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6화 천존으로 진급
"선배님, 오늘이 지나면 우리도 선택을 해야 합니다."
황운천존은 부드럽게 말했다.
천존싸움이 시작되기 전까지 이씨 가문과 왕씨 가문은 엽소선과 창의 연맹에서 주는 압력을 견디고 중립을 지킬 수 있었다.
그들은 암암리에 진남 연맹을 도와주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 이후로는 엽소선과 창의 연맹에서 오는 압력을 견딜 수 없을 것이었다.
가문과 후대들을 위해 그들은 엽소선과 창의 연맹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선배가 마음속으로 엄청 거부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귀띔했다.
"알고 있다."
통천도수는 손을 저었다.
그의 흰 머리카락들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그는 만고를 흔들었던 전설이 아니라 평범한 노인 같았다.
능황천존 옆에 있던 가엽도 무언가 느꼈다.
마음이 단단한 가엽도 안색이 확 바뀌었다.
'주인님!'
그는 속으로 외쳤다.
그는 허공을 지나 남섬전장에 있는 진남을 바라보았다.
묘묘 공주 등 진남 연맹의 무인들이 진남의 주변을 에워쌌다.
사방에서 달려온 주재들은 그들을 공격했다.
더욱 불행한 것은 기이한 생령들은 무슨 일인지 몰랐지만 주재들의 태도를 느끼고 진남을 절세의 기연이라 착각했으며 공격을 했다.
진남 등은 적들에게 포위되어 커다란 바다에 고립되어 수시로 바다에 잠길 위험이 있는 작은 섬 같았다.
가엽은 가슴이 떨렸다.
그는 진남을 믿었다.
무작정 진남을 믿었다.
'주인님은 상황을 역전할 수 있을까?'
이때, 가엽은 변화를 느꼈다.
아무런 움직임이 없던 진남의 등 뒤로 눈부신 성마지광이 다시 솟구쳤다.
"공주, 벽난, 몽요 전부 멈추거라."
진남은 무뚝뚝하게 말했다.
"소남자, 너……."
묘묘 공주는 어안이 벙벙했다.
'뭐 하려는 거지?'
"이제부터 나에게 맡겨."
말을 마친 진남은 앞으로 성큼 나섰다.
그는 몇만 리를 넘어 주재들과 기이한 생령들 앞에 나타났다.
진남은 이미 천존으로 진급할 수 있는 힘을 모았다.
그는 엽소선과 마찬가지로 무상천존의 경지까지 진급했던 사람이라 천존으로 진급하는 일은 너무 쉬웠다.
황보절의 법신까지 융합한 그의 힘은 이미 주재경지의 최고치를 돌파한 지 한참 되었다.
다만, 진남은 그 힘을 제압하고 있었다.
진남은 왜 미리 천존으로 진급하지 않았을까?
그는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뒤에는 연맹이 있었다.
때문에, 그는 자신의 힘을 제압하고 직접 나서서 창과 엽소선 연맹의 포위망을 뚫어야 했다.
그가 능황천존 등에게 말했던 창을 죽이는 계획은 허튼소리가 아니었다.
진남은 다친 척 연기를 해서 창의 경계심을 무너뜨리고 창을 폐인으로 만든 다음 궁금한 일들에 대한 답을 얻고 죽이려고 했다.
창이 주재경지일 때 죽이면 천존일 때보다 쉬웠기 때문이었다.
다만, 생각 밖으로 창이 분신보다 강한 존재를 만들어 진남을 속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시간이 있을 때 분신을 만드는 방법을 배워야겠다. 아주 유용한 것 같다……."
진남은 중얼거렸다.
그는 주재와 기이한 생령들이 흥분한 표정으로 신통법들을 사용하는 것을 발견했다.
"조심해!"
묘묘 공주 등은 안색이 변해서 끼어들려고 했다.
쿵-!
진남은 칼을 휘둘러 만법을 베었다.
"계획이 실패했으니 정면돌파를 할 수밖에 없겠구나."
진남은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상처를 입은 척하느라 제압했던 진남의 힘이 대뜸 폭발했다.
진남은 대동천결도 사용했다.
그의 기운은 전보다 훨씬 강해져서 믿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어?"
허공에 있던 천존들은 진남의 기운을 느끼고 동시에 시선을 돌렸다.
진남은 첫걸음을 떼었다.
대지가 흔들리고 강기가 용솟음쳤다.
사방의 주재와 기이한 생령들은 안색이 바뀌고 뒤로 물러섰다.
두 번째 걸음에 방원 십만 리의 허공이 무너졌다.
세 번째 걸음에 엄청난 신광이 진남의 몸에서 폭발했고 하늘 높이 솟구쳤다.
네 번째 걸음에 남섬전장 전체의 하늘이 시커멓게 변했다.
다섯 번째 걸음에 수많은 번개들이 하늘 깊은 곳에 나타났다.
번개들은 금빛이었고 천지에는 멸망의 기운이 가득 찼다.
여섯 번째 걸음에 도음이 울려 퍼지고 신마들이 노래를 불렀다.
일곱 번째 걸음에 진남은 허공을 밟고 솟아올랐다.
뇌광이 강림하여 그를 삼켰다.
후세의 역사책에 오늘 벌어진 일이 위대한 기록으로 남았다.
진남은 바람과 구름의 변화를 일으키고 일곱 걸음에 천존으로 진급했다.
"이, 이럴 수가!"
허공에 있던 천존들은 믿을 수 없었다.
너무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었고 예고도 없었다.
진남은 분명 중상을 입었고 주재와 기이한 생령들에게 포위를 당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다음 순간에 뇌겁을 일으키고 천존으로 진급을 했다.
주재정상에서 천존으로 진급하려면 엄청난 장면이 필요했고 기연도 필요했다.
기연을 통해 체내의 힘을 드러내야 주재경지의 최고치를 돌파하고 천존으로 진급할 수 있었다.
창이 천존으로 진급할 때도 몰래 북구전장의 산에 숨어들어 산에 있던 기연을 얻었다.
하지만 진남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진남은 그저 생각한 것만으로도 천존으로 진급한 것 같았다.
"진, 진급했어?"
능황천존과 가엽도 충격을 받고 넋이 나갔다.
그들뿐만 아니라 남섬전장에 있던 묘묘 공주와 강벽난, 설몽요 등 진남 연맹의 사람들과 주재들과 기이한 생령들도 엄청난 장면에 넋이 나갔다.
쿠쿠쿵-!
번개는 끊임없이 번쩍거리며 진남을 삼켰다.
남섬전장의 천지가 살짝 흔들렸다.
잠시 후, 눈부신 도광이 번개들 사이에서 번쩍거렸다.
도광은 번개를 자르고 하늘 깊숙한 곳으로 솟구쳤다.
진남은 다시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등 뒤로 성마지광이 번쩍거려 신선처럼 보였다.
진남의 힘은 엄청난 변화가 생겼고 기세도 폭등했다.
천존초급!
천존대성!
천존정상!
그는 창과 마찬가지로 천존정상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힘이 늘어났다.
자아 경지!
식지 경지!
진남은 응천 경지까지 진급을 하고서야 멈추었다.
그는 상고시대에서 천극방의 영과 함께 시공지광에 들어갔고 우연한 기회에 지도 경지의 천존이 되었다.
그 후에는 선단을 대량 복용하고 응천 경지의 무상천존으로 진급했다.
때문에, 다시 천존으로 진급하고 응천 경지까지 돌파하는 일도 쉽게 이룰 수 있었다.
진남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지도 경지의 천존으로 진급할 수 있었다.
"진짜 천존이 되었어!"
남섬전장의 주재와 기이한 생령들은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하늘에 있는 사내가 드러낸 기운은 천지를 덮었고, 그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진급했어!"
정신이 든 묘묘 공주, 강벽난, 설몽요, 명초노조 등 진남 연맹의 사람들은 너무 기뻤다.
그들은 진남이 어떻게 진급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연맹 전체가 벼랑에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먼 곳에서 지켜보던 통천도수도 반응하고 호탕하게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에 방원 몇만 리가 흔들렸다.
"하하하! 진남, 나에게 놀라움을 안겨주는구나!"
진남 연맹의 상황은 역전이 되었다.
구천선역의 미래도 역전되었다는 뜻이었다.
미래의 구천선역의 주인은 창이나 엽소선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이제 없을 것이었다.
운명이 바뀌었다.
미래에 더 많은 가능성이 생겼고 그 누구도 결말을 예측할 수 없었다.
"대단한 녀석. 중상을 입은 것도 연기를 한 거였어! 저 녀석은 천존으로 진급할 확신을 가지고 있었는데 창을 먼저 죽이려고 감추었던 거였구나!"
통천도수는 두 눈에서 빛이 났다.
자세히 생각해보니 고작 이 년 사이에 진남은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엄청난 경지로 성장했다.
황운천존, 단목천존, 이백성천존도 기뻤다.
이씨 가문과 왕씨 가문의 선택이 옳았다.
"잘했어, 잘했구나!"
영야천존, 다보천존, 육방천존 등 거물들도 흥분했다.
그들은 중립을 선택했기에 진남이 실패하기를 바라지 않았다.
진남이 강해져야 엽소선이나 창과 대항할 수 있고 구천선역도 힘의 균형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힘의 균형이 계속 유지될 수 없어도 한동안은 유지할 수 있었다.
신식전장의 규칙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힘들이 진남을 덮쳤다.
진남은 힘들을 느끼고 무뚝뚝하게 말했다.
"내 명령을 듣거라. 방금 나를 공격하려고 했던 무인들은 진남 연맹의 무인들이 천존으로 진급하는 데 최선을 다해 보조하거라. 그러면 나를 공격하려고 했던 일은 책임을 묻지 않겠다. 그렇지 않은 자는 어디로 도망치든 반드시 찾아서 죽이겠다."
진남은 묘묘 공주와 강벽난 등을 보며 굳은 표정으로 말을 했다.
"진남 연맹의 무인들은 명령을 듣거라. 최선을 다해 천존으로 진급하거라. 다른 일은 신경 쓰지 말거라. 어기는 자들은 엄한 벌을 내리겠다!"
말을 마친 진남은 규칙지력에 의해 신식전장 밖으로 쫓겨났다.
진남은 천신처럼 능황천존이 있는 곳에 강림했다.
"능황 선배님, 신식전장을 지켜봐 주십시오. 혹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가엽, 저와 함께 싸우러 갑시다."
진남은 무주궁도를 들고 빛으로 변해 구천선역으로 날아갔다.
* * *
그 시각, 남섬전장.
진남이 떠난 후 사람들은 마음이 가벼워졌다.
"체, 으름장을 놓기는. 걱정해서 특별히 도와주러 온 거잖아?"
묘묘 공주는 입을 삐죽거렸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녀의 얼굴에 기쁨과 자랑스러움이 가득했고, 눈도 반달 모양이 되었다.
"공주 말이 맞다."
강벽난은 웃으며 말했다.
"방금 천존으로 진급했고 맹주이기도 하니 사람들 있는 자리에서는 어떻게 하지 못하지만, 나중에 집으로 돌아가서 단단히 괴롭혀주자."
"그래, 네 말이 맞다. 진남은 한동안 매를 안 맞더니 아주 기고만장해졌어."
설몽요도 맞장구를 쳤다.
"음, 그럼 우리 함께 진남을 단단히 혼내주자."
묘묘 공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앞을 막은 주재들을 바라보며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뭣들 하는 게냐? 부군의 말을 못 들었어? 얼른 길을 트거라."
주재들은 억울했지만 거절할 수 없고 도망갈 수도 없었다.
그들도 멍청하지 않았다.
진남은 천존으로 진급했고 많은 것들이 변할 것이었다.
기이한 생령들은 말이 통하지 않으나 꽁무니가 빠져라 도망을 쳤다.
* * *
신식전장 밖, 허공.
진남이 움직이자 천존들은 바로 알아차렸다.
"진남이……."
천존들은 같은 생각을 하고 깜짝 놀랐다.
진남은 창과 엽소선과 싸우러 가는 게 분명했다.
창과 엽소선은 제일소선역에서 주천불사산을 노리고 있었다.
천존으로 진급한 진남이 구경하고만 있을 리 없었다.
"가자!"
"따라가보자!"
천존들은 망설이지 않고 제자리에 의지를 남겨두고 진남을 쫓아갔다.
그들이 신식전장 위쪽에 있은 것은 자신들 세력의 강자들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겨우 천존이 되었어도 적대 세력에게 죽임을 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구천선역 최고의 싸움이 시작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싸움의 결과에 따라 구천선역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었다.
진남은 양대 무상천존이 동시에 환생한 자였고 창과 엽소선은 예전의 무상천존이었다.
그들은 모두 천존정상을 초월했고 엄청난 실력을 가졌다.
그들의 싸움은 보기 드문 비범한 싸움이었기에 무인들은 직접 보고 수확을 얻거나 돌파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랐다.
또한, 그들은 진남, 창, 엽소선과 같은 경지가 아니었고 싸움에 참여할 기회도 없는 것 같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았다.
그들 쌍방이 서로 지치고 다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고 한쪽이 중상을 입고 한쪽이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러면 그들도 끼어들어서 이득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