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0화 참지 못하고 죽여버릴 수도 있다
사람들은 깜짝 놀랐고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진 도우,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창의 미소도 사라졌다.
"별다른 뜻은 없다. 담판을 하는데 둘씩이나 필요하지 않다. 한 명이면 충분하다."
진남은 말을 하면서 나무 의자에 앉았다.
묘묘 공주 등 일행들도 자리에 앉았다.
"그건 네 말이 맞다."
창은 처음과 같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는 진남의 행동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것처럼 진남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진 도우, 네 선택은 무엇이냐?"
진남은 대답했다.
"청궁의 지보들과 연합을 하면 우리에게는 좋은 점만 있고 나쁜 점은 없다. 그러니 거절하지 않겠다."
천존들은 진남의 말을 듣자 시름이 놓였다.
그들은 청궁의 지보들과 손을 잡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지보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들은 엄청난 좋은 점을 얻을 수 있고 무상천존이 될 가능성도 컸다.
진남이 있으니 청궁의 지보들, 창, 엽소선 등도 진남을 공격하면 했지 그들에게까지 손을 뻗지 않을 것이었다.
또, 협력이 순조롭게 진행이 되지 않으면 그들은 발을 뺄 수 있었고 손해 볼 것도 없었다.
일부 사람들은 마음이 무거워서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두 가지 확인하고 진행할 거다."
진남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
"청궁의 지보들도 다 맹세를 하는 거지? 그리고 우리가 청궁의 다른 보물을 얻을 수 있게 청궁의 지보들이 도와준다고 했는데 기원산을 열기 전이냐, 기원산을 연 후냐?"
천존들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들도 진남이 언급한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창은 이런 질문을 예상했던 것처럼 바로 대답했다.
"청궁의 지보들은 당연히 맹세를 하고 시작할 거다. 도우들이 이번 협력에 동의하면 청궁의 하현경천에 들어설 때 확인할 수 있을 거다.
보물들에 대해서는 설명할 필요가 있겠구나. 도우들도 알다시피 기원산을 열려면 아흔아홉 명의 천존이 동시에 손을 써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그때 정한 규칙이었다. 그러나 대상계의 천존이 부족하니 다양한 지보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지보들은 손을 쓰기 전에 수단을 펼쳐 많은 보물들을 기원산에 들여보낼 거다. 보물들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기원산이 열리면 도우들에게 알려줄 거다."
창은 말을 잠깐 멈추었다.
그의 미소는 사람들에게 믿음직스러운 인상을 주었다.
"도우들이 보물을 먼저 얻거나 후에 얻거나 다 좋은 일은 아니지 않느냐?"
천존들은 두 눈을 반짝거렸다.
창의 말대로라면 더 고민할 것도 없었다.
"그 방법이 좋구나."
한 거물은 참지 못하고 감탄했다.
"진 도우, 네 생각은 어떠하냐?"
창은 물었다.
"그럼 문제없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다른 도우들은 협력할 의향이 있느냐?"
창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문제없다!"
"하하, 진 맹주도 문제없다고 하니 나도 문제없다."
거물들은 앞다투어 입장을 표했다.
"좋다. 그럼 협력하는 일은 그렇게 정하자."
창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귀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 도우들, 우리 지금 당장 청궁으로 출발하자."
말을 마친 그는 빛으로 변해 선전에서 벗어났다.
창의 뒷모습을 보며 진남은 콧방귀를 뀌고 그 뒤를 쫓아갔다.
육십여 명의 천존들도 무지갯빛으로 변해 청궁으로 날아갔다.
구천선역의 일부 무인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하루 동안에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질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번 협력의 결과에 따라 미래의 대상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지 못했다.
* * *
청궁, 하현경천.
"도우들, 우리는 이곳에서 기다리자."
창은 걸음을 멈추었다.
아무도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은 신식으로 몰래 대화를 나누었다.
진남은 동술을 사용하여 앞을 살펴보았다.
잠시 후, 진남은 눈살을 찌푸렸다.
'왔다!'
웅-!
커다란 천지가 흔들리고 색깔이 오색찬란하게 변했으며 물이 흐르는 것처럼 몽환적인 분위기가 되었다.
천지 사이의 기운들도 통제를 잃은 것처럼 혼란스러워졌다.
잠시 후, 사람들은 앞쪽에 일곱 개의 방대하고 웅장한 형상이 나타난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안개에 덮여 있어 잘 보이지 않고 형체만 어렴풋이 보였다.
쇠사슬, 창, 탑, 칼, 검, 책, 등이었다.
"저게 바로 청궁의 지보들인가? 지보들의 본체가 직접 나타난 것일까? 아니면 형상뿐일까?"
천존들은 안색이 확 바뀌었다.
천존 초기의 거물들은 심지어 덜덜 떨기까지 했다.
그들은 일곱 지보들과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위압감을 느꼈다.
모래가 커다란 산을 마주한 기분이 들었다.
진남의 두 눈은 차갑게 빛이 났다.
일곱 개의 지보들 중 진남은 세 개를 알고 있었다.
'동황태허련, 시천극, 홍몽탑!'
"응?"
진남은 표정이 굳었다.
황보절에게서 얻은 지보에 미약한 파동이 느껴졌다.
"다른 지보들의 영향을 받은 것일까? 이 보물은 동황태허련에 비해 얼마나 차이가 날까?"
진남은 중얼거렸다.
"이것들은 본체가 투영한 형상이다."
창은 활짝 웃으며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도우들, 소개하겠다. 이들은 각각 동황태허련, 시천극, 홍몽탑, 환광도(喚光刀), 사황검(賜皇劍), 절백성서(?白聖書), 연무고정(燃巫古燈) 등 일곱 선배님이시다. 청궁의 칠대 지보이다."
천존들은 하나둘 반응하고 인사를 했다.
"일곱 선배님을 뵙습니다."
"오늘 일곱 선배님을 뵈니 걷는 놈 위에 뛰는 놈이 있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말을 알겠습니다."
그들과 달리 진남은 꼼짝도 하지 않고 아무런 태도 표시도 하지 않았다.
묘묘 공주 등도 충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도우들, 예를 차리지 않아도 된다."
동황태허련은 빛을 번쩍이며 위엄이 넘치는 말투로 말했다.
거리가 멀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사람들 머리 위쪽에서 울려 퍼졌다.
"도우들, 나와 연합을 하겠다고 해서 기쁘다. 특히 진남은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서 다행이다. 오적보다 낫구나."
진남은 일곱 지보들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일곱 맹수가 어둠 속에서 진남을 살펴보는 것 같았다.
진남은 기가 죽지 않고 살짝 웃으며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선배님들, 오적은 고집불통입니다. 이렇게 합시다. 선배님께서 오적의 봉인을 풀어주십시오. 제가 선배님들과 함께 오적을 설득하겠습니다. 오적도 깨달음을 얻으면 마음을 돌릴 것입니다."
"고민해보겠다."
동황태허련은 대충 넘어갔다.
그는 이어서 말했다.
"도우들, 우리는 열 개의 맹세를 하려고 한다. 심마천세(心魔天誓), 화업조세(華業祖誓)……."
열 개의 맹세들의 명칭을 다 말하고 일곱 개의 지보들은 동시에 입을 열었다.
일곱 개의 천둥 같은 목소리들이 겹쳐지고 사람들 귓가에서 울려 퍼졌다.
그들이 한 글자를 내뱉을 때마다 천존들은 기혈이 일렁거리고 마음이 흔들렸다.
일곱 개의 지보들은 맹세를 마치고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천지는 다시 잠잠해졌다.
천존들은 제자리에 멍하니 서서 방금 벌어진 일이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했다.
"창 도우,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
이때, 진남이 입을 열었다.
"진 도우, 물어보거라. 내가 아는 것은 솔직하게 다 말해주겠다."
"창 도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주선신비도 청궁의 최고급 지보에 속하느냐?"
방금 떠오른 생각이었다.
주선신비의 깊숙한 곳을 진남은 느껴본 적이 있었다.
그 안에는 신비하기 그지없는 주제신동도 있었다.
진남은 주선신비와 동황태허련이 비슷한 것 같았다.
창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더니 이내 미소를 짓고 대답했다.
"주선신비는 청궁에서도 특별한 존재이다. 어떤 부분이 특별한지는 나도 잘 모른다."
말을 마친 창은 천존들에게 빨리 길을 떠나자고 재촉했다.
"특별하다고?"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음, 일단은 신경 쓰지 말자."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많은 생각을 해도 의미가 없었다.
진남은 중현경천에 세 번 왔었다.
첫 번째는 계근자와 함께 왔고 두 번째는 주선신비에 들어가려고 왔으며 세 번째는 신식전장에 들어가기 위해 왔다.
하지만 진남은 중현경천을 잘 알지 못했다.
그는 아직까지 중현경천이 얼마나 크고 어떤 비밀이 있는지 몰랐다.
* * *
시간은 조금씩 흘러갔다.
두 시진이 지나고 그들은 중현경천의 깊숙한 곳에 도착했다.
그곳은 끝이 보이지 않는 새파란 바다였다.
"이곳에 다시 왔구나."
'여거성승'으로 변장한 황보절은 바다를 바라보며 눈빛을 반짝거렸다.
그는 마음이 복잡했다.
환생을 한 그는 세상을 충격에 빠뜨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도 몸을 숨기고 있었다.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나? 그건 안 되지!'
황보절은 인내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황보절 외에 또 다른 천존 한 명도 표정이 복잡했다.
바로 영야천존이었다.
상고시대에 그는 기원산을 만드는 데 동참했고 그때 대전에도 참여했지만 결국 무상천존으로 진급하지 못했다.
'이대로 구차하게 살아야 하나?'
상고시대의 그였다면 스스로 이런 질문을 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는 마지막까지 살아있는 자가 승자라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만 년 동안 구천의 일인자로 살면서 그의 마음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금 천존들은 아무도 그를 주목하지 않았다.
영야천존은 천존들 사이에서 존재감이 없었다.
상고시대의 그였다면 기뻐했을 것이었지만 지금은 기분이 나빴다.
"진남 등을 초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래도 뭔가 해내야 한다……."
영야천존의 두 눈에 빛이 스쳤다.
슉-!
이때,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창과 엽소선의 본체가 날아오는 소리였다.
그들은 엄청난 기세를 뿜었고 자리에 있던 천존들은 안색이 살짝 변하고 압력을 느꼈다.
진남의 두 눈에 빛이 스쳤다.
창과 엽소선은 보름 전에 비해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들은 기운이 더욱 신비하게 변했기에 진남조차 흐릿하고 분명하지 못한 느낌을 받았다.
창과 엽소선은 더 강해졌다.
엽소선의 진남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살기가 가득했고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
"엽 도우, 싸우려는 거냐?"
진남은 눈을 가늘게 떴다.
"아니."
엽소선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럼 그런 시선으로 보지 말거라. 아니면 참지 못하고 이틀 전처럼 너를 죽여버릴 수도 있다."
진남은 무뚝뚝하게 말했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서로 다른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엽소선은 진남의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진남은 감탄했다.
엽소선 같은 거물들을 말로 도발하는 것은 참 어려웠다.
"도우들, 나와 엽 도우가 먼저 손을 쓰면 도우들도 따라서 손을 쓰거라. 그럼 여러 지보들이 수단을 쓸 것이다. 도우들은 놀라지 말기를 바란다."
창은 말을 마치고 엽소선과 함께 신비한 법인을 만들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닷가에 변화가 일어났다.
바닷물이 세차게 일렁거리고 몇천 장이 되는 파도들이 일었다.
바다의 깊은 곳에 있던 수많은 생령들이 놀라서 포효했다.
"구천의 힘으로 만들어진 기원산이여! 오늘 만 년의 약속을 이행하러 왔다!"
창과 엽소선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바다에 울려 퍼졌다.
그들은 결인을 만든 손으로 앞을 힘껏 내리쳤다.
두 개의 눈부신 신광이 뿜어져 나와 바다 깊은 곳으로 날아갔다.
천지에 선음이 울려 퍼지고 신마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파도가 세차게 일렁이던 바다에 방원 열 장 크기의 금색 부문이 나타났다.
부문은 짧은 시간에 구만 구천구백아흔아홉 개나 떠올라 커다란 바다 표면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