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1화 다섯 천존
"진남이…… 미쳤나?"
먼 곳에 있던 주경들과 허공에 있던 천존들은 눈이 휘둥그레졌고 믿을 수 없었다.
'엽소선과 창의 연맹이 물샐틈없이 포위했다. 진남은 직접 싸움에 참가한 것만 해도 미련한 짓이다. 이렇게 하면 진남은 힘을 쓰게 될 것이고 천존싸움에 큰 변수가 생기기 때문이다.'
'진남은 연맹의 사람들더러 엽소선과 창의 계획을 흐트러뜨리게 하고 그 틈에 천건에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진남은 직접 싸움에 참가했을 뿐만 아니라 싸움이 끝나지 않았는데 연맹의 사람들더러 물러가라고 하다니?
이렇게 하면 진남은 혼자 나머지 엽소선과 창의 연맹을 상대해야 한다. 진남이 아무리 강해도 엽소선과 창의 연맹의 나머지 사람들을 죽이려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진남은 중상을 입을 수도 있다.
진남의 등급으로 중상을 입으면 쉽게 회복될 수 있을까? 엽소선 등은 진남이 조용히 상처를 치료하도록 내버려 둘까? 그럼 진남은 어떻게 천존으로 진급할까?'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맙시다."
한 천존은 고개를 저었다.
"진남이 지금의 형세에 자신이 천존으로 진급해야만 엽소선과 창과 싸울 수 있다는 걸 모르겠소? 진남 연맹의 사람들 중에 아무리 많은 천존이 나타난다 해도 소용없소. 그들은 엽소선과 창의 연맹의 상대가 안 되오!"
다른 한 천존이 감탄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통천도수도 미간을 찌푸렸다.
'진남이 직접 싸움에 참가한 건 의욕이 앞선 행동이다.
물론 진남의 강한 전력으로 기회가 없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진남은 스스로 기회를 파멸시킨 거나 마찬가지다.
진남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먼 곳에 숨어 있던 능황천존은 주먹을 쥐고 중얼거렸다.
"진남, 너의 결정이 맞기를 바란다. 아니면 엄청난 재난이 될 것이다."
* * *
같은 시각, 세 번째 허공고도의 입구.
진남은 혼자 선궁들과 정상 주재들과 싸웠지만 전혀 압력을 느끼지 않았다.
"이제부터 제대로 싸워야겠다."
진남은 중얼거리며 단천도를 쳐들었다.
'계속 싸우자!'
창의 격앙된 목소리가 다시 한번 무인들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여러분, 진남은 이제 혼자이다! 그가 아무리 전력이 강하다 해도 약점이 없는 건 아니다. 그에게 중상을 입히기만 하면 나와 엽소선은 약속을 지켜 여러분을 천존으로 진급시키겠다!"
그의 말은 순식간에 무인들의 마음속에 불을 지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진남을 죽이지는 못할지라도 중상을 입히지 못할까?
"진남, 죽어라!"
정상 주재들은 크게 소리치며 공격을 펼쳤다.
진남은 눈빛이 싸늘해져 칼을 들고 혼자 많은 무인들과 싸웠다.
싸움은 전처럼 치열하지도 않고 성대하지도 않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한 사람이 엄청난 파도와 싸우기 때문이었다.
쿠쿠쿠쿵-!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흔들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많은 허공이 영향을 받고 혼란스러워졌고 무도의지가 허공에 남았다.
전쟁은 피비린내가 나고 잔혹했다.
엽소선과 창의 연맹의 강자들은 산처럼 끄떡없는 남자에게 상처를 입히기 위해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
명성이 자자한 정상 주재들은 비명과 함께 죽고 일생을 마쳤다.
노력은 사람을 배신하지 않았다.
그들이 계속 죽음을 마다하고 싸운 덕분에 희망이 보였다.
세 명의 주재 정상이 세 개의 선궁을 움직여 파손된 선궁천지도를 흔들어 엄청난 살기를 드러냈다.
그건 검이었다.
검은 끝없는 빛에서 나온 것처럼 실질적인 형상이 없고 흔들리는 빛뿐이었다.
하지만 검은 매우 예리하여 지나는 곳마다 모든 걸 부쉈다.
진남은 성마지광을 뿜으며 주먹을 날려 검을 막았다.
"다시 베거라!"
다섯 명의 정상 주재가 크게 소리치며 진력을 움직여 더 예리한 광검(光劍)을 드러내 진남을 내리쳤다.
진남은 예전처럼 성광을 뿜으며 육신의 힘으로 막았다.
쿠웅-!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진남은 몇백 장 아래로 눌렸다.
진남의 담담하던 안색도 창백해졌다.
진남의 입가에 금색 피가 흘렀고 허공에 떨어져 금색 선화를 이루었다.
이렇게 치열한 싸움에서 한 방울의 피는 보잘것없었다.
마치 하늘 가득 내리는 큰 눈 속에 좀 큰 눈송이처럼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사람들은 모두 피를 발견했다.
피는 태양처럼 반짝거리고 매우 눈부셨다.
"진남의 방어가 뚫렸다!"
"진남은 이번에는 너무 자신만만했다. 진짜 혼자 엽소선과 창의 연맹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상처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엽소선과 창의 연맹의 사람들은 삼 분의 일 정도 남았다. 진남은 중상을 입을 것이다!"
천존들과 주경의 무인들은 모두 한마디씩 했다.
그들은 진남이 상처를 입었으니 진남 연맹이 파멸하는 첫발을 뗀 것이라고 생각했다.
엽소선과 창의 연맹의 무인들은 정신이 번쩍 들어 크게 소리쳤다.
"동료들, 진남의 방어가 뚫렸다. 얼마 안 돼 우리는 진남에게 중상을 입힐 것이다!"
무인들은 사기가 폭등했다.
"죽이자!"
하늘 가득한 살기가 진남에게로 날아갔다.
진남은 한 마리 늑대처럼 입가에 묻은 피를 닦고 분노하여 소리쳤다.
"너희들이 나에게 중상을 입히겠다고?"
진남은 하늘로 솟아올라 도기를 드러내 무인들을 죽였다.
싸움은 점점 더 치열해졌다.
천존들과 주경의 무인들이 보기에 진남은 혈안이 되었고 엽소선과 창의 연맹의 사람들은 미친 것 같았다.
그들은 자신의 생사를 신경 쓰지 않고 앞에 있는 적을 죽일 생각만 했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 전장의 무인들이 점점 적어졌다.
동시에 진남도 점점 많은 상처를 입었다.
잠시 후, 처참한 비명과 함께 세 번째 허공고도의 입구가 조용해졌다.
진남은 단천도를 쥐고 피범벅이 된 채 산처럼 쌓인 시체 속에 서 있었다.
마치 절세의 살신 같았다.
진남이 풍기는 기세는 전처럼 강하지 않았지만 전보다 더 위력이 있고 보는 사람들은 소름이 끼쳤다.
진남은 엽소선과 창의 연맹의 남은 사람들을 전부 죽였다.
* * *
"진짜 대단하구나!"
"진남은 진짜 천하무적이구나!"
"창이 직접 나서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는 아무도 진남을 막을 수 없다!"
"엽소선과 창의 세력들은 진남에게 중상을 입혔지만 아쉽게도 엽소선과 창더러 약속을 지키라고 할 수 없게 되었다."
"진남은 이겼고 자신이 얼마나 강한지 충분히 보여줬다. 하지만 그는 중상을 입었는데 어떻게 천존을 충격할까?"
"엽소선과 창은 진남을 상대할 다른 비장의 수를 준비했을 것이다."
주경의 무인들과 천존 거물들은 한마디씩 했다.
이번 싸움으로 그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황운천존, 단목천존 그리고 이백성 천존은 눈살을 찌푸렸는데 걱정이 가득했다.
그들은 통천도수를 바라봤다.
명성이 사 대 무상천존 다음인 통천도수도 안색이 어두웠다.
'엽소선과 창의 연맹의 설치한 포위망을 진남은 중상을 입은 채 뚫었다. 엽소선과 창이 준비한 비장의 수를 진남은 넘을 수 있을까?
구천선역이 이렇게 엽소선과 창의 손에 들어간단 말인가?'
* * *
이때, 지곤 가운데의 한 상고 비경.
눈부신 불광이 뿜어져 나와 사방을 비추었다.
하늘은 시커메졌고 번개가 번쩍거리며 여러 가지 이상을 드러내 아래를 공격했다.
하지만 이상들은 빨리 나타났다 빨리 부서졌다.
잠깐 사이에 사라져 조용해졌다.
새로운 황보절의 기뻐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가 풍기는 기운은 주재 초급 단계로 변했다.
"에잇, 엽소선과 창은 진짜 지독하구나. 이렇게 많은 혼천지안을 설치하여 나는 중으로 변신해야 했다."
황보절은 체내의 힘을 느끼며 욕설을 퍼부었다.
"주인님, 소식이 왔습니다."
이때, 묵사가 다가와 세 번째 허공고도의 입구의 상황을 자세히 말했다.
"이 자식은 주제의 영향을 받았구나. 이런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을 먼저 천건에 가라고 하다니, 진짜 미련하다!"
황보절은 콧방귀를 뀌었다.
묵사는 미간을 찌푸렸다.
"진남은 상처를 치료할 수 없습니까? 천존싸움이 열릴 때까지 아직 한 달이 남았습니다. 이제 겨우 두 번째 날입니다……."
황보절은 묵사의 말을 잘랐다.
"틀렸다. 진남이 왜 공격을 했겠느냐? 창과 같은 사람들은 큰 장면과 기연만 있으면 천존으로 진급할 수 있다. 아마 창은 내일이면 천존으로 진급할 것이다.
네가 만약 창이라면 천존으로 진급한 후 뭘 하겠느냐? 틀림없이 엽소선과 연합하여 진남을 죽이려 할 것이다."
묵사는 고개를 숙이고 높게 소리쳤다.
"주인님 현명하십니다!"
황보절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묵사, 이러지 말거라. 세상 사람들이 모두 눈치챘는데 너라고 모르겠느냐? 자꾸 나에게 아부를 떨지 말거라."
그는 입꼬리가 비틀렸다.
"그리고 내가 현명한 걸 모르는 사람이 있느냐?"
묵사는 공손하게 말했다.
"주인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럼 우리는 지곤에 머물 겁니까, 아니면……."
황보절은 손을 젓고 말했다.
"물어볼 필요가 있느냐? 당연히 천건으로 가야지. 가서 미리 준비하고 천존싸움이 끝날 때 천존으로 진급하여 엽소선과 창에게 큰 놀라움을 안겨 주자."
* * *
같은 시각, 세 번째 허공고도의 입구.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남은 거친 숨을 몰아쉬더니 단천도를 들고 절세의 빛으로 변해 고도로 날아갔다.
"천건으로 가려나 보다!"
주경 강자들은 기분이 우울했다.
그들은 진남이 이번에 실패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직접 보고 싶었다.
그러나 신식전장의 규칙에 따라 그들 같은 주경의 무인들은 천건에 들어갈 수 없었다.
천존들은 시선을 돌리지 않고 계속 진남을 바라봤다.
* * *
진남은 엄청난 속도를 드러내 빠르게 허공고도에 쳐들어가 천건으로 왔다.
진남의 귓가에 여러 가지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허공에 떠 있는 땅에서 싸움이 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진남은 고개를 쳐들었다.
하늘은 절반은 옅은 보라색이고 절반은 옅은 금색이었다.
마치 태극 같았다.
보라색 하늘 아래쪽이 남섬전장이고 금색 하늘 아래쪽이 북구전장이었다.
진남은 두 개의 전장 위쪽에 두 개의 희미한 문이 있는 걸 발견했다.
그는 또 이곳이 지곤보다 몇 배나 강하고 허공에 신비한 기운이 가득한 걸 느꼈다.
진남은 신념으로 영패를 훑어보고 중얼거렸다.
"남섬전장 가운데 있나?"
진남은 멈추지 않고 빛으로 변해 곧게 날아갔다.
하지만 진남은 바로 행동을 멈추었다.
허공 깊은 곳에 있던 천존들도 무언가 느끼고 시선을 돌렸다.
"저건……."
남섬전장과 북구전장의 접경지에 방원 몇십만 리의 하늘이 시커메졌고 회오리가 쳤으며 번개가 번쩍거렸다.
진남의 두 눈에 강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의 동력은 순식간에 어둠을 지나 끝까지 꿰뚫어 보았다.
그곳은 끝없이 넓은 허공이었는데, 다섯 개의 방대하고 위엄 있는 형상이 서 있었다.
형상들은 몸에서 선광이 반짝거렸고 고개를 숙이고 내려다봤다.
싸늘한 눈빛은 멀리 있는 진남의 눈과 마주쳤다.
다른 천존들도 다섯 개의 형상을 보고 표정이 흔들렸다.
맨 앞에 선 사람은 흰옷을 입었고 초연하고 속세를 벗어난 것 같았다.
그가 바로 현재 천하제일천존 엽소선이었다.
엽소선의 왼쪽에 선 사람은 열다섯 명의 천존 중 한 명인 무인 양령천존이었다.
엽소선의 오른쪽에 선 사람은 정씨 가문의 가주 정적천존이었다.
가장 밖에 선 두 사람은 묘문의 문주 무상천존과 열다섯 명의 천존 중 한 명인 무인 암효천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