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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426화 (1,426/1,498)

1426화 나를 막을 수 있을까?

"네가 윤반과 인연이 있구나."

진남은 말했다.

진남은 어색해하지도 않고 부러워하지도 않았다.

진남은 육경음과 친분이 없었고 큰 원한도 없었다.

때문에 진남은 윤반형상을 육경음에게 양보할 생각이 없었지만 그에게 오지 않으니 어쩔 수 없었다.

"진남, 미안해. 윤반이 나를 선택할 줄 몰랐다. 네가 가졌어야 하는데."

육경음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역천개명을 하고 싶지만 이렇게 큰 기연은 바라지 않았다.

그녀는 이런 지보는 진남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남이 혼자 힘으로 이곳까지 개척했고 그녀는 나무를 깨운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과할 필요 없다. 그것은 원래 네 것이다."

진남은 살짝 웃었다.

"윤반은 생기의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선령족에게 아주 적합하다. 네가 나중에 깨달음을 얻는다면 내 도려에게 나눠줄 수 있느냐?"

"묘묘 공주를 말하는 거지? 물론이지."

육경음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남은 살짝 놀랐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돌려서 거절하거나 조건을 걸었을 것이었다.

윤반형상은 대단한 지보였기에 깨달음을 얻어도 엄청 놀라운 것일 게 분명했다.

'성격이 괜찮은 것 같군.'

진남은 육경음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진남은 육경음에 대해 알아본 적이 없었고 육경음과 만날 때마다 적대관계였으며 만나면 싸우기만 했다.

"하지만 윤반형상의 상태가 썩 좋지 않다. 누군가 부순 적이 있는 것 같다. 지금은 형태를 회복했지만 아직은 깨달음을 얻을 수 없을 거다……."

육경음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괜찮다. 급해할 일이 아니다."

진남은 손을 젓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윤반형상은 지보가 확실했다.

호룡정천인의 반응을 일으킨 것을 보니 전성기에는 엄청 강했을 것이었다.

'윤반형상은 왜 부서졌을까? 청궁이 생기기 전에 청궁의 주인을 따라다니면서 부서졌을까? 아니면 청궁이 생긴 후 부서졌을까?'

후자의 경우라면 이상했다.

윤반형상을 부술 수 있는 상대는 엄청난 존재일 것이고 움직임 또한 작지 않았을 것이었다.

진남은 상고시대에 있을 때 청궁에 엄청난 싸움이 벌어졌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었다.

'그럼 사 대 무상천존 싸움이 벌어지는 동안 부서졌을까? 대체 누가 부쉈을까?'

"진 도우, 나는 이제 이곳에서 폐관수련을 해야겠다."

육경음은 진남을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진 도우, 그 동안 나를 지켜줄 수 있느냐?"

"그 정도야 해줄 수 있지."

진남이 손가락을 튕기자 신광이 뿜어져 나오며 대진을 이루었다.

육경음은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대진의 중간으로 가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육경음의 기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녀는 구천선역에 혼란이 올 것을 예상했다.

그녀는 크게 바라는 것이 없었다.

다만, 혼란스러운 세상이 와도 그녀는 여전히 자신으로 살 수 있고 선령족을 지킬 수 있으면 만족했다.

예전의 그녀였다면 그저 희망 사항이었을 뿐이지만 이제 육경음은 소망을 이룰 수 있었다.

그녀는 늙은 장님의 말이 생각나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구천선역에 그런 존재가 있다니.

선배님은 모든 걸 예상했다. 내가 이곳에서 진남을 만날 것이고 진남 때문에 큰 기연을 얻을 것이라는 것도 예상했다.

……선배님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육경음은 폐관을 시작했다.

* * *

진남은 답이 생각나지 않아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골짜기에는 윤반형상 외에도 많은 것이 있을 것이다.'

진남의 예상이 맞았다.

그는 하루 동안 골짜기를 다 돌아보았고 자세히 느꼈다.

그는 은밀한 곳을 이십여 곳 발견했다.

그는 은밀한 곳을 열고 지보 조각만 꺼냈다.

어떤 건 손바닥만 하고 어떤 건 천 장이 넘었다.

윤반형상과 달리 지보 조각들은 조용했고 아무런 기운이 없었다.

진남이 강한 힘을 주입했지만 그것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보 조각들은 완전히 부서져 예전의 신기함을 잃었고 견고한 것이 유일한 가치였다.

소득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진남은 지보 조각들을 보면서 예전에 지보들의 대전이 일어났고 매우 치열했으며 범상치 않았다는 걸 상상할 수 있었다.

"산꼭대기에 올라가 보자."

진남은 지보 조각들을 잘 보관하고 몸을 날려 첫 번째 산꼭대기에 날아올랐다.

시간이 흘러 또 하루가 지났다.

진남은 첫 번째 산으로부터 마지막 산까지 날아갔다.

그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고 지보 조각조차 느끼지 못했다.

산이 엄청난 기운을 풍기지 않았다면 진남은 산을 부쉈을 것이었다.

"응?"

마지막 산의 산꼭대기에 도착한 진남은 동굴을 발견했다.

동굴은 높이가 약 이 장이고 넓이가 일 장 정도 되었는데 안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진남은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동굴은 크지 않지만 매우 깊었다.

만여 장 들어가서야 진남은 어둠 속에서 희미한 파란색 빛을 발견했다.

진남은 걸음을 다그쳤다.

동굴 꼭대기에 철정(鐵井)이 있었는데 빛이 반짝거렸다.

진남은 동력을 움직여 자세히 관찰했다.

철정은 안개가 낀 것처럼 기운이 희미하고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진남은 눈을 반짝거리며 큰손을 만들어 철정을 잡으려 했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고 철정에서 엄청난 기운이 풍겼다.

진남은 뒤로 물러가 공법을 움직이고 공격할 준비를 했다.

회색빛이 철정에서 뿜어져 나왔고 형상이 나타났다.

희미한 노인의 형상이었다.

'기운이 강하구나!'

진남은 긴장했다.

노인이 풍기는 기운에서 그는 무상천존을 초월한 존재라는 느낌을 받았다.

진남은 공격하려고 했다.

이때, 주위를 둘러보던 노인은 진남을 발견했다.

노인은 큰소리로 웃었다.

"하하하, 다 변했구나, 다 변했어. 너희들은……."

말이 끝나기 전에 노인은 펑 하고 빛무리로 변했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생전에 철정에 남아있던 의지인가?"

진남은 눈살을 찌푸렸다.

'노인은 누구지? 윤반형상의 기영인가, 아니면 다른 지보의 기영인가, 아니면 청궁 안의 특이한 존재인가?

노인은 다 변했다고 했다. 누가 변했다는 거지? 노인이 말한 너희들은 누구를 가리키는 거지?'

"청궁은 의문투성이구나. 무상천존이 되지 못하여 청궁의 상현경천에 알아보러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 아쉽구나……."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진남은 천존으로 진급하면 빠른 시간에 지도 경지의 천존이 될 수 있었다.

지도 천존이 되면 상현경천으로 들어갈 수 있고 알아볼 수도 있었지만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청궁 깊은 곳에는 엄청난 지보들이 있었다.

그가 방심하여 지보들에게 발견되면 큰일이었다.

"응? 창과 엽소선만 주의하고 지보들을 잊었구나!"

진남은 깜짝 놀라 식은땀이 났다.

'나는 지금 청궁에 있다. 천존으로 진급한다면 지보들이 느낄 수 있을까?

혹시 지보들이 나를 죽이려 하지 않을까? 잘 생각해보자!'

진남은 제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한 시진 정도 생각한 후 그는 계획을 세웠고 한숨을 내쉬었다.

"철정을 거두어들일 수 있나 보자."

진남은 앞을 보더니 다시 움직였다.

진남은 이번에는 쉽게 철정을 손에 넣었다.

진남은 철정에 힘을 주입했다.

철정에서 뿜어져 나오던 파란 빛은 더 짙어졌고 텅 비었던 우물 바닥에 물결이 일었다.

우물 안을 들여다본 진남은 의아했다.

우물에 그림이 나타났다.

그림 속의 하늘은 새파랗고 멀리 큰 산이 우뚝 서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철정 안이 다른 세상과 통하나?'

진남은 잠깐 생각하고 우물 안으로 들어갔다.

우물이 크게 떨리고 무형의 힘을 뿜어 진남을 우물 밖으로 밀어냈다.

진남은 여러 가지 방법을 써 우물 안에 들어가려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철정은 쓸모가 없는 건가?"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모르겠다. 잠시 잘 보관하자."

어렵게 왔는데 아무 수확이 없이 돌아갈 수 없었다.

동굴에서 나온 진남은 폐관 중인 육경음을 힐끗 보고 고개를 들어 뿌연 하늘을 쳐다봤다.

"이제부터 전력을 다해 싸움을 준비하자."

진남은 묘묘 공주 등에게 신념을 전하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두 눈을 감았다.

진남은 박천대술을 계속 움직였고 힘을 계속 모았다.

시간이 흘러 사흘이 빠르게 지났다.

천건의 천존싸움이 열릴 때까지 사흘밖에 남지 않았다.

여러 세력의 강자들과 많은 무인들은 산과 강을 넘어 십 대 선문을 통해 신식전장의 지곤으로 왔다.

때문에 일정한 거리를 가면 무인들을 볼 수 있었다.

사 대 무상천존의 싸움 이후로 구천선역에 전에 없던 성세였다.

참가할 자격이 안 되는 무인들조차 이번 대전의 결과를 기다렸다.

* * *

그 시각, 한 성의 가장 웅장한 선궁 꼭대기.

두 형상이 탁자 옆에 앉아 풍경을 감상하여 진귀한 선차를 마셨다.

그들은 사 대 무상천존의 엽소선과 창이었다.

"청궁은 상황이 어떻느냐? 그것들을 찾았느냐?"

창은 물었다.

"찾았다. 그가 말한 대로 그것들은 진작에 변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두 개가 아직도 흔들리고 있다. 마지막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르겠다."

엽소선은 담담하게 말했다.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건 너무 견고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가 잠에서 깨어나면 그것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다 끝난다!"

창은 단숨에 찻잔의 차를 다 들이켰다.

엽소선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에야 그는 입을 열었다.

"소식을 받았는데 거점들에 아직도 움직임이 없다."

창은 옅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그들이 예상한 것 같다. 모두 돌아오라고 하거라. 계속 그곳을 지키는 건 의미 없다."

엽소선은 물었다.

"원래 거점들이 쓸모가 없다면 새로운 거점을 만들었을 것이다. 하현경천에 사람을 보내 한바탕 쓸어버릴까?"

창은 고개를 저었다.

"하현경천이라도 신비한 것들이 있을 것이다. 정력을 낭비하지 말거라. 그자를 건드리면 좋지 않다. 우리는 신식전장에서 그자와 싸우자.

시간이 다 되었다. 이제 시작할까?"

"응."

엽소선은 고개를 끄덕이고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창은 앞을 보며 점점 밝게 웃었다.

"주제,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싸울 수 있게 되었구나. 비록 너의 환생이지만 말이다. 이번에도 네가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나를 막을 수 있을까?"

그의 웃음소리가 선성에 울려 퍼졌고 무인들은 깜짝 놀랐다.

* * *

같은 시각, 지곤.

지곤의 사방에 널려있던 무인들 중에 일부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신념으로 살펴보았다.

커다란 허공이 부서지고 웅장한 선궁이 천천히 내려왔다.

선궁은 빛을 뿜었고 엄청난 기운이 풍겼다.

마치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누를 것 같았다.

선궁은 문도지기를 초월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선궁에서 커다란 용선이 천천히 솟아올랐고 천지를 흔드는 용 울음소리를 냈다.

용선은 엄청난 속도로 하늘을 날아다니며 파도를 일으켰다.

용 머리에서 주재의 기운을 뿜어 사방을 흔들었다.

지곤의 여러 곳에서 같은 상황이 벌어졌고 많은 무인들이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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