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7화 여러 일들을 살피다
'이 육신을 어디에 보관하면 좋을까? 평범한 곳은 절대 안 된다. 몇만 년이 흐르면 육신이 부패해지고 신이(神異)를 잃을 것이다. 순수한 힘이 가득한 곳은 육신을 강화할 수 없지만 적어도 부패하지 않을 거다. 그리고 절대적으로 안전한 곳이어야 한다. 창에게 들키면 더욱 불리하다.'
"그곳에 둘까?"
진남은 좋은 곳이 떠올랐다.
바로 열 개의 천존의 나무가 나타난 신비한 곳이었다.
그곳을 지키는 존재는 엄청난 경지에 이르렀고 천극방의 영보다 실력이 조금 못했다.
"그곳은 안 돼. 통천도수가 들어가는 법을 아니까 혹시 다시 들어갈 수도 있다……."
진남은 이내 그곳을 부정했다.
변수가 너무 많은 곳이기 때문이었다.
이때, 진남은 누군가에게 시선이 갔다.
"동생, 왜 그러느냐? 그건 무슨 눈빛이냐? 할 말이 있으면 바로 하거라……."
오적은 진남의 시선에 소름 돋았다.
"하하."
진남은 부끄러운 듯 입을 열었다.
"부탁할 일이 있습니다. 제가 돌아가면 육신을 호룡정천인에 보관해주실 수 있습니까? 대상계로 다시 오려면 대상계의 육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오적은 생각도 하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안 된다. 호룡정천인이 어떤 곳인데 네 육신을 보관하겠느냐……."
오적은 갑자기 태도를 바꾸고 웃으며 말했다.
"그래. 네 육신을 호룡정천인에 넣거라. 내가 잘 보관해주마."
진남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오적은 진남이 아니면 누구도 육신을 가져가지 못하게 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진남은 곰곰이 생각을 해보더니 대답했다.
대상계에서 가장 믿음직한 곳은 호룡정천인밖에 없는 것 같았다.
"이곳에서 저자들을 지켜주십시오. 잘 부탁드립니다."
진남은 말했다.
육신을 보관하는 문제를 해결했으니 그는 이제 다른 일을 처리하러 가야 했다.
상고시대로 온 그는 많은 경험을 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사람들에게 그가 떠나는 진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것도 마음에 걸리는데 마지막 인사까지 하지 않는다면 너무한 것 같았다.
진남은 대상계로 날아갔다.
선역들을 지나 그는 이십구소선역에 있는 성천무교에 도착했다.
* * *
떠난 지 일 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성천무교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멀리서 보면 사람들이 여간 북적한 게 아니었다.
사람들은 차를 마시며 도를 논하기도 하고 서로 무예를 겨루기도 했다.
이런 장면을 보고 있으면 이곳이 대상계의 유일한 성지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강한 자나 약한 자나 이곳에 오면 무예가 강해지고 한계를 돌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진남은 감탄했다.
상고시대에 오기 전에 주심도 등은 그에게 상고시대에 일어난 큰 사건들을 미리 알려주었다.
그들은 성천무교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천극방의 영이 살해를 당하자 분노한 성천무교는 대놓고 주제의 편을 들었고 엄청난 전쟁에서 멸망되었다.
진남은 고개를 저어 생각을 떨쳐버리고 여러 개의 신념들을 전달했다.
잠시 후, 성천무교의 금지에 자호천존, 명초노조, 고비 등이 연달아 나타났다.
"진남, 무슨 일이냐? 왜 시공지력이 이리 강렬하게 배척을 하는 것이냐?"
명초노조는 빠르게 전음했다.
진남은 살짝 놀랐다.
'나 때문에 명초노조도 앞당겨 후세로 돌아가야 하는 걸까?'
"효지, 이번에 다녀온 일은 어떻게 되었느냐?"
진남과 명초노조가 전음으로 교류하는 것을 모르는 자호천존은 얼른 물었다.
진남은 노조를 한번 쳐다보더니 말했다.
"천 형이 좋아하는 여인은 청궁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녀가 재난을 당했고 우리는 그녀를 구하려고 주선신비에 갔고 그 뒤로 청궁의 상현경지에도 갔습니다. 천 형은 곧 무상천존으로 진급합니다."
진남은 과정을 짤막하게 설명했다.
그의 말에 자호천존은 깜짝 놀랐다.
"청궁에 가면 무상천존으로 진급할 수 있느냐?"
그는 오랫동안 천존 정상급에 멈춰 있었다.
진남은 기침을 하고 난감한 듯 말했다.
"선배님, 우리가 너무 큰 소란을 일으켜 청궁으로 통하는 곳이 사라졌습니다."
자호천존은 우울했다.
하지만 그는 실망하지 않고 흥분했다.
천극방의 영이 무상천존으로 진급하면 그들도 곧 무상천존으로 진급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때, 큰바람이 일었다.
도포를 입은 진봉화가 미소를 짓고 허공에서 걸어왔다.
그는 적선처럼 기운이 희미했다.
그는 반년 사이에 봉도서를 다스리는 능력도 적잖게 진보했다.
"자식, 우리를 다 불러 모은 걸 보니 좋은 일이 있구나?"
자호천존은 설레어서 물었다.
그는 천존 정상급이고 명초노조나 고비와 친하지 않아서 함께 모여있으면 어색했다.
진남은 실수로 그들을 함께 불렀을 리 없었다.
"제가 이번에 온 것은……."
진남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정중하게 말했다.
"제가 대상계를 잠시 동안 떠나게 될 것 같습니다."
고비는 깜짝 놀랐다.
"임 형, 간다는 무슨 말이요? 어디로 간다는 말이요? 차하계로 돌아간다는 말이오?"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상황을 조금 알고 있는 자호천존은 머뭇거리며 물었다.
"그럼 언제 돌아올 계획이냐?"
진남은 잠깐 침묵하더니 말했다.
"아주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이번에 헤어지면 다시 못 만날 수도 있습니다."
그의 말에 고비는 깜짝 놀랐다.
자호천존도 적잖게 놀랐다.
진봉화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자호천존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네가 줄곧 우리에게 신분을 알려주지 않았지만 오랜 시간 대상계를 떠날 줄은 몰랐다. 천 형에게는 알려주었느냐? 천 형이 알게 된다면……."
그는 고개를 젓고 말했다.
"아니다. 나는 네 됨됨이를 믿는다. 떠나야 한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다. 그러니 너를 원망하지 않는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렇다면 오늘은 내가 후배들에게 이별주 한잔 사주고 싶다. 괜찮겠느냐?"
자호천존은 많은 양의 선주들을 가져왔다.
그들은 자리를 잡고 앉아 술을 마시며 한담을 나누었다.
술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이별하는 분위기 같지 않았다.
오히려 진남이 참황대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공유하자 분위기가 뜨거워졌다.
자호천존도 선배의 위엄을 내려놓고 이것저것 물었다.
시간은 흘러가고 어둠이 내렸다.
밤하늘에 별이 반짝거렸다.
진남은 선주를 들고 진봉화와 잔을 부딪치며 말했다.
"정말 미안하오. 대동천결의 하편에 대한 생각은 생겼는데 자네와 함께 연구하고 완성하지 못하게 되었소."
진봉화는 미소를 짓고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말은 하지 마오. 아직 시간이 좀 있지 않소? 그리 미안하다면 하편에 대한 생각을 알려주시오. 내가 봉도서에서 혼자 만들어보겠소. 자네도 다른 곳에서 완성해보시오. 언젠가 자네가 돌아오면 서로의 생각을 나누기로 합시다."
그의 말에 진남은 마음이 흔들렸다.
진봉화의 무예재능은 진남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게다가 봉도서의 도움이 있으니 하편을 만들어낼 수도 있었다.
'그럼 나는 후세에서 진봉화가 남긴 것을 찾으면 되겠구나.'
진남은 갑자기 걱정이 되었다.
'나는 진봉화가 만든 것을 찾을 수 있지만 진봉화는 내가 만든 것을 볼 수 있을까? 성천무교가 멸망하면 봉도서는 계속 남아 있을 수 있을까?'
진봉화는 진남의 어두운 표정을 보고 바로 알아맞혔다.
"자네가 다시 돌아왔을 때는 지금과 다른 상황일까 봐 걱정이 되시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다시 이곳에 올 때는 다른 상황일 게 분명했다.
"그럼 또 어떻소? 자네가 다시 올 때 나는 없을 수 있지만 법술은 남아 있을 거요."
진봉화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우리는 인연이 있어서 만났고 무예로 인해 벗이 되었소. 내 법술이 남아 있고 자네 법술도 남아 있는데 왜 슬퍼하시오?
효지, 내가 아는 자네는 항상 명랑한 사람이었소. 사소한 일에 너무 마음을 쓰지 마시오. 멀리 떨어져 있고 이번 생에 다시 만날 수 없다고 한들 어떻소? 자고로 정의는 하늘에 있소."
진남은 마음에 충격을 받고 머리가 탁 트이는 것 같았다.
* * *
다음 날.
진남은 자호천존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먼저 보냈다.
진남은 고비의 어깨를 토닥거리고 말없이 옥간을 하나 건넸다.
그리고 진남은 봉도서에 들어가서 사흘 동안 진봉화에게 대동천결의 하편에 대한 생각을 알려주었다.
진남은 하편에 이름도 달아주었다.
공법, 대동천결.
상편, 주천편.
하편, 만계편.
마지막으로 진남은 봉도서의 전대 기영인 음월의 무덤 앞에서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명초노조와 함께 길을 떠났다.
진남과 명초노조는 명초노조의 저택으로 갔다.
성천무교에 온 뒤로 명초노조는 수련을 하는 한편 다양한 세력의 강자들과 친했다.
명초노조는 대세력의 도움을 받아 최근 몇십 년 동안 두각을 드러낸 무인들을 지켜보았다.
함께 상고시대로 온 시도족의 족장을 찾기 위해서였다.
명초노조는 밀실로 들어가 몇십 개의 옥간을 꺼냈다.
그는 옥간들을 자세히 살피고 말했다.
"이것은 최신 정보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고 하니 가서 알아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네 생각은 어떠냐?"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봅시다."
진남과 명초노조는 빛으로 변해 허공으로 사라졌다.
그들은 서른세 개의 소선역을 돌아다니면서 세 시진 만에 모든 사람들을 살펴보았지만 시도족 족장은 없었다.
그들은 한숨을 쉬었다.
상황을 보면 의연하던 노인에게 불길한 일이 생겼을 가능성이 더 컸다.
상고시대에 와서 죽으면 후세의 육신도 죽었다.
네 번째 시진이 되었을 때 진남은 상고비경에 있는 산기슭에 도착하여 먼 곳을 내려다보았다.
한 여인과 사내 몇 명이 빛으로 변해 날아갔다.
진남이 상고시대에 와서 처음으로 알게 된 벗들이었다.
다섯 번째 시진이 되었을 때 진남은 한 절지에 와서 멀리 바라보았다.
한 사내가 창을 들고 패기 넘치게 몇십 명의 동급 무인들을 제압하고 있었다.
여섯 번째 시진이 되었을 때 진남은 고성에 도착했다.
한 서생이 불경을 들고 당나귀 등에 앉아 술을 마시며 여유롭게 거닐고 있었다.
일곱 번째 시진이 되었을 때 진남은 한 도통에 들어가서 평범한 사람처럼 앞을 바라보았다.
창이 가장 윗자리에 앉아 미소를 짓고 법술을 설명하고 있었다.
신성한 기운을 풍기는 창은 성인 같았다.
여덟 번째 시진이 되었을 때 진남은 한 곳을 지나갔다.
그곳은 마기가 가득하여 일계를 이루었고 웅장한 형상이 그곳에서 위엄을 부렸다.
아홉 번째 시진이 되었을 때 진남은 엄청난 형상을 발견했다.
형상은 커다란 산 아래에서 무인들과 고기를 먹고 술을 마시며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진남은 심약주재, 통천도수 등도 만났다.
그는 떠돌이 나그네처럼 그들 곁을 묵묵히 지나치고 방해하지 않았다.
진남은 상고시대에서 그저 스쳐 지나는 나그네였다.
다섯 번째 날, 새벽.
진남은 두 눈에 빛이 폭발하고 끝없는 허공을 넘어 주홍색의 대문이 보였다.
"대상계의 첫 번째 무상천존……."
진남은 중얼거렸다.
신념이 머릿속에 전해지자 진남은 명초노조를 데리고 허공에 들어섰다.
구천선역에 흩어져 있던 창, 주제, 황보절, 엽소선, 몇몇 천존정상들 그리고 주천불사산의 주심도는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이상한 파동이 있었는데 무슨 일이지?'
그들은 곧 천극방이 있는 곳에서 일어난 파동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