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화 더 많은 의문이 생기다
첫 번째로 쓴 경서만 원시탁본이라고 불렸고 두 번째, 세 번째로 쓴 경서들은 원시탁본이 아니었다.
같은 공법이라도 원시탁본을 수련한 자는 공법의 진리를 쉽게 깨달을 수 있었고 공법을 기초로 새로운 공법을 만들어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만약 원시탁본을 수련하지 않았다면 공법의 진리를 깨닫거나 새로운 공법을 만들기 어려웠다.
때문에 공법의 원시탁본은 매우 진귀했다.
강한 공법일수록 원시탁본은 더 진귀했다.
여러 세력들은 원시탁본을 얻은 후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 원시탁본에 엄청난 봉인을 씌웠다.
정확한 가르침을 받지 않고 강제로 원시탁본에 적힌 내용을 느끼면 공격을 받을 수 있었다.
이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나무집 안에 모은 원시탁본은 엄청 대단한 공법들이고 대단한 강자들이 만든 것이었다.
원시탁본에 남긴 의지는 천존이 아니라 무상천존이라도 당하지 못했고 의지를 기억하는 건 말할 나위 없었다.
만약 태오신체인 당서문이 원시탁본을 느끼려 했다면 진작에 몸이 폭발해 죽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연법은 묘했다.
진남은 선천무체이고 무도의 분신과 같았다.
그는 조용히 경서에 들어가 경서 안에 적힌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
경서에 친 금제들과 원시탁본에 담긴 엄청난 의지들은 전혀 느끼지 못했고 그에게 영향을 주지 못했다.
한 달이 지났다.
진남은 경서에 푹 빠졌다.
그는 꼭두각시처럼 단약을 입 안에 집어넣고 단약의 변화를 느끼는 한편 정신의 대부분을 경서에 집중했다.
이렇게 미친 듯이 했기에 그는 이미 한 책장에 있는 모든 경서들을 기억했고 두 번째 책장의 경서들을 기억하기 시작했다.
* * *
외부의 무인들은 전승전이 보이지 않자 더는 신경 쓰지 않고 각자 흩어져 기연을 찾았다.
매일 많은 사람들이 무상천존이 되었고 위엄을 떨쳤다.
반면에 천재들을 포함하여 많은 무인들이 죽었다.
돌파를 가져온 무인들은 천극방의 영처럼 남지 못하고 현기 밖으로 전송되었다.
대연세계산에서 발생한 일들이 외부에 전해지기 시작했고 폭풍처럼 주천만계의 세력들에 전해졌다.
많은 강자들이 넓은 우주를 발견한 것처럼 대연세계산에 눈독을 들였다.
"이번에 대연천종의 후계자가 나타나면서 대단한 이상이 나타났소. 예전의 후계자들은 비교가 안 되오. 사람을 보내 후계자와 만나봐야 하지 않겠소?"
"그럴 필요 없소. 아무리 대단해도 대연천종은 이미 몰락했소. 후계자가 강해지면 그때 만나보면 되오."
"재미있소. 태오신체조차 전승을 얻지 못했는데 오히려 낯선 사람이 전승을 얻었다고? 얼마나 대단한 사람일까?"
"추측할 거 없소. 자네는 대연천종을 잘 모르오. 그자는 항천선제의 후손일 것이오. 아마 항천선제의 수단의 도움을 받아 태오신체를 이기고 전승을 얻었을 것이오."
"도움을 받아 대연천종의 전승을 얻었다고 해도 실력이 약하진 않을 거요. 대연천종을 부흥시킬 희망이 있소.
이렇게 합시다. 우리 사람을 보내 만나보고 좋은 관계를 유지합시다. 우리 편으로 끌어들일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소."
"대연천종은 운이 다했소. 백여 명의 후계자가 나타났는데 한 명도 대연천종을 발전시키지 못했소. 이자도 마찬가지일 거요."
"대연세계산이 허공에 있다면 몰라도 지금 누가 대연천종을 신경 쓰겠소?"
대세력의 거물들은 의논이 분분했다.
그들은 심드렁하여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때문에, 그들은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는 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넓은 주천만계에서 예로부터 지금까지 존재하고 심오한 저력이 있는 최고급 세력들은 시끌벅적했다.
"나타난 이상에 대한 설명으로 보아 선천도체가 나타난 게 틀림없소! 선천도체를 각성해야만 태오신체를 누를 수 있소!"
"이번에 선제의 후대 세 명이 대연천종으로 갔소. 그중 당서문이 아마 태오신체일 거요! 그는 두 가지 신분인데 실패했으면 선천도체가 나타났을 수밖에 없소!"
"선천도체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크오!
내 명령을 전하거라. 어서 대연세계산으로 가거라.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자를 우리의 배에 데려와야 한다!"
"너희들은 어서 가거라. 절대 저들에게 빼앗기지 말거라. 만약 진짜로 선천도체라면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된다!"
"선천도체는 거물이 되지 않으면 죽지 않는다! 거물이 되면 세상을 휩쓸 것이다! 같은 등급의 선천지체가 아니면 천재들은 당할 자가 없다!"
엄청난 기세가 솟아올라 허공을 뚫고 대연세계산으로 날아갔다.
* * *
열흘 후, 나무집 안.
"후!"
진남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 기지개를 켜더니 중얼거렸다.
"마지막 한 권이 남았다!"
그는 조금도 기쁘지 않고 오히려 유감스러웠다.
그는 경서들에 쓰인 부호들을 몰랐지만 강제로 기억하면서 무형의 현묘함을 느꼈다.
그는 어느새 도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졌다.
동시에 그는 많은 생각이 들었고 대동천결의 다음 편에 대한 실마리가 생겼다.
다만 그저 생각일 뿐이고 진남은 아직 그것을 완전히 진행하지 않았다.
진남은 마지막 경서를 들었다.
경서는 책장의 모퉁이에 있었는데 선지로 만들었고 표지는 황갈색이고 만들어진 지 오래된 것 같았다.
진남은 표지에 적힌 부호를 기억하고 첫 장을 펼쳤다.
"응? 찢어졌네?"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경서는 가운데 몇 장이 찢어졌다.
모두 일곱 장이었다.
진남은 경서의 뒷부분을 펼쳤다.
경서는 모두 오십 장이었는데 스물세 장이 찢어졌다.
나머지 스물일곱 장 중에 스무 장은 절반 정도 찢어졌고 어떤 장은 사 분의 삼 정도 찢어져 열몇 개의 부호밖에 보이지 않았다.
"왜 찢었지……."
진남은 마음이 아팠다.
그는 다시 첫 장을 펼치고 제대로 관찰했다.
찢어졌든 어떻든 그는 보이는 대로 부호들을 기억했다.
처음에는 다른 점이 없었다.
진남은 한번 본 후 아무 기억도 나지 않았고 반복적으로 보고 기억해야 했다.
하지만 진남이 모르는 것이 있었다.
그의 체내에 무형의 힘이 흐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진남은 그가 첫 장부터 기억한 부호들이 그의 식해속에 나타나 빛을 반짝거리는 걸 발견했다.
희미한 신음이 그의 식해에 울려 퍼졌다.
"이건……?"
진남은 깜짝 놀랐다.
그는 많은 고경을 봤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진남은 마치 빛이 머릿속을 스치는 것 같더니 부호들이 익숙한 이름으로 변했다.
대상계에서 사용하는 문자로 변했다.
"어떻게 된 거지? 부호들이 어떻게 대상계의 문자로 변했지?"
진남은 놀라고 어리둥절했다.
'설마 이게 바로 경서에 남겨진 신통법인가? 얼마나 대단한 신통법이기에 이렇게 할 수 있지?'
진남은 가볍게 숨을 들이쉬고 마음을 진정하고 문자들을 바라봤다.
'태음신체를 각성하면 체내에 엄청난 태음신력이 생긴다. 경지가 높을수록 움직일 수 있는 태음신력은 더 많고 전력도 더 강해진다. 태음신체는 태음과 연관 있는 어떤 공법을 수련하든 빠르게 대성이나 최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태음신체는 매우 강하다. 하지만 약점도 명확하다. 태음신체는 태양의 힘에게 눌린다. 소문에 태음신체와 태양신체는 천적이라 상대방을 죽이면 태음태양의 힘을 장악하여 무적으로 될 수 있다는 소문이 있다.'
진남은 단숨에 문자들을 다 읽었다.
그의 눈에 이색이 드러났다.
'이 장의 고경은 한 가지 신체를 소개하는 것이네? 그렇다면 나머지 선지들에도 신체의 오묘함을 적었나?'
"나머지 내용에 선천도체의 상세한 능력이 적혔나 모르겠구나. 맞다, 나의 선천무체에 어떤 작용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진남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계속 경서를 보았다.
전에 명도자 등 선배들이 전승전에 나타났을 때 항천선제와 나눈 이야기를 듣고 진남은 자신이 선천무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는 상황이 긴박하고 선천도체가 나타났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경서를 보니 그는 백대신체에 속하고 주천만계에서 절세의 천재라고 불릴 수 있었다.
진남은 나머지 온전한 여섯 장의 선지를 보았다.
아쉽게도 여섯 장에는 태현지체(太玄之體), 무구지체(無垢之體), 상황지체(上皇之體) 등 열 가지 백대신체에 대해 소개했다. 하지만 선천도체와 선천무체에 대한 소개는 없었다.
진남은 찢어진 선지를 바라보았다.
열 시진 후 진남은 삼 분의 일이 찢어진 선지에서 태오신체를 발견했다.
선지에는 태오신체의 능력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선지에 적힌 내용을 다 본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당서문은 진짜 운이 나빴다.
항천선제에게 이용당하지 않았더라면 천극방의 영에게 지고 대연천종의 전승을 얻지 못하더라도 그의 앞날은 창창했다.
태오신체는 진남이 지금까지 이해한 열한 가지 다른 신체들보다 훨씬 강했고 백대신체 중에서도 상위권이었다.
"응? 선천무체?"
잠시 후 진남의 눈이 반짝거렸다.
"후, 너무 많이 찢어졌잖아!"
진남은 말문이 막혔다.
선천무체를 적인 종이는 오 분의 일도 안 되게 남았는데 글자가 두 줄밖에 없었다.
"무체를 각성하기 매우 어렵다! 무체를 각성하면……."
종이에 적힌 글자는 여기까지였다.
"각성하기 매우 어렵다고? 그래서 내 몸이 평범한 사람과 비슷한 것처럼 느껴지는 거네."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조금도 실망하지 않았다.
그는 육신에 집착하지 않았다.
작은 낙하왕국에서부터 지금까지 그는 육신에 의지하지 않았다.
자신이 어떤 체질이 아니라도 그는 낙담하거나 실망하지 않았다.
끝없는 싸움을 통해 그는 자신만의 신념이 생겼고 다른 것 때문에 변할 리 없었다.
진남은 계속 경서를 훑어보았다.
잠시 후 그는 몇십 가지의 체질을 기억했다.
하지만 체질의 대부분은 이름만 기억했고 구체적인 능력은 몰랐다.
어느새 그는 스물여섯 장을 보았고 마지막 한 장이 남았다.
진남은 머뭇거리더니 마지막 장을 펼쳤다.
마지막 장은 너무 많이 찢어지지 않았고 삼 분의 일 정도 남았고 많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진남은 자세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전처럼 신비한 부호들은 그의 머릿속에서 대상계의 문자로 변했다.
진남은 정신을 집중하고 문자를 바라보았고 기뻤다.
맨 앞에 네 글자가 선천도체였다.
"운이 너무 나쁘진 않구나!"
진남은 중얼거리고 계속 내리읽었다.
'선천도체는 십 대 선천지체 중 한 가지다. 선천도체를 각성하면 체내에 성혼이 생긴다! 소문에 성혼은 세상에 둘도 없을 정도로 강한 거물이 죽은 후 천도에 끌려 변한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 선천도체는 엄청 대단하다.
선천도체가 궐기하려면 엄청난 재난을 겪게 될 것이다. 성혼은 선천도체가 성장하기 전에 선천도체를 보호해준다. 게다가, 선천도체가 궐기한 후 성혼은 도체와 하나가 되어…….'
내용은 여기까지였다.
"그렇구나! 청궁의 주인이 선천도체는 거물이 되기 전에 절대 죽지 않는다고 한 것이 선천도체의 체내에 성혼이 지켜주기 때문이구나."
진남은 혼자 중얼거렸다.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성혼은 세상에 둘도 없이 강한 거물이 죽은 후 천도에 끌려 변한 것이다. 그러니 성혼이 얼마나 대단할까!
하지만 천극방의 영의 체내에 성혼이 있으면 천 형은 왜 창에게 죽임을 당했을까?
그때 창은 방금 무상천존으로 진급했고 전력을 비교하면 천 형을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창은 청궁에서 엄청난 수단을 얻었을 수 있다. 하지만 성혼은 청궁의 수단을 막을 수 없었던 걸까?'
진남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 많은 의문이 생겼다.
그가 지금까지 이해한 것들로 보면 천극방의 영은 죽을 리 없었다.
또 천극방의 영의 실력으로 창, 주제, 황보절, 엽소선을 눌러 그들이 사 대 무상천존의 싸움을 일으키지 못하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역사는 이미 진행되었고 진남은 믿고 싶지 않아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의문점이 너무 많았다.
"후세로 돌아가 본체를 무상천존으로 진급시키고 창 등을 격파하면 진상을 알 수 있겠다."
진남은 중얼거렸고 눈빛이 날카로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