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8화 대연의 후계자는 정해졌다!
"각주, 선배님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녀석, 괜찮다. 어차피 곧 죽을 사람들이었는데 사람도 아니고 귀신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렸다. 네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던 것 같다. 우리들에게 감동했으면 하루 빨리 십전선단을 만들어 주천만계를 놀라게 하거라."
명도자는 신념을 전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조각상들 속으로 뛰어들었다.
대전에서 엄청난 싸움이 벌어졌다.
전승전의 금제가 움직여 대전의 모든 것들을 보호했다.
진남 등의 공격은 바다에 돌 던진 격으로 파문만 일었다.
주력군은 명도자 등이었다.
그들이 없었더라면 진남 등은 잠시도 버티기 힘들었다.
선제의 후손인 장불범과 이화는 항천선제에게 버림을 받았다.
항천선제는 그들의 생사를 신경 쓰지 않았다.
때문에 그들은 싸움의 여파에 맞아 죽었다.
"각주!"
진남은 심호흡을 하고 공격하는 동시에 정신을 집중하여 항천선제와 사람들의 싸움을 살피고 천극방의 영이 금색 문자를 흡수하는 것도 살펴야 했다.
천극방의 영은 주변의 소란을 무시하고 비석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 * *
밖에 있는 무인들은 대전에서 벌어지는 엄청난 싸움을 알 수 없었다.
그들은 그저 끝없는 청색 빛이 반짝거리자 무슨 변화가 일어났다고 생각했고 후계자가 곧 나타날 거라고 여겼다.
* * *
시간은 조금씩 흘렀다.
진남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진남은 항천선제나 명도자 등과 실력 차이가 너무 많이 났다.
진남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들로 그들의 싸움을 추측할 뿐이었다.
그는 잘생긴 소년과 유응상에게도 이 일을 알려주었다.
그들의 동력은 진남보다 강했기에 진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진남은 명도자의 도움을 받는 사실을 천극방의 영에게 말하지 않았다.
천극방의 영은 압력을 느낄 필요가 있었다.
압력이 클수록 금방 각성한 선천도체는 더 큰 위능을 드러내고 더 강해질 수 있었다.
"너희들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하고 있다.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결말을 바꿀 수도 없다."
항천선제의 천둥 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손에 장검을 들고 불바다를 베었다.
그의 몸에서 아홉 가지 신광이 번쩍거리고 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위세가 드러났다.
"큰일이구나. 천극방은 겨우 삼 분의 이밖에 흡수하지 못했다."
잘생긴 소년은 안색이 바뀌었다.
'명도자 혼자서 조각상을 상대하는 것도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 항천선제도 포위에서 벗어났으니 어떻게 막으면 될까?'
이때, 명도자가 손을 뻗어 내리쳤다.
불바다가 금빛 불꽃 부문으로 변하더니 비처럼 진남 등의 머리 위에서 떨어지며 그들을 감쌌다.
"하하하. 항천 선배님, 우리 늙은이들이 선배님과 맞붙어 시간을 끌려고 하는 줄 아십니까? 우리는 단약을 만드는 사람들이라 싸움에 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단약사들이 잘하는 게 목숨을 구하는 일입니다."
명도자는 호탕하게 웃고 뒤로 날아갔다.
그는 하늘 가득한 금빛 불꽃 부문 위로 가더니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의 몸은 삼두십조금룡(三頭十爪金龍)으로 변해 부문에 녹아들고 하나가 되었다.
단약사가 가장 잘하는 것이 목숨을 구하는 일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목숨을 구하고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했다.
그들은 처음부터 상고방어대진(上古防禦大陣)을 만들어 진남 일행을 보호할 생각이었따.
"기회다!"
잘생긴 소년은 눈을 반짝거리며 무릎을 탁- 쳤다.
그는 명도자 등이 이런 수단으로 항천선제를 속일 줄 상상도 못 했다.
"감히 내 뒤통수를 쳐?"
항천선제는 얼굴이 얼음장처럼 차갑게 변했다.
"부숴라!"
그는 법인을 만들어 장군처럼 조각상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조각상들이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쿠쿠쿠쿵-!
조각상들은 영지가 없었지만 오래된 신통법을 사용하여 강한 위력이 담긴 금색부문대진(金色符文大陣)을 만들었다.
명도자가 변한 삼두십조금룡은 하늘을 날아올라 용발로 신통법을 찢었다.
"이놈!"
항천선체는 하늘에서 내려와 검으로 삼두십조금룡을 내리쳤고, 한 번에 명도자를 눌렀다.
금색부문대진은 폭풍우 속의 작은 배처럼 끊임없이 흔들렸다.
대진은 부서지지 않고 매우 작은 틈만 생겼다.
"사 분의 일밖에 남지 않았소!"
잘생긴 소년은 흥분하고 소리쳤다.
"천극방, 속도를 높이시오!"
잘생긴 소년은 한번 본 건 잊지 않는 능력이 있었다.
그는 한번 훑어보고 금색 문자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진 못했지만 금색 문자가 몇 개인지 정확히 기억했다.
시간이 흐르자 명도자가 변한 용은 빛이 어두워졌고 금색부문대진에도 확연히 보이는 틈이 백여 개 생겼다.
엄청난 대전의 남은 위력은 엄청난 힘으로 변해 틈 사이로 뿜어져 나왔다.
잘생긴 소년과 유응상은 전력을 다해 막았다.
대전은 선명한 변화가 생기지 않았지만 다들 무형의 압력을 느꼈다.
끝으로 갈수록 변수가 더 많았다.
마지막에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랐다.
"임 동생,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잘생긴 소년은 낮게 소리쳤다.
진남은 긴장하고 언제든 공격할 준비를 했다.
커다란 압력이 그를 눌러 숨쉬기 어려웠다.
그가 빨리 공격하든 늦게 공격하든 싸움의 결과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었다.
십!
구!
팔!
칠!
육!
진남의 마음속에 희미한 목소리가 울렸다.
그는 온몸의 혈액이 점점 빠르게 흐르고 심장박동도 빨라졌다.
진남이 사까지 셌을 때 항천선제는 단번에 삼두십조금룡을 박살 냈다.
신수각의 각주 명도자는 죽었다.
"삼제지혈(三帝之血)은 제신에 들어와 내 명령을 듣거라, 화제일격(化帝一擊)!"
항천선제는 서슴없이 공격했다.
이화와 장불범이 죽었지만 육신이 스스로 타올랐고 각각 한 방울의 정혈로 변했다.
항천선제가 차지한 당서문의 육신도 훨훨 타올랐고 정혈로 변했다.
슉-!
항천선제가 손을 젓자 세 방울의 정혈이 동시에 세 개의 커다랗고 위엄 있는 조각상 속에 주입되었다.
세 개의 조각상은 눈부신 빛을 반짝거렸다.
세 명의 옛날의 선제들이 빛 속에서 다시 태어난 것 같았다.
그들은 무표정하게 상황을 살피더니 동시에 손을 들고 엄청난 초식을 사용했다.
우르릉-!
금색부문대진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부문들이 부서졌고 사라졌다.
나머지 위력들은 부서진 곳으로 들어와 진남 등을 공격했다.
잘생긴 소년과 유응상은 여러 가지 비장의 수를 드러냈다.
오래된 잔해와 오래된 선기가 나타났고 선광을 뿜었다.
진남이 받는 압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하지만 그는 마음이 매우 평온했고 전혀 초조하지 않았다.
삼!
그의 마음속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천극방의 영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커다란 '선' 자가 엄청 많은 빛과 함께 천극방의 영의 체내에 주입되었다.
천극방의 영은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고개를 쳐들고 길게 소리쳤다.
금색 문자를 흡수하는 속도가 전보다 세 배 넘게 빨라졌다.
"'선' 자를 가지고 있었느냐?"
항천선제는 놀랍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선천도체가 나타났고 명도자 등이 참견한 것 때문에 그는 진남을 미처 생각지 못했다.
아니면 그는 진남이 백대신체 중 한 개인 선천무체이고 '선' 자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을 것이다.
"마지막 열 개가 남았다!"
잘생긴 소년은 긴장했다.
"'선' 자가 있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너희들은 오늘 무조건 죽어야 한다! 기회가 없다!"
항천선제는 크게 소리쳤다.
목소리가 전승전을 뚫고 구천에 울려 퍼졌다.
"아지진신(吾之?身), 파천일지(破天一指)!"
엄청난 폭발음이 울려 퍼졌고 전승전 위쪽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생기가 없지만 위엄 있는 육신이 하늘에서 내려오며 엄청난 위압을 풍겼다.
위압은 전승전 안의 어떤 조각상도 비교가 안 되는 진정한 선제의 위압이었다.
육신의 강림으로 전승전 전체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땅이나 벽 등 모든 것들에서 엄청 많은 쇠사슬이 나와 위엄 있는 육신을 감쌌다.
선제의 육신은 힘이 대단했다.
전승전의 금제가 대단했지만 선제의 육신은 시간을 얻었다.
가장 중요한 시간이었다.
항천선제가 선제의 육신을 드러낸 건 아무리 큰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기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세 개밖에 남지 않았다!"
잘생긴 소년은 소름이 끼쳤고 두려움을 느꼈다.
쿠웅-!
선제의 육신이 공격했다.
그는 속도가 매우 빨랐다.
사람들이 반응할 새도 없이 엄청난 힘이 그들의 위를 가리고 있던 금색부문을 부쉈다.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진남, 유응상, 잘생긴 소년은 세 개의 금색 문자가 천극방의 부름을 받은 것처럼 그들 앞으로 날아오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금색 문자는 천극방과 불과 삼 장 거리에 있었다.
하지만 금색 문자의 위쪽에는 엄청난 힘과 항천선제의 위엄이 모든 것을 제압할 것 같은 기세로 덮여 있었다.
'끝…… 났다!'
잘생긴 소년은 세 글자가 생각났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잠깐 사이에 천극방의 영에게서 뿜어져 나온 청색 빛은 열 배 넘게 강해졌고 큰손으로 변해 앞으로 나오더니 마지막 세 개의 금색문자를 잡아 천극방의 영의 체내에 끌어들였다.
선천도체의 힘이었다!
시공간이 멈춘 것 같았다.
진남 등은 그 장면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항천선제도 보고 있었다.
그는 처음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쿠웅-!
엄청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천극방의 영의 아래에 있던 조용하던 비석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힘이 폭발해 엄청난 기세로 항천선제의 손가락을 부쉈다.
여파는 사정없이 항천선제를 공격하여 허공 속으로 밀어 넣었다.
"안 된다! 나는 선제이다. 이렇게 하찮은 것들이 우리 대연천종의 전승을 얻게 할 수 없다!"
항천선제는 고함을 질렀다.
그는 들고 있던 고검을 날카로운 빛으로 변화시켜 천극방의 영을 공격했다.
하지만 그가 천극방의 영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전승전의 사방에서 신부들이 날아 나와 큰 산으로 변해 그를 눌렀다.
둥, 둥, 둥-!
이때, 희미한 종소리가 전승전의 깊은 곳에서 울려 퍼졌다.
매우 기이한 종소리였다.
진남 등뿐만 아니라 대전 밖에 있던 무인들도 종소리를 들었다.
희미한 종소리는 온 세상에 울려 퍼졌고 매우 신성하고 장엄했다.
"이건……."
"후계자가 나타났나?"
무인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하늘 깊은 곳의 대전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아홉 번째 종소리가 울리자 그들의 두 눈은 기이한 힘이 주입된 것처럼 동력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그들은 넓은 청색 빛과 대전의 대문을 꿰뚫고 대전 안의 조각상들, 진남 일행 그리고 비석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엄숙한 천극방의 영을 보았다.
"대연의 후계자는 정해졌다! 이자는 우리 대연(大衍)의 빛이다!"
오래되고 쉰 목소리가 다시 세상에 울려 퍼졌다.
위엄 있는 조각상들은 천극방의 영을 향해 공수하고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저자다! 저자가 대연천종의 전승을 얻었다!"
"어떻게 저자일까? 선제의 후손들 세 명은?"
"저자가 선제의 후손들 세 명을 전부 이긴 거야?"
"어떤 사람이지? 선제의 후손보다 더 강하다고?"
무인들은 시끌벅적했다.
계현과 용도천존은 눈이 휘둥그레졌고 입을 크게 벌렸다.
그들은 믿을 수 없었다.
오래된 보라색 비석이 보라색 빛으로 변해 천극방의 영의 체내에 들어갔다.
천극방의 영은 두 눈을 번쩍 뜨고 크게 소리쳤다.
그의 체내에서 아홉 색깔의 빛이 뿜어져 나왔고 기세가 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