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4화 상황이 이미 결정되다
"대단하구나……."
한 천존은 중얼거렸다.
양령천존 등이 사용한 힘은 본체의 십 분의 일도 되지 않았지만, 진남 역시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더 무서운 것이 아직 남았다."
통천도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말이 끝나고 엽소선이 공격을 했다.
엽소선은 다른 천존들과 함께 진남을 공격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엽소선이 공격을 하자 천존들과 주재들 그리고 기이한 생령들까지 한가지 이치를 깨달았다.
같은 천존정상이라고 해도 실력 차이가 엄청났다.
엽소선의 검광은 찬란하고 눈부셔 구천의 은하수 같았다.
검광이 빠른 속도로 신식전장의 하늘에 닿자 남섬전장의 커다란 하늘이 눈처럼 새하얗게 물들었다.
이때, 검광이 변했다.
검광은 부서져 빛으로 변하더니 다시 모여 천 장 높이의 비석으로 변했다.
비석은 흐릿하고 진실하지 않았으며 그림 같았다.
하지만 비석이 뿜어내는 기운은 남섬전장 전체를 덮었다.
광활한 대지 위에 새싹들이 나타났고 놀라운 속도로 자라나 꽃을 피우고 나무가 되었다.
자라난 나무와 꽃들은 이내 말라 죽었다.
땅이 모래로 변하고 바닷물이 말랐으며 산들이 생겼다.
이것이 바로 시공지력이었다.
엽소선은 시공석비를 불러온 것이었다.
이번에 엽소선이 사용한 시공석비는 예전과 달리 엄청난 시공지력을 드러냈다.
진남의 두 눈에 빛이 스쳤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새로운 도법을 사용했다.
시공성전!
주천만계에 있는 신비한 시공궁전의 가장 핵심적인 공법이었다.
사람들은 진남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들은 진남이 칼을 들고 하늘 높이 솟아오르더니 온 힘을 다해 휘두르는 것만 보였다.
쿠쿠쿵-!
진남과 시공석비는 부딪히면서 생기는 빛에 덮였다.
사람들은 진남과 시공석비를 보지 못했지만 둘의 기운은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되었을까?"
엽소선 등 다섯 천존들과 다른 천존들 그리고 주재들까지 눈 한번 돌리지 않고 집중했다.
잠시 후, 빛들이 사라졌다.
부서진 허공에 진남이 칼을 들고 서 있었다.
그가 드러낸 기운은 전보다 강했지만, 입가에 피가 흘렀고 성마지광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진남은 여전히 꼿꼿한 자세를 한 채로, 마치 불사의 나무처럼 서 있었다.
"막았다!"
천지가 술렁이었다.
주재들과 기이한 생령들은 놀라서 믿기지 않았다.
"진짜 막았어."
"게다가 진남은 전력을 잃지도 않았어!"
천존들은 헛숨을 들이켰다.
그들이 받은 충격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진남의 전력은 그들보다 훨씬 강했다.
"좋다! 자식, 전력을 숨겼구나!"
통천도수는 평정심을 잃고 연신 감탄했다.
"막았다!"
"다섯 천존들도 진남을 어떻게 하지 못했어!"
능황천존 일행과 진남 연맹의 사람들은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이럴 수가!"
끝없는 허공에 있던 양령천존 등은 표정이 무서울 정도로 음침해졌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의 눈에 놀라움도 살짝 보였다.
'주재정상이 어떻게 천존정상과 비슷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지?'
엽소선은 미간을 찌푸렸다.
시공석비의 힘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허공고도에서 진남은 엽소선의 여섯 분신이 휘두른 시공석비를 쉽게 부쉈다.
엽소선은 그때부터 의아했다.
때문에, 일부러 다른 수단은 사용하지 않고 시공석비를 사용했다.
'이번에도 진남은 시공석비를 쉽게 부쉈어?'
"이상하다. 진남이 다른 수단을 사용한다면 이리 쉽게 시공석비를 부술 수 없다.
진남은 시공석비와 상극인 수단을 사용했을 것이다. 이 세상에서 시공석비와 상극인 힘이 뭐가 있을까? 시공을 억제할 수 있는 것이라면 시공지력밖에 없는데……."
중얼거리던 엽소선은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이 모든 폭풍을 몰고 온 진남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는 쉬지 않고 시간을 낭비할세라 바로 창을 바라보았다.
창은 호수의 위쪽에 도착했다.
창의 머리 위에 서른세 개의 천제지주가 떠 있었다.
창은 형태가 없는 불꽃을 뿜어 호수에 있는 꽃을 연화했다.
창이 뿜어내는 기운은 점점 강해졌다.
다섯 천존들이 진남을 공격할 때 창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고 기회를 봐서 진남을 공격하지도 않았으며 연화를 진행했다.
진남은 빛으로 변해 창에게 달려들었다.
슉-!
진남은 칼을 휘둘렀다.
눈부신 빛이 호수를 전부 덮었다.
창은 꿈쩍도 하지 않고 여전히 연화에 집중했다.
하지만 창의 머리 위에 있던 서른세 개의 천제지주가 스스로 움직이며 눈부신 빛을 뿜었다.
허공에 수많은 부문들이 생겨나 벽을 만들었고 호수를 보호했다.
쿠쿠쿵-!
호숫물이 들끓고 강기가 용솟음쳤다.
진남의 공격이 막혔다.
"부숴라!"
진남은 허공을 밟고 호수 위쪽으로 날아가 주먹을 휘둘렀다.
성마지광이 천지를 환하게 비추었다.
서른세 개의 천제지주는 세차게 흔들리더니 엄청난 힘을 드러내며 여러 개의 대진으로 변해 위쪽을 보호했다.
펑펑펑-!
진남의 주먹에 실린 힘은 너무 강했다.
대진들이 부서지고 서른세 개의 천제지주도 진남의 힘을 막지 못하고 떨더니 창의 몸속으로 도망갔다.
창은 눈을 번쩍 뜨고 신광을 뿜었다.
"너를 이용하여 오늘 천존경지로 진급해야겠다."
창은 결인을 했다.
사방의 천지에 엄청난 변화가 생기고 방대한 힘이 용솟음쳤다.
하지만 진남은 공격을 하지 않고 창을 바라보기만 했다.
"응?"
창은 눈썹을 추켜세웠다.
다른 사람들도 진남의 태도가 변한 것을 발견했다.
"너는 판을 짜는 능력이나 수단이 엄청 대단하다. 그런 방면에서는 내가 너보다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구나."
진남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 눈치챘느냐?"
창은 입꼬리를 올리고 웃었고 뿜어내던 기세도 멈추었다.
창과 진남은 평온하게 있었다.
"왜 안 싸우는 거지?"
허공에 있던 천존들은 의문이 들었다.
능황천존은 어안이 벙벙했다.
'계획대로라면 창을 죽여야 한다. 그런데 왜 진남은 공격을 하지 않는 걸까?'
이때, 진남이 손을 썼다.
진남은 그저 아무렇게나 손바닥을 날렸다.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창은 진남의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진남의 손바닥이 창의 가슴에 부딪히며 퍽 소리가 났다.
더욱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평범해 보이는 공격에 맞은 창은 몸을 떨고 안색이 창백해졌으며 입가에 피가 흘렀다.
엄청 강하던 창의 기세가 떨어지더니 급기야 쇠약해졌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천존들과 주재들 그리고 기이한 생령들까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창이 이리 쉽게 중상을 입었어? 이상하다, 너무 이상해!'
* * *
그 시각, 북구전장.
남섬전장에서 벌어진 일들을 북구전장의 주재강자들과 기이한 생령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북구전장은 전화가 가득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기연을 쟁탈했다.
이때, 주재강자들과 기이한 생령들은 이상한 느낌을 받고 가운데 지역을 바라보았다.
공중에 떠 있는 웅장한 선산 위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와 하늘로 솟구쳤다.
커다란 하늘은 시커멓게 변하고 공간이 일그러졌다.
누르는 힘이 폭풍처럼 북구전장 전체를 휩쓸었다.
"응?"
통천도수 등 천존들도 그 장면을 발견하고 시선을 돌렸다.
"누군가 천존으로 진급하려는 건가?"
한 천존은 경악해서 말했다.
"아니다. 천존으로 진급하는데 이리 큰 움직임이 있을 리 없잖아? 그리고 북구전장까지 영향을 주는 것도 이상하다."
그들은 천존으로 진급할 때 북구전장의 십 분의 일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설마……."
통천도수는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북구전장이 다시 변했다.
시커먼 하늘에 수많은 번개들이 번쩍거리더니 용과 뱀으로 변해 헤엄치고 귀청을 찢을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커다란 신산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폭발하고 수많은 조각으로 흩어졌다.
그 사이로 한 형상이 솟구치더니 하늘 깊은 곳으로 날아갔다.
얼굴에 주름이 가득하고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었다.
노인이 하늘로 솟구칠 때 얼굴과 체형에 변화가 생겼다.
노인은 바로 창이었다.
신식전장에 판을 짤 때 창은 포위망을 만들고 다섯 천존을 준비시킨 외에도 분신을 남섬전장에 두었다.
그의 본체는 변신을 하고 소리 없이 북구전장에 숨어들었다.
엽소선조차 창의 이런 계획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천존으로 진급할 때 의외의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고 온 천하를 속였다.
"만고는 꿈이었고 깨어나니 모든 것이 달라졌다. 태어날 때부터 나는 천제(天帝)였다. 누가 감히 내가 진급하는 것을 막을 수 있겠느냐?"
창의 목소리는 우렁차고 위엄이 넘쳤으며 천건 전체에 울려 퍼졌다.
수많은 번개가 쏟아져 그의 몸을 덮고 보이지 않는 뇌광 속에서 그는 부활했다.
끝없는 허공에 있던 천존들은 충격을 받았다.
"창이 천존으로 진급했다!"
뇌겁의 세례를 받고 환골탈태를 한 창을 막을 자는 없었다.
영야천존, 황운천존, 단목천존, 다보천존(多寶天尊), 육방천존, 이백성천존 등 중립을 지키던 천존들도 놀랐다.
어떤 사람은 표정이 보기 싫게 일그러지고 어떤 사람은 표정이 복잡했으며 어떤 사람은 깊은 탄식을 했다.
상황은 이미 결정되었다.
진남은 직접 나서서 창과 엽소선이 만든 포위망을 뚫고 다섯 천존의 공격을 막느라고 중상을 입었으니 전력이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었다.
게다가 창은 천존으로 진급했다.
창은 이제 엽소선 등 다섯 천존을 대신하여 신식전장 밖에서 진남을 공격할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진남은 천존으로 진급할 수 있을까?
천존싸움이 끝나면 진남의 연맹은 엽소선과 창 두 거물에게 패배할 게 분명했다.
"정말 상황을 개변할 방법이 없는 걸까?"
통천도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주름이 더 깊게 파이고 더 나이가 들어 보였다.
먼 곳에 있던 능황천존도 안색이 창백해지고 손이 덜덜 떨렸다.
'창을 죽이려던 진남의 계획이 실패했다. 진남 연맹도 곧 멸망할 것이다.'
능황천존은 전화가 주천불사산을 휩쓸고 익숙한 형상과 낯선 형상들이 억울하게 피바다에 꼬꾸라지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능황, 주인님을 믿으시오!"
가엽은 엄숙한 표정으로 우렁차게 말했다.
능황천존은 흠칫 놀랐다.
그러나 그는 망연자실했다.
'진남을 믿으라고? 아직도 기회가 있을까?'
그들과 달리 엽소선 옆에 있던 양령천존, 무상천존(無常天尊) 등은 엄청 기뻤다.
그들의 선택이 옳았다.
그들은 진남 연맹을 없애고 자신들의 가문과 종문이 엄청난 좋은 점을 얻어 창과 엽소선 연맹 다음의 최고 세력이 되는 상상을 했다.
"허허. 창과 엽소선의 연맹에 가입하라고 그렇게 말해도 듣지 않더니, 후회되지?"
양령천존과 무상천존(無常天尊) 등은 통쾌했다.
초기에 창과 엽소선의 연맹에 가입했으니 의미가 남달랐다.
* * *
그 시각, 남섬전장.
북구전장과 멀리 떨어졌지만, 창이 천존으로 진급할 때 움직임이 너무 컸기에 남섬전장의 주재와 생령들은 고개를 들고 북쪽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먹구름과 마구 내리치는 번개를 발견했다.
그들이 의아해한 것도 잠시였다.
북구전장에 있던 주재정상들에게서 소식을 전해 들은 그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특히, 진남 연맹의 무인들은 충격이 더 컸다.
진남은 처음부터 그들더러 천존으로 진급하라고 하고 자신은 천존으로 진급하지 않고 창을 죽이는 것을 선택했다.
그런데 계획이 실패했다.
"다 끝난 거야?"
최선을 다해 천존으로 진급하려고 하던 무인들은 무기력감을 느꼈다.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기운도 떨어지고 빛도 어두워졌다.
명초노조도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
진남은 상고시대로 가서 많은 일들을 경험하고 무상천존이 되었지만, 상황을 바꾸지 못했다.
진남의 여인들도 같은 기분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