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1425화 (1,425/1,498)

1425화 윤반형상(輪盤形狀)

진남은 육경음에게 말했다.

"나를 계속 따라오겠느냐? 앞쪽은 엄청 위험할 수도 있다."

육경음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남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양손으로 결인을 만들었다.

커다란 산이 나타나 나무의 바다를 제압했다.

쿵-!

굉음이 울려 퍼지고 나무들은 산산조각이 났으며 방원 천 리의 땅이 부서졌다.

땅을 천 장 아래까지 짓누르던 산은 어떤 엄청난 물건에 부딪힌 것처럼 산산조각이 났다.

진남의 공격은 천존대성이 온 힘을 다해 공격을 한 것과 맞먹었다.

땅 아래 몇만 장까지 아무 문제 없이 밀어낼 수 있었다.

그런 진남의 공격이 쉽게 막혔다.

진남은 아래로 내려갔다.

방원 천 리가 되는 커다란 구멍의 아랫부분에 방원 삼 리가 되는 청동석판이 있었다.

석판 위에는 이상한 무늬를 새겼고 황량한 기분이 느껴졌다.

육경음은 얼른 쫓아와서 석판을 살펴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청궁의 법보 아니야?"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잘 모르겠다. 법보일 수도 있고 다른 물건일 수도 있다. 우선 움직여보자."

진남은 손을 뒤집고 내리쳤다.

방대한 힘이 순식간에 석판에 주입되었다.

촤르륵-!

파도 소리가 두 사람 귓가에 울려 퍼졌다.

잠잠하던 청동석판이 눈부신 빛을 뿜었다.

빛은 커다란 요수의 입처럼 두 사람을 삼켰다.

진남은 두 눈에 빛이 스쳤다.

진남은 근원지체로 변신했지만 끝내 막지 못했다.

진남과 육경음은 시공간에서 날아다니는 느낌을 받았다.

잠시 후, 두 사람은 동시에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청동석판은 전송대진과 비슷한 것이었고 그들을 해무궁의 더 깊은 곳으로 보냈다.

주변을 미처 살펴보지 못했던 진남은 위기감을 느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엄청난 빛을 뿜어 주변을 보호했다.

쿵-!

신광이 부서지고 정교한 빛이 진남의 가슴을 때렸다.

뒤로 밀려난 진남은 고통을 느꼈다.

진남의 육신은 엄청 강해서 그가 아픔을 느낄 정도면 적어도 천존정상의 힘은 되어야 했다.

진남은 몸을 채 가누기 전에 마인(魔印)을 만들었다.

불후상마계가 그의 등 뒤에 나타났고 검은빛이 돌아가며 마의가 하늘을 찔렀다.

진남은 불후마계로 날아들었다.

쿠쿠쿵-!

공격들이 비처럼 쏟아지며 불후상마지계를 때렸다.

불후상마지계가 격렬하게 흔들렸지만 진남은 조급하지 않았다.

그는 자리를 잡고 서서 앞을 바라보았다.

기이한 장면이 나타났다.

방원 만 리가 되는 시커먼 땅이 작은 섬들처럼 회색 공간에 떠 있었다.

방금 진남을 공격한 것은 아까 느꼈던 신비한 기운이 변한 거인이었다.

거인은 온몸이 시커멓고 머리가 셋, 팔이 여섯이었으며 키가 만여 장이었다.

거인은 시뻘건 살기를 풍겼다.

육경음은 운이 좋았다.

그녀는 진남과 멀지 않은 곳에 있었지만 거인은 진남만 공격했다.

여섯 개의 굵은 팔뚝은 그림자로 변해 엄청난 힘을 휘둘렀다.

상황 파악을 한 진남은 신광으로 변해 불후상마계에서 나왔다.

진남은 물러서지 않고 공격을 했다.

거인은 고개를 젖히고 고함을 질렀다.

여섯 개의 팔이 동시에 주먹을 쥐고 진남을 때렸다.

진남의 등 뒤에 성광이 활짝 펼쳐지며 주먹을 맞받아쳤다.

쿠쿠쿵-!

강기가 사방에 흩어졌다.

시커먼 땅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육경음은 정신을 차리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엄청난 부딪힘에 그녀는 저도 몰래 두려움이 생겼지만 빠르게 반응했다.

그녀는 영롱탑을 꺼내 자신을 보호하며 아슬아슬하게 싸움을 피했다.

진남과 엄청난 거인은 속도가 너무 빨라서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두 개의 빛이 시커먼 땅에서 부딪히는 것만 느껴질 뿐이었다.

잠시 후, 시커먼 땅은 난장판이 되었고 부서질 것 같았다.

육경음은 무뚝뚝한 목소리로 '베어라'라고 외치는 것을 들었다.

시커먼 땅의 위쪽에 눈부신 도광이 드러났다.

엄청난 부딪힘은 드디어 잠잠해졌다.

눈부신 도광이 사라지자 육경음은 진남이 천신처럼 내려와 거인의 가슴에 칼을 꽂는 것을 보았다.

거인은 버둥거리다가 잠잠해졌고 결국 산산조각이 나서 밤하늘의 검은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아쉽다. 아직 영지가 생기지 않았구나. 아니면 이리 쉽게 이길 수 없었다."

진남은 무뚝뚝하게 말하고 칼을 거두었다.

그는 난장판이 된 땅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육경음은 정신을 가다듬고 진남과 가까운 곳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그녀는 진남을 방해하지 않았다.

이곳에 들어선 뒤로 그녀는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진남이 없었으면 그녀는 이상한 숲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설령 발견했다고 해도 진남이 없으면 죽었을 것이었다.

사실 육경음에겐 해무궁의 깊은 곳에 들어오겠다고 결심한 것부터 목숨을 건 도박이었다.

실패를 하면 그녀는 죽게 되고 낯선 사람의 도려가 될 필요가 없었다.

성공을 하면 그녀는 일방적으로 부마를 찾는 시합을 엎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진남이 나타났고 일은 이상하게도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녀는 다른 사람의 도려가 되지 않아도 되었고 해무궁의 깊은 곳에 있는 엄청난 기연을 얻을 수도 있었다.

그녀는 일 년 전 한 선성에서 우연히 만난 늙은 장님의 말이 떠올랐다.

장님은 그녀가 바다와 연관이 있는 곳에서 다시 태어날 거라고 했다.

육경음은 그 말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하지만 해무궁을 만난 뒤로 그녀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늙은 장님이 엄청난 고수였나?'

그녀는 아주 작은 희망만 품고 있었다.

선령족의 공주이자 머리가 똑똑한 그녀는 그 한마디에 모든 희망을 걸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희망이 갑자기 커졌다.

"한 번 시도해볼 수밖에 없구나."

이때, 진남이 중얼거렸다.

그는 육경음의 의견을 물어볼 새도 없이 등 뒤에 성광을 드러냈다.

성광들은 그의 오른팔에 감겼다.

"뭐 하는 거……."

육경음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진남은 시커먼 땅에 힘껏 주먹을 날렸다

쿠쿠쿵-!

공간 전체가 흔들리고 시커먼 땅도 격렬하게 흔들렸다.

진남의 힘을 감당하기 힘든지 땅은 갈라지고 무너졌다.

잠시 후, 땅이 사라졌다.

"이게 대체……."

육경음은 고개를 숙이고 살펴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남의 두 눈에 신광이 스쳤다.

기이한 장면이었다.

진남의 아래쪽에 거꾸로 된 산골짜기가 나타났다.

게다가 방원 만 리에서만 거꾸로 된 골짜기를 볼 수 있었다.

진남과 육경음은 문에 난 작은 구멍을 통해 바깥세상을 살펴보는 것 같았다.

산골짜기의 모든 것들이 검은색이라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몇 개의 산이 하늘 높이 솟은 것도 어렴풋이 보였다.

진남은 망설이지 않고 아래로 뛰어들었다.

육경음도 그의 뒤를 쫓아갔다.

산골짜기에 들어서자 하늘 땅이 빙빙 돌아갔다.

그들이 보는 장면에 변화가 생겼다.

이제 산골짜기는 제대로 서 있었고 그들의 발아래에 한 공간이 거꾸로 걸려 있었다.

마치 거울에 비친 달 같았다.

진남은 죽음의 기운이 가득한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이상한 기운은 굶주린 늑대가 사냥감을 만난 것처럼 진남에게 달려들었다.

진남은 성의를 드러내고 기운을 삼 장 밖에 차단했다.

진남은 고개를 들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산골짜기는 여섯 개의 산들이 모여 이루어졌다.

산들은 높이가 서로 달랐고 꽃이나 풀, 나무 하나 없었으며 차갑고 검은 돌만 가득했다.

산골짜기는 방원 삼만 리가 되었고 몇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나무들은 암홍색이었고 나뭇잎 하나 없이 황량했다.

"이곳은 온전한 소세계인 것 같다."

진남은 자세히 느껴보더니 중얼거렸다.

온전한 소세계는 독립적인 소공간과 달랐다.

소세계는 규칙이 완성되었고 광활했지만 소공간은 일부 규칙만 있고 규모도 크지 않았다.

진남은 손을 저어 빛을 날려 보냈다.

빛이 만 장 높이까지 날아 올라갔을 때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힌 것처럼 산산조각이 났다.

"과연 그렇구나."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남은 방금 대연세계산에 있는 선제의 무덤에서 느낀 것과 비슷한 압력을 느꼈기에 시험해보았다.

보이지 않는 강한 힘이 산골짜기의 모든 것을 봉쇄했기에 밖으로 날아갈 수 없었다.

진남이 임효지의 몸에 빙의했을 때 전성기 실력이라면 시도할 수도 있었다.

"골짜기를 한 번 돌아보거라. 수확이 있을 수도 있다. 물론 위험이 있을 수도 있다."

진남은 한마디 던지고 육경음을 쳐다보지도 않고 앞으로 걸어갔다.

산골짜기에는 비밀이 가득 숨어 있었다.

하지만 바로 짚어낼 수 없으니 무식한 방법으로 하나씩 찾아야 했다.

육경음은 마음을 차분히 다스리고 나무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한 나무 앞에 도착하자 손바닥을 나무에 올렸다.

잠시 후, 그녀의 눈에 이상한 빛이 스쳤다.

그녀는 순수한 힘을 나무에 주입했다.

나무는 흔들리며 희미한 빛들을 뿜었다.

"나무에 무슨 비밀이 있느냐?"

진남은 어느새 그녀 옆으로 다가와서 물었다.

"내가 느낄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나무들끼리 연결되어 있고 무언가 봉인하고 있다."

육경음은 얼굴이 상기되어 부끄러운 듯 말했다.

"하지만 내 힘이 너무 약해서 봉인을 풀 수 없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엄청난 힘을 육경음에게 주입했다.

육경음은 그 힘을 무령지력(無靈之力)으로 변화시켜 나무에 주입했다.

나무껍질에 이상한 부호들이 떠올라 빛을 뿜었다.

찰칵찰칵-!

족쇄가 풀리는 것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고 나무들이 흔들리더니 나뭇가지들이 떨어지고 줄기가 갈라졌다.

잠시 후, 나무들에서 눈부신 초록색 빛이 솟아올랐다.

그것은 손톱만 한 초록색 수정들이었다.

새파랗다 못해 형언할 수 없는 색깔을 띠었다.

수정들은 허공에 떠오르더니 한곳에 모여 융합되기 시작했다.

수정들이 전부 융합되자 엄청 눈부신 빛이 골짜기에서 폭발해 사방을 초록색으로 물들였다.

진남은 산골짜기에 적막이 사라지고 생기가 회복되는 것을 느꼈다.

다양한 나무와 화초들이 돌멩이를 밀고 싹을 틔우고 쑥쑥 자라나 꽃, 풀, 나무 바다로 변했다.

초록색 빛이 흩어지자 진남은 정신을 차렸다.

"내 심신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진남은 살짝 놀랐다.

진남의 심신은 무상천존 정도로 단련이 되었다.

허공에 있던 초록색 수정이 사라지고 윤반(輪盤)이 나타났다.

윤반은 방원 일 장 크기였고 흐릿했으며 환상과 실체 사이 상태였다.

윤반 겉면에는 수많은 기이한 부문들이 어슴푸레 보였다.

윤반은 아무런 기운도 드러내지 않고 얌전히 산골짜기에 떠 있었으며 초록색 빛을 드리웠다.

이때, 진남은 잠자코 있던 호룡정천인이 살짝 튕긴 것을 느꼈다.

"호룡정천인의 반응까지 이끌어냈어? 윤반형상이 청궁의 최고급 지보야?"

진남은 살짝 놀랐다.

그는 모든 경지들을 사용하고 두 눈에서 신광을 뿜어 윤반형상의 깊숙한 곳을 살펴보았다.

진남은 생기를 보았다.

다른 생기들과 달리 윤반형상에 있는 생기는 모든 것들을 품을 수 있는 것 같고 모든 것의 시작인 것 같았다.

근원의 힘과 조금 비슷했다.

진남은 커다란 손을 만들어 윤반형상을 잡으려고 했다.

진남의 손이 닿으려는 순간 윤반형상은 살짝 흔들리더니 보이지 않는 힘을 뿜어 손을 쳐냈다.

윤반형상은 영지가 있는 것처럼 빠르게 도망가더니 육경음의 몸으로 들어갔다.

육경음의 작은 몸에서 눈부신 초록빛이 뿜어져 나와 그녀를 신성하게 만들었다.

"어……?"

육경음은 경악했다.

윤반형상이 생겨나는 과정을 지켜본 그녀는 윤반형상이 내력이 비범한 지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윤반형상이 스스로 그녀를 선택할 줄이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