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7화 나는 잘 지내고 있다
빛이 하늘에서 내려오더니 진남의 형상이 나타났다.
"맹주를 뵙습니다!"
"진남 선배님을 뵙습니다!"
제자들은 흥분하여 공수했다.
여러 세력들이 연맹을 맺게 된 건 진남 때문이었다.
진남은 그들의 마음속의 정신적 기둥이었다.
진남은 웃으며 간단히 인사하고는 돌아서 주천불사산을 내려다봤다.
"가십시오."
주심도가 소매를 휘두르자 제사중산 위에 새하얀 안개가 나타나 하늘을 가렸다.
"좋습니다."
진남은 빛으로 변해 안개 속으로 날아갔다.
지금까지 열린 네 개의 산은 진남이 주경으로 진급한 후 오적의 위협을 받은 주심도가 열어준 것이었다.
나머지 산은 진남이 스스로 열어야 했다.
진남은 손가락을 튕겨 눈부신 빛을 뿜어 안개 속에 주입시켰다.
귀청을 찢는 폭발음이 울려 퍼졌고 몇만 리 되는 안개가 흩어졌다.
안개는 짙지 않았지만 매우 현묘하여 보통 힘으로는 열 수 없었다.
진남은 반보영생불멸지체, 불후상마진결을 움직여 눈부신 성마지광으로 변해 구름 속으로 날아올랐다.
제일중산에 있던 제자들의 눈에 진남은 전설 속의 신처럼 세상 모든 것을 초월했고 위엄이 있었다.
"깨거라!"
진남은 주먹을 내밀었다.
안개가 부서졌고 새로운 공간이 나타났다.
"제오중산에는 일흔여섯 곳의 보물이 있다. 주재 이하의 무인들은 모두 제오중산에 들어갈 수 있다. 보물이 있는 곳에는 많은 기연들이 있다. 한두 개를 얻는다면 역천개명할 수 있을 것이다."
주심도는 높은 소리로 말했다.
제자들은 깜짝 놀랐다.
지금 그들 연맹에게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인가?
바로 단련하는 곳이 없었다!
구천선역에 비경들이 많고 모두 기연이 있어 경지를 높일 수 있었다.
하지만 구천선역의 거의 모든 세력들이 그들을 공격했다.
그들은 비경으로 간 후 신분이 발견되면 쫓기고 위험에 처했다.
그런데 지금은 산이 한 개 열리니 문제가 해결되었다.
"좋다!
능황천존은 감탄했다.
진남은 멈추지 않고 날개를 활짝 펼친 금시대붕처럼 순식간에 제오중산의 꼭대기로 날아갔다.
그곳은 안개가 자옥했다.
그곳의 안개는 붉은색으로 변했는데 마치 신화가 타오르는 것 같았다.
진남은 쉬지 않고 또 주먹을 날렸다.
하늘 가득하던 안개가 모두 사라졌다.
제육중산이 나타났는데 많은 선광이 뿜어져 나왔고 선음이 들렸다.
"제육중산, 금과지지(金戈之地)다. 이곳에는 연기에 사용하는 재료들이 가득하다. 천존 이하의 무인들은 모두 들어가 마음에 드는 재료를 골라 법보를 만들 수 있다!"
주심도의 목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제자들이나 주재 등급의 거물들이나 모두 크게 놀랐다.
진남은 멈추지 않고 위로 날아 올라갔다.
"제칠중산, 칠오지지(七悟之地). 이곳에는 일묘련대(一妙蓮臺), 이법선굴(二法仙窟), 삼재신수(三才神樹), 사상화해(四象花海), 오행석도(五行石道), 육합보탑(六合寶塔), 칠성천도(七星天圖)가 있는데 모두 매우 신기하다. 무상천존 이하, 천선 이상의 무인들은 모두 한곳에 한 번씩 들어가 폐관하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제팔중산은 환천전장(幻天戰場)이다. 무상천존 이하, 천선 이상의 무인들은 안에 들어가면 자신보다 몇 배나 강한 환상을 만나게 되고 그것과 싸워야 한다."
"제구중산은 절세의 땅이다. 이곳에는 구만 구천구백아흔아홉 개의 선복 등급을 초월한 천재지보들이 있다. 천재지보들은 모두 무상의 효능이 있고 주재 이상이라야만 세 개를 뜯을 수 있다!"
주심도의 설명을 들은 제자들과 강자들은 모두 크게 놀랐고 시끌벅적했다.
'진남이 한꺼번에 제구중산까지 열다니. 산마다 이렇게 강한 현묘함이 있다니!
열 개의 산은 강해지는 지름길이구나!'
주심도와 가엽의 눈에도 빛이 스쳤다.
전에 주제가 주천불사산에 올랐을 때는 천존 정상의 경지에 도달한 후 제구중산을 열었다.
그런데 진남은 주재 정상의 경지로 제구중산을 열었다.
* * *
같은 시각, 제구중산.
진남은 천지를 흔드는 짙은 영기를 느끼고 마음이 흐뭇했다.
'주천불사산은 둘도 없는 보물산이구나! 이곳의 천재지보들로 선단을 만들 수 있겠다.'
진남은 골치가 아팠었다.
그는 무상단법을 얻었지만 구천선역은 주천만계와 달라 천재지보가 많지 않았다.
"천재지보들에서 풍기는 기운으로 보아 삼전선단이나 사전선단을 만들 수 있겠다."
진남은 중얼거리더니 고개를 들고 앞을 바라보았다.
제오중산에서부터 제구중산까지 모두 안개에 가렸다.
안개의 색깔이 달랐고 현묘한 정도가 조금씩 달랐다.
그러나 제십중산으로 가는 길에는 문이 나타났다.
문은 높이가 삼만구천 장이고 넓이가 만천 장이었는데 신혈(神血)로 만든 거라 시뻘겋고 빛을 반짝거렸다.
문은 조용히 서서 주천의 오묘함을 눌렀다.
누구든 문을 보는 첫 순간 자신이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진남도 문의 기세에 두려움을 느꼈다.
'천극방, 주천불사산은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근원의 힘의 일부분이 변한 것이다. 그들의 본질은 큰 차이가 없겠다.
천 형은 천극방을 완전히 장악했고 매우 강하다. 그런데 주 선배님은 왜 주천불사산의 힘을 발휘할 수 없고 강하지도 않지?
나는 상고시대에 무상천존에 올랐다. 그런데 이 문은 나를 위협할 수 있다. 이 문은 무상천존보다 더 강한 것 같다. 문조차 이렇게 강한데 문 뒤의 광경은 어떠할까?
주천불사산은 천극방보다 훨씬 강하겠다. 이건 더 도리에 맞지 않다.'
진남은 생각하더니 몸을 날려 칼을 내리쳤다.
'우선 문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보자!'
두웅-!
문을 내리쳤는데 묵직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남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칼은 대문에 흔적도 남기지 못했고 문을 흔드는 건 어림도 없었다.
"대동천결!"
진남은 근원지체를 드러냈고 기운이 빠르게 강해졌다.
"일체어건곤(一體禦乾坤)!"
진남은 크게 소리치며 반보영생불멸지체, 불후상마진결 그리고 궁우태황경 등 문도법을 전부 움직였다.
그의 등 뒤에 빛이 솟아올랐다.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도법을 움직인다고 법술을 사용한 사람은 더 강해지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도법들마다 움직이는 방식이 다르고 들어있는 의지가 다르기에 서로 부딪히면서 혼란스러워지고 전력이 떨어지거나 중상을 입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진남은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
반보영생불멸지체나 불후상마진결 등은 질서 있게 움직였고 서로를 건드리지 않았다.
"만법화일도(萬法化一刀)!"
진남은 체내의 근원의 힘을 전부 드러냈다.
그것들은 무형의 실처럼 반보영생불멸지체와 불후상마진결 등 도법들의 힘과 의지를 전부 연결시켜 기묘한 일체를 이루었다.
마지막에 그것들은 도광으로 변했다.
진남이 단천도를 완전히 내리치자 도광은 사방을 환하게 비추었고 비교할 수 없는 기세에 주위의 허공이 떨렸다.
두웅-!
산처럼 큰 종이 울리는 소리가 세상에 울려 퍼졌다.
진남은 다른 점을 발견했다.
그는 기뻐할 새도 없이 눈살을 찌푸렸다.
대문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좀 전과 달리 대문은 진남의 공격에 화가 난 것 같았다.
문에 부호가 나타났고 방대한 힘을 폭발해 진남을 공격했다.
진남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는 빠르게 대연세계산의 산의를 드러내 자신을 보호했다.
쿠웅-!
산의가 부서지고 나머지 힘이 진남의 가슴을 때렸다.
진남은 유성처럼 허공을 날아 제구중산의 땅에 떨어졌고 먼지가 날렸다.
진남은 목구멍이 따끔했고 피를 토해 금황색 절세의 땅을 물들였다.
그는 가슴이 크게 아팠고 갈비뼈가 네 개가 부러졌다.
네 개는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진남은 근원지체이고 반보영생불멸지체이기도 하고 황보절의 법신도 융합하였기에 육신의 힘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평범한 정상천존은 그의 방어를 뚫을 수 없었다.
"괜찮습니까? 제십중산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았습니까?"
주심도와 가엽이 다가왔다.
주심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전에 주제는 영생불멸지체를 얻고 무상천존이 된 후 전력을 다해 대문을 공격했습니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대문은 조금도 상처를 입지 않았고 주제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많은 천재지보를 써서야 겨우 회복했습니다."
진남은 입꼬리가 비틀렸다.
'대문이 이렇게 강하다고? 근데 알면서 왜 진작에 말해주지 않았습니까?'
이때, 묘묘 공주와 강벽난도 날아왔다.
주천불사산 전체가 시끌벅적했고 능황천존 등 거물들도 참지 못하고 다른 산 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녀들은 진남에게만 신경이 쏠렸다.
진남을 본 묘묘 공주는 화들짝 놀랐다.
"소남자, 괜찮아? 누가 너를 다치게 한 거야?"
"어, 괜찮다. 갈비뼈 몇 개를 다쳤을 뿐이다."
진남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무언가 생각나 물었다.
"맞다. 입도는? 대전에서 그녀를 보지 못했다. 설마 또 나갔느냐?"
강벽난은 입을 가리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몽요 언니는 네가 그녀 때문에 사마천존 등을 만나러 갔다는 말을 듣자 사고를 쳤다고 생각하고 네가 벌을 내릴까 봐 궁전에 숨었어. 네가 화를 내지 않으면 만나겠다고 했어."
진남은 화가 나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
'전에 입도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얼마나 용감했던가? 그런데 지금은 어린애처럼 쓸데없는 생각이나 하는구나…….'
"맞다. 그동안 구…… 여제가 돌아왔었느냐? 여제는 지금 어디 있느냐?"
진남은 물었다.
진남은 진작부터 묻고 싶었다.
하지만 주천불사산에 돌아오자 많은 일이 발생했고 진남은 그 일들을 먼저 처리해야 했다.
"우리도 비월 언니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 그동안 비월 언니는 대상계에서 사라졌는지 구천선역에서는 비월 언니의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그런데 반년 전에 잘 지내니 걱정하지 말라고 신념을 전해왔다."
묘묘 공주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비월 언니에게 어디 있는지 물어보고 신념을 전했지만 대답이 없었다."
진남은 한숨을 내쉬었다.
'잘 지내니 걱정하지 말라고……?
아니, 여제는 아무 일 없을 것이다. 때가 되면 돌아올 것이다.'
* * *
그 시각, 청궁, 상현경지, 한 동굴 안.
예쁜 여인이 동굴 벽에 기대 있었다.
여인은 안색이 창백하고 호흡이 약했으며 새하얀 치마에 시뻘건 핏자국이 가득했다.
핏자국은 적이 아닌 여인의 피가 치마에 물들어 마른 것이었다.
동굴 밖에서는 윙 윙 소리가 났다.
마치 큰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
가끔씩 부딪히는 소리도 들렸다.
동굴 밖 어둠 속에 엄청난 물건이 동굴 안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동굴 입구의 부서진 조각에서 뿜어져 나온 약한 금빛이 동굴 입구를 덮지 않았다면 엄청난 물건은 진작에 쳐들어왔을 것이었다.
예쁜 여인은 머리가 아프고 흐리멍덩했으며 눈이 감겼다.
하지만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납계에 신념을 주입했다.
그녀의 납계는 텅 비었고 단약 세 알과 조용한 영패들이 몇 개 있었다.
청궁에 온 후 그녀는 허튼 생각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영패를 변화시켰다.
그녀는 영패로 신념을 전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신념을 받을 수 없었다.
단약을 한 개 삼키자 그녀는 몸이 편안해졌다.
"전음할 시간이 된 것 같구나……."
영패를 꺼내 신념을 전하려던 그녀는 기침을 했고 입가에 피가 흘렀다.
그녀는 손으로 핏자국을 닦고 전음했다.
"나는 잘 지내고 있다, 걱정하지 말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