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3화 간이 부었구나!
"누구시오?"
궁전 안에는 중년 사내가 한 명 있었다.
그는 옷차림이 소박하고 기운이 평온했으며 천선 경지 정상이었다.
진남 등을 보자 중년 사내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경계하며 소리쳤다.
"도우, 불쑥 찾아와서 미안하오. 우리는 나쁜 뜻이 없고 묻고 싶은 것이 있소. 남찰고묘가 어디 있소?"
진남은 공수했다.
"남찰고묘? 혹시 남찰성묘(南刹聖廟)를 말하는 겁니까?"
중년 사내는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남찰성묘는 극현지(極玄地)에 있습니다. 동쪽으로 다섯 시진 가면 도착할 겁니다."
중년 사내는 머뭇거리고 말했다.
"선배님들께서는 성승의 법술강의를 들으려고 오셨습니까? 그렇다면 어서 떠나십시오. 성승의 법술강의는 여섯 시진 후에 시작합니다."
진남 등은 마주 보더니 중년 사내에게 인사하고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진남 등은 몇 명의 천선 경지의 무인들에게 더 물어보면서 동쪽으로 날아갔다.
가는 중에 진남 등은 많은 성과 종문을 발견했다.
등심세계는 열 개의 구역으로 나뉘었고 스물한 개의 종문이 있었으며 천존 등급의 거물도 있었다.
진남 등은 남찰성묘가 등심세계에서 지위가 매우 높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십 년에 한 번씩 성승의 법술강의가 열릴 때면 스물한 개의 최고급 종문의 거물들은 직접 이곳으로 와 산 아래에서 불언을 들었다.
"저 불상을 깨려면 엄청난 방해를 받겠구나."
설몽요는 말했다.
"방천고등은 굴복시키기 쉽지 않겠다."
묘묘 공주의 눈에 연민이 드러났다.
"등심세계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등불 속에 살고 있고 영원히 구속을 벗어날 수 없으며 언젠가 죽을 수 있다는 것도 모를 것이다."
"이건 우리 대상계와 비슷하구나."
강벽난은 고개를 젓고 말했다.
"다른 점이라면 청궁의 주인이 잠시 우리와 주천만계의 통로를 막았다는 것이다."
진남은 아무 말 없이 성안의 무인들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등심세계는 창이 만들려는 세상인가? 다른 점이라면 창은 세상을 전부 가두어 아무도 쳐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또 아무도 나오지 못하게 했다.'
천선 경지의 무인은 남찰성묘까지 가는 데 다섯 시진이 걸린다고 했다.
하지만 진남 등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잠시 후 그들은 남찰고묘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위엄 있는 설산의 꼭대기에 오래된 신목으로 만든 사찰이 있었다.
사찰은 부드러운 빛을 뿜어 방원 구만 리를 덮었는데 신성하고 장엄하여 모독할 수 없었다.
설산 산기슭에 서른여섯 개의 웅장한 성이 있었다.
성들은 모두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시끌벅적했다.
"남찰성묘는 대단하구나!"
묘묘 공주의 눈에 이상한 빛이 스쳤다.
좀 전에 그녀는 신념을 드러내 관찰하려 했다.
사찰이 있는 설산에는 기이한 힘이 가득했다.
힘이 그녀의 신념을 막았고 그녀는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부군, 어때?"
강벽난은 고개를 돌려 진남을 바라보았다.
"이 사찰은 매우 강한 법기이다. 사찰은 설산과 이곳의 세상과 하나가 되었다. 제대로 움직인다면 정상의 천존을 죽일 수 있다."
진남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나의 경지로 강제로 꿰뚫어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법기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우리는 주도에서 상황을 지켜보자."
"알았어."
진남 등은 설산 아래에 남찰성묘로 통하는 곧게 뻗은 산길이 있는 걸 발견했다.
진남 등은 얼마 안 돼 조용히 설산의 산기슭으로 내려갔다.
성안의 천존거물들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역시."
진남은 고개를 들어 산길을 힐끗 봤다.
그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비틀렸다.
'이 산길이 남찰성묘에 들어가는 유일한 입구구나. 만약 강제로 산꼭대기로 올라가면 이곳의 금제를 건드려 남찰성묘와 설산 그리고 천지의 공격을 받을 것이다.'
진남 등이 앞으로 가려고 할 때 건방진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너희들 간이 부었구나! 성승의 법술강의가 끝나기 전에는 아무도 산에 올라오면 안 된다는 것을 모르느냐?"
진남 등은 소리 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멀리서 다섯 명의 젊은 남녀들이 걸어왔다.
여섯 명의 노인들이 그들의 뒤를 따랐다.
다섯 명의 젊은 남녀들은 옷차림이 범상치 않고 선광이 번쩍거렸으며 고귀한 느낌을 주었다.
가운데 선 청년은 어깨에 깊은 잠이 든 구조금룡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다섯 명의 젊은 남녀는 경지가 높지 않고 주경 정상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뒤에 있는 여섯 명의 노인은 경지가 주재 정상에 도달했다.
한 명은 정상 주재를 훨씬 초월해 천존 경지에 가까웠다.
다섯 명의 젊은 남녀는 등심세계에서 범상치 않은 존재들이었다.
말을 건 청년은 바로 어깨에 용이 똬리를 틀고 있는 그자였다.
묘묘 공주, 강벽난, 설몽요를 본 청년은 눈이 반짝거렸다.
'괜찮은 여인들이구나!'
청년은 정색하고 위엄 있게 말했다.
"너희들이 산에 오르려고 한 행동은 남찰성묘에 대한 모욕이고 세상에 대한 모욕이다. 너희들은 천망성(天望城)으로 가서 벌을 받고 삼 년간 구금당하거라!"
다른 네 명의 젊은 남녀들은 순식간에 이 청년의 뜻을 깨달았다.
'이들이 여기 있는 건 모욕이긴 하지만 이 정도로 엄중하지 않다. 사과를 하고 떠나가면 된다. 이렇게 엄중하게 말하는 건 저 세 여인이 마음에 들어서일 것이다.
이들은 천망성에 갇히면 살려달라고 빌 것이다. 그럼 권력을 이용해 저 세 여인을 얻을 수 있다. 만약 이들이 빌지 않으면 우리는 아무도 모르게 수단을 써 상대하면 되겠다.'
"맞다! 너희들은 죄가 엄중하다. 어서 가서 벌을 받거라!"
"만약 벌을 받으러 가지 않는다면 남찰성묘의 적이 되고 세상과 적이 되는 것이다."
네 명의 젊은 남녀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우리가 죄가 있다 해도 남찰성묘에서 사람을 보내야겠지? 너희들이 우리에게 죄를 물을 자격이 되느냐?"
강벽난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싸늘한 말투에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그녀는 그림 속의 적선(謫仙)과 같았다.
"세상의 무인들은 남찰성묘의 규율을 지킬 책임이 있다! 헛소리하지 말고 어서 가서 벌을 받거라!"
용을 멘 청년은 흥분했고 표정이 당당했다.
"가지 않으면 어쩔 건데?"
묘묘 공주는 콧방귀를 뀌었다.
"가지 않겠다고?"
용을 멘 청년은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다들 들었지. 이들은 남찰성묘를 멸시하고 모든 무인들을 멸시했다. 장로님들, 어서 공격하여 이들을 천망성으로 끌고 가십시오."
여섯 명의 장로들은 이런 상황이 놀랍지 않았다.
장로들은 이렇게 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다섯 명의 젊은 남녀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명령을 들어야 했다.
슉-!
여섯 명은 여섯 개의 빛으로 변해 엄청난 속도로 진남 등에게 날아왔다.
그들은 진남 등의 기운이 평범한 걸 느꼈다.
제대로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기껏해야 주재 경지 정도밖에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충분히 진남 등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진남은 고개를 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쿠웅-!
여섯 개의 빛이 그의 손가락 끝에서 뿜어져 나왔다.
여섯 명의 장로들이 미처 반응하기 전에 빛들은 그들의 가슴을 때렸다.
장로들은 비명을 지르며 튕겨 나갔고 피를 토했다.
진남은 다섯 명의 젊은 남녀들을 보며 물었다.
"죽고 싶으냐?"
평범한 한마디였지만 큰 산처럼 다섯 명의 젊은 남녀들을 눌렀다.
젊은 남녀들은 비명을 지르며 땅속에 박혔고 피투성이가 되었다.
"천…… 천존?"
여섯 명의 장로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정상 천존만이 이런 위력을 내보일 수 있었다.
"나에게 상처를 입혔느냐?"
다섯 명의 젊은 남녀들은 화가 났다.
그들은 한 번도 이런 일을 겪은 적 없었다.
하지만 앞에 있는 청년은 천존 거물이었다.
그들은 화가 나지만 뭐라고 할 수 없었다.
그들이 먼저 진남 등을 건드렸기에 어르신들을 불러와도 어르신들은 그들을 혼낼 것이었다.
다음에 기회를 찾아 복수할 수밖에 없었다.
"가자."
진남 등은 젊은 남녀들을 신경 쓰지 않고 산길로 걸어갔다.
첫 번째 계단에 들어서자 그들의 앞에 불광이 나타났다.
진남은 손을 저어 불광을 부수고 계속 위로 올라갔다.
"저들이…… 산으로 쳐들어갔어?"
다섯 명의 젊은 남녀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이 했던 말은 대부분이 거짓이었다.
하지만 한마디는 진짜였다.
성승의 법술강의가 끝나기 전에는 누구든 산으로 올라가서는 안 되었다.
함부로 쳐들어간다면 남찰성묘에 대한 모욕이고 세상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었다.
"잘 됐다!"
다섯 명의 젊은 남녀들은 놀라지 않고 기뻤다.
나중에 기회를 찾아 진남 등을 혼내주려 했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다.
"아버지……."
다섯 명의 젊은 남녀들은 빠르게 신념을 전했다.
잠시 후 엄청난 위세가 먼 곳에 있는 성에서 구름 위로 솟아올라 사방을 흔들었다.
"어떤 놈이 감히 남찰성묘에 쳐들어온 거냐!"
우레 같은 소리가 천지에 울려 퍼졌다.
절세의 무지갯빛이 멀리서 날아와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뭐야!"
"남찰성묘에 쳐들어왔다고?"
"성승의 법술강의가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남찰성묘에 쳐들어왔다고? 우리들을 안중에 두지 않는구나!"
천존 거물들의 움직임에 성안의 거물들, 무인들은 모두 크게 놀랐다.
그들은 모두 분노가 치밀었다.
순식간에 엄청난 기세가 우후죽순처럼 성들에서 폭발했다.
방금 산길에 들어선 진남 등은 걸음을 멈추고 사방을 둘러봤다.
땅에 묻힌 다섯 명의 젊은 남녀들은 진남 등이 두려워하는 줄 알고 흉악하게 웃었다.
"너희들이 남찰성묘에 쳐들어간 건 매우 엄중한 죄를 지은 것이다. 네가 정상 천존이라 해도 백 년은 눌릴 것이다. 지금 나에게 무릎을 꿇고 빌면……."
묘묘 공주는 미간을 찌푸렸다.
"시끄럽다."
그녀는 바로 술법을 드러냈다.
묘묘 공주의 말이 끝나자 방대한 대세가 다섯 명의 젊은 남녀들을 눌렀다.
그들은 비명을 지르며 피를 토했는데, 그 모습이 매우 비참했다.
슉-! 슉-! 슉-!
이때, 하늘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가장 먼저 도착한 건 열아홉 명의 천존이었다.
그중 열 명은 천존대성이고 아홉 명은 정상 천존이었다.
그들은 모두 기질이 비범하고 위풍당당했다.
이어 여러 세력의 주재 강자들이 연달아 왔다.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었는데 생김새가 다르고 각양각색이었다.
얼마 안 돼 남찰성묘의 산기슭에 도달한 강자들은 오십 명을 초월했고 장면은 굉장했다.
게다가 강자들이 계속 이곳으로 몰려왔다.
"아버지, 살려주십시오!"
다섯 명의 젊은 남녀들은 고통을 참으며 크게 외쳤다.
열아홉 명의 천존 중에 다섯 명의 천존들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중 얼굴이 네모난 중년 사내는 콧방귀를 뀌더니 손을 저어 방대한 힘을 풍겨 다섯 명을 땅에서 구해내고 그들의 상처를 회복시켰다.
"아버지, 이들은 간이 부었습니다! 저희들은 남찰성묘에 참배를 왔다 이들이 산에 오르려는 걸 봤습니다. 저희들이 말리자 이들은 천존 경지로 저희들에서 상처를 입히고 건방지게 굴었습니다!"
어깨에 용을 멘 청년은 말했다.
"간이 부었구나!"
천존 거물들과 주재 강자들은 눈에 분노가 가득했다.
다른 사람들은 이들에게 인상이 좋지 않았고 평소에도 이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진남 등은 정말로 산길에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