들도 죽었다.
묘묘 공주 등은 보물을 한 개씩 연화한 후 계속 보물을 빼앗지 않고 기원옥을 찾으러 갔다.
그녀들은 이미 의견을 통일했다.
마지막에 적어도 두 명은 기원산에 올라야 하고, 만약 세 명이 모두 올라가면 좋지만, 만약 한 명밖에 남지 않으면 그녀들은 누구도 기원산에 올라가지 않고 보물을 연맹의 다른 거물에게 주기로 했다.
* * *
같은 시각, 방천고등 안.
방천고등의 영의 의식이 안개 속에서 파도처럼 흘러왔다.
"시간이 되었다. 진남, 지금쯤 엄청 후회하고 있겠지? 하하하, 후회해도 어쩔 수 없다……"
방천고등의 영은 생각하며 의식으로 도장 위를 덮었다.
진남과 소년선제가 계속 싸우고 있었다.
지금의 진남은 삼 개월 전과 달랐다.
두루마기가 남루해졌고 머리카락이 흐트러졌으며 두 손과 가슴에는 핏자국이 가득했다.
그는 매우 초라했다.
진남은 싸움에서도 밀렸다.
소년선제는 방천고등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빨리 소년선제를 격파하지 못하면 소년선제는 상처나 힘이 조금씩 회복되었다.
하지만 진남은 달랐다.
그의 힘은 회복될 수 없었다.
물론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방천고등의 영은 순식간에 진남의 기운이 삼 개월 전과 똑같다는 것을 느꼈다.
진남이 수련한 시공성전은 소년선제와의 싸움을 통해서 돌파하지 못했다.
"하하하, 진남!"
방천고등의 영은 큰소리로 웃었다.
"전에 내가 말릴 때 듣지 않더니 어떠냐? 삼 개월의 시간을 낭비했고 방천고등도 얻지 못하게 되었구나!"
그는 속이 시원했다. 청궁에 온 이후로 가장 후련한 일이었다.
진남은 그의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계속 싸웠다. 그는 날아다니며 도기를 드러냈다.
"진남, 더 힘을 빼지 말거라. 시간이 되었다. 모든 것이 끝났다…… 응?"
방천고등의 영은 말을 끝내기 전에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진남의 초식이 매우 이상했다.
그는 인형이 된 것처럼 같은 초식만 중복하여 사용했고 딱딱했으며 능숙하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문제가 생겼나?"
방천고등의 영은 의지를 드러내 진남을 감쌌다.
그는 빠르게 느꼈다. 진남의 눈에는 금색 불꽃이 탔지만, 눈동자는 생기가 없이 흐릿했다.
"이건……."
방천고등의 영은 어리둥절했다.
이때, 이변이 일어났다.
우르릉-!
천둥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남의 체내의 봉인들이 풀린 것처럼 공법에서 뿜어져 나오던 의지가 강해졌다.
방대한 시공기운이 진남에게서 뿜어져 나와 폭풍처럼 도장을 휩쓸었다.
진남의 앞에 있던 소년선제는 무언가 느낀 듯 행동을 멈추었다.
소년선제는 체내의 시공성전을 빠르게 움직였고 포효했다.
마치 환호하며 격려하는 것 같았다.
시공성전을 돌파했다.
사 단계까지 돌파한 후 멈추지 않고 오 단계가 되었다.
진남은 영이 몸에 돌아온 것처럼 눈동자가 생기를 되찾았다.
"하하하!"
진남은 큰소리로 웃었다. 이번에 그는 많은 걸 얻었다.
삼 개월 동안 그는 계속 싸우면서 느꼈다. 그는 오묘함을 누에가 실을 뽑는 것처럼 조금씩 벗겨 완전히 이해했고 장악하여 오묘함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는 엄청난 성취감이 들었다.
"도우, 고맙다!"
진남은 흥분했고 소년선제에게 인사를 했다.
소년선제는 의지일 뿐이라 인형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삼 개월 동안 소년선제는 진남의 스승이기도 하고 벗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