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8화 결국 살리지 못한 거구나
청궁의 상현경지.
진남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공수하고 웃으며 말했다.
"천 형, 무상천존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천극방의 영은 몸에서 신광을 뿜었다.
그는 최대한 거두려고 했지만 기운이 사방으로 퍼졌다.
상현경지의 생령들은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천존과 무상천존은 두 글자 차이지만 천지차이였다.
"뭐 축하할 게 있느냐? 고작 식지 경지의 무상천존이다."
천극방의 영은 손을 젓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공지광에 있을 때와 많이 다르구나. 바로 지도 경지의 무상천존이 될 수 없었다."
한숨을 쉬기는 했지만 천극방의 영은 전혀 실망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지도 경지의 신비함을 겪어봤기에 시간을 조금만 더 들이면 지도 경지로 진급할 수 있을 것이었다.
옆에 있던 오적은 눈을 흘기고 말했다.
"천극방, 너무 건방지구나. 바로 식지 경지로 진급했는데도 불만이냐? 네가 청궁의 주인이라도 되는 줄 아느냐?"
진남이 오적을 쳐다보았다.
이때, 천극방의 영의 목소리가 진남의 식해에 울려 퍼졌다.
"우리는 아직 청궁에 어떤 비밀이 숨겨졌는지 전혀 모른다. 호룡정천인이나 주선신비 등이 어떤 꿍꿍이가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내가 선천도체라는 것을 우선은 비밀로 하자. 우리도 빠져나갈 길은 남겨둬야지."
청궁에 있는 엄청난 것들과 비교했을 때 천극방의 영의 우세는 딱 하나였다.
그가 십 대 선천지체인 선천도체라는 사실이었다.
진남은 그의 뜻을 알아차렸다.
진남은 물었다.
"천 형, 선천도체를 각성할 수 있습니까?"
진남은 후세에 천극방의 영이 창에게 살해를 당한 일이 떠올랐다.
'천극방의 영이 시공지광에서 각성한 선천도체를 대상계에서는 각성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납득이 된다. 창이 무상천존으로 진급하면 실력이 보통은 훨씬 넘을 것이었다. 그럼 천극방의 영을 죽일 수도 있을 거다.'
천극방의 영은 이상한 표정으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묻느냐? 당연히 각성할 수 있지. 이미 한 번 각성을 했는데 두 번째는 식은 죽 먹기이다. 하지만 이곳은 각성할 만한 곳이 아니다. 천극방에 돌아가면 다시 수단을 펼쳐 청궁의 것들이 모르게 각성할 생각이다."
진남은 입을 다물었다.
모든 것이 매듭을 지었다.
'무상천존으로 진급한 지 얼마 안 된 창이 어떻게 지도 경지에 선천도체를 가지고 천극방에 있는 천극방의 영을 죽일 수 있을까?'
"허허. 실망하지 말거라. 네가 선천무체를 각성하게 도와줄게. 선천무체를 각성하는 일도 쉽지 않다. 하지만 너는 선천지체와 인연이 있으니 선천지체가 되기 쉬울 거다."
천극방의 영은 진남의 어깨를 두드렸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천극방의 영이 선천무체에 대해 알고 있었어?''
진남은 더 물어보려고 했지만 오적이 그들을 재촉했다.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주선신비로 가자. 금동하고 놀지 못한지도 한참이나 되었다……."
천극방의 영은 살짝 놀라더니 진남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가자, 좌현노인이 나를 속였는지 한번 보자."
천극방의 목소리에 차가움이 묻어났다.
진남 등이 주선신비에 도착하자 눈부신 금빛이 용솟음치며 길을 만들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좌현노인과 우공노조가 금빛 길의 좌우에 서 있었다.
"대인을 뵙습니다."
그들은 오적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천극방의 영에게도 읍을 했다.
"도우, 무상천존이 되어 제황의 되는 길이 열린 것을 축하하오."
우공노조는 계속 말했다.
"도우, 진급을 한 것은 좋은 일이오. 이번 일을 해결하고 내가 도우를 위해 직접 연회를 준비하여 축하해주고 싶소. 어떻게 생각하시오?"
그는 눈빛을 반짝거리며 천극방의 영과 친해지려고 애썼다.
천극방의 영은 고민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미소를 짓고 말했다.
"고맙소, 우공 도우."
좌현노인은 그 모습을 보고도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는 살짝 미소를 짓고 말했다.
"천극방 도우, 우리 사람을 구하러 갑시다."
두 기영의 안내 하에 그들은 곧 주선제동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시공지광을 겪은 후 진남은 이곳이 더 대단하다고 느꼈다.
전부 폭발을 하면 무상천존보다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었다.
주선제동이 어느 강자의 눈인지 아니면 천지의 조화로 나타난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청궁의 주인이 만든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오적의 태도로 보면 호룡정천인보다 약하지 않은 보물이라고 진남은 생각했다.
좌현노인은 오적을 바라보며 공손하게 말했다.
"대인, 손을 써서 금지를 진압해주십시오. 아니면 불필요하게 시끄러운 일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오적은 시원시원하게 대답했다.
"이름도 없는 금제이니 쉽게 진압할 수 있다."
오적은 호룡정천인에서 엄청난 힘을 뿜어 금제를 진압하게 했다.
진남은 호룡정천인을 보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청궁의 이상한 규칙만 아니라면 후세에서 호룡정천인을 얻은 진남은 온 힘을 다해 사용했을 것이었다.
호룡정천인의 방대한 힘은 모든 것을 없앨 정도로 강했다.
"천극방 도우, 이제부터는 자네 실력을 발휘할 때요. 주선제동 앞에서 집중하여 호흡을 하면 남아있는 맹리아의 영성을 느낄 수 있을 거요."
좌현노인은 말했다.
"알겠소."
천극방의 영은 그를 한번 보더니 무뚝뚝하게 대답하고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는 주선제동을 보지 않고 두 눈을 감았다.
마음속에 있던 수많은 생각이 사라지고 활짝 웃는 여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좌현노인은 진남에게 미소를 짓고 말했다.
"임 도우도 수확이 크구나. 이 부적을 받거라. 주선 후계자가 정해지면 너에게 전음하겠다."
우공노조는 못마땅한지 콧방귀를 뀌었다.
진남이 거절하려고 하자 좌현노인이 알아차리고 말했다.
"임 도우, 우선 거절하지 말거라. 나중에 내 생각을 들어보고 다시 결정하거라."
그의 말에 진남은 거절하기도 멋쩍었다.
그렇다고 좌현노인에게 미래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어느새 다섯 시진이 지났다.
천극방의 영은 호흡이 점점 가빠졌다.
그는 어둠 속에서 맹리아의 형상을 '보았다.'
그녀는 두 눈을 감고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으며 두려운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녀는 옅은 흰색 빛을 뿜었고 곧 시들어버릴 신의 꽃 같았다.
좌현노인은 눈치채고 전음했다.
"천 도우, 맹리아를 느꼈소? 그녀가 생전에 사용하던 물건으로 대상계의 초혼술(招魂之術)을 사용하여 불러오시오."
천극방의 영은 준비했던 옥팔찌를 꺼냈다.
그는 기세를 드러내고 한 손으로 결인을 만들었다.
좌현노인이 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천극방의 영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여 금술을 사용했다.
천극방의 영은 근원의 힘을 태워 '황천천혼귀(黃泉天魂歸)'라는 술법을 최대로 움직였다.
황천의 기운이 흩어졌다.
천극방의 영의 뒤로 황천의 강이 흐릿하게 보이고 마신들의 신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윤회를 거스르고 영혼은 돌아오너라!"
천극방의 영은 고함을 질렀다.
'황천'에서 수많은 노란색 손이 나와 주선제동을 잡으려고 했다.
우공노조는 그 모습을 보자 긴장해서 수시로 도망칠 준비를 했다.
'천극방의 영이 한 행동에 주선제동이 화를 낸다면…….'
주선제동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잠자코 있었다.
노란색 손들이 위에 닿자 주선제동은 눈부신 신광을 뿜어 손을 박살 냈다.
천극방의 영은 표정이 살짝 변했다.
그는 노란색 손 하나가 무사히 주선제동의 깊은 곳까지 들어간 것을 발견했다.
노란색 손은 신비한 어둠 속으로 깊이 들어가서 맹리아의 형상을 잡아당겼다.
천극방의 영은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육신을 데려오너라!"
그의 앞에 파동이 일더니 맹리아와 똑같이 생긴 육신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녀는 생기가 없었고 신광 다섯 개가 번쩍였으며 몸 안에는 근원의 힘이 흐르고 있었다.
"근원의 힘과 오행신광(五行神光)으로 만든 육신?"
좌현노인과 우공노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 육신이면 훌륭했다.
"새로운 몸의 주인이 되거라!"
천극방의 영은 주의력을 집중하여 맹리아의 형상을 육신에 주입했다.
육신이 흔들리고 근원의 힘이 빠르게 흐르며 소리를 냈다.
반 시진이 지나고 육신에서 생기가 느껴졌다.
곧 사라질 것처럼 위태로운 생기였지만 어둠을 밝히는 불빛처럼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살렸다!"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천극방의 영은 맹리아를 살렸다. 그렇다면 성천력 이천오십 년에 죽는 금동 소녀는 누구일까?'
진남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천극방의 영이 눈을 부릅뜨고 온 몸에서 신광을 뿜는 것이 보였다.
엄청난 기세가 위쪽에 모여 진남을 공격할 것 같았다.
"응?"
오적은 호룡정천인에 앉아 수많은 신마들을 제압하며 왕이 된 것 같은 시선으로 내려다보았고 위엄이 가득했다.
우공노조와 좌현노인은 안색이 살짝 변해서 공수하고 물었다.
"천 도우, 왜 화를 내시오?"
천극방의 냉소를 짓고 천둥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왜 화를 내냐고? 자네들은 안 보이시오? 리아는 생기가 생겼지만 여전히 혼과 백이 없고 깨어날 기미도 보이지 않소."
진남이 살펴보니 천극방의 영의 말이 맞았다.
맹리아는 두 눈을 감고 있었고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육신에는 생기가 생겼지만 죽은 사람 같았고 깊은 잠에 빠져 깨어날 것 같지 않았다.
우공노조는 눈을 굴리더니 호통을 쳤다.
"좌현! 감히 내 형제를 속인 거요?"
그도 화가 나서 기세를 드러냈고 사방이 흔들렸다.
그는 천극방의 영을 위해 화를 내는 것 같았다.
좌현노인은 어이가 없어서 실소를 터뜨렸다.
"천 도우, 자네가 잘 모르는 거 같소. 맹리아는 주선제동의 영성이 변한 것이오. 영성은 주선제동으로 돌아갔지만 맹리아는 주선제동의 기운이 묻어있소. 그녀가 새로운 육신에 들어갔지만 대상계로 가서 천천히 회복해야 하오. 그래야 삼혼칠백이 나오고 깨어날 수 있소."
오적은 잠깐 고민하더니 말했다.
"천극방, 영감탱이의 말이 일리가 있는 것 같다."
천극방의 영은 그 말을 듣더니 기운을 거두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얼마 동안 회복을 해야 깨어날 수 있소?"
좌현노인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삼십삼소선역의 근원의 힘부터 시작해서 제일소선역의 근원의 힘의 도움까지 받아야 하오. 그러면 아마 성천력 이천오십 년 전에는 깰 수 있을 거요."
진남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천오십 년! 그 해에 천극방의 영은 이상한 임무를 내렸다. 비슷한 해에 금동 소녀가 살해를 당했다.'
"결국 살리지 못한 거구나……."
진남은 중얼거리고 좌현노인을 바라보았다.
진남의 두 눈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
'왜 이렇게까지 했는데 맹리아는 죽었을까? 좌현노인이 무엇을 숨겼거나 다른 수를 남겨 둔 게 분명하다. 그래서 천극방의 영은 어떻게 해보지도 못하고 맹리아가 죽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을 거다.'
"좋소. 이천오십 년까지 리아가 깨어나지 못하면 자네를 찾아오겠소!"
천극방의 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고 맹리아의 육신을 거두었다.
"그렇게 하시오."
좌현노인은 웃으며 말했다.
"오 형, 우리 갑시다."
"그래."
오적은 좌현노인을 힐끗 바라보며 위엄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는 진남 등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
좌현노인은 그 모습을 보자 눈빛이 그윽해졌다.
그는 옆에서 비웃는 우공노조도 무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