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4화 성승을 만나다
"네 사람, 어디서 왔고 경지가 어떻든 나의 아이에게 상처를 입힌 건 상의하고 좋게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너희들이 함부로 산에 올라간 건 남찰성묘에 대한 모욕이다. 반드시 경지를 봉인하고 천망성에 백 년 눌려야 한다."
얼굴이 네모난 중년 사내는 싸늘하게 외쳤다.
"셋 셀 동안 따르지 않거나 반항하려 하면 우리는 가만두지 않겠다! 하나……."
얼굴이 네모난 중년 사내는 손가락을 한 개 쳐들었다.
그가 두 번째 손가락을 쳐들기 전에 진남은 산길에서 담담한 표정으로 방대한 세력을 보며 말했다.
"긴말할 필요 없다. 너희들이 아무리 많은 사람이 와도 우리는 산에 올라갈 것이다."
그의 말에 사람들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오만방자하다!"
"건방지다!"
"극악무도하다!"
강자들이 풍기는 기운은 순식간에 더 강해졌다.
산기슭의 모든 것들이 크게 떨리고 허공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좋다! 너희들이 남찰성묘를 무시하고 모든 무인들을 무시했다!"
얼굴이 네모난 중년 사내는 눈빛이 싸늘해졌고 선광을 풍기며 말했다.
"그렇다면 긴말할 필요 없겠다!"
말을 마치자 얼굴이 네모난 중년 사내와 다른 열여덟 명의 천존들은 체내의 힘을 모두 폭발시켰다.
"오늘 나는 나쁜 사람이 되어 너희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겠다!"
묘묘 공주는 눈빛이 날카로웠고 영기가 충만했다.
그녀는 마치 여자 무신으로 변한 것 같았다.
"공주, 난난, 몽요, 너희들은 옆에서 기다리거라. 이런 일은 내가 하면 된다."
진남은 묘묘 공주의 어깨를 치더니 열아홉 명의 천존에게로 날아갔다.
열아홉 명의 천존들은 동시에 살초를 드러냈다.
천지가 울긋불긋하게 물들었고 대단한 위세가 폭풍처럼 사방을 휩쓸었다.
주재 강자들은 크게 놀라 연거푸 뒤로 물러갔다.
"진짜 무모하구나!"
다섯 명의 젊은 남녀들은 콧방귀를 뀌었다.
'천존 정상이면 뭐 해? 아홉 명의 정상 천존과 열 명의 대성 천존이 함께 공격하는데 고작 한 명의 정상 천존이 당할 수 있을까?'
그들의 생각대로 방대한 세력이 함께 공격하니 힘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하지만 그들은 진남을 만났다.
진남은 지도 경지 천존 정상이었다.
순식간에 진남의 등 뒤에 성마지광이 솟아올랐다.
그는 엄청난 힘을 주먹 끝에 모아 앞을 내리쳤다.
쿠웅-!
천지가 크게 떨렸다.
열아홉 명의 천존 거물들이 드러낸 살초는 강물이 넓은 바다를 만난 것처럼 바다에 휩쓸려 사라졌다.
"뭐?"
열아홉 명의 천존 거물들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이자는 정상 천존이 아니었나? 어떻게 한 방에 이렇게 강한 힘을 드러냈지?'
"어…… 어떻게 이럴 수가?"
주재 강자들은 크게 놀라고 믿을 수 없었다.
"이자는 금술을 써 힘이 커다란 도움을 받는 게 분명하다!"
얼굴이 네모난 중년 사내는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외쳤다.
"도우들, 이런 금술은 오래 가지 못하오. 기껏해야 열 개 셀 시간밖에 안 되오. 우리 함께 전력을 다해 버팁시다!"
"좋소!"
다른 천존들은 중년 사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버텨보거라!"
진남은 기뻐하며 체내의 문도법을 움직였고 기운이 점점 강해졌다.
"진도도결!"
진남이 칼을 내리치자 도기가 용솟음쳤다.
마치 커다란 칼 바다가 나타난 것 같았다.
"조성법(朝聖法)!"
"만재도결(萬載道訣)!"
"십삼천왕문(十三天王門)!"
열아홉 명의 천존 거물들은 압력을 느꼈다.
그들은 비장의 수를 숨기려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전력을 다해 최강의 신통법을 드러냈다.
쿠쿠쿠쿵-!
귀청을 찢는 폭발음이 연거푸 울려 퍼졌다.
커다란 설산 위에서 불광이 뿜어져 나와 부딪히면서 생긴 힘을 막았다.
"진짜 대단한 금술이구나!"
주재 강자들은 경악했다.
'이자도 정상천존이다. 하지만 혼자서 열아홉 명의 천존을 눌렀다. 이자의 금술은 전력을 다섯 배도 넘게 강해지게 하는구나!'
"흥, 금술 덕분이다. 잠시 후면 이자는 버티지 못할 것이다!"
다섯 명의 젊은 남녀들은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들의 표정에는 멸시가 가득했다.
'잠깐!'
어깨에 용을 멘 청년은 무언가 생각난 듯 묘묘 공주 등을 바라봤다.
"선배님들, 도우들, 이 여인들도 남찰성묘를 모욕했습니다. 우리 우선 이들을 잡읍시다. 저들 넷은 함께 왔으니 사이가 좋을 겁니다. 저자는 여인들이 다칠까 봐 싸움을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어깨에 용을 멘 청년은 크게 소리쳤다.
'저자는 실력이 강하지만 여인들도 저자만큼 강할까? 저 여인도 술법을 드러냈었지만 주재 경지에 도달하면 여인들을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일리가 있다!"
"우선 여인들을 잡자!"
다른 주재 강자들은 맞장구를 쳤다.
진남 등이 남찰성묘에 쳐들어와 그들도 매우 화가 났다.
하지만 그들의 경지로는 참견할 수 없었다.
그럴 바에는 여인들을 공격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함께 공격하자!"
정상 주재의 강자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그들은 천존싸움의 여파를 버티고 묘묘 공주 등을 공격했다.
'잘했다!'
열아홉 명의 천존들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얼굴이 네모난 중년 사내는 마음이 놓였다.
그는 자신의 무능한 아들이 이렇게 눈치가 빠를 줄 몰랐다.
"너희들 주제에 우리를 공격하겠다고?"
묘묘 공주, 강벽난, 설몽요는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녀들은 공격도 하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녀들에게서 엄청난 기세가 폭발했고 위압이 퍼졌다.
주재 강자들과 천존들은 눈살을 찌푸렸고 마음이 흔들렸다.
'세 명의 정상 천존?'
'세 명의 예쁜 여인들도 정상 천존이라고?'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어깨에 용을 멘 청년은 말문이 막혔다.
여인들은 천존이 되려면 남자들보다 엄청 힘들었다.
그들의 세상에는 여자 천존이 두 명밖에 없었고 그녀들은 천존 초급단계였다.
"너희들은 도대체 누구냐?"
얼굴이 네모난 중년 사내와 천존들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물었다.
네 명의 정상 천존은 그들의 세력을 초월했다.
"내가 누구인지는 말해줄 수 없다. 너희들이 좀 전에 한 행동은 나를 불쾌하게 했다."
진남은 무표정하게 말하고 법인을 만들었는데 천지가 흔들렸다.
"성마지산 눌러라!"
진남이 손을 젓자 희미하고 커다란 산이 세상에 나타났다.
커다란 산이 열아홉 명의 천존들을 눌렀다.
무형의 누르는 힘이 열아홉 명의 천존들을 구속하여 그들은 꼼짝 못 하고 버텨야 했다.
"아차!"
열아홉 명의 천존들은 안색이 크게 변했고 비장의 수를 드러냈다.
어떤 자들은 불기를 태웠고 어떤 자들은 부적을 태웠는데 모두 부처와 연관 있었다.
순식간에 불광이 번쩍거리고 장엄한 보상이 나타났다.
폭발음이 울려 퍼지고 열아홉 명의 천존들은 신음을 흘리며 피를 토했고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들은 완전히 눌렸지만 애써 버텼다.
진남은 계속 공격하지 않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세상이 평온해졌다.
분노하던 무인들은 말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어떤 자들은 뒤로 물러갔다.
"열 셀 시간이 지났다."
진남은 담담하게 말했다.
"너희들은 실망했겠구나. 나의 '금술'은 효력이 사라지지 않았다."
"어떻게……."
얼굴이 네모난 중년 사내와 천존들은 어리둥절했다.
'금술을 쓴 것이 아니라면 이자는 전력이 어떻게 이렇게 대단하지? 설마 이자는 천존을 초월했나?'
"너희들……"
다섯 명의 젊은 남녀들은 가장 놀랐다.
그들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우리는 좀 전에 이렇게 대단한 네 명의 강자들을 굴복시키려 했나?
또 이들에게 보복하려고 했나?'
이때, 이변이 일어났다.
두웅, 두웅, 두웅-!
설산 꼭대기에서 묵직한 종소리가 세 번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마음이 평온해졌다.
산꼭대기의 절에서 눈부신 불광이 반짝거리더니 하늘을 금색으로 물들였다.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미타불, 임 시주, 봐주시오!"
다른 사람들은 기뻐하고 흥분했다.
성승이 왔다.
"응?"
진남은 눈썹을 추켜세우고 돌아서 설산에 곧게 뻗은 산길을 바라봤다.
"소남자, 성승은 이상하다. 왜 너를 임 시주라고 부르지? 다른 성씨가 아니라 왜 하필이면 임 씨일까?"
묘묘 공주, 강벽난, 설몽요는 바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진남은 상고시대에 임효지란 이름을 썼었다.
하지만 그가 상고시대에 갔었던 일은 평범한 사람은 몰랐다.
성승이란 자는 청궁의 보물인 방천고등에서 나타난 생령이었다.
얼마 안 돼 진남과 묘묘 공주 등 그리고 천존 거물과 주재 강자들은 설산에 난 산길 끝에 가사를 입고 안색이 옥처럼 새하얗고 스물다섯 살 정도 되는 젊은 중이 걸어오는 걸 보았다.
젊은 중은 합장하고 표정이 평온했다.
머리 뒤쪽에 불훈(佛暈)이 있었는데 신성한 느낌을 주었다.
"성승을 뵙습니다."
천존 거물들과 주재 강자들은 서둘러 인사했다.
그들은 목소리가 우렁차고 태도가 공손했으며 조금도 거짓이 없었다.
진남과 묘묘 공주 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의 눈에 이상한 빛이 스쳤다.
그들의 감지력으로도 성승을 꿰뚫어 볼 수 없었다.
성승은 세상의 다른 사람들과 완전히 달랐고 그들이나 대상계의 무인들과 더 비슷했다.
"시주들, 예의를 차릴 필요 없소."
성승은 산기슭까지 내려와 사람들을 향해 인사했다.
"어이, 중, 왜 우리 부군을 임 시주라고 부르는 거냐? 우리 부군은 왕 씨이지 임 씨가 아니다."
묘묘 공주는 말했다.
"여 시주, 미안하오. 나는 여러분을 잘 모르오. 여러분의 진짜 성이 무엇인지도 모르오."
성승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나는 한 가지 버릇이 있소. 낯선 시주를 만난 후 성이 무엇이라고 생각되면 그대로 부르곤 하오. 나는 임 시주가 임 씨 성인 것 같아서 임 시주라고 불렀소. 여 시주 이해해주시오."
강벽난은 물었다.
"그럼 나는 성이 무엇인 것 같습니까?"
성승은 강벽난을 힐끗 보더니 고민도 하지 않고 말했다.
"강 시주인 것 같소."
설몽요도 물었다.
"나는 성이 무엇인 것 같습니까?"
"설 시주인 것 같소."
그의 말에 묘묘 공주, 강벽난, 설몽요는 안색이 어두워졌고 놀랐다.
'어떻게 된 거지? 대상계에서 온 사람인가? 대상계에서 왔다면 누구일까? 어떻게 부군의 진짜 이름을 알지?
만약 대상계에서 온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것들을 알지? 이 세상에 무인의 이름을 추측하는 신통법도 있나?'
"임 시주,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고 이들을 한 번만 봐주시오."
성승은 진남을 바라봤다.
"좋소."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성마지산의 형상을 거두더니 다섯 개의 검은빛을 뿜어 다섯 명의 젊은 남녀에게 주입했다.
그들은 땅에서 구르며 비명을 질렀다.
"성승……."
얼굴이 네모난 중년 사내와 천존들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시주들 긴말하지 마시오. 저들이 먼저 무례를 범했소. 임 시주가 작은 벌을 내리는 건 당연하오."
성승은 고개를 저었다.
"성승 고맙습니다! 임 선배님 고맙습니다!"
얼굴이 네모난 중년 사내 등은 한숨을 내쉬고 공수했다.
성승이 작은 벌을 내리는 거라고 했으니 생명이 위험하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충분했다.
"대사는 불법이 강하오. 우리가 이번에 온 목적도 알고 있소?"
진남은 옅은 미소를 짓고 물었다.
"당연하오. 남찰성묘의 규칙대로 자네들은 내가 법술강의를 마쳐야만 남찰성묘에 들어갈 수 있소. 하지만 임 시주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 제한을 받지 않소."
성승은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자네들을 절로 데려가기 위해 왔소."
천존 거물들과 주재 강자들은 마음이 흔들렸다.
성승이 말에는 깊은 뜻이 들어 있었다.
"그럼 부탁드리겠소."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주들, 갑시다."
성승은 손짓을 했다.
진남과 묘묘 공주 등은 거절하지 않고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설산에 난 길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