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5화 창의 동생
"도우 축하한다. 무상천존이 되었구나."
현 선배가 허공에서 걸어 나와 공수했다.
"도우 나와 함께 가자."
진남은 인사했다.
"선배님, 잘 부탁드립니다."
진남은 현 선배를 따라 대전으로 돌아왔다.
대전에는 한 사람이 있었는데 용도천존이었다.
그는 가부좌를 틀고 앉았고 숨결이 평온했다.
그의 체내에 강한 힘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가 풍기는 기운은 여전히 천존 경지였다.
그는 무상천존이 되지 못했다.
진남은 놀라지 않았다.
역사에도 용도천존은 무상천존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선배님, 천 형은 어디 갔습니까?"
진남은 물었다.
"소종주는 엄청 중요한 전승을 만났다."
현 선배는 천천히 말했다.
"소종주는 시간이 다 되면 어떻게든 나와 너희들과 함께 떠나겠다고 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더 묻지 않았다.
이건 대연천종의 일이었고 그는 외부인이기에 깊게 이해할 필요가 없었다.
묻더라도 대상계로 돌아간 후 천극방의 영에게 물어야 했다.
진남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도자가 준 단방과 단술 등을 전부 꺼냈다.
남은 며칠 동안 그는 단방과 단술을 전부 기억하려 했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 또 하루가 지났다.
현 선배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아차!"
그는 빠르게 두 손에 법인을 만들었다.
많은 선들이 허공에 나타나더니 화문(?門)이 나타났다.
화문은 전에 나타났던 것과 달랐다.
진남은 눈을 뜨고 물었다.
"선배님, 왜 그러십니까?"
현 선배는 숨김없이 빠르게 말했다.
"너희들의 다른 벗은 집념이 강해 심마를 깨지 못했고 죽을 위험에 처했다!"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계현인가? 계현이 집념이 강하다고?'
현 선배는 지체하지 않고 빠르게 문 안으로 들어갔다.
진남도 정신을 차리고 따라 들어갔다.
* * *
둘은 다른 세상에 도착했다.
이곳은 진남이 전에 들어갔던 세상과 별 차이 없었다.
다만 이곳은 완전히 변했다.
금색 땅은 시뻘겋게 물들었고 파란 하늘에는 커다란 마안(魔眼)들이 가득했다.
하늘 가득한 마의가 세상을 휩쓸어 마치 오래된 마계 같았다.
계현은 몸집이 부풀어 올라 열 장 정도 되었다.
그의 몸에서 혈광이 반짝거렸고 두 눈에는 미친 듯한 살기가 가득했다.
"제길! 이 죽일 것들!
당신들은 사람이 아닙니다! 어떻게 잔혹하게 그녀를 버릴 수 있습니까? 그녀는 열 살도 안 된 아이입니다! 형님이 당신들의 자식이면 그녀는 당신들의 자식이 아닙니까?
형님은 인간성 없고 짐승보다 못한데 당신들은 왜 계속 형님 편을 듭니까? 형님이 강하기 때문입니까? 형님이 천재이기 때문입니까?"
계현은 크게 소리치며 칼로 미친 듯이 앞을 내리쳤다.
성심지는 그의 마음의 영향을 받고 형상들이 연달아 나타났다.
형상들은 정상적인 무인이 아니라 엄청 크고 흉악한 마두들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지?"
진남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계현은 입마에 빠졌는데 상태가 보통 엄중한 것이 아니었다.
'계현은 성격이 밝고 재미있고 사소한 일에 신경 쓰지 않았다. 왜 마음속에 이렇게 큰 원한이 있지?'
"빨리 손을 써서 진압하거라. 계속 살인을 저지르게 하면 심마가 더 커진다."
현 선배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방대한 정기를 끌어와 성심지의 기운을 바꿔야 해서 한눈을 팔 수 없다."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진남은 빠르게 손을 썼다.
그는 산의 형상을 만들어 계현을 누르려고 했다.
계현은 고함을 지르더니 마신으로 변해 도기를 끝없이 날려 보냈다.
입마에 빠진 계현은 실력이 폭등하여 지도천존과 비슷해졌다.
하지만 지도천존이라고 해도 진남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진남이 만든 산의 형상은 엄청난 힘으로 계현을 단단히 눌렀다.
계현도 손을 썼다.
그는 양손으로 신비한 법인을 만들고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을 외웠다.
잠시 후, 계현은 '질(疾)' 자를 외치고 손을 앞으로 뻗어 콱 움켜잡았다.
커다란 허공이 부서지고 그 사이로 봉황 형상의 청색 기류가 밀려 나와 마의가 가득한 천지를 덮었다.
천지에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하늘은 다시 파란색으로 돌아오고 허공에 걸려 있던 땅도 흰색의 빛을 뿜으며 신성한 분위기를 풍겼다.
산의 형상에 눌린 계현은 불타는 신화 속에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온몸에 검은색 기운이 솟아오르고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천지정인(天地正印), 마념궤산(魔念潰散)!"
현 선배는 다시 계현에게 손가락을 튕겼다.
몇십 장이 되는 금색 도장이 방대한 정기를 품고 계현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펑펑펑-!
계현의 몸에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그의 몸에서 마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오더니 허공에서 사라졌다.
반 주 향이 탈 시간이 지나고 계현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다만, 계현은 얼굴이 핏기가 없이 창백했고 입술을 떨었다.
계현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는 진남과 현 선배를 보더니 쉰 목소리로 말했다.
"임 형, 현 선배님……."
현 선배는 고개를 젓고 말했다.
"말을 하지 말거라. 다 끝이 났다. 이제 너는 몸조리만 잘하면 된다."
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았다.
현 선배는 손을 휙 젓더니 진남을 데리고 다시 대전으로 돌아왔다.
"계현은 주화입마에 빠져 진급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그러니 경지도 떨어지고 짧은 시간에 다시 돌파하기 어려울 거다."
현 선배는 말했다.
진남은 탄식했다.
계현이 천존으로 진급하지 못한 것을 진남은 알고 있었다.
후세에 계현의 이름이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계현이 이런 방식으로 실패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응? 계현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지?"
용도천존은 무언가 느끼고 눈을 번쩍 떴다.
그는 깜짝 놀랐다.
계현은 진급에 실패했다.
하지만 실패를 한 것을 감안해도 계현의 모습이 이해되지 않았다.
진남은 용도천존에게 있었던 일을 솔직하게 말했다.
"의외구나. 계현은 밝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음 속에 큰 응어리가 있을 줄이야."
용도천존은 차가운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진남, 예전에 계현이 했던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용도천존은 이어서 말했다.
"너와 계현이 처음에 함께 왔을 때 그에 대해 알아본 적이 있다. 계현이 어떤 신분인지 아느냐? 그는 계씨 가문 가주의 아들이다."
진남은 의아했다.
"계씨 가문이라니요?"
진남은 그런 세력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용도천존은 말했다.
"계씨 가문은 대상계에서 그리 큰 세력이 아니다. 하지만 계씨 가문에서 비범한 인물이 나타났지. 그자는 너도 알고 있다. 바로 계창이다. 계창은 계현의 형님이다."
그의 말에 진남은 깜짝 놀랐다.
"계현이 창의 동생이라고요?"
진남은 전혀 몰랐던 일이었다.
'아차! 내가 창의 의지를 죽일 때 계현에게 창은 내 인생의 철천지원수라고 했다. 그때 계현이 나에게 무슨 말을 했는데 시공지력이 막았다. 그때 계현이 나에게 솔직하게 말했던 걸까?
하지만 지금 용도천존이 하는 말은 어떻게 들리지?'
진남은 이상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얼른 물었다.
"그래서요?
용도천존은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계창은 엄청난 재능을 드러낸 뒤로 계씨 가문의 자랑이 되었다. 계창의 요구라면 계씨 가문에서 반드시 만족시켜주었다.
계현은 어린 시절에 먼 친척인 여자아이와 오누이처럼 친하게 지냈다. 자세한 상황은 나도 잘 모르지만 계현이 창의 미움을 산 일이 있었고 창은 계씨 가문에 그 일을 말했다고 한다. 계씨 가문은 창의 말을 듣고 암암리에 여자아이를 죽였다. 그 뒤로 계현은 계씨 가문과 사이가 틀어졌다. 그리고 계현이 창을 싫어한다는 소문들이 가득 돌았지……."
진남은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용도천존의 말이 사실이라면 계씨 가문은 정말 나쁜 놈들이다. 계창의 말 한마디에 앞뒤 가리지 않고 여자아이를 죽이다니? 어떻게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있지?'
진남은 그제야 계현의 마음속 응어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람을 해친 것이 친형님이고 친 부모님이니 계현은 복수나 할 수 있었을까? 다른 사람이었다면 계현은 어떤 방법으로든 복수를 했을 거다. 하지만 형님과 부모님이 엮였으니…….'
진남은 한숨을 내쉬었다.
"계창은 내 평생의 철천지원수이니 후세로 돌아가면 반드시 내 손으로 죽일 거요. 계현, 나를 미워하지 마시오……."
진남은 중얼거렸다.
진남은 용도천존과 무도와 무상천존의 경지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단방 등을 연구했다.
시간은 하루 이틀 흘러갔다.
곧 마지막 날이 되었다.
진남, 용도천존, 계현의 몸은 점점 투명해졌다.
다 사라질 때까지 세 시진이 남았다.
* * *
그 시각, 대연세계산의 신비한 곳.
주변은 옅은 청색이었다.
먼 곳을 바라보면 끝에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 장면들을 똑똑히 봤다면 충격을 받았을 것이었다.
해와 달이 심연에 빠지고, 천지의 별들이 부서지고, 천지의 영기가 마르고, 대도규칙이 무너졌다.
폭발 중에 하늘과 땅이 생기고 혼돈 중에 일계가 생겼으며 메마른 곳에 불꽃이 피었다.
각 장면에 담긴 의미가 엄청 심오하여 평범한 사람은 이해할 수 없었다.
천극방의 영은 이곳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수련하고 있었다.
그는 양손을 합장하고 있었고 몸에서 세 개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의 앞에는 눈썹이 새하얀 노인의 흐릿한 형상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눈썹이 새하얀 노인도 양손으로 합장을 하고 몸에서 세 개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진남이 이곳에 있었더라면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었다.
노인은 대연천종의 시조였다.
이때, 눈썹이 새하얀 노인과 천극방의 영은 동시에 두 눈을 뜨고 서로 마주 보았다.
눈썹이 새하얀 노인은 보기 드물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의외구나. 주천만계에 최고의 실력을 가진 천재가 있을 줄 몰랐다. 너는 하나의 기억만으로 시공지광을 변화시켰다. 게다가 이번에 현기를 연 사람들을 전부 휩쓸었구나. 더 대단한 것은 너희들은 들어온 뒤로 원래의 것들을 전부 파괴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너희들은 자유롭게 움직이고 원하는 대로 변화시켰다. 선천도체를 각성하고 내가 전수한 박천대술까지 담다니……."
그의 놀라움은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이 청궁의 주인이라는 자는 대체 어떤 경지에 이르렀을까?'
"내가 일찍 죽어 의지가 한 조각밖에 남지 않은 것이 아쉽구나. 살아있다면 이런 천재들과 한번 만나고 싶다."
눈썹이 새하얀 노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천극방의 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할 수 있다면 그도 청궁의 주인을 만나고 싶었다.
'청궁의 주인은 살아 있을까? 청궁의 깊은 곳에 가면 그를 만날 수 있을까?'
"청궁은 대상계의 위에 자리를 잡고 대상계와 주천만계의 연계를 끊었다. 그게 그리 나쁜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눈썹이 새하얀 노인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경지의 강자들이 대상계를 헤치려고 마음먹으면 식은 죽 먹기이다."
천극방의 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네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기연이나 조화는 대연천종에 있는 게 아니라 청궁의 깊은 곳에 있다."
눈썹이 새하얀 노인은 미소를 짓고 계속 말했다.
"그러니 나도 이제 마음이 편해졌다."
천극방의 영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선배님,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 저를 그곳에 데려갈 수 있습니까?"
눈썹이 새하얀 노인은 입을 삐죽거리고 말했다.
"네 후생은 참 인내심이 없구나. 아직 두 시진이나 있지 않느냐?"
말을 마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현묘한 걸음걸이로 걸어갔다.
천극방의 영은 그 뒤를 쫓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