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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432화 (1,432/1,498)

1432화 너를 죽이러 왔다

"엽소선이 직접 네 명의 천존을 거느리고 천건에 왔다! 엽소선과 창이 준비한 비장의 수라는 것이 신식전장의 규칙을 바꿔 그들이 직접 손을 쓸 수 있게 한 건가?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이건 신식전장의 가장 중요한 규칙이다……."

천존들은 무언가 느끼고 헛숨을 들이켰다.

통천도수는 안색이 어두워졌고 기운을 드러내 날아가려 했다.

하지만 세 개의 강한 힘이 그의 어깨를 눌렀다.

그의 옆에 서 있던 황운천존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선배님, 이씨 가문과 왕씨 가문은 비열한 행동을 하지 않은 것만 해도 잘한 겁니다. 저희들은 이번에 참견하지 않겠습니다."

통천도수는 가볍게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걱정하지 말거라. 나는 그 정도로 충동적이지 않다."

그는 소맷자락 안에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 * *

다른 허공 속.

능황천존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엽소선과 창이 이런 비장의 수를 준비했을 줄 몰랐다.

진남은 상처를 입었다. 혼자서 엽소선 등 다섯 명의 천존의 연합공격을 막을 수 있을까? 억지로 버틴다 해도 진남은 상처를 입어 전력을 잃게 될 것이다!'

능황천존은 눈빛이 싸늘해졌다.

'내 목숨을 바치더라도 절대 엽소선 등이 목적을 달성하게 할 수 없다!'

"능황 도우, 침착하시오."

옆에 있던 무주궁도의 가엽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엽소선 등 다섯 천존이 공격할 수 있다면 왜 세 번째 허공고도에서 싸울 때 공격하지 않았겠소? 주인님이 천건에 들어온 후에 공격할 필요가 있겠소?"

능황천존은 어안이 벙벙했다.

"자네 말은……."

가엽은 말했다.

"확실하지 않소. 하지만 내 생각이 맞을 거요. 잠시 후면 알게 될 거요."

* * *

그 시각, 천건, 남섬전장의 변두리.

진남과 엽소선 등 다섯 명의 천존들은 허공을 넘어 마주 보았다.

진남은 다섯 개의 눈빛 속에 가득한 살기를 느꼈고 바늘방석에 앉은 것 같았다.

"첫 번째로 천존으로 진급한 자들은 실력이 제법이구나."

진남은 두려워하지 않고 감탄했다.

양령천존, 정적천존, 무상천존, 암효천존은 천존 정상의 단계에 도달했다.

양령천존, 정적천존, 무상천존은 자아경지의 정상 천존이었고 식지경지와 멀지 않았다.

진남은 시선을 거두더니 신경 쓰지 않고 속도를 높여 절세의 무지갯빛으로 변해 앞으로 날아갔다.

"진남, 의미 없다. 네가 아무리 빨리 날고 어디에 숨었든 천건에 있는 한 우리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엽소선의 목소리가 허공을 넘어 울려 퍼졌다.

허공 깊은 곳의 엽소선은 법인을 만들었다.

그의 등 뒤에 고도가 떠 올랐는데 기이한 세모눈이 그려져 있었다.

이건 엽소선이 청궁에서 얻은 이보였다.

그가 지곤에 많은 혼천지안을 설치한 것도 이보 덕분이었다.

엽소선은 이보를 움직여 허공에서 천건 전체를 감시하고 진남을 감시했다.

진남은 대꾸하지 않고 반항하지도 않고 계속 앞으로 날아갔다.

그는 남섬전장에서 멀지 않았다.

그의 앞에는 몇십 명의 기이한 생령들이 싸우는 광경이 나타났다.

그곳이 바로 남섬전장의 변두리였다.

* * *

같은 시각, 허공에 있던 천존들도 기이한 것을 발견했다.

"엽소선 등은 왜 공격하지 않지?"

"진남은 상처를 입었다. 지금은 진남을 공격할 좋은 기회다."

"엽소선 등은 좀 더 시간이 걸려야만 신식전장의 규칙을 깨고 진남을 공격할 수 있나?"

천존들은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통천도수는 무상의 동술을 드러내 정신을 집중하고 관찰하더니 천천히 말했다.

"내 짐작이 맞다면 엽소선 등은 아직은 진남을 공격할 수 없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황운천존은 궁금했다.

"무엇 때문입니까?"

통천도수는 담담하게 말했다.

"천존은 들어갈 수 없고 천존은 참견할 수 없다. 이것은 신식전장의 가장 중요한 규칙이다. 엽소선은 이런 규칙을 완전히 깰 수 없다. 신식전장은 청궁의 중현경천의 신식지지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때문에 엽소선은 규칙을 변화시키기 위해 엄청난 대가를 치렀을 것이고 실력을 전부 드러낼 수 없을 것이다."

황운천존 등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실력을 전부 드러냈다면 진남은 진작에 죽었을 것이었다.

애써 포위망을 설치할 필요도 없이 엽소선 혼자 신식전장의 위쪽을 지키면 될 것이었다.

"실력을 전부 드러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드러낼 수 있는 힘도 매우 작다. 진남이 상처를 입었지만 진남을 죽이거나 진남의 전력을 없앨 확신이 없을 정도로 힘이 작다.

게다가 그들은 한 번밖에 공격할 수 없을 것이다."

통천도수는 말했다.

"그렇다면……."

황운천존은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엽소선 등 다섯 명은 신식전장 밖에서부터 진남을 지켜보았지만 줄곧 공격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진남이 천존으로 진급할 때 공격해 방해하려는 걸까요?"

통천도수는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맞다."

황운천존 등은 침묵했다.

이렇다면 엽소선 등 다섯 명이 전력을 다해 진남을 공격하는 것보다 나았다.

겨우 조금 나았다.

만약 네 명의 천존과 능력을 알 수 없는 엽소선이 호시탐탐 노리고 언제든 공격하려 한다면 어떻게 천존으로 진급한단 말인가?

진남은 진급할 기회가 생겼다 해도 엽소선 등이 파괴할 것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진남은 기회가 한 번밖에 없었다.

무엇 때문일까?

진남이 천존으로 진급하지 못하면 창이 천존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창이 엽소선 등을 대신해 진남을 공격한다면 진남은 두 번째도 천존으로 진급할 수 없었다.

연속 두 번 천존으로 진급하지 못한다면 진남은 더는 기회가 없었다.

물론 이런 상황이 바뀔 기회가 없는 건 아니었다.

강한 천존들이 중요한 순간에 엽소선 등을 공격한다면 방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진남 연맹에는 천존이 한 명뿐이었다.

게다가 엽소선 등이 이런 수단을 준비했다면 다른 천존들의 습격에 대비하지 않을까?

다른 천존들이 도와준다 해도 진남은 중상을 입었는데 천존으로 진급할 수 있을까?

통천도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진남, 너는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하필 혼자 감당하려 하였구나. 어떻게 너를 도와줘야 한단 말이냐?"

통천도수는 진남을 도와주려고 했다.

엽소선이 지켜보고 있어도 그는 진남을 도와주려 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뒤에는 이씨 가문과 왕씨 가문의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 * *

엽소선 등 다섯 명의 천존과 통천도수 등 천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남은 남섬전장에 들어갔다.

진남은 속도를 낮추지 않고 여전히 엄청난 속도로 날며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남섬전장에서 이런 행동은 현명하지 못한 짓이었다.

한두 날이 지난 후 남섬전장이나 북구전장에 엄청 많은 기연이 나타났고 이상이 드러났으며 빛이 뿜어져 나왔다.

구천선역에서 온 주재들이나 청궁에서 온 기이한 생령들이 기연지들을 노렸다.

진남이 '제멋대로 활개를 쳤지만' 구천선역의 주재들은 그를 공격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이한 생령들은 진남을 그들의 기연을 빼앗기 위해 먼 곳에서 온 '침략자'라고 생각했다.

"크라아아아-!"

진남이 남섬전장에 쳐들어온 지 얼마 안 돼 다섯 개의 기이한 생령들이 화를 버럭 냈다.

그들은 고개를 쳐들고 크게 소리치거나 기이한 소리를 내며 동시에 구천선역과 다른 술법을 드러내 허공을 넘어 진남을 공격했다.

"나를 막는 자들은 모두 죽을 뿐이다."

진남은 싸늘하게 말하며 성광을 뿜더니 아흔아홉 개의 성검을 만들었고 순식간에 술법을 휘둘렀다.

다섯 개의 기이한 생령들은 산산조각 났다.

아흔아홉 개의 성광을 뿜는 검들은 진남의 옆으로 돌아와 날아다녔다.

마치 진남이 절세의 검망을 펼쳐 자신을 보호하는 것 같았다.

진남이 앞으로 갈수록 기이한 생령들은 진남이 얼마나 강한지 느끼지 못한 것처럼 계속 진남을 공격했다.

하지만 모두 성광을 뿜는 검에 맞아 부서졌다.

반 시진 후, 진남은 남섬전장의 가운데에 도착했다.

진남은 동술을 드러내 멀리 바라보았다.

먼 곳에 선궁과 고묘가 나타났다.

많은 정상 주재와 기이한 생령들이 선궁과 고묘에서 싸우고 있었다.

"진남인가?"

"진남은 상처를 입은 것 같은데?"

"진남은 진짜 대단하구나!"

"그러게 말이다. 엽소선과 창의 연맹이 포위망을 펼쳤고 진남은 상처를 입었는데도 여기까지 쳐들어왔다!"

"다들 명심하거라. 진남에 대해 언급하지도 말고 건드리지도 말거라!"

많은 주재의 무인들은 진남을 발견했다.

진남이 상처를 입은 걸 발견한 일부 주재의 무인들은 다른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진남이 엽소선과 창의 연맹이 펼친 대단한 포위망을 뚫은 걸 생각하니 두려움이 앞섰다.

진남은 주위를 훑어보더니 몸을 날려 한 정상 주재와 멀지 않은 곳으로 날아갔다.

그는 큰손을 드러내 정상 주재를 잡고 물었다.

"창은 어디로 들어갔느냐?"

정상 주재는 어리둥절하더니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로 들어갔……."

진남은 정상 주재를 놔주고 말했다.

"고맙다."

창이 들어간 곳은 멀리서 보면 허공 깊은 곳에 떠 있는 산맥 같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산맥은 매우 희미하였는데 마치 그림 같았다.

진남은 빛으로 변해 산맥 안으로 날아 들어갔다.

"응? 진남은 천존으로 진급할 생각인가?"

통천도수 등 천존들은 같은 생각을 했다.

엽소선 등은 놀라지 않고 고도를 움직여 더 강한 동찰력을 드러내 산맥 안의 광경을 꿰뚫어 보았다.

* * *

진남은 희미한 산맥에 들어간 후 허공을 지나 낯선 공간에 온 것 같았다.

고개를 들어보니 이곳은 끝없이 넓은 초원이었고 온통 새파랬다.

하늘에는 무너진 산들이 떠 있었는데 엄청난 기운을 풍겼다.

진남은 폭발음이 들렸다.

앞에서 싸움이 일어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진남은 눈에 빛을 반짝거리며 빠르게 앞으로 날아갔다.

그는 날면서 구덩이들과 기이한 생령의 시체를 발견했다.

잠시 후, 진남은 걸음을 멈추었다.

쿠쿠쿠쿵-!

앞에 방원 몇십만 리 되는 커다란 금색 호수가 나타났다.

호수의 위에는 창이 천신처럼 호수 밑에 숨어 있는 신비한 대진의 도움을 받으며 기이한 생령들과 싸우고 있었다.

호수의 가운데는 꽃 한 송이가 있었다.

진남은 이런 꽃을 본 적 없었다.

꽃은 높이가 십오 장이 넘고 꽃잎이 백여 개 되었다.

꽃잎마다 옅은 파란색을 띠고 빛을 반짝거렸는데 마치 신력이 있는 것 같았다.

진남은 낯선 꽃에 매우 현묘한 힘이 있는 걸 느꼈다.

창은 이 꽃을 얻기 위해 온 것이었다.

그는 이 꽃으로 천존의 자리에 오르려 했다.

엽소선 등은 이 광경을 보고 눈빛이 서늘해졌다.

"뭐 하려는 거지?"

양령천존은 어리둥절했다.

"창 대인이 이곳을 선택했는데 왜 이곳으로 왔지? 설마 창 대인과 싸우려는 건가?"

"그러게 말이오. 창 대인을 피하는 게 맞지 않소?"

암효천존도 미간을 찌푸렸다.

엽소선은 눈을 반짝거리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진남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다. 저자는 천존으로 진급하려는 게 아니다."

그의 말에 다른 네 명의 천존들은 깜짝 놀랐다.

"이 세상에 주천불사산이 어디 있는지 아는 것이 창밖에 없다."

엽소선은 눈을 반짝거렸다.

"만약 창을 죽인다면 주천불사산은 걱정할 게 없다. 그렇게 되면 진남은 다음번이나 그다음 번에 천존으로 진급할 수 있다."

* * *

그 시각, 호수 위.

창은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돌렸고 호수 옆에 서 있는 진남을 발견했다.

진남은 그를 보며 옅은 미소를 짓고 손에 든 단천도를 쳐들었다.

"오래 기다렸지. 너를 죽이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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