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1435화 (1,435/1,498)

1435화 재간이 있으면 가져가 보시오

묘묘 공주는 무기력감 같은 감정들을 억누르고 피 묻은 치맛자락을 찢어 이마에 묶었다.

그녀의 표정은 단호하고 결연했다.

그녀는 절대 굴복하지 않았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묘묘 공주는 격앙된 정서를 담아 신념을 전했다.

"창을 죽이는 데 실패했고 창이 천존으로 진급했지만 맹주에게 기회가 없다고 볼 수 없습니다.

창이 천존으로 진급하면 신식전장의 규칙지력에 배척을 받을 것이고 전장 밖으로 쫓겨날 것입니다. 그러면 엽소선 일행처럼 신식전장 밖에서 강제로 신통법을 사용해야 하고 기회도 한 번밖에 없으며, 온 힘을 다할 수 없습니다.

맹주는 아직 살아있습니다. 맹주가 살아있다면 창을 막을 수 있습니다. 즉, 맹주는 아직 천존으로 진급할 기회가 있습니다."

그녀의 말에 명초노조 등 무인들은 깜짝 놀랐다.

강벽난과 설몽요도 정신을 차렸다.

강벽난은 냉정하게 말했다.

"공주의 말이 맞습니다. 우리에게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다들 맹주의 곁으로 달려가 최선을 다해 싸우십시오. 맹주를 지키십시오."

설몽요는 다그쳤다.

"아직도 멍하니 있으면 어떡합니까? 벌써 포기했습니까?

우리는 이제 물러설 길이 없습니다. 지금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언제 최선을 다해 싸우겠습니까? 온몸이 부서져도 맹주를 지키고 살기를 막아야 합니다."

명초노조 등 무인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들은 결심을 내리고 살기를 드러냈다.

심지어, 일부 무인들은 광기를 보이는 것만 같았다.

"최선을 다해 맹주를 지키자!"

진남 연맹의 주재들은 사방에서 빠른 속도로 진남에게 달려갔다.

* * *

그 시각 북구전장.

천존과 주재 그리고 기이한 생령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번개들 사이로 금빛이 나타나 찬란한 빛을 뿜었다.

금빛은 마지막에 천지의 검으로 변해 번개와 시커먼 하늘을 베었다.

사람들 앞에 창의 모습이 다시 나타났다.

그의 등 뒤에 있던 서른세 개의 천제지주도 탈바꿈을 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빛을 뿜었다.

천제지주는 점점 더 환해져 마치 서른세 개의 별 같았다.

창의 기세도 확연히 늘어났다.

천존초급!

천존대성!

천존정상!

창은 멈추지 않고 더 강해졌다.

그는 천존정상을 넘어 상상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동시에 엄청난 힘이 천건과 지곤의 모든 땅에서 뿜어져 나와 창을 덮쳤다.

창은 정신을 차리고 손가락을 들어 허공에 글씨를 썼다.

남섬전장과 북구전장 바깥 지역, 가운데 지역, 깊은 곳의 허공 등에 커다란 금색 글자들이 나타났다.

창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 이름으로 말을 전한다.

우리의 적인 진남은 중상을 입고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나를 대신하여 진남을 죽이는 자는 나와 엽소선 도우의 진전제자가 될 수 있다. 우리의 진전을 받은 자는 반드시 천존 경지로 진급할 수 있고 무상천존이 될 수도 있다.

진남을 공격했지만 죽이지 못한 자들도 공을 인정받을 수 있고 나와 엽소선 도우의 연맹에 가입할 수 있으며 기연을 하나 얻을 수 있다. 또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

천지와 사람들이 증인이며 절대 후회하거나 말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말이 끝나자 창은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천건 밖으로 쫓겨났다.

남섬전장과 북구전장의 주재들은 웅성거렸다.

창의 조건이 너무 유혹적이었다.

특히, 남섬전장의 주재들은 다섯 천존이 진남을 공격하는 것도 목격했으니 진남이 중상을 입었다는 말을 굳게 믿었다.

중상을 입은 진남도 상대하기 쉬운 것은 아니겠지만 두 명 혹은 열 명 심지어 몇십 명이 손을 잡으면 어떨까?

그래도 진남이 그들을 막을 수 있을까?

"가자!"

"진남을 죽이러 가자!"

"도우들, 우리 연합을 합시다!"

"진남에게 두 무상천존의 전승이 있소!"

남섬전장의 주재들은 피비린내를 맡은 늑대들처럼 달려들었다.

북구전장의 주재들도 방향을 틀어 남섬전장으로 달려갔다.

거리가 멀었지만 진남은 그리 쉽게 죽을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은 마침 진남이 죽기 직전에 남섬전장에 도착할 수도 있었다.

"잔인한 수단이구나!"

허공에 있던 천존들은 가슴이 서늘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창은 조금의 가능성도 남겨두지 않았다.

창은 이미 엽소선 등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대인 축하드립니다."

양령천존 등은 가슴이 공손한 태도로 축하 인사를 건넸다.

엽소선은 천건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움직이기 시작한 주재들을 보고 있었는데, 창에게 시선을 돌리지도 않고 축하 인사를 건네지도 않았다.

그들에게 천존으로 진급하는 일은 물을 마시는 것처럼 평범한 일이라 축하할 가치가 없었다.

"이제 무슨 계획이 있느냐? 다 끝나고 행동할 거냐? 아니면 먼저 움직일 거냐?"

엽소선은 무뚝뚝하게 물었다.

"저 하찮은 것들이 진남의 발목을 잡고 있을 테니 천존으로 진급하기는커녕 살아만 있어도 잘한 거다."

창은 살짝 웃었다.

"그러니 먼저 움직이자. 아무도 그것을 움직이지 않으면 가져오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을 거다. 그것을 가지고 돌아와도 늦지 않을 거다."

엽소선은 그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럼 가보자."

말을 마친 엽소선은 구리 문을 꺼냈다.

창과 엽소선은 구리 문으로 들어갔다.

양령천존 등은 두 거물이 무엇을 하려는지 몰랐지만 빠르게 뒤를 쫓아갔다.

"응? 엽소선과 창이 자리를 떴어?"

허공에 있던 천존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창은 엽소선 등을 대신하여 계속 진남을 감시하려는 게 아니었어? 이제 진남이 역전할 기회가 없다고 생각해서 감시도 안 하는 거야?'

"그럴 리 없다. 창은 그런 성격이 아니다."

통천도수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갑자기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설마……."

다른 곳에 있던 가엽도 무언가 생각하고 더 이상 평정을 유지하지 못했으며 안색이 변했다.

진남 연맹이 지금까지 멸망하지 않은 것은 실력도 있었지만 주천불사산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천불사산은 엄청나게 비범한 존재였는데, 구천선역을 돌아다니며 천기들을 차단할 수 있었다.

때문에 천존이라고 해도 주천불사산이 있는 곳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창은 달랐다.

그가 만든 천제결은 근원의 힘으로 수련한 것이었다.

근원의 힘과 창의 수단이 더해지면 창은 주천불사산을 찾을 수 있었다.

창과 엽소선이 동시에 자리를 비웠다면 주천불사산을 찾으러 간 것이 분명했다.

"주인님……."

가엽은 저도 몰래 긴장했다.

창이 주천불사산을 가져간다면 모든 것은 끝장이었다.

* * *

그 시각, 천건, 남섬전장.

진남은 호수에 서서 사방에서 달려드는 기운을 느꼈다.

그는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모르는 사람처럼 평온했다.

"진남이 저기에 있다!"

"도우들, 함께 손을 쓰자!"

주재들은 진남을 보자 긴장하기도 하고 흥분되기도 했다.

"네놈들이 감히 내 부군을 죽이려고?"

호통이 울려 퍼졌다.

묘묘 공주가 선검을 들고 화가 난 표정으로 날아왔는데, 마치 검신 같았다.

"맹주를 보호하시오!"

강벽난과 설몽요는 주재들을 데리고 나타났다.

그들은 진남의 주변에 대진을 만들고 엄청난 기세를 드러냈다.

천지가 흔들렸다.

"너희들……."

진남은 깜짝 놀랐다.

그는 기가 막히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어떤 상황이 벌어지든 계획을 변경하지 말라고 했잖아? 맹주의 말에 힘이 없구나.'

* * *

제일소선역, 북극지.

눈부신 빛이 번쩍거리더니 창과 엽소선 등이 연거푸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구천선역의 공기가 더 좋구나."

창은 심호흡을 하고 도취된 표정으로 말했다.

"빨리 움직이거라."

엽소선은 미간을 찌푸렸다.

창은 살짝 웃고 말없이 법인을 만들었다.

천제지주들이 그의 몸에서 나와 허공으로 날아오르더니 커다란 북극지를 환하게 비추었다.

창이 천존으로 진급하니 천제지주에도 변화가 생겼다.

양령천존 등은 천제지주들마다 진짜 별처럼 눈부신 빛을 뿜고 엄청난 힘을 품고 있는 것을 느꼈고 그에 비해 자신들은 보잘것없이 느껴졌다.

"천제결!"

창은 공법을 움직였다.

방원 몇백만 리의 천지의 힘이 격렬하게 파동을 일으켰다.

창의 기운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와 제일소선역은 하나가 된 것 같았다.

창이 마치 제일소선역의 하늘이고 땅이며 힘이 끝이 없이 생겨나는 것 같았다.

양령천존 등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이게 사람이야? 천존 경지가 맞아?'

같은 천존경지였지만 그들은 창과 비교하면 묘목과 나무와 같았다.

엽소선은 눈살을 찌푸렸다.

'창은 더 강해진 것 같구나.'

"천제가 제일선역에 명을 내린다. 근원의 힘은 나를 위해 움직이거라. 천지여, 바둑판으로 변하고 달과 해는 바둑알이 되어 서른세 날을 관찰하거라!"

창은 허공을 밟으며 날아오르더니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방원 몇백만 리의 천지의 힘이 동시에 용솟음치더니 명을 받은 병사들처럼 맑은 기운이 가라앉고 탁한 기운이 위로 올라갔다.

천지의 힘은 천지와 합쳐지더니 천지로 바둑판을 만들었다.

창이 손으로 짚은 곳에는 해와 달 모양들이 나타났다.

해는 이글거리는 불빛을 뿜고 달은 차가운 흰빛을 뿜었으며 두 빛이 서로 교차되고 다양한 모습으로 변했다.

그 장면은 엄청 놀라웠다.

잠시 후, 창은 무언가 느끼고 의아했다.

달과 해가 바둑알로 변한 천지 바둑판에서 눈부신 빛이 넘실거리더니 하늘 높이 솟구쳤다.

이어, 굉음이 사방에 울려 퍼졌다.

넘실거리는 빛들 사이로 한 장면이 나타났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금빛 사막이 나타났는데, 인기척도 없고 요수도 없어 적막했다.

허공에 사막이 떠 있었고 그 위에는 흐릿한 산이 보였다.

그들은 산을 똑똑하게 볼 수 없었지만 웅장하고 신비하고 강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주천불사산? 벌써 손을 쓰는 겁니까?"

양령천존 등은 놀라기도 하고 흥분되기도 했다.

"이렇게 빨리 찾았어?"

엽소선은 미간을 더욱 찌푸렸다.

"환경을 보니 제일소선역의 남극지에 있는 것 같구나."

창도 의아했다.

그의 실력으로 주천불사산을 찾으려면 적어도 두, 세 시진은 걸리는 게 정상이었다.

게다가 주천불사산은 더욱 구석진 선역에 있으면서 최대한 시간을 끄는 게 이치에 맞았다.

이때, 그들이 보는 장면 속의 주천불사산은 시선을 느낀 것 같았다.

주심도의 차가운 목소리가 전해졌다.

"이런 날이 있을 줄 알고 있었소. 주천불사산을 가져갈 재간이 있으면 가져가 보시오."

주심도는 이미 포기한 것 같았다.

누가 주천불사산의 주인이 되든 상관이 없다는 태도였다.

"주심도 이 영감탱이는 참 재미있단 말이지."

창은 입꼬리를 올리고 방원 백만 리를 흔들 것 같은 기세로 말했다.

"주천불사산이 어떤 음모를 꾸미든지 이제 아무런 의미가 없소!"

엽소선은 창의 말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허공으로 들어갔다.

다른 천존들도 그 뒤를 쫓아갔다.

반 주 향이 채 타지도 않았는데 남극지에서 굉음이 울려 퍼져 제일소선역 전체가 흔들렸다.

* * *

그 시각, 신식전장의 허공.

"창과 엽소선이 주천불사산을 찾았다. 주천불사산은 제일소선역의 남극지에 있었어. 이제 그들은 주천불사산을 강제로 연화할 거다."

천존들은 제일소선역에서 전해온 소식을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천존들 대부분은 그제야 창과 엽소선이 자리를 뜬 이유를 알아차렸다.

그들은 주천불사산을 노리고 간 것이었다.

"주천불사산은 현재 움직이는 사람이 없다. 아무리 구천선역의 양대지보라고 하지만 창과 엽소선을 막을 수 없을 거다."

"주천불사산을 잃으면 진남 연맹은 마지막 뿌리가 흔들린다. 천존싸움이 끝나면 진남 연맹도 멸망할 거다."

"상황은 이미 끝났구나."

천존들은 탄식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