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1409화 (1,409/1,498)

1409화 다시 돌아오다

청궁 문밖.

"어떻게 되었습니까?"

도장에 남아 있던 계현과 용도천존은 천극방의 영을 보자 얼른 물었다.

"지금 육신을 다시 회복하고 생기를 깨우는 중이다. 삼혼칠백이 천천히 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천극방의 영은 속삭였다.

그의 두 눈에 부드러움이 가득했다.

명초노조는 진남을 바라보았다.

진남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명초노조는 한숨을 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상황을 자세히 모르지만 그도 이상함을 느꼈다.

"잘 됐습니다. 정말 기쁜 소식입니다."

계현은 흥분했다.

"천 형, 도려가 부활한 것을 축하해서 근원의 힘을 열어 우리가 수련하러 갈 수 있게 해주겠습니까?"

천극방의 영은 눈을 흘기고 그를 무시했다.

하지만 진남은 천극방의 눈에 차가운 빛이 스친 것을 발견했다.

"천 형도 눈치챈 것 같은데……."

진남은 중얼거렸다.

그는 무기력함을 느꼈다.

분명 속임수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귀띔해줄 수도 없고 변화시킬 수도 없었으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진남은 고개를 저어 생각을 떨쳐버리고 마음을 다스렸다.

"천 형, 계현, 용도 선배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저는 떠날 때가 되었습니다."

계현은 어안이 벙벙했다.

"어디로 가는 거요?"

진남은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

"이 세상을 떠나오."

계현과 용도천존은 표정이 굳었고 천극방의 영은 흠칫 놀랐다.

"가려면 얼른 꺼지거라. 너를 보는 것도 귀찮다."

천극방의 영은 아무렇지 않은 듯 손을 저었다.

계현과 용도천존도 정신을 차리고 놀라서 말했다.

"자네 설마 주천……."

진남은 그들이 채 말하기 전에 대답했다.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줄곧 속여서 죄송합니다.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제 입으로 진실을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분위기가 딱딱해졌다.

오적은 입을 삐죽거리고 말했다.

"떠나는 게 무슨 큰일이라고 그러느냐? 나중에 다시 보면 되지. 자, 이제 좋은 곳에 가서 술이나 마시자!"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술자리가 만들어지고 분위기가 뜨거웠다.

계현은 경지를 봉인하고 얼굴이 시뻘게지고 취할 때까지 마셨다.

쓰러지기 전에 그는 진남의 어깨를 잡고 똑똑하지 않은 발음으로 말했다.

"형님, 나는 어떻게 하면 좋소? 복수를 하고 싶지만 내가 손을 쓸 수 없지 않소? 부모님을 죽일 수 있겠소? 아니면 친형님을 죽일 수 있겠소? 그건 불가능한 일이요…….

솔직히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지만 나에게 형제는 형님뿐이요. 고비는 절반짜리이고……. 갔다가 돌아와야 하오. 나는 형님을 기다리겠소……."

진남은 말없이 술을 한잔 두잔 기울였다.

마지막에 진남도 조금 취했다.

그는 천극방의 영에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천 형, 좌현노인은……."

천극방의 영은 하늘을 바라보며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리아가 살아나면 그자에게 고마워하고 보답을 할 거다. 리아가 죽으면 그자는 죽어야 한다. 아니,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게 살게 할 거다."

"천 형, 미안합니다."

진남은 한참 침묵하더니 말했다.

'아무것도 말씀드릴 수 없어서 미안합니다. 상황을 변화시킬 수 없어서 미안합니다.'

천극방의 두 눈에 차가움이 사라졌다.

그는 살짝 웃으며 통쾌하게 말했다.

"나에게 왜 사과를 하느냐? 우리가 언제부터 그런 사이였느냐? 주천만계로 가는데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내가 각성을 하면 주천만계로 쳐들어가서 너를 잡아 오겠다. 그때 네 녀석을 단단히 혼내줄 거다."

마지막에 천극방의 영은 진남에게 선천무체에 대해 알려주었다.

하지만 진남은 각성을 할 생각이 없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이었다.

열흘이 지나고 그날이 왔다.

진남은 호룡정천인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는 시공지력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진남은 심호흡을 했다.

그는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고 기세가 빛으로 변했다.

천극방의 영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지 못해 아쉬움이 남은 진남은 돌아가면 천극방의 영과 맹리아의 죽음을 제대로 조사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창, 엽소선 이제 벌을 받을 준비가 되었느냐?'

시공지력이 밀려오고 진남과 명초노조의 영혼이 육신에서 사라졌다.

옆에서 지켜보던 오적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 * *

후세의 구천선역.

진남 등이 시도족의 금지를 통해 상고시대로 간 지도 일 년 육 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구천선역은 상고시대의 엄청난 싸움의 그림자에서 벗어났다.

무도의 불길이 다시 타올랐고 주경강자들은 신식전장에 들어가 신식전장의 규칙에서 좋은 점을 얻었고 주재 강자로 거듭났다.

이틀에 한 번꼴로 주재 강자로 진급하는 주경 강자들이 있었다.

때문에 주재 경지들은 더 이상 거물이라 불리지 않고 강자라고 했다.

구천선역에 있는 대세력의 제자들이나 소속이 없는 무인들이나 천선 경지, 패자, 구천지존 등 경지가 되면 모두 희망을 품고 제일소선역 혹은 비경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기연을 찾으러 다녔고 하루빨리 주경 강자가 되어 신식전장에 들어가려고 했다.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은 형세가 긴장했고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았다.

세상에 천존만 존재한다면 힘의 균형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창과 엽소선이 무상천존이 된다면 그런 평화는 깨지게 될 것이었다.

구천선역을 뒤흔든 무상천존의 싸움이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재난을 잘 이겨내려면 무인들은 최선을 다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 * *

그 시각, 주천불사산.

궁우태황종, 천허조교, 태청고교, 시도족 등 세력들은 이미 재건을 마치고 새로운 하나의 종문이 되었다.

능황천존은 어떤 일에도 개입하지 않고 매달 하루를 내서 오중천(五重天)에서 제단을 열고 설법을 했다.

구체적인 일들은 주재들과 묘묘 공주, 강벽난, 설몽요가 집행했다.

제사중천(第四重天)의 한 선궁에 금사치마를 입고 새하얀 팔에 금색 팔찌 한 쌍을 낀 묘묘 공주가 있었다.

그녀는 예전의 장난스러운 모습이 아니었고 풋풋함이 사라졌다.

그녀는 고귀하고 성숙했다.

"보고드립니다! 십오소선역에서 좌명도인(左明道人) 등이 함정에 빠져 열 명의 주경 강자들에게 포위되었습니다. 우리가 충분한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한 시진에 한 명씩 죽이겠다고 합니다."

"보고드립니다! 신식전장에서 장남(張男), 야고도인(野孤道人), 우항(于航) 등이 여러 세력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우리와 연맹을 맺은 이씨 가문과 왕씨 가문이 몰래 도움을 줘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생명의 위험은 없지만 기회를 전부 잃었습니다."

"보고드립니다! 몇십 명의 천선 경지 제자들이 현가비경(玄可秘境)에 들어섰을 때 여러 세력과 무인들의 공격을 받아 전부 죽었습니다. 한 명도 살아남은 자가 없……."

소식을 전하는 무인들의 목소리에는 차가움이 가득했고 분노가 느껴졌다.

강벽난은 무표정으로 손가락을 짚으며 입을 열었다.

"좌명도인 등을 붙잡은 자들과 협상을 하거라. 그들의 요구를 최대한 들어줘라. 천재지보를 잃더라도 그들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장남 등은 주천불사산으로 돌아오라고 하거라. 한 달 안에 다시 신식전장에 가지 말라고 전해라."

묘묘 공주도 손가락으로 짚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를 공격한 자들은 누가 되었든 영세비(永誓碑)에 새기거라. 우리가 지금 그들을 어떻게 하지 못하지만 언젠가 기회가 있을 거다."

반 시진 후, 묘묘 공주와 강벽난은 일들을 전부 처리했다.

묘묘 공주는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이 점점 힘들어지는구나……."

그동안 일부 세력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그들을 공격했다.

그들을 제압하고 살해함으로써 엽소선의 환심을 사려고 했다.

엽소선은 또 명령을 내려 무인들 대부분이 그들을 적으로 생각하고 공격하게 만들었다.

강벽난은 뒤로 기대어 앉으며 말했다.

"상황이 복잡해질 것은 예상했다. 이것은 우리가 감당해야 할 재난이다. 내가 걱정되는 것은 창이 일 년 반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갔는지도 알 수 없다. 게다가 우리 사람들은 여러 세력의 탄압을 받고 있고 신식전장에 몰래 들어가는 일도 해결하지 못했다. 그럼 더욱 피동적이 될 텐데……."

묘묘 공주는 그 말을 듣고 활짝 웃었다.

"설몽요가 해결할 거다."

* * *

같은 시각 시도족.

일 년 동안 시도족의 사람들은 선령족의 공격을 받아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남은 시도족의 사람들은 절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스스로 문제점을 더 잘 파악하고 불굴의 의지를 가지게 되었다.

그들은 마음속에 희망을 품고 있었다.

"족장……."

시도족의 주재 강자가 상처를 치료하면서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가 바라보는 곳의 끝에는 시도족의 금지가 있었다.

금지는 여전히 봉쇄된 상태였다.

그동안 선자들이나 심지어 천존들까지 와서 시도했지만 열지 못했다.

그곳은 시도족의 희망이 있는 곳이었다.

그는 시선을 거두었다.

* * *

그 시각, 봉쇄된 금지.

엄청난 흡입력이 깡마른 몸에서 폭발하더니 천재지보들의 힘을 전부 흡수했다.

두 개의 육신이 눈꺼풀을 움직이더니 천천히 눈을 떴다.

그들은 두 눈에서 빛이 번쩍거렸다.

천재지보들이 전부 빨려 들어가고 두 개의 방대한 기세가 대전 전체를 흔들었다.

상고시대로 갔던 진남의 심의가 드디어 육신으로 돌아왔다.

진남은 주변을 살펴볼 새도 없이 몸에 강한 힘이 생겨난 것을 느꼈다.

강한 힘은 강처럼 힘차게 흐르며 진남의 몸을 훑었다.

진남의 육신은 고작 주재정상이었다.

하지만 그는 상고시대에서 응천경지의 무상천존까지 진급했다.

본체로 돌아온 진남은 규칙지력에 대한 이해나 여러 신비함에 대한 이해가 본체를 훨씬 초월했고 덕분에 본체도 탈바꿈을 하게 되었다.

진남은 두 눈을 감고 대동천결과 시공성전을 움직여보았다.

진남의 육신에는 근원의 힘이 없고 시공지력의 낙인도 없었다.

하지만 진남이 두 공법에 대한 이해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진남은 다시 수련을 해야만 전보다 속도가 빠르고 시간도 적게 소모할 수 있었다.

* * *

그 시각, 주천불사산.

쿵-!

오중천 위에 옛 그림이 솟구쳐 올랐다.

그것은 바로 무주궁도였다.

진남이 상고시대로 갈 때 진남은 무주궁도를 육신에 남기지 않았다.

엽소선이 천존으로 진급하면 진남을 따르던 자들은 편안한 날이 없을 게 분명했다.

때문에, 진남은 무주궁도를 주천불사산에 남겨 묘묘공주 등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했다.

슉-!

수많은 빛들이 떨어져 형상을 이루었다.

바로 주심도였다.

무주궁도와 주심도의 출현에 사방이 놀랐다.

주재강자들은 의아해서 고개를 들고 바라보았다.

"주 할아버지, 가엽 할아버지, 무슨 일이……."

묘묘 공주와 강벽난도 의아했다.

"주인님의 육신에 변화가 생긴 것을 느꼈다."

가엽은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나도 느꼈다."

주심도도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 변화가 생겼다고?"

묘묘공주와 강벽난 그리고 주재강자들은 안색이 바뀌었다.

일 년 전에도 이런 변화가 있었다.

그때는 시도족의 족장인 항원이 다스리던 신병의 기영이 먼저 알아차렸다.

한 달 뒤 기영은 하늘을 항해 포효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항원의 생기가 사라진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항원은 상고시대에서 죽었지만 그의 육체도 조금씩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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