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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421화 (1,421/1,498)

1421화 처음으로 신식전장을 마주하다

"경음아, 다른 말은 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염무쌍은 차를 단숨에 들이키고 호탕하게 말했다.

"우리는 통쾌한 사람이지 않느냐? 두 번째 관문은 어찌하면 되는지 얼른 말하거라. 빨리 일을 끝내야 너와 혼례를 올릴 준비를 하지."

육소명은 콧방귀를 뀌었다.

육경음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

"염 오라버니가 그리 말하니 명에 따르겠어요. 도우들도 잘 알 거예요. 전승은 지곤(地坤)의 가운데에 있어요."

신식전장은 지곤과 천건(天乾) 두 개 부분으로 나뉘었다.

지곤은 소선역처럼 광활하기 그지없었고 주경초성부터 주재대성의 무인들이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었지만 주재정상과 천존들은 들어갈 수 없었다.

엽소선이 이 구역을 갈라놓은 것은 구천선역에 주재 강자들이 점점 많아지게 하기 위해서였다.

천건은 천존싸움을 진행하는 곳이었다.

천건은 지곤보다 작았고 지곤처럼 변두리, 가운데, 깊은 곳 같은 구분이 없었으며 남섬전장(南贍戰場)과 북구전장(北俱戰場)으로 나뉘었다.

주재 무인은 천건에 가면 전장을 선택하여 깊이 들어갈 수 있고 기연을 만나 천존으로 진급할 수 있었다.

"이 전승은 선령족이 한 달 전에 발견했고 해무궁이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육경음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해무궁은 엄청 넓어서 우리도 한 번밖에 가보지 못했어요. 하지만 해무궁의 깊숙한 곳에 도착했을 때 막혔어요. 우리를 막은 것은 오래된 벽이었어요. 다섯 명의 주재정상 장로들이 연합을 해서 공격했지만 벽은 끄떡도 하지 않았지요.

자세히 살펴보니 벽에는 다섯 개의 구멍이 있었는데 형태로 보아 다섯 개의 옥이 있어야 할 자리였어요. 다섯 개의 옥은 벽과 가까운 곳에 있는 나무 위에 달려 있었어요. 옥은 아무런 경지가 없었지만 이상했어요. 다섯 장로들이 가까이 다가가면 옥들은 빠른 속도로 도망갔고 우리는 그것들을 가지지 못했어요. 다섯 장로들이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진법을 만들고 문법지기, 심지어는 천존지기까지 사용했지만 역시나 잡지 못했어요."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한 주재 강자가 눈썹을 추켜세우고 물었다.

"선령족은 마지막에 옥들을 가져왔소?"

육경음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고 말했다.

"도우, 우리는 결국 두 개의 옥을 얻었어요. 다섯 장로들이 포기하고 돌아오는 길에 해무궁의 다른 곳을 탐험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화해(花海)를 발견했지요.

화해의 꽃들은 마침 꽃망울을 피우는 중이었어요. 꽃들이 활짝 피자 옥 하나가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오더니 화해에 떨어졌어요. 마치 화해에 누워 휴식을 취하는 것 같았어요.

다섯 주재들이 다시 손을 쓰자 옥은 도망가지도 않았고 우리는 쉽게 옥을 얻을 수 있었어요."

다른 사람도 물었다.

"보기 드문 꽃이요?"

육경음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네. 옥을 가져오자 화해의 꽃들은 이유 없이 시들었어요. 그 뒤로 다섯 장로들이 해무궁의 다른 곳들을 돌아다니며 이틀 동안 겨우 그 꽃을 아흔아홉 송이 모아 옥을 하나 더 잡았어요.

장로들은 계속 꽃을 모아 다른 옥들도 다 가져오려고 했는데 운이 안 좋았지요. 장로들은 꽃을 찾아다니는 도중에 상고의 금제를 건드려 중상을 입고 어쩔 수 없이 돌아왔어요.

이제 도우들도 눈치챘지요? 남은 세 개의 옥을 저에게 가져다주는 자가 바로 제 도려가 될 수 있습니다."

무인들은 미간을 찌푸렸다.

미인을 얻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신비한 꽃을 꺾는 것도 위험한 일이었다.

다섯 주재들은 그것 때문에 중상을 입었다.

한 번에 신비한 꽃을 전부 모아 옥 세 개를 얻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세 개의 옥은 세 무리 사람들의 손에 각각 들어갈 가능성이 컸다.

마지막에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무인들은 마음의 준비를 이미 했기에 물러서지 않았다.

위험한 상황이 되어 두 번째 관문을 성공하지 못하면 그들은 포기하고 해무궁을 구경한 셈 치면 되었다.

대전에 있던 무인들은 서로 전음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얌전히 있던 진남도 다섯 개의 전음을 받았다.

그가 '주재초급'이라는 것을 느낀 무인들이 그와 친하게 지내려고 보낸 것이었다.

진남은 전부 거절했다.

"도우들, 두 번째 관문에는 위험이 따른다. 그러니 지금 포기해도 늦지 않다."

옥묘도인은 말했다.

나서는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옥묘도인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말했다.

"도우들이 계속 참가하겠다고 하니 선령족이 장악한 해무궁의 정보들을 전부 알려주겠다. 도우들은 정보들을 밖으로 흘리면 안 된다."

옥묘도인은 대전에 있는 백 명의 무인들에게 신념을 전했다.

진남은 정보를 대략 훑어보고 신경 쓰지 않았다.

"상황을 다 알았으니 이제는 출발하자. 시간을 더 지체하지 말자."

염무쌍은 찻잔을 탕, 세게 내려놓고 말했다.

그는 자신만만했다.

그는 세 개의 옥을 다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육소명은 염무쌍을 힐끗 보더니 말했다.

"도우들, 나를 따라오시오."

선령족은 문도지기 등급의 배를 준비했다.

무인들이 전부 오르자 배는 하늘로 솟아올라 동쪽으로 움직였다.

신식전장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엽소선과 창이 연합하여 만든 열 개의 선문을 통과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진남의 연맹들처럼 거점을 몰래 만들어놓고 그곳을 통해 들어가는 방법이었다.

대상계에서 진남 연맹을 제외한 무인들 대부분은 십 대 선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십 대 선문은 진남 연맹의 무인들만 공격했다.

엽소선과 창은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든 엄청 위험한 인물이든 상관하지 않았다.

조도와 멀지 않은 곳에 창 연맹이 만든 고래(古萊)라는 성이 있었고 성안에 선문이 하나 있었다.

반 시진이 지나고 선령족의 배는 고래의 성 중앙에 도착했다.

신식전장에서 벌어지는 천존싸움도 아홉 날밖에 남지 않았기에 고래성에는 많은 무인들이 모여 북적이었다.

진남은 뱃머리에 서서 앞을 바라보았다.

성 중앙에는 문 하나가 떠 있었다.

문은 높이가 이천여 장, 넓이가 육백 장이었고 상고의 광석으로 만들어졌으며 가운데에는 소용돌이가 있었다.

문틀에는 엽소선의 무표정한 화상이 새겨져 있고 금빛이 아래로 드리웠다.

문은 문도지기였다.

문 입구에는 두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다.

주경초급인 그들은 갑옷을 입고 무표정으로 서 있었으며 서늘한 기운을 풍겼다.

배가 문 앞에 도착하자 한 무인이 나서서 공수하고 말했다.

"선배님들을 뵙습니다. 선배님들의 내력을 말씀해주십시오."

옥묘도인 등은 놀라지도 않고 불쾌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내력 등을 일일이 말했다.

진남은 자신을 임효천(林曉天)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은 소속이 없는 무인이고 이십오소선역에서 왔으며 윤성법왕(輪聖法王)의 제자라고 했다.

문을 지키는 무인은 진남에게 자세히 물어보고 옥함에 피를 한 방울 떨구라고 했다.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한 무인은 그제야 말이 없었다.

"꽤나 엄격하게 검문하는구나……."

진남은 옥함을 힐끗 쳐다봤다.

진남이 대동천결을 수련하지 않았더라면 통과하기 어려웠다.

엽소선과 창은 진남을 상대하려고 큰 공을 들였다.

"주인님, 엽소선이 세속에 관여하지 않는 동안 오랜 시간을 들여 연기를 연구했다고 합니다. 구천선역에서 엽소선은 연기 일인자라고 불릴 정도였습니다."

무주궁도의 가엽이 진남에게 신념을 전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고시대의 단련을 거쳐 진남은 경지를 수련하는 일에서는 창과 엽소선에 뒤지지 않을 정도라고 자부했다.

심지어 진남은 창과 엽소선보다 더욱 일가견이 있었다.

하지만 창과 엽소선이 장악한 수단, 상황 배치 등 능력은 진남보다 훨씬 뛰어났다.

스승이 세상을 떴고 소속이 없다고 밝힌 후로 뜻밖에도 육소명은 진남에게 말을 걸었다.

심지어 염무쌍도 진남을 바라보며 호탕하게 말했다.

"어지러운 세상이 곧 오니 임 도우 혼자서는 큰일을 하기 어렵다. 이번 일이 끝나면 임 도우는 내 성으로 오너라. 우리 무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자."

진남은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배는 문을 통과했다.

선문들은 무인들을 신식전장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엽소선과 창이 만든 통로로 보내 청궁의 위험들을 피할 수 있게 했다.

몇 시진 후, 배는 청궁의 중현경천에 도착했다.

진남은 처음으로 신식전장을 마주했다.

천지는 옅은 금빛에 덮여있었고 허공의 깊숙한 곳에 있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존재가 천지를 소유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옅은 금빛은 규칙지력이었다.

규칙지력 덕분에 신식전장은 규칙들이 가득하고 쉽게 망가지지 않았다.

규칙지력 덕분에 청궁의 엄청난 생령들이 신식전장에 쳐들어오지 못했다.

엽소선이 다시 살아났을 때에는 고작 주재정상이었고 이런 일들을 할 수 없었다.

엽소선은 원래 신식지지에 있던 비밀을 장악했고 그것을 이용하여 신식전장을 만든 게 분명했다.

혼자 힘으로 위험천만한 청궁에서 이런 전장을 만든다는 것은 식지 경지나 응천 경지의 무상천존만 가능한 일이었다.

배가 금빛으로 들어갔다.

금빛이 진남의 몸에 떨어지는 순간, 배척하는 힘들이 엄청나게 밀려왔다.

신식전장을 만들 때 엽소선은 구천선역에 있는 진씨 성을 가진 자들이 전장에 들어올 수 없게 규칙을 정했다.

진남의 진짜 성은 진씨였고 업보가 크기에 변신하고 이름을 바꿔도 규칙의 영향을 받았다.

'변하라!'

진남은 속으로 외쳤다.

그의 몸에 현묘한 변화가 생겼다.

배척하는 힘은 방향을 잃은 것처럼 떠돌다가 사라졌다.

배는 평온하게 신식전장에 들어섰다.

"어라?"

진남은 눈썹을 추켜세웠다.

청궁의 기운은 대상계와 전혀 달라 경지가 낮은 무인들이 많은 양을 흡수하고 소화하지 못하면 엄청 안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신식전장에는 순수한 영기가 가득했다.

제일소선역보다 열 배는 더 짙었다.

진남은 땅 전체와 꽃, 풀, 모래, 돌멩이에서 현묘한 기운이 풍기는 것을 느꼈다.

"신식전장은 역시 대단하구나. 신식전장을 만든 것만 보면 엽소선과 창은 구천선역의 무도에 큰 공헌을 했구나."

진남은 중얼거렸다.

진남은 누군가 자신을 훔쳐보는 느낌을 받아 시선을 돌렸다.

허공의 깊은 곳에 높이가 일 장 되는 검은색 비석이 있었다.

비석에는 부문들이 가득했고 가운데에 눈 모양이 있었다.

엽소선이 만든 혼천지안은 귀신처럼 신식전장의 모든 것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몽요 등은 혼천지안을 어떻게 해결할 계획이었습니까?"

진남은 가엽에게 전음했다.

"그들은 구천구백아흔아홉 개의 혼천지안들 중 하나만 모기(母器)이고 나머지는 자기(子器)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들의 추측이 맞는다면 모기를 찾아내어 손을 쓰면 혼천지안은 우리를 쉽게 발견할 수 없습니다."

가엽은 대답했다.

배는 빠른 속도로 전진했다.

가는 동안 진남은 많은 보물지를 발견했고 이상들도 겪었다.

주경 또는 주재 강자들이 한 곳을 탐색하고 싸움을 일으키는 것도 발견했다.

진남은 기이한 생령들도 보았다.

생령들은 팔다리가 가늘고 머리가 엄청 컸으며 어떤 생령들은 온몸이 불 같고 어떤 생령들은 팔이 여덟 개였다.

생령들은 경지가 주경부터 주재대성까지 다양했다.

엽소선이 신식전장을 만든 방법은 상고시대에 기원산을 만든 것과 똑같았다.

엽소선은 전장에 수많은 청궁의 생령들을 가두고 규칙을 정해 생령들이 실력을 일부만 발휘할 수 있게 만들었다.

천건에서 열리는 천존싸움은 한 달 동안 지속되었다.

천건의 남섬전장과 북구전장은 모두 허공에 있는 대문을 열어 청궁의 수많은 생령들이 들어올 수 있게 만들었다.

생령들의 경지는 주재로 제압이 되었고 가끔 천존 몇 명이 있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구천선역의 무도는 한꺼번에 나타난 수많은 주재와 천존들을 감당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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