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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399화 (1,399/1,498)

1399화 기억할 수 없을 리 없다

쿠웅-!

천극방의 영 체내에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장벽이 부서진 것처럼 그가 풍기는 위압도 매우 강해졌다.

그의 기운도 큰 변화가 생겼다.

전과 비하면 차이가 매우 컸고 신왕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

"돌파했다! 무상천존이다!"

잘생긴 소년은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쳤다.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천극방의 영의 왼쪽 어깨에 손바닥만 한 흰색 부적이 천천히 떠올랐다.

부적은 마치 한 세상처럼 요수들이 변하고, 형상들이 반짝거리고, 큰 산이 이루어지고, 호수가 바다를 이루는 등 이상들이 나타났다.

그의 오른쪽 어깨에는 손바닥만 한 청색 부적이 떠 올랐다.

부적 안에는 희미한 형상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형상은 제황처럼 무상의 위엄을 풍겼다.

천극방의 영의 기운도 크게 변했다.

그는 전승전의 모든 것들과 하나가 된 것처럼 구분할 수 없었다.

"지…… 지도 경지의 무상천존이야?"

잘생긴 소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유응상도 깜짝 놀랐고 믿을 수 없었다.

천존과 무상천존은 자아, 식지, 응천, 지도 네 가지 경지로 나뉘었다.

지도 경지에 도달한 천존은 돌파하여 무상천존이 되면 적어도 식지 경지였다.

만약 돌파할 때 도움을 받는다면 응천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상천존을 돌파한 후 바로 지도 경지에 도달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선천도체는 대단하구나!"

잘생긴 소년은 감탄했고 아쉬웠다.

그는 자신이 얻은 전승이 선천도체보다 못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선천도체는 진짜 강했다.

하늘이 보살펴주었고 각성하면 엄청난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

천지대겁이 전승전 전체를 덮었다.

진남 등은 시름을 놓고 거칠게 숨을 쉬었다.

짧디짧은 반 시진 동안 너무 많은 풍파가 일었다.

생사를 건 싸움도 이렇지 않을 것이었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 시끄럽던 대전 밖은 조용해졌다.

무인들은 천극방의 영의 모습을 기억했고 발생한 모든 일들을 기억했다.

외부로 나가면 그들은 이 소식을 전할 것이었다.

동시에 천극방의 영의 천지대겁도 평온해졌고 기운도 점점 심오해졌고 신비해졌다.

"효지, 낭자, 그리고 너."

천극방의 영은 눈을 뜨고 진남 등을 보며 공수하더니 정중하게 말했다.

"이번에 도와주어서 고맙다! 이 은혜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잘생긴 소년은 크게 웃었다.

"이러지 마시오. 우리는 형제요, 예의를 차릴 거 없소! 어떻소? 대연조화천경 외에 또 뭘 얻었소? 선천도체는 어떤 특이한 점이 있소?"

잘생긴 소년은 다가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천극방의 영은 고개를 젓고 말했다.

"나도 선천도체에 대해 잘 모르오. 때문에 말해줄 거 없소. 이번에 뭘 얻었는가 하면……."

천극방의 영은 머뭇거리더니 손가락을 튕겼다.

세 개의 특수한 부적이 진남 등의 앞에서 한데 모였다.

"자네들에게 조화를 만들어줄 수 있소. 대연세계산의 내부에 들여보내겠소."

잘생긴 소년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눈을 번쩍거리며 물었다.

"그럼 우리는 대연세계산에 숨겨진 엄청난 비밀을 알 수 있소?"

이건 그가 대연세계산에 온 목적 중 한 가지였다.

천극방의 영은 고개를 저었다.

"엄청난 비밀을 알 수 있을지는 나도 모르오."

그는 머뭇거리고 말했다.

"자네들이 이 부적을 연화하면 대연세계산의 내부로 전송될 것이오. 그곳에 도착하면 서로 다른 기연을 얻게 될 것이오. 어떤 기연인지 나도 모르겠소!"

잘생긴 소년은 입을 삐죽거리고 말했다.

"또 이렇군! 대세력들은 연법 따위를 중요시하고 무슨 일이든 연분을 따지는군."

천극방의 영은 눈을 흘겼다.

"싫으면 가지 않아도 되오."

잘생긴 소년은 어깨를 으쓱하며 애원하듯 말했다.

"됐소. 대연천종의 후계자가 되자 대연천종의 편을 드는 거요? 대연천종의 모든 걸 이어받으면 생사를 같이하던 형제도 잊겠소."

천극방의 영은 입꼬리가 비틀렸다.

"투덜거리지 말고 어서 들어가시오. 내가 대연천종의 전승을 이어받으면 대연세계산의 꼭대기는 완전히 닫히오. 그때면 자네를 내보낼 수 없소."

잘생긴 소년은 얌전하게 부적을 연화하기 시작했다.

진남과 유응상은 빙그레 웃고 연화를 시작했다.

세 개의 부적을 연화하자 방대한 무형의 힘이 그들에게 주입되었고 그들은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천극방의 영은 조각상들 앞으로 걸어가 석대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대전 안에는 빛이 반짝거렸고 선곡들이 울려 퍼졌다.

천극방의 영이 대연조화천경을 얻은 건 후계자의 신분을 얻었을 뿐이었다.

이제 그는 대연천종의 여러 대전과 누각 등과 협력해야 했다.

그것들을 전부 장악해야만 진정한 대연천종의 후계자가 될 수 있었다.

대전 밖의 무인들은 계속 의논했지만 전처럼 시끌벅적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후계자가 전승을 전부 얻으면 대연세계산의 산꼭대기가 닫히기 시작한다는 걸 알았다.

* * *

잠시 후, 대연세계산의 내부.

진남 등은 땅에 떨어졌다.

셋은 주위를 둘러봤다.

그들은 대전 안에 있었다.

대전은 자금색의 상고의 선석으로 만든 것이었는데 고귀한 기운이 풍겼다.

진남 등의 동력, 신념 등을 차단하였고 그들은 대전 밖의 상황을 느낄 수 없었다.

대전의 앞쪽에는 동로(銅爐, 구리로 만든 화로)가 있었는데 안에 하얀 재가 가득했다.

전에 상고의 선향을 태웠던 게 분명했다.

맨 앞쪽에는 위로 뻗은 계단이 있었다.

다른 방향은 대문도 없이 모두 벽이었다.

그들은 대전을 떠나려면 앞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진남 등은 자세히 관찰했다.

벽에 아무런 특이한 물건이 없자 앞으로 걸어갔다.

동로 옆에 갔을 때 잘생긴 소년은 동로를 힐끗 보았다.

그는 눈을 찌푸리고 감탄했다.

"대연천종은 전에 진짜 사치스러웠구나. 제황의 향을 태우다니. 재가 이렇게 많은 걸 보아 적어도 백여 개는 태웠겠다……."

그는 손을 뻗어 새하얀 재를 잡고 냄새를 맡았다.

유응상은 매우 침착했다.

그녀는 시공궁전의 옛터에도 갔었고 동로를 몇십 개나 봤다.

동로에는 이런 제황 등급의 재가 가득했다.

진남은 잘 알지 못했기에 호기심이 들지도 않았다.

그는 잘생긴 소년을 신경 쓰지 않고 유응상과 함께 계단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위로 천 걸음 정도 가니 앞에는 길이 없고 방원 삼십 장 되는 검은색 벽이 나타났다.

벽에는 여러 가지 오래된 부문들이 새겨져 있었고 시뻘건 고리들이 가득했다.

이때 부문들에서 희미한 빛이 반짝거리더니 눈 모양을 이루었고 쉰 목소리가 들렸다.

"손을 고리에 올리고 마음을 비우거라. 너희들은 우리 대연천종이 우리에게 남긴 기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진남 등은 서로 마주 보고 아무 말 없이 고리를 잡았다.

슉-!

진남은 제자리에서 사라지고 다른 곳에 도착했다.

진남은 고개를 들었다.

그는 나무집 안에 있었고 잘생긴 소년과 유응상은 없었다.

나무집은 크지 않고 방원 오십여 장밖에 안 되었다.

지은 지 너무 오래되어서인지 나무들은 검은색을 띠었고 신비한 느낌을 주었다.

나무집의 동쪽에 나무 침대 한 개와 나무 책상 한 개가 있고 남쪽과 북쪽에는 책장이 있었다.

책장에는 고서들이 가득했다.

수피로 만든 것도 있고 광석으로 만든 것도 있었는데 오래된 기운을 풍겼다.

진남은 마음이 흔들려 다가가 석서(石書)를 집어 책장을 번졌다.

첫 장을 펼친 그는 조금 놀랐다.

첫 장에는 거인이 그려져 있었다.

거인은 땅에 서 있었는데 산처럼 높았고 태양을 바라보았다.

거인의 몸에는 십만여 개의 금색 선이 그려져 있었다.

금색 선에는 기이한 힘이 꿈틀거렸다.

진남은 몸이 뜨거워졌고 현묘한 느낌이 들었다.

"금색 선들은 거인의 경맥이겠다! 안에서 꿈틀거리는 힘들은 어떤 공법의 운행방식이겠다! 이 석서에는 공법이……."

진남은 중얼거렸고 기뻤다.

지금까지 그는 공법에 관한 그림을 보고 몸에 이상이 일어난 적 없었다.

'이 공법은 엄청 대단할 것이다!'

"책장이 두 개 있다. 경서가 적어도 백여 권은 되겠다. 만약 모두 공법이나 신통법에 관한 거라면 엄청난 기연이구나……."

진남은 저도 모르게 흥분하고 다음 장을 번졌다.

선천무체인 그에게 이런 공법들은 엄청난 흡입력이 있었다.

다음 장을 본 진남은 표정이 굳었다.

엄청난 의지가 있는 여러 가지 부호들을 그는 한 개도 알아보지 못했다.

진남은 가볍게 숨을 들이쉬고 불길한 예감을 누르며 석서를 내려놓고 수피로 만든 경서를 들었다.

첫 장을 펼치자 엄청난 기운이 솟아올랐다.

진남은 눈앞이 아른거렸다.

마치 무상대전이 펼쳐진 것 같았다.

진남은 마음을 진정하고 첫 장에 그려진 그림을 보지 않고 두 번째 장을 펼쳤다.

진남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두 번째 장에는 좀 전에 보았던 석서처럼 부호들이 가득했는데 석서에 쓰여진 부호들보다 더 난잡하고 난폭한 기운을 풍겼다.

진남은 가까스로 진정하고 경서를 내려놓고 나무로 만든 목경을 들었다.

그는 목경을 잠깐 훑어보고는 다른 경서들도 조금씩 훑어봤다.

서른 권 정도 본 진남은 안색이 숯처럼 시커메졌다.

"이건 운이 좋은 건가, 아니면 운이 나쁜 건가? 여기 있는 경서들은 매우 강한 공법과 신통법이 있다. 하지만 경서에 적힌 부호들은 주천만계의 상고시대의 특이한 문자들이라 나는 한 개도 모르고 느낄 수 없구나!"

진남은 기분이 매우 나빴다.

배가 몹시 고픈 평범한 사람이 풍성한 연회상을 마주했지만 마치 그림에 떡처럼 요리를 한 개도 먹을 수 없는 것과 같았다.

"잠깐……."

진남은 무언가 생각난 듯 눈을 반짝거리며 중얼거렸다.

"이 부호들이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기억할 수 있잖아! 밖에 나간 후 청궁의 주인 등에게 물어보면 되잖아?"

진남은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빠르게 경서를 들어 첫 번째 장부터 그림들을 꼼꼼히 보고 심혈을 기울여 그림의 뜻을 느끼고 금색 선 안의 무형의 힘의 움직임을 느꼈다.

"응?"

잠시 후 진남의 눈에 이색이 드러났다.

그의 무예 재능은 대단했다.

하지만 그는 애를 썼지만 그림의 윤곽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가 그림에서 눈을 떼고 머릿속으로 그림을 떠올리려고 하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는 방금 그림을 보았고 현묘한 느낌이 들었다는 것만 생각났다.

"기억할 수 없을 리 없다!"

진남은 중얼거리고 계속 그림을 느꼈다.

시간이 조금씩 흘렀고 진남은 조금 뭔가 깨달았다.

이제는 그림을 생각하면 머릿속에 희미한 윤곽이 나타났다.

그림을 완전히 기억하진 못했지만 엄청난 진보였다.

진남은 자신이 지금 엄청 위험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그가 하는 일을 주천만계의 사람이 알게 된다면 죽으려는 줄로 알고 엄청 놀랐을 것이었다.

나무집 안의 경서들은 강대한 공법이나 신통법의 원시탁본(原始拓本)이기 때문이었다.

원시탁본이란 주천만계의 모든 공법과 신통법들은 강자들이 스스로 만든 것이었다.

어떤 강자들은 공법을 만든 후 누구도 얻지 못하게 하려고 마음속에만 간직했다.

하지만 어떤 강자들은 자신의 엄청난 법술을 널리 알리려 했다.

하여 강자들은 공법이나 신통법들을 만든 후 자신의 모든 의지와 느낌 등을 모아 경서를 썼다.

이렇게 쓴 경서가 바로 원시탁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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