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7화 똑같이 멍청하구나
"엄청난 비밀이라는 것이 대체 무엇이냐?"
진남은 창에게 물었다.
"진 도우, 내가 너를 속이려는 것이 아니라 진짜 모른다. 지보들도 모른다. 아, 지보들은 알지만 나에게 알려주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창은 솔직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엄청난 비밀이라는 것이 청궁의 주인이 남긴 전승인 것 같다."
'청궁의 주인은 주천만계에서 가장 높은 존재이다. 그의 의발이나 전승이라면 지보들도 마음이 흔들릴 수 있다.'
진남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 창과 만난 진남은 수확이 컸다.
적어도 청궁의 신비함이 많이 밝혀졌다.
"진 도우, 동황태허련 등 지보들이 협력하자고 제안했는데 어떻게 할 거냐?"
창은 더 활짝 웃었다.
진남은 비웃음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동의할 것 같으냐? 오적이 동황태허련 등에게 봉인을 당했기에 미리 의견을 물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오적은 봉인이 풀리면 동황태허련 등 지보들과 적이 될 거다.
게다가 기원산이 열리면 너희들은 내가 무상천존으로 진급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있느냐? 또, 동황태허련 등 지보들이 제안한 연합은 우리에게 훨씬 유리하다. 지보들이 왜 그리 좋은 마음을 품었겠느냐? 그것들이 우리를 속이고 뒤에서 어떤 짓을 벌일지 아느냐?"
진남은 혼자 힘으로 창과 엽소선을 누를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동황태허련 등 지보들과 신비한 청궁이 엮이면 진남은 우세를 잃고 열세에 처할 수 있었다.
진남은 청궁을 잘 모르기 때문이었다.
진남이 억지로 청궁에 쳐들어간다면 엄청 불리하고 위험해질 수 있었으며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 있었다.
"네가 의심을 하는 게 마땅하다. 나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진남, 너에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느냐?"
창의 미소가 기이하게 변했다.
그는 진 도우가 아니라 진남이라고 불렀다.
"지금은 너의 태도가 중요하다. 하지만 네가 지보들과 연합을 하기 싫다고 해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지금이야 네가 동의하지 않으면 기원산을 열 수 없다. 하지만 나중에도 그럴까?
십 년 후, 백 년 후에는 천지에 천존들이 점점 많아질 거다! 네 부하들이야 네 말을 듣겠지만 다른 사람들도 그럴까? 너는 성격상 대상계 전체를 진압하고 다른 사람이 천존이 되는 것을 막지 못할 거고 청궁으로 가는 것도 막지 못할 거다. 네가 할 수 있다고 해도 나와 엽소선이 연합을 하면 너를 이길 수 없어도 사람을 한 무리씩 청궁으로 데려갈 수 있다. 그들에게 좋은 점을 충분히 약속하고 여러 지보들과의 연합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면 충분히 모여들 것이다.
지보들이 너와 연합하려고 한 것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그러니 너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우리와 손을 잡고 기원산을 열어 최선을 다해 싸우면 앞날이 훤하지 않느냐?"
창은 목소리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말은 날카로운 칼처럼 진남에게 날아갔다.
진남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잠시 후, 진남은 비웃음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대상계 최고의 위치에서 가장 눈부시게 빛나던 천재가 흔쾌히 다른 사람의 개가 되려는 거야?"
창은 표정이 굳었다.
잠시 후, 그는 겨우 미소를 짓고 말했다.
"개? 내가 동황태허련 등 지보들과 손을 잡는다고 그렇게 말하는 것이냐?
진남, 구천의 일인자가 되어서 그런 방식으로 나를 자극하지 말거라. 내가 왜 지보들과 연합을 하면 안 되느냐? 네가 나를 죽이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느냐? 그들과 연합을 해서 나쁜 것도 없는데 말이다."
진남은 어깨를 으쓱하고 말을 하지 않았다.
청궁에 가면 진남은 열세였고 창과 엽소선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청궁에 대해 전혀 몰랐다.
'이런 상황에서 동황태허련 등 지보들과 연합을 하면 과연 평등할 수 있을까? 게다가 창과 엽소선은 나에게도 졌다.'
"너는 연합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구나. 괜찮다. 너에게 선택을 하라고 재촉하지 않겠다. 네가 고민할 시간을 주마. 신식전장의 천존싸움이 끝나면 네 결정을 알려줘라."
창은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구나."
진남은 아직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천존싸움이 끝나려면 아직 스무날이 더 지나야 했다.
그동안 진남은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고 많은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잠깐!"
창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또 무슨 일이냐?"
진남은 걸음을 멈추고 미간을 찌푸렸다.
"네가 나더러 지보들의 개라고 한 말은 기분이 나쁘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동황태허련 등과 연합을 해서 좋은 점을 많이 얻을 수 있지만 기분이 불쾌하다."
창은 무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진남은 그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진남, 상고시대에 나와 주제는 대전을 일으킨 적이 있는데 알고 있느냐?"
창은 대답을 하지 않고 오히려 질문을 했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왜 갑자기 그 일을 언급하는 거지?'
하지만 그 일에 대해 의혹을 품고 있던 진남은 입을 열었다.
"겉으로 보기에 네가 주제의 아들을 죽이고 천극방의 영을 죽였기에 대전이 일어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유가 그리 간단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주선신비의 이변과 연관이 있을 거다."
창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다. 주제의 아들을 죽이고 천극방의 영을 죽인 것 때문에 주제와 나의 대전이 시작되었다면 황보절과 엽소선은 말려들지 않았을 거다. 가장 큰 원인은 내가 대상계를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주선신비의 이변으로 인해 나와 주제는 주천만계를 보았고 진정한 청궁을 보았다. 그래서 나는 대상계를 지키고 싶었다!"
창의 목소리에는 마력이 있어 사람의 마음에 깊이 박히는 것 같았다.
진남은 깜짝 놀랐다.
'대상계를 지키고 싶었다고? 창이 대상계를 지키고 싶어서 대전을 일으켰단 말이야?'
"확실해? 네가 대상계를 지키려고 했다고?"
진남은 믿을 수 없었다.
"당연하지."
창은 고개를 끄덕이고 진지하게 말했다.
"진남, 대상계는 주천만계와 비교하면 어떠하느냐? 아무것도 아니다. 언젠가 청궁이 없어지거나 대상계로 통하는 통로가 열리거나 청궁이 주천만계의 거물에게 청궁이 발각되기라도 하면 어떻게 될 것 같으냐? 맛있는 천재지보가 야수 앞에 드러난 거나 마찬가지이다. 그때가 되면 대상계는 멸망할 수 있을 정도의 재난이 닥칠 거다."
창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는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우리에게는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대상계의 사람들 전체를 제물로 삼고 서른세 개 소선역의 근원의 힘으로 장막을 만들어 청궁을 차단하고 주천만계를 차단해야 평생 걱정 없이 살 수 있다.
그런데 그거 아느냐? 주제 그 멍청한 놈이 나를 미쳤다고 생각했다!"
창은 감정을 추스르고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때문에, 우리는 모든 것을 건 대전을 일으켰다."
진남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구천선역의 사람들을 전부 제물로 삼으려고 했다고? 구천선역의 근원의 힘을 태워 청궁과 주천만계를 차단한다고? 창은 역시 미친놈이다!'
창은 진남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진남, 너는 주제와 좀 다른 것 같다. 네가 멍청한 사람은 아닐 거라 믿기에 이런 말들을 한 것이다.
나도 발견했다. 동황태허련이 우리와 연합을 하려는 것이 자유를 회복하고 싶고 청궁의 엄청난 기연을 탐낼 뿐만 아니라 다른 의도가 있다. 너도 아마 발견했을 거다.
진남, 우리의 힘으로 그들과 싸웠을 때 승산이 있느냐? 우리가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으냐?"
창이 진남의 영혼에 전달하듯 또박또박 말했다.
"그래서 나는 너와 연합을 하려고 한 것이다! 우리가 연합하면 아주 쉽다. 우리는 동황태허련과 시간을 끌다가 네가 무상천존이 되면 피로 제사를 지내고 구천 전체를 봉쇄하자! 그 뒤로 나는 너와 공동의 천제가 되겠다.
네 생각은 어떠하느냐? 구천선역의 모든 생령들을 제물로 삼지만 네 가족과 네 애인 그리고 친구들은 영향을 받지 않게 하겠다."
진남은 차분해졌다.
그는 창을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비웃는 것 같기도 하고 무시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건 무슨 태도냐?"
창은 미간을 찌푸렸다.
"너도 주제처럼 멍청하게 천하의 창생을 품으려는 거냐? 구천선역의 사람들을 제물로 바치려는 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면 구천선역의 근원의 힘을 태우면 안 된다고 생각하느냐?
진남, 마음을 크게 가지고 멀리 내다봐야 한다. 어떤 희생들은 잠깐이다. 그 사람들은 죽지만 후세들은 주천만계를 겪지 않아도 되고 멸망할 정도의 재난은 겪지 않아도 된다!"
진남은 고개를 젓고 무뚝뚝하게 말했다.
"나는 창생을 다 품을 생각이 없고 천하를 구하겠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하지만 네 생각과 이런 일 처리 방식은 구역질이 날 정도로 반감이 생기는구나. 참, 네가 주천만계를 무서워할 줄 몰랐다. 실망이다."
창은 바로 반박했다.
"진남, 너는 주천만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주천만계에 가도 지금처럼 일인자라고 불릴 수 있을 것 같으냐? 주천만계에 가면 소위 거물이라고 하는 우리도 보잘것없다!"
창은 보잘것없다는 단어에 힘을 주어 말했다.
"그러니까 나와 연합을 할 생각이 없다는 거지?"
창은 눈을 가늘게 떴다.
"연합? 내가 너와 연합을 할 것 같으냐?"
진남의 두 눈에 살기가 드러났다.
주변의 허공이 세차게 흔들리고 엄동설한이 된 듯 기온이 차가워졌다.
"창, 나는 단순한 사람이다. 받은 대로 돌려준다. 내가 주제의 전승을 얻었을 때부터 우리는 누구 하나 죽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사이가 되었다.
너는 비월, 사형, 구룡석인을 함정에 빠지게 하고 매번 나를 죽음으로 몰았다. 그 일들을 무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느냐? 네가 결국 어떤 일을 하려고 하든,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있든 하나만 명심하거라. 내가 살아있다면 반드시 너를 죽일 거다."
엄청난 위압감이 창을 눌렀다.
창은 몸이 격렬하게 떨렸다.
"너는 나에게 엄청난 놀라움과 기쁨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이렇게 유치할 줄은 몰랐다."
창은 실망했다.
"하지만……. 역시 내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멍청한 놈의 후계자라서 똑같이 멍청하구나."
창은 갑자기 기괴하게 웃었다.
"너는 엄청 강하고 나와 엽소선이 연합을 해도 너를 이길 수 없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네가 한 번 이겼다고 계속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나는 천제가 되면 너를 죽이지 않을 거다! 네 가족, 벗, 애인들을 절반만 제물로 삼고 절반은 남겨……."
진남의 두 눈에 차가운 빛이 드러났다.
쿵-!
방대한 힘이 허공의 깊은 곳에서 뿜어져 나와 창의 몸을 박살 냈다.
"시끄럽군."
진남은 차갑게 말했다.
"진남, 무슨 일이냐?"
움직임이 너무 커서 감출 수 없었다.
주심도와 통천도수 그리고 다른 천존들은 깜짝 놀라서 달려왔다.
천존들은 눈빛이 흔들렸다.
'보아하니 대화가 잘 풀리지 않은 것 같군."
"돌아갑시다. 여러분, 먼저 가보겠습니다."
진남은 평온한 표정을 되찾더니 한마디하고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그 전쟁이 끝일 줄 알았더니 더 큰 상황이 있고 더 큰 분쟁이 있을 줄이야……."
주심도와 통천도수는 서로 마주 보더니 제자리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다른 천존들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 때문에 막막했다.
'미래는 또 어떠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