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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397화 (1,397/1,498)

1397화 한번 해보겠습니까?

선제는 다시 손을 내밀고 왼손으로 부문을 그렸다.

금빛들이 반짝거리며 그의 몸에 겹겹이 내려앉았다.

그의 몸에서 빠져나가 천극방의 영에게 들어갔던 금색 문자들이 열 배는 느린 속도로 움직였다.

항천선제는 입가에 비웃음이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선제 대인이라 대단하구나!"

잘생긴 소년은 헛숨을 들이켰다.

항천선제는 천극방의 영이 금색 문자를 흡수하는 속도를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면 천극방의 영은 대연천종의 전승을 늦게 얻을 수밖에 없었다.

항천선제는 대전의 조각상들도 조종할 수 있었기에 그들을 다 죽일 수 있었다.

조각상들이 얼마나 강한지 잘생긴 소년 등은 직접 겪어봤다.

대전에 있는 조각상들 전부가 아니라 열 개의 조각상들이라도 그들은 막을 수 없었다.

게다가 선제가 깨운 조각상들은 장불범이 깨웠던 조각상들보다 훨씬 강했다.

잘생긴 소년은 과감하게 결정을 내리고 말했다.

"우리는 요구가 많지 않다. 첫째, 우리를 방해하지 말고 떠날 수 있게 해주며 쫓아오지 않겠다고 약속하거라. 둘째, 장교전과 공법전의 전승이 필요하다. 셋째, 구전선단 세 알이 필요하다. 넷째, 대연조화천경을 완성본이 필요하다. 다섯째, 극도제병(極道帝兵), 선제의 부적 열 개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이것들을 다 지키겠다고 무망대세(無忘大誓)를 하거라."

항천선제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지고 말투에 차가움이 가득했다.

"아직 너희들 처지를 잘 모르는 것 같구나. 내가 너희들에게 요구를 말하라고 한 것은 대연천종의 후계자를 죽였다는 죄명을 얻기 싫어서이다. 하지만 내가 그 죄를 저지르지 못할 거라고 착각하지 말거라."

잘생긴 소년은 겁을 먹지 않고 말했다.

"적어도 선제 대인은 그 죄명을 얻기 싫잖아?"

항천선제는 미간을 찌푸리고 천극방의 영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내 입을 열었다.

"네 번째 조건을 제외하고 다른 것은 다 받아들일 수 있다. 이 조건에 동의할 수 없다면 더 이상 협상은 없다."

"그래, 그렇게 하자!"

잘생긴 소년은 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항천선제가 대연조화천경을 내놓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요구를 한 것은 그것만 거절하고 다른 것은 다 대답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저자는 선천도체를 방금 각성해서 신지가 아직 없다. 저자를 얼른 깨우거라. 깨우지 못한다면 무망대세도 할 필요가 없다."

항천선제는 천극방의 영을 가리켰다.

잘생긴 소년은 고개를 끄덕이고 진남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낮은 소리로 전음했다.

"동생, 내키지 않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이런 선택이 낫다. 저 녀석이 모든 우세를 다 차지하고 있으니 우리는 정면으로 싸우면 안 된다. 네가 천극방과 더 친하니 가서 깨우거라. 나중에 우리 셋 다 각성하면 그때 저 녀석에게 복수하자."

진남은 가볍게 숨을 내쉬고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저도 분수를 압니다."

말을 마친 그는 천극방의 영에게 신념을 전했다.

천극방의 영은 몸을 살짝 떨더니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는 아직 어안이 벙벙했다.

"효지, 왜 불렀느냐?"

진남은 방금 있었던 일을 천극방의 영에게 설명했다.

천극방의 영은 흥분했다.

"우와! 내가 그렇게 대단했어? 하하하. 선천도체라니, 내가 선천도체라니!"

그는 이내 표정을 구기고 욕설을 퍼부었다.

"항천은 정말 나쁜 놈이다! 대연천종이 그를 키웠는데 대연천종의 발전은 생각하지도 않는구나!

나쁜 놈, 내 손에 온 전승을 이대로 빼앗기는구나……. 나쁜 놈, 내가 돌아가야 하는 게 아니라면 그놈 요구에 응하지 않을 거다……."

천극방의 영은 이내 화를 누르고 항천선제를 보며 말했다.

"맹세하자!"

항천선제는 그의 시선을 무시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현명한 선택을 했구나."

말을 마친 그는 양손으로 현묘한 법인을 만들고 맹세했다.

이때, 늙은 목소리가 대전에 울려 퍼졌다.

"항천 선배님, 대연천종의 전승은 능력이 있는 사람이 얻는 것입니다. 왜 그리 집착하시는 겁니까?"

말이 끝나고 대전에 형상들이 나타났다.

살펴보던 진남은 놀라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바로 명도자와 신수각의 장로들이었다.

"너희들도 왔느냐?"

항천선제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이 일에 끼어들 거냐? 내가 너희들을 신수각에 그대로 두고 수복하러 가지 않은 이유는 너희들이 일편단심 단도를 생각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나는 너희들의 성의를 존중한다. 하지만 내 한계를 건드리지 말거라."

명도자는 한숨을 쉬었다.

"항천 선배님, 신수각의 사람들은 선배님을 존경합니다. 선배님이 이기적인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선배님도 대연천종이 영광을 되찾고 다시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를 바라겠지요. 이 도우는 선천도체고 엄청난 재능을 가진 자입니다. 그런데 왜 도와주지 않는 겁니까?"

항천선제는 눈빛이 더욱 차갑게 변해 천둥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선천도체? 선천도체인들 어떠하냐? 강자가 되지 못한 자는 결국 강자가 아니다. 강한 체질을 가졌어도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다! 대연천종을 부흥시킬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마지막에 그는 거의 비명을 지르다시피 외쳤다.

대전 전체가 흔들렸다.

"이해할 수 없는 게 있다. 너희들은 단도에만 몰두하는 자들인데 왜 이번 일에 끼어드는 거냐? 너희들도 대연천종을 부흥시키기 위해서라고 하지 말거라.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너희들은 단도 밖에 인정하지 않는 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항천선제는 점차 평정을 되찾았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명도자는 살짝 웃고 손가락으로 진남을 가리켰다.

"이자는 대연천종신수각의 후계자이고 선천무체를 갖고 있으며 신수각을 발전시킬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자의 친구는 선천도체입니다. 그렇다면 저희들도 선천도체에게 힘을 실어주겠습니다."

영도자의 말에 모두가 놀랐다.

유응상, 잘생긴 소년, 천극방의 영은 놀라서 진남을 바라보았다.

진남이 이곳에서 이런 기연을 만나게 될 줄이야!

"선천……무체?"

항천선제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당서문의 태오신체를 기다리느라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지 몰랐다.

그런데 오늘 선천도체와 선천무체를 만나게 되다니!

"허허. 너희들은 드디어 기다리던 사람을 만났구나. 축하한다."

항천선제는 음산한 미소를 짓고 말했다.

"이제 너희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썩 꺼지든가, 아니면 죽든가!"

그는 줄곧 여러 선제들의 의지와 종주들의 의지 등을 없앴다.

하지만 명도자 등은 살려두었다.

나중에 대연천종의 모든 것들을 물려받고 빨리 자리를 잡으려면 명도자 등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명도자 등이 계속 말을 듣지 않는다면 아쉽지만 제거해야 했다.

명도자는 진남을 바라보더니 무거운 표정으로 전음했다.

"이 녀석아, 항천선제는 대전에 있는 조각상들을 전부 조종할 수 있다. 우리의 힘으로 막기에는 네 벗이 금색 문자를 다 흡수할 때까지 막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기회가 없는 것도 아니다.

네 몸에 있는 '선' 자도 전승과 인연이 있는 물건이다. 위기의 순간이 되면 '선' 자를 네 벗의 몸에 주입하거라. 그러면 금색 문자를 흡수하는 속도가 더 빨라질 거다.

하지만 한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선' 자를 네 벗에게 주입하면 대연천종과 네 인연도 끝이 난다. 여러 가지 좋은 점들도 얻을 수 없다. 그렇게 해도 성공확률은 삼 할밖에 되지 않는다. 잘 고민해보고 선택은 네가 하거라."

그 말을 들은 진남은 눈앞이 환해졌다.

"천 형, 오 할의 기회가 있는데 한번 해보겠습니까?"

진남은 천극방의 영에게 전음했다.

천극방의 영은 가슴이 떨렸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오 할의 기회라니, 뭘 망설이느냐? 일 할이라도 해봐야지!"

천극방의 영과 진남은 같은 계열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배짱이 하늘을 찔렀고 강단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권력에 굴하지 않고 현실에 타협하지 않았으며 조그마한 희망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게다가 그들은 청궁의 주인이 만든 시공지광에 있기에 유응상과 잘생긴 소년에게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었다.

그들은 아무런 부담이 없었다.

진남의 눈빛을 본 명도자는 감탄했다.

진남이 시도를 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실망했을 수도 있었다.

"항천 선배님, 죄송합니다."

명도자 등은 진지한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웃기는군!"

항천선제는 눈빛이 점점 차갑게 변했다.

그는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바로 법인을 만들었다.

쿠쿠쿵-!

눈부신 빛이 엄청난 기세로 뿜어졌다.

"죽여라!"

항천선제는 손을 휘둘렀다.

조각상들이 명도자 등에게 달려들었다.

엄청난 살기는 강처럼 진남 등을 덮쳤다.

"단법(丹法), 만화비등(萬火沸騰)!"

명도자의 기세가 확 바뀌었다.

노인이었던 그는 살신으로 변해 시커먼 불꽃을 날려 보냈다.

불꽃들은 비처럼 후두둑 떨어졌다.

다른 노인들도 손을 쓰고 화술(火術)을 사용했다.

그들은 단약사라서 불을 다스리는 실력이 대단했다.

몇백 년 동안 수련한 그들은 조각상들을 전부 막았다.

"우리도 공격하자."

진남 등도 가만히 있지 않고 최강의 수단들을 사용해 조각상을 공격했다.

천극방의 영은 진지한 표정으로 합장을 하고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각성한 선천도체의 힘을 발휘했다.

"하찮은 것들!"

항천선제는 콧방귀를 뀌었다.

그가 차지한 당서문의 육신은 빛으로 변해 커다란 조각상으로 날아갔다.

조각상은 짧은 머리 청년이었고 계척을 들고 있었다.

청년의 두 눈이 가장 눈에 띄었는데, 냉담하고 무정하게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당서문의 육신이 변한 빛이 들어가자 조각상은 몸집이 커졌다.

순식간에 조각상들 중에서 가장 커지고 엄청난 신력이 들끓었다.

선제의 위엄이 사방을 휩쓸었다.

"항천지(恒天指)!"

항천선제는 허공에 날아올라 손가락을 짚었다.

명도자와 몇몇 노인들은 안색이 확 바뀌었다.

그들은 눈앞의 상황이 바뀌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마치 멸망하는 천지에 있는 것 같았고 대지의 힘이 그들을 덮치고 처벌하는 것 같았다.

대전의 조각상들은 대연천종이 멸망하기 전에 진종금기(?宗禁器)로 만들었고 열 명의 거물들이 직접 조각한 것이었다.

조각상들은 생명이 없었지만, 예전의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명도자와 노인들은 사람도 아니고 귀신도 아닌 존재가 되었지만 세월의 세례를 받고 엄청 강해졌다.

하지만 그들의 상대는 전성기의 항천선제의 의지였다.

선제의 위엄은 하찮은 것들의 모욕을 참을 수 없었다.

"각주, 우리가 먼저 가겠소."

명도자 곁에 있던 노인들은 망설이지 않고 먼저 날아갔다.

수많은 진문들이 퍼지고 겹쳤다.

그들의 몸속에서 엄청난 신화가 활활 타올랐다.

"천지지양대멸진(天地至陽大滅陣)!"

노인들은 고개를 젖히고 고함을 질렀다.

그들의 몸이 불에 타기 시작하더니 엄청난 힘으로 변해 항천선제에게 달려들었다.

"네놈들은 죽어도 나를 막을 수 없다. 나는 선제다. 모든 선인들의 제왕이란 말이다!"

항천선제는 기세를 폭발시키고 권법을 펼쳤다.

그의 권법에는 모두를 쓸어버리겠다는 무적의 신념이 담겨 있었다.

쿠쿠쿵-!

"허허. 나도 곧 따라가겠소."

명도자는 미소를 짓고 금법을 펼쳤다.

그는 양손으로 법인들을 만들었다.

그가 법인을 만들 때마다 드러내는 기운이 더 강해졌다.

마지막에 법인이 완성되었을 때 그의 힘은 선제와 비슷해졌고 혼자의 힘으로 조각상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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